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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15. 14:40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지금 다니는 어학원에서 강사평써서 문화상품권 받는 거 당첨되었다! 원래 12월 말에 받았어야 했는데 선생님한테 찾아가는게 쑥스러워서 잠자코 있었더니 쌤이 수업시간에 호명해서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아하하하! 덕분에 만원짜리 상품권이 떡하니 생겼으므로 모처럼 일본 문고본이라도 사볼까 서점에 갔다. 원래는 게키단 히토리의 책을 살까 했는데 얄~상하니 곰방 읽을 거 같아서 돈이 아깝더라. 그래서 요기조기 둘러보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으니 그게 바로 「これからの正義の話をしよう」

 

한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번역되어 베스트 셀러 코너에 놓인지 오래~된 책이다.
한국 타이틀은 뭔가 좀 거만하다. 하지만 일본어 타이틀을 좀 보라. "앞으로의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상냥해~ ㅋㅋㅋ

남들이 다 읽는 책에는 뭔가 이유가 있고 책에 대한 평도 나쁘지 않으므로 이 책을 살까 싶어 가격을 확인해보니 엔고를 적극 반영한 가격이 아닌가 ㅠ.ㅜ 나에게 만원짜리 상품권이 있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야... 
그래서 한국어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책을 훌쩍 훌쩍 보니 더더더더더 읽고 싶어졌다! 뿐만 아니라, 일본어판, 한국어판을 확인하고 나니 원서, 즉 영문판도 궁금해지기 시작한거다. 이 정도(의 유명세)면 벌써 들어왔겠지 싶어서 영어 원서 쪽을 둘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떡 하니 놓여있는게 아닌가. 영제는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이다.


책장을 넘겨서 좀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일본어판이랑 영어판이랑 비교하면서 동시에 읽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영문판과 일본판을 합치면 약 5만 7천원. 영미원서 10%세일에, 상품권에, 몇 백원의 마일리지를 합해도 4만 5천원이다.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순간 머리에 스치는 생각. 돈을 조금만 더 내면 일본의 논점 2011도 살 수 있을 가격이다. 
근데 어쩌지. 너무너무 갖고 싶은거다. 지금 이 자리를 떠나면 괜찮다는 것도 알지만, 그 순간 이 책을 열심히 읽으며 영어와 일본어 표현을 비교하는 등 열공하는 내 모습이 막 상상이 되는거다. 순간 나는 모국어를 제외한 2개국어 열공녀가 된다.
영어 문장 해석이 아리까리하면 일본어판을 보면 된다! 두려울게 없다!

근데 너무 비싸다. 생각하고 또 하고, 결제하러 계산대까지 갔다가 다시 오는 등, 우유부단의 극치를 나 모르는 서점 사람들에게 마음껏 어필한 뒤 결국 사고 말았다. 내가 여태까지 보고 싶은 책 참고 식대 줄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니... 뭐 그냥 그렇다.
요전에 50%세일하는 코트를 주문했는데 결국 물량이 없어서 환불처리 받은 돈도 있겠다! 난 정말 열공녀가 될꺼다! 하며 샀다.

집에 와서 책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한다. 이 무슨 짓을 했느냔 말이뇨. 
이제 와서 보니 안샀어도 괜찮을 거 같지? ㅠ.ㅠ 

근데 결국은 샀다. 기왕 샀으니 열심히 읽을 것이다. 어제 일본어판을 읽다가 「そうは問屋が卸さないぞ」라는 표현이 있길래
=엿장수 맘대로는 안된다! 를 영문판으로 확인해보니 Not so fast you greedy bastards! 라고 되어있더라. 흐음. 센스 좋군.

이런거! 이런 즐거움을 위해 산 건데, 이런 걸 즐거워하는 나는 학구적이라기 보다는 지적 허영심으로 가득찬건가 싶다.
머 실은 지적, 허영심도 아니다. 언어적, 허영심인가?

그래서 지금, 후회하는 건 아닌데, 뭐랄까... 역시 큰 지출인터라 좀, 마음도 아프고 그래.



   


posted by steadyoung
2011. 1. 3. 17:14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었다.
지난 주 월요일 이동도서관 버스에서 '아! 볼 책이 없어!'하며 절규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외쳤다. 앗-싸!
 읽고 싶어서 살까 말까 고민도 하다가 어케어케 미뤘던 책인데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김중혁씨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매우 재밌게 읽었고 김연수씨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별로 안재밌게 읽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워낙 끈(적)끈(적)한 우정을 쌓아온 두 작가 덕에 책은 쉬리리리릭 읽힌다.
김중혁씨는 소설이 주는 느낌, 홈피가 주는 느낌, 엣세이가 주는 느낌(칼럼인가...??)이 비슷비슷하다.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구절이 많아서 좋다. 빡빡한 느낌이 없어 부담도 없고 그러면서도 그저 마냥 가벼운 건 아니라서 더 좋다.  
새로웠던 건 김연수씨가 김중혁씨를(물론 김중혁씨도 김연수씨를) 소위 '까기'도 하고 '쪽주기'도 하고... 재밌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네가 누구든...을 읽고 빡빡하고 답답한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열광하며 금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금연을 하려는 시도를 하다니...그걸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믿는 김연수씨는 무려 조금 귀엽기까지 했다. 

근데 매사 만사가 둥글둥글한 느낌의 김중혁씨는 너무 둥글둥글하셔서 그런지 여태까지 쓴 책이 몇 권 없다. 나야 뭐 팬이라고 하기엔 공헌한 바가 하나 없으니 뭐라 못하지만, 원래 다작하는 작가들을 한 수 위로 보는 나로서는 좀 아쉽다. 
반면에 김연수씨는 매사에 진지하시고 성실하셔서 그런가 책이 많다. 이래저래 서로 다른 점을 보자니 왜 이 둘이 친한지 알거 같기도 하고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갈구는 참된 우정의 장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두 사람에게 친근감마저 품게 되었다. 마치 내 친구인 듯. 나랑 띠동갑도 넘는데! 하지만 그리하여 여하튼 오늘 이동도서관에서 김연수씨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어 빌려왔다. 근데 과연 담주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나도 내 친구랑 이런 책 하나 쓰면 어떨까? 서로가 서로를 갈구고 쪽주고 까고...
그런 정겹고 다정한 우정을 오래토록 간직해온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와 나눌 이야기가....별로 없다. 대책없이 해피엔딩은 일단 영화라는 커다란 주제가 있으나 나와 내 친구는 서로 좋아하는 게 좀 다르지 않은가.
아, 요즘 그 친구가 만화책을 열심히 읽고 있으니 그에 대해 얘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그렇게 고등학교 때 부터 재밌다고~재밌따고~ 노래를 불러온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를 이제야 읽고 감동에 젖어있는 불신녀가 나를 제인에어도 안읽은 무식한 년으로 치부하며 파닭의 파를 손으로 집어먹었던 그 순간들을 글로 옮긴다면 그건 분명....


종이 낭비인가......      
posted by steadyoung
2010. 12. 18. 00:33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오늘 이기호씨의 '사과는 잘해요'까지 다 읽었다.
이로써 무사히 이동도서관에서 빌린 책  세 권을 전부 읽고 반납하게 되었다.
근래 한 2년 동안 한국 소설을 조금씩 조금씩 읽어오면서 오늘 내린 결론.
이제 더 이상 일본 소설-특히 번역본-을 읽을 이유가 없구나!! 싶었다.
그만큼 기발하고, 발랄하고(?), 재기넘치고(?) 가벼운! 소설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

1. 컨설턴트 -임성순  
죽음의 시나리오를 쓰는 주인공의 독백. 끝에 가서 좀 허물어지는 구석도 있지만 술술 잘 읽혔다.
근데 '어쩐지' 번역본 느낌. 사용되는 어휘가 '어쩐지' 제한적이고 문장이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뭐 그런 느낌이다.
예를 들면 산을 올라갈 때 모두들 많이 가는 길 딱 하나로만 가는 느낌, 그게 번역본 읽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이다.
국어를 다채롭게 구사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산을 갈지자로 마구마구 휘저으면서 올라가는 느낌.
남들 안간 길도 가보고, 그만큼 보이는 풍경도 다양하고 느껴지는 것도 많고, 뭐 그런 거.
대체로 나이드신 분들의 오랜 소설들이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더욱 더 토지가 읽고 싶어졌다.
한국 소설이 가볍고 재밌어져서 일본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겠다, 하고 느낀 그 시점에 
한국어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살아있지 않으면, 내가 한국 소설을 읽을 이유가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게
어쩐지 아이뤄닉~ 

2. 사과는 잘해요 -이기호
이거 읽은게 아닐까 가물가물했는데 내가 이기호씨 책 봤던 건 아직 학교 앞에 살 때니까, 그니까 2008년.
이 책은 2009년에 나온 책이니 본 적이 없는게 맞다. 소설은 글씨도 크고...장편이라기엔 좀 짧지 않나.
재미는 있는데, 뭐랄까 '내 심장을 쏴라' 생각이 많이 났다. 남자 주인공이 둘, 정신 병원이 나오고,
물론 사과는 잘해요는 시설을 나온 뒤에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어쩐지 비슷비슷~한 느낌. 근데 약간 좀, 별 일이
크게 없는 느낌도 들고. 좀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텐데.
뭔가 여동생이 몸판다는 설정도 대충 건들다 말아서 시원찮고...
단편 소설집 읽었을 때 만큼의 몰입과 충격이 덜했다. 기대를 안했음 컨설턴트 정도의 만족은 얻었을텐데.

덧붙여, '내 심장을 쏴라'는 정말 재미있었다. 사람의 긴장도를 쥐락펴락 하는 것도 대단했다. 내가 그 때 상태가 좀 
안좋았지만 너무 재밌게 읽었다. 꼭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얼마전에 책정리를 좀 해봤는데, '팔아버려야지' 목록에 '내 심장을 쏴라'를 넣지 않는 건 당연한 센스! 
영화화 한다는 얘길 무비위크에서 예전에 읽은 거 같은데 꼭꼭 영화로도 잘 만들어졌음 좋겠다.

3. 고령화 가족 -천명관
이게 젤 재밌었다. 늙은 엄마에 늙은 아들-게다가 백수- 이혼만 두번인 물장사 여동생, 여동생의 아빠 없는 딸.
네 식구가 모여서 구질구질 궁상맞게 살다가 막판에 다들 '제 살길'을 찾아떠난다는 따뜻한 가족이야기????!!!!!!!
첫째 아들은 전 부인 아들이요 둘째 아들만 이 아줌마 아들이고 막내 딸은 아줌마가 바람펴서 낳은 딸이다.
비록 남편과는 '사랑'이 아닌'인간적인 의리'로 살았고 사랑했던 남자는 전파사 구씨 아저씨인 속모를 아낙이지만
아버지가 어머니가 서로 다른 오십 넘은 새끼들 밥 먹이며 뿌듯해하는 누구보다도 엄마 같은 그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삼류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설정들을 너무도 쿨하게 갖다 박아놨는데 그걸 하하핫~ 하고 웃을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라디오스타'적인 재미??? 뭐 그런거!
마지막에 장남의 쇼생크 탈출, 주인공(차남)의 사랑 찾고 일찾기(에로 영화 찍기), 막내 딸의 순애보 등등, 현실에도 대충
있을 법한 그런 결말을 향한 과정들 중간중간에 들어차있는 자그마한 에피소드의 재미도 쏠쏠하다.
사는게 원래, 가족이란게 원래 구질구질 궁상맞지 않는가.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이런거다.
이기적이지만 때때로 가족도 생각하고, 가족 생각하다가도 한없이 유치해지고.
첫번 째 장편 소설 '고래'에도 관심이 생겼다.


요즘 학교 도서관에 다시 가볼까 생각중이다.
집근처에 도서관이 없다. 다들 너무 멀고 애매한 위치라 종로에서 일하다가 중간에 비는 시간에 학교까지 후딱 다녀오는게
오히려 빠를 것 같다. 1월부터는 중간 시간에 들어있던 강의가 토욜로 변경되서 실현 가능한 계획.
근데 이런 치사한 것들! 암만 졸업생이라고 해도 그렇지 따로 오천원 내고 출입증을 만들게 하고 
예치금 5만원을 맡기게 하고 3권 밖에 안빌려주다니 ㅠ.ㅜ 내가 낸 등록금이 얼만데 ㅠ.ㅜ
내가 그거 지금 갚느라 흑흑흑흑 
그래도 학교 도서관이 갖고 있는 자료를 생각하면 못할 짓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휴우우우우우.
posted by steadyoung
2010. 11. 3. 08:51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토욜에 북오프에 가서 책을 물색했다. 내가 건진 건, 모리나가 교수의 '연봉 300만엔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이 아니라 그걸 토대로 만든 시리즈물 중 하나. 책이 많이 팔려서 비슷한 이름으로 여러가지 기획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에잇 제길. 좋다 말았지만, 그래도 샀다. 모리나가 교수는 이제 더 이상 경기가 좋아질 일은 없다- 라는 주장을 여러가지 근거를 들어 펼치는데, 그 외에도 잘생긴 놈들이 얼마나 세상 살기 편한 줄 아느냐, 그러므로 '훈남세'를 걷자, 뭐 이런 얘기도 하고 다닌다ㅋㅋ
그거랑 내가 싸랑하는(난 싸랑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미타니 코키의 에세이집. 이 시리즈 벌써 6권인가 7권째다. 몇 권만 더 모으면 고지가 눈에 보인다+_+ 3000원에 get!한 내 눈알을 칭찬해줬다.
그리고 다카무라 카오루의 에세이집. 남성적인 문체(여자이다)로 극도의 리얼리티를 살린 추리소설 어쩌구 저쩌구 하고 폭소문제의 오오타가 절찬을 해놨길래 소설을 살까 했는데 다들 너무 길거나 비싸거나 한 권만 있거나...그래서 에세이를 샀다. 이게 도통 쉽게 읽힐 것 같지 않은 글이지만, 그래서 샀다. 보고 좋으면 본격적으로 소설 입문!해야겠다.

얼마전에 '일본의 교양'(NHK) 방송 중 작년 7월 분을 보는데 우라사와 나오키가 나왔다.
내가 몬스터를 읽은 건 중학교 때. 뭔 말인지 잘 이해는 안가지만 그래도 끝이 궁금해서 다 읽었다. 다시 읽은 건 23살 때. 마지막에 엉엉 울면서 봤다. 이거 이미 우리나라 영화쪽에서 판권 구입한 걸로 알고 있다. 만들껀가. 어떻게 만들꺼지. 궁금하다.
20세기 소년은 한 권 한 권 나올 때 마다 전 내용이 기억 안나서...지금도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 완독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방송에서 본 우라사와 나오키가 너무 인상 깊어서 북오프 만화 코너에서 얼쩡대면서 그의 만화를 찾았다.
몬스터도 20세기 소년도 절반 정도 있었다. 뭐든 다시 볼 맘이 있는지라 고민을 하는데 옆에 플루토가 놓여있는거라. 흠. 플루토는 한 번도 보질 않았고, 1~8권까지 한 권도 안빠지고 있길래 큰 맘 먹고 전부 다 샀다.
결국 그 날 집에 돌아와서 8권 중간까지 보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저 봤는데 세상에!!!!!!!!!!! 8권이 끝이야 ㅠ.ㅜ ㅠ.ㅜ
너무 빨랑 끝난 거 아냐 ㅠ.ㅜ 책 마지막 장의 END를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노려봤다. 이 END는 이 책'만' 끝났다는게 아닐까. 아니다.
아, 9권이랑 10권은 나왔으려나 나왔으면 그냥 한국어판으로 사서 보는게 낫겠지 하고 행복한 고민에 젖어있던 시간들, 돌려도- 흑흑.
적어도 10권은 넘었어야지- 흑흑흑.

플루토는 재미는 있는데 휘릭 끝나버려서 뭔가 허전하다. 

플루토가 갖는 의의는 사실, 잘나가는 만화가 우라사와가 그린 최신작이라는 거 외에, 그가 스승으로 여기는 '테즈카 오사무'(아톰을 그린 아저씨)와의 '합작'이라는 점이다. 물론 같이 그린 건 아니고, 테즈카 오사무의 '아톰'이 우라사와의 말끔한 그림체로 우리 앞에 다시금 나타난 것이다. 위의 그림 참고.
헐리우드에서 영화화하기로 했단다. 

간단히 우라사와 아저씨 이야기를 하자면,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가 별로 인기가 없는 걸 알고는 이 길로 간다는 건 불행속으로 뛰어드는 거 같아 편집자를 하기로 결심. 면접 볼 때 편집자들의 눈에 내 만화가 어떻게 비칠지 궁금해서 가지고 간 그의 작품을, 때마침 만난 어느 편집자(지금의 편집자)가 괜찮은데? 라고 한 걸 계기로 만화가가 되었다.
자신은 비주류의 작품을 그리지만, 그게 주류가 되는 그 시기와 맞물려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게 아닐까. 그래서 원래 비주류여야 할 인간이 주류에 있으니 참, 이것저것 힘들다, 고 토로한다.
폭소문제(방송에서 진행&대담을 맡는 개그콤비)가 이렇게까지 새로운 발상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만화 이외의 매체를 통해 그걸 펼쳐보고 싶은 욕구는 없는지, 라고 물어보자, "내 특기는 만화라서" "만화에서 영상쪽으로 넘어가는 걸 사람들은 '진출'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다. 만화는 만화일 뿐" "나는 만화를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멋대로 만화를 예술 취급하는 건 싫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만화란 그저 고작 기껏해야 만화- 라는 인식으로 족하다."

아저씨 말도 잘하고. 만화도 재밌고. 머리도 부시시하고. 좋다.
흠, 신작 기다려용.


posted by steadyoung
2010. 10. 14. 20:23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자주 들르는 블로그에 재밌게 본다는 말이 있길래, 일본어 강의 끝나고 찾아봤다. 정말 재미있었다.
5화인가 볼 때는 눈물도 찔끔 나왔다.
감탄이 절로.

무릇 만화란 습한 냄새가 나는 누릇한 종이로 된, '대여점'출신의 책을 이불에서 뒹굴며 봐야지 제맛이지,
컴터로 클릭질이나 하며 보는 것이 아니여~하는게 내 신조였는데
이리도 간단히 빠져들줄이야. 남들이 재밌다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근데 시끌시끌 말이 많은가보다. 그런 얘기를 자주 접하다보니 진짜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오늘 내용도 휘리릭 빠져들며 보는데, 구설수 오르기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몹쓸 생각이다.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무언가를 비판하기 위해 치밀한 계산을 해서 그렸다기 보다는
강풀씨의 눈에 보이는 한국이란, 지금의 현실이란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니까, 있는 그대로 그린거 아님?
직설적인 대사가 많아서 공격적으로 느껴지긴 해도 '당신의 순간'을 읽고 있을 때 우선 마음에 와닿아야 할 부분은

이를테면, 여자네 집에 가져다 주려고 열심히 신문을 '쓰고 있는' 남자의 아련한 등짝에 가슴 한 구석이 찡해지는거,
뭐 그런거 아닐까. 
좀비 이야기 치고 개연성이 없다느니, 현실 비판에 대한 불쾌함 뭐 그런거 보다도 말야.
posted by steadyoung
2010. 8. 26. 10:20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런던이라면 물가가 비싸고 음식이 맛없고... 하는 이미지 밖에 없고(아는 것도 없다),
영국이라면 해볼거 다 해보고(역사적으로) 이제와서 신사인 척 하는 재수없는 이미지 뿐이었는데
요즘 두 권의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고 있다. 영국, 특히 런던에 대해 큰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가장 큰 계기가 된 책은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이거 참 재밌다. '사람책'이란 건 말 그대로 책을 읽듯이 사람을 대출해서 그 사람의 인생과 생각을 대화를 통해 '읽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벤트로, 처음 했을 때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꾸준히 열리고 있다고 한다.
일기장 같은 얄팍한 여행기라면 딱 질색이고 정보가 필요하면 대형서점에서 눈으로 훑어보고 마는데
이 책은 런던 여행기, 런던 소개서와 같은 책들과는 달리, 영국에서 뿌리박고 있으면서 여타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았던 이들의
생생한 말을 통해 영국과 영국인들의 특징을 드러낸다.
어느 레즈비언이 꾸준히 이 사람책 이벤트에 참가하다가 어느 날 사춘기 때의 청소년 4명이 자기를 지목한 걸 알고 걱정했단다.
한참 호기심이 많을 때라 분명 무례한(?) 질문을 퍼부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날도 올 줄 알았다며 맘을 굳게 먹고 나갔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학교 생활 등등을 물어봤다. 얘기를 다 들은 뒤 모두가 한 친구를
격려하며 하는 말이 "거 봐. 게이로서의 삶도 그다지 나쁜 것 같진 않잖아."
이 대목에선 나도 눈물이 핑돌았다. 흑흑 이쁜 아이들.    

이런 감동은 물론이고 책 곳곳에서 영국 사회의 단면들을 들여다보게 됐는데, 그게 참 인상 깊었다. 
딱딱하고 고지식해서 피곤해도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꼬장꼬장함이 귀여운 사람들. 그걸 한 번 더 자세하게 확인한게
그저께 읽은 '런던 홀릭'

사실 제목이 너무 단순해서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이런 책은 집어들어서 계산대에 내밀때(어차피 온라인으로 주문했지만)
조금 부끄럽다. 이도 저도 안보고 그저 런던에 환장한 인간같이 보이잖아! 뿐만 아니라 센스 없다는 생각도 들고.
뭐 어쨌든 영국 건축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대학원에서 예술 어쩌구를 공부하는 전직 기자의
생활담인데, 작가가 들려주는 영국, 런던 이야기에 그만 휘리리릭 빨려들어갔다. 그 사람 많은 급행전철에서 가방을 들고 메고
책 세권이 들어있는 봉투를 짊어지고 책을 계속 읽었으니 말이다.
무난하게 재밌고 잘 읽히는 책이다. 책을 소개한 문구 그대로 런던에서 생활을 하는 이의 '리얼 체험담'이다.
단순히 런던을 잠시 스쳐지난 이들의 일관성 없는 독백을 사진과 함께 쏟아낸 성의없는 책이 아니라는게 좋았다.
나의 런던에 대한 흥미는 더욱 커졌지만, 도대체 집세가 270만원에, 주민세가 14만원에, 등등 드는 돈이 그렇게 많아서
어디 잠시 살아볼수나 있겠나 ㅠ.ㅜ 외국인에게 취업비자도 잘 안내주려고 하면서 흑흑.
(새삼 영국과도 워킹 홀리데이 비자 취득 협정을 맺은 일본이 부럽)

그니까 즉, 나도 런던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말이다.
말그대로 '선진국'이다.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제도와 발상이.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기준은 굶어죽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며 모두가 서로에게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뭔 짓을 해도
모른 척 해주는 무관심과 나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유에 대한 보장인데, 한국사회는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셋 다 부족하다!!!
일본은? 우리보단 좀 낫다. 하지만 우린 좀 와일드하다 보니 관심은 많아도 그냥 넘어가는데 그 쪽은 무관심한 척은 잘하지만
꼬장꼬장해서 뭘 하든 자유롭지가 않다. 그니까 도토리 키재기다.

그니까 외국에 가고 싶다고 난리치는 이유를 '사상 체험&전환'으로 들게 된게 정확히 '사람책'을 읽은 뒤다.
아, 나도 이 모든 걸 가서 느껴 보고 싶다. 정말로.    
 
posted by steadyoung
2010. 7. 28. 12:1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여행지를 북큐슈로 정한 건 세가지 이유.

1. 후쿠오카 공항에서 하카타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전철로 10분! (250엔)

->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도심으로 진입하는데 걸리는 시간+비용,
칸사이 공항에서 오사카나 쿄토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비용을 생각하면
어차피 놀러가는거 이동하기 편한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 나는 언제 쿄토에 가보나.

2. 여행사 상품 비행 스케쥴 최고!

-> 인천 공항 아침 8시 출발-9시 15분 도착, 후쿠오카 공항 밤 9시 출발 저녁 10시 10분 도착
이건 놀아라 놀아라 스케쥴이다. 택스 포함+호텔(조식 포함)+환차 비용까지 계산해서 3박 4일에 약 560,000 이다.
음, 합리적인 비용..?

3. 작년에 후쿠오카 체류 약 8시간이 넘 섭섭했다 ㅠ.ㅜ

-> 버스로 한 두 시간 이동하면 쿠마모토, 나가사키 등에 갈 수 있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쿠마모토에 있는 쿠마모토 성은 일본에서 보기 힘든 디자인(?)으로 지어진 성이라길래 보고 싶었고,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히로시마도 언젠가!)도 가보고 싶어서 결정 확정. 


그래서 북큐슈 확정! 그 다음에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선큐패스

후쿠오카에만 있을게 아니라면 여행 일정에 맞춰 되도록 선큐패스를 구입하는게 좋다. 
3일동안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가능한 선큐패스 (SUN.Q.Pass)로 교통비를 매우매우 절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미리 구입할 경우 6000엔-지금 환율로 약 85,000원, 일본에서 구입할 경우 8000엔) 
살인적인 교통비로 여행자들을 넉다운 시키는 일본 여행, 교통비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완죤 해피~
물론 선큐패스로 모든 버스를 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경험상) 현과 현을 넘나드는 고속버스는 물론
선큐패스 딱지가 붙은 시내버스도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렇다! 선큐패스 딱지가 붙은 버스만 이용 가능한 것이다!!) 
절대로 손해 볼 일은 없다.

선큐패스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사에서 구입 가능하다고 해서 같이 구입했다.
따로 택배비가 안든다는 장점이 있다.

선큐패스에는 북큐슈 버스 프리패스 말고도 열차도 이용가능한 패스, 북큐슈 한정이 아닌 큐슈 전체에서 이용 가능한 패스 등이
있으므로 여행계획에 맞춰서 알맞은 패스를 구입합시다~


2. 여행 일정

선큐패스는 3일동안'만' 이용 가능하다. (날짜는 물론 본인이 지정)
즉 우리처럼 3박'4일' 일정일 때는 선큐패스 이외의 교통비 지출이 필요한 날이 일정 중에 포함된다는 소리.
그리고 버스타고 왕복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 보다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니까 ㅠ.ㅜ
그걸 감안해서 일정을 짜야한다.

우리(랄까 내가 내맘대로 짠)는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움직였다. (시간은 대략적으로)

   15일 (목) -선큐패스 16일 (금) -선큐패스 17일 (토) -선큐패스 18일 (일) -교통비 지출
 오전 09:15 후쿠오카 공항 도착    
11:00 호텔에 짐을 맡김
12:00 쿠마모토 도착
        (약 2시간 30분)
        쿠마모토 성 구경
10:00 나가사키 도착
        (약 2시간 45분)
 10:00 체크 아웃
 오후 14:00 가라츠(唐津) 도착
        (약 1시간 10분)
        점심식사 및 가라츠성
        관광 
16:00 점심 후 하카타로 출발
19:00 하카타 도착
평화공원
원폭자료관
글로버 원(園)
케이블 & 나가사키 야경  
12:00 다자이후 도착
(하카타 -> 텐진 (환승) -> 
 다자이후)
15:00 하카타 캐널시티
 저녁 18:00 하카타로 돌아와서
        후쿠오카 타워로 이동
        저녁식사
 하카타에서 저녁 식사  21:15 하타카 출발   하타카역 북오프
선물 구입
18:40 공항으로 출발
   21:00 호텔로 돌아옴  21:00 호텔로 돌아옴  24:00 호텔로 돌아옴  21:05 인천으로 출발

 
CHISUN HOTEL이 숙소였기 때문에 하카타를 중심으로, 하카타 역 옆의 버스 터미널을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하카타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거의 다 텐진 버스터미널을 경유하기 때문에 텐진을 기반으로 삼아도 크게 차이는 없다.

사세보의 하우스텐보스는 패스,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도 패스, 그래도 3박 4일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다자이후를 마지막으로 한 건 교통비가 제일 적게 드는 코스였기 때문.
하카타-텐진 (100엔 버스가 있으니 버스로 이동하세요...전철은 200엔)
텐진에서 다자이후 490엔 (완행, 급행, 특급이 있다. 특급으로 가면 10분 정도 빨리 도착) 해서 왕복으로 약 1200엔이 든다.

특히 주의할 건 하카타에서 다자이후로 바로 가는 전철은 없다는 거! 철도 회사가 달라서 텐진에서 내려서 개찰구를 나와
니시테츠로 이동해야 한다. 아 짜증나! 하카타에서 바로 가는 코스도 만들어줘!!!!!!!!


이렇게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여행 갈 준비를 했다.
그 외의 여행자금으로 친구는 약 삼만엔, 나는 책을 넉넉히 구입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사만엔(+다른 친구가 준 용돈 2500엔ㅋㅋ)
을 들고 갔다. 가서 만팔천엔을 남겨왔으니 약 25000엔을 사용한 셈이 된다. 자세한 내역은 날짜별 여행기를 통해 공개!! 두둥-

posted by steadyoung
2010. 6. 20. 01:11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초반부터 술술 읽힌다는 기쁨도 잠시, 아차- 생각해보니 학생운동 얘기가 나왔었다. 그걸 방심한 내가 어리석었지.
그래도 초반에는 그게 그리 중심적인 이야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멍청한건가? 여튼, 읽을수록
많아지는 인용구들, 운동하는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도 학생운동을 했구나. 그 때 대학가란 아직도 학생운동에 열심이었구나.
흐~음

하는 느낌이다. 물론 지금처럼 전쟁같은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갈고 닦아보는 살벌한 분위기의
대학가도 내키지 않지만, 나모를적 학생운동 시절 얘기가 '소설'에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러게. 파란 청춘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면 슬픔도 고독도 아픔도 정상치를 훨씬 넘어설거라는 건 알겠지만
뭐랄까, 그게 한국사의 굴곡이고 1980년대의 일반적인 시대상황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도무지 마음과 머리에
와닿
지 않는다. 오히려 고종 운운하는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중반의 역사적 '사실'이 더 어제같달까.

그건 그 때의 역사를 흥미와 연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게 가능하기 때문일거다. 뒤집으면 학생운동이 열심이던
시절의 '역사'는 흥미와 연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게 너무도 불편하단 말이다. 그래도 한국사 맥락에서 다뤄질땐
그렇지 않은데, 그런 와닿지 않는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흥미를 찾기 위해 읽는)에서 나보다 어린 나이의
주인공들이 고민하고 절망하니 이건 더 난감하다. 소설이라 젠체한다는 느낌에 띠껍다.
꼭 그렇게 살아야하나?(했나?)

1980년대면 내가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낸 시대인데, 지금 내가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가 그때만해도
엄금이었단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 격변의 증거는, 이 세상에 태어난지 30년도 채 안된 내 삶 속 곳곳에서도
누가 일부러 심어놓은 것 처럼 발견된다. 
하지만 그걸위해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이 그리도 많았다는게 사실 더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그럴 수 있어?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등록금 투쟁이니 총학생회니 총장 사퇴니 등등의 사안으로 청춘을 불사르는 사람들을
지켜볼때마다 참 궁금했다. 무엇을 계기로, 무엇을 동기로, 저렇게 열심일 수 있을까.
무임승차한다는 기분에 고맙기도 하고 찝찌름하기도 했지만, 막상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땐 그런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도 개인의 취향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언어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어떤 사람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무관심하다. 정치적인 사안에 민감하며 사회가 변혁하기를 갈망하는 기자친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눈물짓지만, 아프리카에서 굵어죽고 있는 아이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한 적은 있으나 딱히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뭐 이런거.
그러니까 요는 자기 주종목의 이타적인 행위를 하나만 해도 일단 사회는 보다 좋아질거라는 생각(?)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도덕적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텐데, 나는 여전히
소설에서 운동권 청춘들을 다룰때마다 재미도 없고 이해도 안가고 그냥 참 별루다.

해서 책을 덮고 싶은 맘을 꾹 누르고 그래도 읽어가다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그래도 좀 괜찮았다.
사실 잘 이해도 가지 않으니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글쎄- 언젠가.
일단 다른 책부터 읽고.


posted by steadyoung
2010. 6. 16. 09:3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일주일에 세네번은 서점에 들러 깨작깨작 볼만한 책들을 살펴보는 편인데, 얼마전에 갔다가 지난번에도 눈여겨봤던
성석제씨 소설이 또 눈에 들어왔다. 친구가 예전에 김연수씨 책 좋았다고 한 것도 기억났다.
교보문고에서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과 성석제의 '인간적이다'를 주문했다. '인간적이다'는 사실
표지 그림에 낚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도 얼마나 표지가 멋지던지.
요즘 책, 참 잘나온다.

(이것봐라. 그림 너무 귀엽지 않은가??)



주로 일본소설 문고본을 즐겨보고 한국 소설은 가뭄에 콩나듯 읽는 편인데, 때때로 한국 소설이 '고파질 때'가 있다.
예전에 원서 볼만큼 일본어를 하지 못했을 때 줄창 일본소설 번역본만 읽어댔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박완서씨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문장이 시냇물이 바다로 졸졸졸 흘러가듯 줄줄줄 '흐르는'거다.  
그 때 이후로 매끄럽게 쓰여진 유려한 한국어 문장이 문득 읽고 싶어질 때가 일년에 한 두 번, 예고없이 찾아온다.

전에도 말한 거 같은데 한국 소설을 멀리하게 된 원인은 내가 굳이 골라들었던 책이 예전에 공지영, 전경린의 하필이
면 재미없고 무거운 소설이었다는 점에 있다. 내 생애 꼭 하나뿐인 특별한 날, 이런건 왠진 몰라도 두 번 읽었는데 
두 번 다 별로였다.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소설이 왜이리 무거운지. 통학하면서 전철에서 읽기에 힘이 부쳤다.
그 때 이기호씨나 김중혁, 그런 사람들의 책을 읽었다면... 상황이 조금 바뀌었을라나? 잘 모르겠다. 읽었어도 그땐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여튼, 아쉽다. 한국소설에 좀 더 재미붙였더라면 인생이 그만큼 넉넉하게 느껴졌을텐데.

그래도 요즘에는 한국소설이 무거워서 못읽겠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만큼 재밌고 다양한 책들이 많이 나온것
아서 이렇게 읽고 싶을 때 가끔 질러주는 좋은 습관을 꾸준히 가꿔나가야겠다고, 지금 다짐하는 중...


성석제씨는 예전에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이런걸 엽편소설이라고 해~"하면서 빌려줬던 책이다. 그 친구는
국문과에 가기 전부터 책을 엄청나게 읽어댔다. 사실 나도 책을 꾸준히 읽는 편이긴 하지만 그 친구가 먹어치우는
책의 양과 종류는 엄청났다. 난 명함도 못내밀어~~~ 지금은 모 카드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 덕택에
성석제, 이름 석자 안까먹고 기억하고 있다.

그 때 그 한 장 채 안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던 소설은 참 재미있었다. 나는 원래 문체, 유려한 묘사, 굵직한 주제
이런 거 보다 스토리 위주로 책이 훌훌 넘어가는 어린이스러운 독서를 좋아하는데, 그 성석제씨의 엽편소설들이
누군가 옆에서 해주는 히히덕대기 좋은 재미난 이야기들 같이 느껴져서 부담없이 읽기 좋았다.(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장이 참 맛깔스러웠다. 방금 블로그들을 뒤적뒤적하다보니까 고리타분한 느낌이 난다는데 나는 
오히려 1960년생이란 나이가 어색하게 느껴질만큼 참신하고 재미나구만. 헉... 혹시 내가 고리타분???????..;;;

어제 집에 가면서 전철에서 스윽 펼쳐서 읽는데 반 넘게 읽어버렸다. 스~윽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저께 친구랑
피자먹으면서 에쿠니 가오리 완전 책 발로 쓴다고 욕했는데 (팬분들 죄송...) 그래도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을 쓰는
것도 재주다, 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고2때 친구랑 '혼불' 열권을 오기로 읽었던거 생각하면...
읽느라 여름방학 한달을 고스란히 바쳤던거 생각하면... 정말, 페이지 안넘어가는 책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ㅠ.ㅜ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었던 시절이 있구나, '혼불' 읽은거 생각하니 왠지 내가 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ㅋ)

아! 근데 내용도 재밌고 문장도 좋고 다 좋은데 역시 단편은 감질맛나서 안되겠다. 그래도 한 권은 되야지~
다음엔 장편소설을 주문해야겠다. 

그리고 오늘 아침, 오늘은 모처럼 통역일을 하러 종로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갈껀데, 가는 버스 안에서
백퍼센트 졸거라고 확신하면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버리지 못해 가방에 김연수 책을 넣고 집을 나섰다.
전철에서 (이것도) 모처럼 앉아서 가게 되서(뭔 새벽 6시에 전철에 사람이 그리 많은지...) 잘까 책을 볼까 고민하다
책을 꺼내들었는데, 오오! 이게 의외로 술술 읽히는거다. 친구가 그때 '쉽게 쓰진 않는데 좋아' 이렇게 말한거 같은데
나는 다 읽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친구 6월 말에 시험 끝나면 물어봐야겠다.

모처럼 읽은 두 권의 한국 소설이 꽤 좋아서 기쁘다. 다 읽으면 리뷰 고고.
생각난김에 오늘 다른 소설들도 찾아놔야지. 친구한테 생일선물로 책이나 사달라할까.

  
posted by steadyoung
2010. 5. 27. 11:0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몇 년 전에 신문을 읽다가 '워킹푸어'라는 말을 봤다. 딱, 느낌이 왔다. 모른척 할 수 없었다.
여태까지 우리집이 그랬듯, 장래에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워킹푸어라는 말을 몰랐을 때 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러나 막연했던 사실과 현상과 불안에 드디어 구체적인 형태가 부여되었다.
시름시름 앓다가 병원에 가서 정확한 병명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2006년 NHK가 '워킹푸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NHK는 사람들이 정말 정말 안보는 채널이라ㅡ_ㅡ;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책의 소개가 의심스러웠지만,
'프리터'를 젊은 것들이 정규직으로 일하기 싫고 책임감이 없어서 대충 먹고 사려는 한심한 생활방식으로 여겼던
예전의 인식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다소' '바뀌어가고' 있나? 할 정도로
미미하게 변화하고 있다는게, 최근 몇 년 사이의 일본을 지켜보면서 느낀거다. 
 
그래도 일본이 워킹푸어, 워킹푸어 할 때 마다 코웃음쳤다.
더듬거리는 일본어와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의 외국인 노동자(=본인)가 하루에 12시간 노동을 일주일에 3~4번,
이삼일은 더러 7시간 정도만 일했고,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 많으면 이틀은 쉬었다.
이렇게 일주일을 열심히 일하다보면 한달에 17만엔~21만엔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5만5천엔 짜리 원룸에서 혼자 살면서 열달을 꼬박꼬박 일해서 60만엔을 모았다.
빚 없이 혼자 살기에는 충분했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한국 돈으로 환산해서) 2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 일본의 사회 구조가 부러웠다.

그래서 일본이 '워킹푸어'라고 말하며 '호들갑'을 떨 때 마다
"그래도 아직 너넨 사정이 한국보다 좋잖아! 버럭! 이것들이 또 오바하고 있네!!" 하며 심통이 났다.
2008년에 일본 다큐멘터리 '조난 프리터'를 볼 때까지만 해도
(주인공이 생각보다 비참해서 놀라긴 했지만) 아직 젊으니까 좀 더 열심히 하면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너가 잘 못하고 있는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일본인데, 에이, 하는 생각.

조난 프리터 감상문  http://alivehiro.tistory.com/entry/조난-프리터
다시 읽어보니까 식겁하다. 뭔가 사회가 잘못된 것 같긴 하데 니탓이 더 큰거 아냐?  딱 그 취지의 포스팅-_-;;;)
 
데 이번에 산 '워킹푸어'를 읽어보니 일본의 워킹푸어 현실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비참하고 훨씬 심각했다.
근근히라도 먹고 살 만한 건 대도시 뿐(그래도 도쿄에서 하는 무료급식 이용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단다),
가령 토호쿠(동북) 지방의 아키타 현에서는 폭설이 내렸을 때 형제 두 명이 집안에 갇혀서 '굶어죽고'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했던, 평생 열심히 일해온 중소기업의 사장은 자살을 했다.
시골에서는 하루에 잠을 세네 시간 밖에 못자고 일해도 20만엔에 훨씬 못미치는 돈을 벌게 되고,
부양해야할 가족이라도 있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빈곤의 악순환은 계속 된다.

게으르고, 부지런하지 못해서 이런 '결과'를 얻은게 아니다.

회사가 망하고, 돈을 벌어오던 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지고, 인과관계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빈곤과 노동이
어느날 갑자기 그들 삶을 담보로 횡포를 부리기 시작한다.

섬유 관련 영세& 중소 제조업체들이 촘촘히 얽혀서 수익을 창출했던 한 지역은
살아남기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업체들의 증가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나마 한 시간에 500엔을 주고 아침부터 밤까지 부리는 중국인 노동자 덕택에 아직도 필사적으로 일하는 업체들은
'불법'이긴 해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다.
중국에 모든 생산공정을 두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질좋은 의류를 만들고,
인건비를 대폭 삭감시킨 덕분에 저렴하기까지 한 유니크로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장 야나이씨는 이번에 일본 부호 1위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내가 지금도(바로 지금! 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순간에도) 입고 있는 유니크로의, 세일해서 19000원이었던 원피스는,
그런 영세 업체들이 중국에 일감을 빼앗긴 덕택에(?) 나올 수 있던 결과물인거다. 

(일본판 워킹푸어)


한국처럼 모든걸 사회탓으로 돌리려는 심보가 매우 강하고
남에게 싫은 행동을 좀 하는게 거리낌없는 나라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고 극도로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습성상,
지금처럼 워킹푸어가 일상용어로 널리 쓰이게 된 상황이 지속되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결말이란
'자살' 밖에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마저 들었다.(무서운 얘기다)

한국사람들이 소위 타인에게 '무례'하거나, 자기 감정을 있는 대로 표출해서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경향을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단점이 아니라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게 된 건 최근 일이년 전의 일인데,
일본 사람들이 '워킹푸어'에 관해서만은 한국 사람들처럼 '모든 걸 사회탓으로 돌리고' 밥 못먹어서 죽을 것
같으면 밥 좀 달라고 '남에게 싫은 행동을 좀 하는게' 어떨까 싶었다. 자기 힘이 딸릴 때도 있는데 너무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한다. 워킹푸어는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문제가 아닌데, 묵묵히 꾹 참고 있는 모양이
참 마음 아팠다. 답답했다.

(일본판 워킹푸어-해결을 위한 길-이라는 책도 나왔네)


개개인의 인생이란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지금의 처지란 너 자신이 살아온 여태까지의 인생의 결과라는 사고방식이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일본에서,
최근이라고는 해도 사회를 향해 빈곤과 노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정부에게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건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워낙에 미리 대비해야 성에 차는 족속들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난 프리터에서는 2007년, 하라주쿠에서 프리터와 워킹푸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약 2000명 모여
행진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다큐멘터리니까 물론 실제로 있었던거다).

얌전한 사람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동조차 안하는 것 처럼 보이는 묵직한 사회를 어떻게 들썩이게 만들지 너무 궁금하다.
부디, 잘 해결되면 좋겠다.
모든이들이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죽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일 만큼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공포스러웠던 이유 가장 큰 이유.
한국은 일본 시스템을 홀딱 베껴와서 사회를 굴렸으니 일어나는 문제도 비슷하다.
덕분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본이 겪고 내다버린 문제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물론 역사적인 맥락이나 문화적 특성이 다르다보니 똑같은 양상으로 발전하진 않지만,
뒷골이 서늘할 정도로 같은 길을 걷는다.
그러다보니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다보니 안좋은 일은 시간차를 두지 않고 동시에 겪는다.
일본보다 서민층의 저력과 수가 떨어지는 한국의 워킹푸어,  

부모님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내 미래의 얘기일 수 있다.

그래서 같이 주문하고 말았다.
4천원 인생.

아직 읽는 중이라, 다 읽는대로 정리.


+글이 너무 심심한 것 같아서 이미지를 찾다가, 88만원 세대가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존에 가니까 어떤 사람이 리뷰를 올렸는데

表紙は柔らかいが、中身は…原著の意図の曖昧さは翻訳作業でより分からなくなっている印象…。
韓国人にはありがちな書き方なのだが、門外漢の日本の若者…読んで欲しい対象にメッセージは届くのだろうか。
出版したことには評価…もっと翻訳しやすい本はなかったのかな…残念!

표지는 책 내용이 딱딱할 것 같지 않게 생겼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애매한 저자의 의도가 번역을 거쳐서 한층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인들이 대체로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건 알겠으나 이 사실을 모르는 일본의 젊은이들,
즉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메시지는 전해질것인가.
출판 사실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나 좀 더 번역하기 쉬운 책은 없었을까. 안타깝다.

뭐지?? 뭐야!! 韓国人にはありがちな書き方,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글의 방식!! 
아, 읽어보고 싶다. 읽고 뭐가 다른지 느끼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글의 방식'을 알고 있는거지? 
궁금하다.

 
posted by steadyoung
2010. 5. 17. 01:40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서울도서전에 다녀왔다. 코엑스 나들이 고고.

금요일날 다녀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씨 사인회를 구경하고 왔다.

근데 말이 사인회고, 한시간 좀 안되는 시간 동안 자기 하고 싶은 얘기 다 하고 질문받고 그랬다-_-;
에너지 넘치는 아저씨일세.
소설을 그렇게 그득하게 써놓고 아직도 할 말이 그렇게 많아...

근데 아저씨가 넘 유쾌해서, 열살 열한살로 추정되는 어린이분의 재기넘치는 질문도 그렇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폰카로 찍어보았다. 이럴 때 디카가 아쉽다.


근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올줄은 몰랐다.

베르베르 아저씨의 인기 완전 쩔었다...



프랑스어를 진득하게 들어본 건 처음인데, 친구가 할 때는 징그러워서 입을 어서 닫으라고 호령했지만
베르베르 아저씨의 프랑스어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글고 옆에서 통역하시는 분 너무 멋졌어요... 멀리서 바라보는 통역가란 정말 멋진 직업인 것 같다.
나도 역시 통대나 갈까봐...하는 생각을 십초 정도 했다.



베르베르 아저씨가 온 이유는 올해의 주빈국이 프랑스이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오늘 나와 함께 구경했어야 할, 프랑스어 가능한 친구가 못왔기 땜시...
쓸쓸하게 둘러볼 뿐이었다 흑흑.


작년 주빈국인 일본이었고, 덕분에 서울 국제 도서전을 준비하느라 주최한 협회에서 3개월 정도 일을 했었다.
팀장 덕택에 기분 더럽게 끝났던 모 영화제에 비하면
좋은 경험에, 좋은 사람들에 정말 너무도 기분 쌍콤했던 날들이었다.
(물론 너무 피곤해서 눈 밑이 거북이처럼 갈라졌던 걸 빼고는 ㅡ_ㅡ;;;)

가서 언니들을 보고, 과장님 보고 그러니깐 참 좋았다. 우헤헤.
언니들 덕분에 베르베르 사인회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헤헤헤) 그렇게 앉아있자니
작년에 사인회네 대담회네 진행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벌써 일년이란 말을 아찔하게 실감하고 돌아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축제를 보내지만, 시간만 일년이 싸악 흘렀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막 수다를 떨면서
대학 졸업 후 바로 시작했던 도서전 일을 필두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경험했는데
도서전을 홀로 배회하고 있자니 시간'만' 흐른 것 같아서 뭔가 이상했다.

언젠가 다시금 다른 형태로 도서전과 연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베르베르가 부러웠으니 작가로라면 너무 꿈이 큰가.
아니면 그림 그리는 친구가 북아트 같은 거 시작해서 부스를 내서 그걸 도와준다던가...ㅋㅋㅋ
아님 일본 주빈국 한 번 더해! ㅋㅋㅋ

 해가 거듭될수록 발전하는 도서전이 되길 바라며.

수고하셨습니다!!! 
posted by steadyoung
2010. 4. 14. 11:38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 김정운씨!

그 책을 너무너무 재밌게 읽은지라 기대만빵인 마음으로 <일본열광>을 사서 열심히 읽었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걸 제어하지 못해 이 즐거움을 좀 더 오래 맛보고자 중간에 힘겹게 책을 덮을 정도였다 ㅠ.ㅜ

아저씨 너무너무 웃기고 좋다 ㅋㅋ
아저씨가 원한다면 빨간 망사 파란 망사 찢어진 망사를 신고 광화문 앞을 거닐 자신이 있다 ㅋㅋㅋ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고 좋았던 건,
나 자신이 참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이란 걸 여러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한달 전이라 가물가물한데-_-;;
행복이란게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매우 주관적인 정신상태이지만,
그걸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수 있다면 나의 행복도는 꽤 높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

인간은 감탄하고, 감탄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도 그럴듯하니 멋지고.

가끔 동생이 계란말이를 만들(어주)거나, 데릴러 나올 때 
난 항상 "동생이 누나한테 이렇게 대해줘서 누난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너무 맛있어! 동생 너무 멋져!!" 라는
닭살 쩌는 멘트를 뻥뻥 날리고,
(자, 누나의 오늘 복장에 대해 칭찬해봐, 누나의 현재 상태에 대해 칭찬해봐, 라는 나의 요청에 응해ㅡ_ㅡ;;;) 
동생이 나를 칭찬해줄 때가 있는데, 그런 일상의 사소한 '감탄'들이 내 삶을 매끄럽게 돌아가게 만든다는 생각에
소소한 일상의 한층 더 즐거워졌다.

그래서 친구한테 감탄하며 살아야한데! 하니까 친구가 그래? 근데 넌 너무 과도하게 감탄하잖아!!~ 라고.....

또 여자는 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남자는 안 한 일에 대해 후회한다고,
나도 여태까지 한 일에 대해 후회한 적은 많아도 ㅠ.ㅜ 안한 일을 후회한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일은 일단 저지르고 봐야한다는 나의 지론(?) 덕분에도 그렇지만, 일단 해놓고 후회하는게 
물론 자기 혐오에 빠지게는 만들어도 속은 편해지므로, 앞으로도 거침없이 저지르고 후회하는 삶의 방식을 택해야겠다- 다짐.

<일본열광>은 김정운씨가 안식년에 일본 도쿄에서 생활하며 느낀 것을 문화심리학적으로 풀어낸 책인데,
학문적이라고 하기엔 평이하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제법 알차다. 즉, 좋은 책이란 이야기다. 

일단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40대 중반의 남자가
가족들과 잠시 빠이빠이를 날리고 홀홀 단신으로 말도 안통하는 외국에 가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아저씨에 대한 호감을 한층 업그레이드!!!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새로운 자극과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피곤한 작업을 나이 들어서도 마다하지 않는 것! 나의 로망이다!!!
게다가 일본 문화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문화심리학적-아저씨가 좋아하는 프로이트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으로
풀어낸 것도 매우 재미있었다. 왜 일본 여자애들을 하얀 빤쭈를 최큼만 보여주는가, 등등.

연예인들이 사진 몇 장 찍고 감상적인 문장 몇 개 적어놓고
비싸게 책 파는 것 보면 울화통이 터지는데

(나도 참...그럴 필요는 없지만-_-; 그냥 종이가 아까워서 ...마음이 아프다...)

한가지 생각에 집중 or 집착해서 자기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도달한 과정을 이렇게 술술 풀어낸 책을 보니
전국 일본어과에 일본문화 입문서로 돌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책 마지막장에 가면 아저씨가 생각하는 일본문화의 특징이 나오는데, 사실 그 주제 자체는 일본을 오랫동안 접한
사람이라면 할 법한 생각이라 참신하다고 하긴 어려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아저씨가 아저씨 나름대로의 방법과 시각으로 그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만 13년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일본과 독일이란게 묘하게 공통점이 많지만) 전혀 다른 사회를 체험한 사람의
생생한 일본문화 (감상이 아닌) '생각문'을 보니 나까지 새로운 시각을 갖는 기분이 들었다.

곱씹을수록 흐뭇한 책이다.


p.s 아저씨, 부디 캠핑카 사셔서 글 많이 쓰시길 바래요. 책도 많이 팔렸던데......

posted by steadyoung
2010. 2. 23. 02:2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2006년에 샀던 CSI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_+
사실 다 읽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찾아야할 단어들이 산더미처럼 남아있지만
아아! 셜록홈즈 빨간머리연맹 이후로 두번째, 근데 빨간머리연맹은 학교에서 수업시간 때 다뤘던 거라 갖다 치우면
원서 읽기 첫번째 테입을 간신히 끊은 셈!!!

만원 돈 주고 샀던 CSI 책이 과욕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지 않고 무사히 읽은 책 목록에 들어가서 기쁘다 ㅠ.ㅜ
아 이제 대학교 1학년 때 무슨 지적 허영심에 허덕여서 질러댔는지 모를(대략 27000원 정도;;)
'안드로메이드도 전기양 꿈을 꿀까?' 와, 
'달과 6펜스' '리버보이' '캔뉴킵어시크렛' 최근에 지른 and then there were none 정도만 읽으면...
세 네달은 너끈히 흐르겠구나-_-;;;
나는 멈추지 않고 열심히 사전질을 하겠음!!! 책이라도 읽어야지! 책읽는게 다임!!!
호주뜨기전에 원서 20권은 독파해주마!!
 
....하고....야밤에 혼자 살짝 불타올라봤다.


CSI는 요새 2시즌부터 5시즌정도까지 다시 쫘라락 다 봐주고 다시 2시즌으로 돌아갔는데 아니나다를까 넘 재밌음...
밤잠 못이루고 다시 볼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책까지 읽었으니 나는 씨에스아이를 정말 넘넘 사랑해마지 않는구나! 훗훗!
근데 사실 라스베가스만 봤을 뿐, 것도 6시즌에서 멈췄고, 그 유명한 마이애미는 전혀 본 적이 없어서
요즘 호시탐탐 마이애미를 볼 찬스를 노리고 있다.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재미있었다는 것!
A4 이면지로 대략 25장이 넘게 모르는 단어들이 나왔기 땜시,
과연 내가 전부 다 이해하고 읽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대략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진행 과정이 어떘으며 범인이 누구고 동기가 뭐고...뭐 대략 65~70%정도는 이해한 셈이니
너그럽게 넘어갑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모르는 단어들이 많이 나왔는지라, 거의 절반까지는 고독한 수행을 하듯 참고 봤는데
절반 넘어서부터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대략 흐름이 어떤지 이해가 되서 그런지 조금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확실히 독해 속도가 빨라진 느낌도 찰나였지만 살짝 들었음)
맨땅에 헤딩했던 느낌이 그래도 책을 읽는 기분으로 바뀌었던 그 순간, 짧았지만 아주 최큼 행복했다.

책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말하자면, 드라마 45분이 줄 수 없는 디테일한 부분을 다뤄줘서 좋았다.
킬링타임은 딱 5시즌이 진행될 때, 즉 에클리가 그리섬이 꼴보기 싫어서 캐서린을 야간근무조 반장으로 배정해서
닉이랑 워릭을 넘겨주고, 자기 말 안듣고 그리섬 편을 들었던 소피아, 음주운전에 정서 불안인 말썽쟁이 새라와
DNA LAB을 박차고 뛰어나온 그렉을 그리섬에게 휘릭 던졌던 그 때라,
서로간의 미묘한 감정이나 개개인이 상황이나 어떤 인물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자세히 다뤄줘서 드라마로는
목말랐던 인간들에게 오아시스 제공 퓍!

워릭의 피해자 남편(=가해자로 찍혔었던)에 대한 상냥한 배려라던가, 신참 그렉의 불안과 초조, 
그리섬 성격을 매우 싫어했던 사건의 진짜 가해자와 그리섬의 줄타기 뭐 등등.
책 자체가 재밌다고는 보장못하지만 씨에스아이가 좋은 사람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한때 몇 권씩 빌려서 읽었었는데 과연 내가 안읽은 씨에스아이 소설은 뭐가 남아있을까.

여튼, 당분간 씨에스아이 버닝은 계속 될 것 같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12. 15. 04:0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얼마 전 무비위크에서 언니네 이발관 신보 기사를 읽었다.
언니네 이발관은 고등학교 때 음악 좀 듣는다고 잘난척 하고 싶었을 때 듣던 시늉하던 음반이었는데
지금도 그저 졸립고 조용하고 우울하다는 막연한 감상 이외의 어느 느낌도 남아있지 않으니
좋아했다고 말하기는 부끄러운, 그런 밴드, 그런 음악이었다.

아직도 활동하고 있었구나 싶은 놀라움과 아주 약간의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블로그에서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에 대한 리뷰를 읽었다.
그리고 최근 무비위크에서 이석원씨 인터뷰를 읽었다.
그리고 길가다 서점에서 깨작깨작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제 교보문고에서 보통의 존재를 주문했다.

언니네 이발관을 모르는 사람이 책을 읽었을 때의 좋은 반응이 기분 좋다고 했는데,
나는 언니네 이발관을 알고 있어도 이석원은 모르는 사람이라, 내 좋은 느낌에도 기분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직 읽고 있는 도중이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염세적이라느니 사랑을 믿지 않는다느니 하는 다소 일반적인 평가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느끼기 나름이지만...

그저 그는 너무도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건(했던건) 아닐까. 그만큼 순수하다는 거겠지.
사실은 나보다 나이도 띠동갑 이상으로 많은데,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감정의 결벽증 같은. '적당히'라는 말로 자기 자신을 속이기 힘든 타입이 아닐까 싶다.

내가 피식 웃은건 '희망'이란 부분인데,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기 때문이다.
(나는) 삼일치 온전히 밝게 행동하기 위해 사일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생활이 필요하다.
즉, 장단점과 같이 밝음과 어두움, 희망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 같은거다. 샴 쌍둥이 같은거다.
희망을 가지려면 절망도 해봐야하는 법인데, 그의 말대로 싸구려 희망과 긍정이 미덕인양 칭송맞는 건 
베스트 셀러 코너는, 리더쉽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나 앞다투어 출간되는 재태크 책 만큼 보기 좋지 않다.
(물론 밑도 끝도 없이 어두운 인간도 싫다)

특히 어머님이 부적과 점을 믿는데도 집안이 기울어가는 걸 두고 뭐라 하고 싶었던 나날들은
믿는 대상을 기독교로 바꾸면 고스란히 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믿어도 별 거 없는데...
하지만 엄마를 지탱해준건 엄마가 믿는 신이었으니, 나는 조금 감사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런 복잡다단한 심정들.

그가 말하는 것들은 내게 너무도 일반적이라 편안하다.
나 이외에도 편안함을 느낄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게 썩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건 이석원씨가 그만큼 공들여 생각하고 글을 썼다는 증거거 되겠지.

마저 읽어야겠다. 
기대가 된다.
그는 음악보다 글이 잘 맞는다고 했는데,
나도 그의 음악보다 그의 글과 잘 맞는 것 같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12. 3. 04:1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밤의 피크닉을 다 읽었다.
책장을 덮었을 때 주인공들처럼 함께 한참을 걷고, 피곤한 몸과 부은 다리를 이끌고 
간신히 교문에 도착한 기분이 들 수 있었던 건,
중간중간에 의식의 흐름이나 주변 경치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곁들어졌기 때문일테다.
나는 묘사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야기 전개를 해줬으면 하는 장면에 덤덤하게 묘사를 하고 있으면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기분에 안절부절 못하고 책장을 훌훌 넘겨버린다.
하지만 묘사덕에 나도 엎드려서 달린 격이 되었으니,

다카코와 도오루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 건
일상에서 벗어나 '밤' 이러는 시간대를 두고 기나긴 거리를 걸어오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늘 지니고 있던 '힘' 같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교문'이라는 결승점이 둘의 '화해'를 단순히 한순간의 격양된 감정 탓에 벌어진 사건이 아닌,
내면의 나와 마주섰던, 둘의 진심이 맞닿았던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주었으니,

'두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있는 힘껏 부딪힐 다카코와 도오루가 웬지 부러웠다.
서로의 존재가 상처가 되면서 위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그 순간이 부러웠다.


나도 걷다 지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11. 28. 03:5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과외남과 공부하는 방의 책장에는 일본 소설들이 몇 권 있다.
과외남이 읽을리는 없고, 누구꺼니? 물어보니 친척 형 책이란다.
쉬는 시간에 과외남이 나가고 없으면
이 책 저 책 들춰보다 맘에 들면 빌려서 집으로 갖고와 읽는다.

과외남의 친척형은 온다리쿠를 좋아했는지 책이 몇 권이나 있다.
나는 유지니아를 중간까지는 잠도 안자고 흥미진진하게 보다가 결말에서 크게 실망했는데, 
어제 읽은 '불안한 동화'도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근데 오늘 쉬엄쉬엄 들춰본 네버랜드가 생각보다 재밌어서 다른 책들도 읽어볼 맘이 생겼다.

오사무의 '철새'가 되고 싶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나도 철새가 되고 싶다.
직인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무언가에 미친듯이 매진하는 삶의 방식을 동경하면서도
그렇게 무언가가 삶의 전부가 되는 방식은 적어도 지금의 내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책임을 지기가 두려운건지, 가능성을 포기하는게 두려운건지
이래저래 이유를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프로'가 되는 것 만이 참다운 삶의 방식인지 물어보고 싶다.
철새처럼 사는 것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나름대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건 틀린 방식이 아니라 그저 다른 방식에 불과하지 않나.
나는 결국 열심히 나를 합리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뿐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좀 더 다양한 삶의 방법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게 세상을 조금은 평화롭게 만든다는 건 옳은 말 같다.

남들에게 '당신도 그저 남다르지않게 살고 있군요'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남들에게 '당신은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삶을 살고 있군요'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삶을 영위한다는 본질은 같다, 정도로 정리하면 무난할까.
   
posted by steadyoung
2009. 11. 12. 23:53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이사카 코타로의 모던타임즈를 읽고 있다.

이거 너무너무 읽고 싶었는데 엔고 때문에 무려 27000원을 육박하는 단행본을 살 엄두도 못내고
기약없는 문고본 발매를 기다리기도 지쳐가던 상황에
북오프에서 10200원에 건져서 오마이갓!을 외쳤다. but!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검색에서 감시가 시작된다는 흥미진진한 카피문구가 무색하군뇨.
이야기 전개가 느슨하고 그 사이사이에 들어가있는 대사와 설명이 그리 재밌지도 않고~
나야 이사카 코타로 식의 조크와 유머가 좋아서 쿡쿡 웃긴 했지만 
그것도 계속 되니까 지루하다.

읽다보면 어라라라? 이건 어디서 들어본 이름과 상황일세???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데
'마왕' 읽었을 때 기억이 생생한 사람들은 이 책 읽는데 도움 좀 되겠다.
원래 이사카 코타로는, 다른 소설의 인물들이 이 소설 저 소설 잘 나오긴 하지만
마왕과는 근본이 같달까, 주제의식이 비슷해서 그런지 
그저 '등장'만 했던 여태까지의 상황과는 달리 제법 무게도 비중도 있다.

재미없는 건 부분부분 건너뛰고 읽는데도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간다.
얼마전에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를 주말 내내 읽었던 것에 비하면....너무 기대 이하얌...

근데 이사카 코타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책들을 쓰는걸까.
이야기나 주제나 다소 어설프고 허접했던 마왕에 비해서
(모던타임즈는) 훨씬 촘촘하게 구성되었다는 느낌도 드니, 이제 그만 줄창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욤.
전부터 생각했지만, 당신은 무정부주의자입니까? 하고 묻고 싶어졌다.

그래도 국가를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물에 비유한건 참신했다.
듣고보니 그렇기도 해- 싶었다.
이 정도가 모던타임즈에서 쪽쪽 빨아먹을만한 맛이 있고 그 외에는..쩝쩝..  

하- 빨리 다 읽어야 다른 걸로 넘어가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모던타임즈를 보고 한숨.
    


  
posted by steadyoung
2009. 10. 12. 22:08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고등학교 때 사둔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아마 고등학생 때 읽고 감명(?)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샀거니 싶은데, 몇(십) 권만 소장하고 있는 원피스, 헌터헌터,
백귀야행, 내 남자친구 이야기, 나나와는 달리 4권이라는 짧은 권수 덕택에 '전집 소장'이라는 명예에 빛나는 만화책 되겠다.

요시나가 후미는 흔히 '야오이'라 불리는 장르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작가인데(개인적 견해임) 그렇다고 해서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야오이, 흔히 말하는 게이물로 오해해서는, 비록 이성애자이나 나와 다른 성적취향이 존중받길 바라는
본인, 최큼 섭섭하다.
사실 이 만화책을 좋아하는 것 만큼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작품을 다 섭렵할 만큼 부지런한 것도
아니라 몇 년동안 요 책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단편 작품집 몇권 정도 흘낏 거린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야오이라는 장르의 특수성에 주목하기 보다 '인간의 성적취향과 성생활은 개인의 자유임'이라는 배경
을 바탕으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때때로 상처받고 때때로 기뻐할 수 있다는 게 인간의 권리이자 삶이라는 이치를
담고 있다-하면 너무 거창해? 

그치만 작년에 영화화되서 게이물이라는 무수한 오해를 낳은 본 만화책을 (영화의 게이적 색체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그렇고 그런 책으로 치부하기엔 곱씹어볼 장면이 너무 많은 게 아닐까, 만화책을 볼 때 마다 생각함.

등장하는 인물은 쌈박한 네 명 빼고 전부 뜨문뜨문.
재벌가의 손주, 얼굴도 잘생겼고 못하는게 없는 그야말로 이 시대의 '엄친아' 타치바나가 회사를 때려치고 만든 케이크점에,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게이 오노를 파티쉐로 맞이하며 이야기가 시작, 이어서 눈 때문에 복싱을 그만둬야
하는 '링 위의 쟈니즈(=덕분에 드라마는 실제로 쟈니즈인 타키가 이 역을 맡았음ㅋㅋㅋ) '칸다' 가 오노의 조수로 들어오고,
항상 타치바나를 뒤에서 보살피는 덜떨어진 보디가드 '치카게'가 합류하면서
사연 많은 사람들이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조그만한 앤틱 케이크점에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재밌는 건 일상 생활의 소소한 기쁨을 바라는 인물들의 사정이 꽤 유별나다는 점인데,
타치바나가 유괴된 적이 있었다는, 케이크점에 찾아오는 아저씨가 옛날 담당형사였다는 사실,
그리고 유괴범이 케이크를 사면서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을 위한 복선&결말을 포함해 오노네 엄마의 불륜,
칸다의 과거시절 화려한 여성편력, 치카게네 엄마의 가정폭력, 치카게 나름 딸의 출생비화(?) 등,
현실에서 일어나면 손가락질 당하고도 남을만큼의 구구절절한 비극이 개인의 개성(?)으로 거듭나는(?),
현재의 삶의 방향을 좌우했을 망정 지금을 사는 사람의 감정에 엉망진창 영향을 끼치는 않는다는 점이
보는 사람들에게 긍정과 웃음을 주는 포인트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림에 문외한이라 자세한 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요시나가 후미의 그림체도 만화책을 즐기는데 커다란 몫을 한다.
스토리가, 구성이 그렇듯 선 하나로 스윽 그리는 것 같은 깔끔함에 표정 하나하나를 돋보이게 하는 꼼꼼함이 공존한다.

사실, 여자들 보기에 가슴이 설렐만한 포인트-어여쁘고 멋진 남정네들에 대한 성적 판타지-또한 매우 풍부하다는 것,
그 판타지가 말그대로 찔끔찔끔 환상을 품게하기 보다 현실에 기반한 적나라한 묘사를 근거로 성립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다.
오노가 게이바에서 여러 행위를 서슴치 않고 하는 부분이야 직간접 경험이 없어므로 뭐라 말할 수 없으나 타치바나가
자신의 옛 여친과 결혼하는 혼마에게 '이로써 너랑 내가 한 그릇에 섞였다는 품위없는 농담은 안하고 넘어가마'
하는 세련된 진담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부분이야말로 이 만화의 커다란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하하하.


일본에서는 일치감치 드라마화 되어 칸다 역에 타키, 타치바나 역에 시이나 킷페이, 오노 역에 후지키 나오히토,
치카게 역에 아베 히로시 등 눈이 휘둥그래지는 후덜덜 캐스팅 플러스,
에나리 카즈키, 마나베 카오리, 코이케 에이코도 나왔나?....그 담에 생각안나네...
여튼 매화 등장하는 몇몇 게스트들과 함께 이뤄나가는 옴니버스식 구성이 돋보이는 꽤 볼만한 드라마였다.
볼만하다고 말하는 것 치고 두번 안봤으니 역시 그저그랬던 걸까 싶지만
보고 이거 왜 이래 씨$^%^(&) 하고 욕하지는 않았으니 그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다.
아! !!!!!!!!!!!!!!!!!!!!! 욕할 수 없던 이유 생각났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음악이 전부 미스치루(미스터 칠드런)의 곡이었음.
아 이건 정말 절묘하지 않을 수 없다. 선곡이 훌륭하면 그저그런 드라마도 어느 정도 승격될 수 있음을 보여줌.

아직 싱그러운, 징그러워지기 전 타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평가요인. 훗훗.

볼 때 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서양골 동양과자점이라 읽었던 날들에 비하면야 많은 걸 경험한 것 같지만
보고 느끼는 건 사실 그리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10. 4. 14:5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어제는 추석.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큰집가서 아점을 먹고,
추석연휴에도 영업을 한다는 신촌 북오프에 가보기로 결심.
요즘 원서는 요만큼도 안 읽고 있으니
책 좀 사서 공부겸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다.

서울역 북오프는 두 번 정도 가봤는데
신촌 북오프는 매장도 훨씬 널찍하고 물량도 더 많다는 얘길 들어서
기대 반 걱정 반 두근두근하며 갔다.
서울역 매장보다야 2배 정도 큰 것 같고, 무엇보다 신촌에 있다는 게 ㅠ.ㅜ
이리 좋을 수가 없다. 거리상으로도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울 뿐 아니라
책을 휙 보고 번화가에 있는 다른 가게도 구경하고
(이제 더 이상 서울 처자도, 대학생도 아니기에 신촌 홍대 이런데 한 번 나가면 환장)
제법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커피를 취향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좋다.

그래서 어제 평소같다면 휙 둘러보고 나갈 것을 
요리보고 저리봐서 심사숙고한 책들을 블로그에서 자랑해야겠어용.

1. 료마가 간다 1, 2 -시바 료타로


원래 8권이 완결인 장편소설, '료마가 간다'
일본의 대문호, 국민작가 등, 온갖 거창한 칭호를 마구 사용해줘도
아까울게 없을 정도로 사랑받는 작가 '시바 료타로'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이(라고 생각함) 바로 '료마가 간다'

사실 소설이 재밌다는 점도 있겠지만 '사카모토 료마'가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다는 점도 무시못할듯.
나는 식민지 시대의 원점이 바로 메이지 유신이라고 생각하는데 ㅠ.ㅜ
그 메이지 유신의 서막을 열어제낀 인물이 바로 사카모토 료마.
2004년 NHK 대하드라마 '신센구미'(신선조)에도 사카모토 료마(에구치 요스케)가
등장하는데, 드라마 속의 허구적인 모습-특히 어색한 사투리 ㅠ.ㅜ-을 쫙 빼고도
'세치 혀'(물론 더 많은 걸 이용했겠지만)로 두 번(사츠마&쵸슈)을 화해시키고,
 번과 막부가 동맹을(대정봉환)을 맺도록 주선(?)한 점은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으레 그 시대가 그랬던 것 처럼 젊은 나이에 암살로 죽음을 맞이한 점도
'난세의 영웅'답다면 답다. (그 시대에는 전부 자기가 맡은 소임이 끝난 후 고이
암살당하는 느낌이 든다-_-;)
여튼 남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해냈을 일을 휘리리릭 해내고 역사에서 사라진 것도
사카모토 료마를 우러러 보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오래오래 살아있었다면
뭘 더 해줬을까 싶은 기대가 있겠지, 일본인들은.
사카모토 료마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때 살짝 경로를 바꿔서 조선땅에 떨어졌다면,
그래서 일본의 메이지유신이 늦어지고 한국이 먼저 현명하게 개국을 했더라면,
식민지 시대 피해자의 아픔이 어쩌면 가해자의 반성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공상을.... 한 때 맨날 했다. 
(제국주의 나빠욤! 하기에는 너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즘이기에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 그리고 세계의 주역에 서고 싶다는 로망을 반영한다면
식민지 지배를 두고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게 비교적 현실적인 상상의 나래 아닌가 함) 

내년 NHK 대하 드라마에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사카모토 료마로 변신한다는 썰이
있던데 사실이얌? 코피 예약이야 이건!!     

여튼, 잡썰이 길어졌지만 그래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소설.
8권까지 다 사기에는 읽기도 전에 분량에 숨막힐까봐 2권까지만 구입했다.
한권에 무려 2000원. 북오프 사랑해용.


2. 오쿠다 히데오 방해자 상, 하


'쟈마'라고 써있는데 한국어 역으로는 '방해자'란다.
오쿠다 히데오는 늘 재밌게 읽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나에게 있어서
미야베 미유키에 이어 절대로 실패&실망하지 않는 작가이다.
이사카 코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이 뭥미? 싶은 작품도 가끔 있어서 늘 재밌다고 하기 좀 그런데
책장 넘어가는 속도와 내용을 견주어도 어느 하나 뒤떨어지지 않는 오쿠다 히데오.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공중그네'와 '인더풀'도 물론 좋지만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최악'에 더 하악하악 갈채를 보낸 사람이라면
'방해자'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3. 비트 다케시  '다케시의 20세기 일본사'&'모두 자기를 모른다'


영화에 관심이 있고, 그 중에서 일본영화, 특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트 다케시와 기타노 다케시가 동일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을 듯.
기타노 다케시 영화 좋아하는데 비트 다케시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은,
그럼 기타노 다케시가 원래 코메디언이라는 건 알고 계셨는지?
독설 만담 콤비로 아사쿠사- 나아가 텔레비전-그리고 일본을 주름잡았던 
기타노 다케시의 코메디언 시절(? 지금도 코메디언으로 활동하긴 하니까...)의 예명이
바로 비트 다케시이다. 콤비명 '투비트'.

현재 일본에서 와카테들이 한 수 접어주는 존재는 다운타운이지만, 다운타운이
뜨기 이전에 시마다 신스케 콤비(신스케류스케)가 있었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투비트. 투비트와 신스케류스케는 언뜻 시기가
겹치는데, 1980년 대 초중반이 바로 일본에서 '만담 붐'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그럼 여기서 혹시나 일본의 오와라이에 관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보다가
이것저것 주워들은게 많으신 착하신 어른분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 있겠다.
그럼 '더 드리프터즈'는요?
시무라 켄, 춤추는 대수사선의 와쿠상으로 유명한 이카리야 쵸스케,
요즘 한냐의 가와시마가 부지런히 흉내내는 나카모토 코지 등으로 구성된
드리프터즈는, 만담이 아니라 꽁트 그룹이기 때문에 누구 위에 누가 있고, 하는 계보에 끼워넣을 수 없다는 결론이예욤*^_^*

현재 타모리, 산마와 함께 일본 빅3로 불리는 비트 다케시는 
어쩌면 위험하고 또 보수적이라 꽤나 진부하게 느껴지는 시선으로
일본과 세계의 정세에 대해 독설 만담가 출신 답게 이 말씀 저 말씀 쓴소리를
부지런히 하고 계신데, 그런 책 시리즈 중 매우 흥미를 끄는 제목을 하고 있어서
고른게 바로 저 위의 책들.
한국에서도 위험한 일본학, 혹은 생각노트 등의 책이 번역출판되었는데
정말 딱! 기대치만큼 충족시켜줘서 흡족했다.  
사실 거기 있는 책 다 사고 싶었는데 꾹 참고 두 권만 골랐음...
어차피 비슷한 말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 이사카 코타로 모던타임즈!
 

엉엉. 내가 이 책 얼마나 읽고 싶었는데. 흑흑흑.
무려 원서가 27000원이 넘는 가격이라 차마 구입할 수 없었다 ㅠ.ㅜ
7월에 일본갔을 때 북오프에서도 못찾았음 ㅠ.ㅜ
문고본 나올 때가 언제인지 기약도 없음 ㅠ.ㅜ
했는데 두둥! 발견했다. 만원 정도 했다. 이건 두말할 것 없이 사줘야지!!! 
이 날 산 모든 책 들 중 '나를 위한 선물' 이라는 낯간지러운 멘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책 되겠다. 


5. 일본문화연구소 메즈메즈 교토


그림이란 참 신기하다. 요 그림체, 이 턱수염 외국인 아저씨는
분명 작년에 학교 도서관을 배회하다가 발견한 그림책(?)에서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하던, 그 아저씨 아닌가! 게다가 그 아저씨가 내 달링이라고 자랑하는
그림 그리는 아줌마...
킥킥 몇 분 정도 읽었던 책인데 그림이라 그런지 들춰보는 순간 뭔지 알았다는...
게다가 타이틀도 거창하다. 그때는 분명 내 달링은 외국인 이런거였는데
이번에는 '일본문화연구소'래...
쳇, 이유없는 질투를 뿡뿡 하면서도 교토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달래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 골랐다. 여태까지 고른 책들이 글만 빡빡하게 있는 책이라
그림도 있어야 책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6. 마츠오 스즈키  영원한 10분 지각


나는 이런 걸 월척이라고 부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3000원 코너에서 빛나고 있던
이 책을 단숨에 낚아챈 내 눈에 브라보~

특히 인상적인 '출연'작을 고르자면 맨하탄 러브스토리에서 도이가키,
인더풀에서 이라부(뚱땡이 의사-이 아저씬 하나도 안뚱뚱하지만) 등이 있겠다.
즉, 이 아저씬 연기를 하고, 실은 극본을 쓰며, 원래는 연출도 하는 그런 아저씨이다.
어떤 의미로 미타니 코키와 견줄 수 있음. '웃음'을 베이스로 삼고 또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어제 쓴 정약용&이상에 비하면 훨씬 풍부한 내용의 포스팅이 되겠군...ㅡ_ㅡ;)
더욱 잔가지가 풍부한 게 바로 마츠오 스즈키의 극단 '오또나케이카쿠(大人計画)'와
거기에 소속되어있는 '쿠도칸쿠로' 등인데, 주류 속의 비주류로 당당하게 사랑받는
이 집단과 인간들, 그들의 작품들을 한 줄 한 줄 언급하려면 포스팅을 시리즈로... 

여튼 그 아저씨가 이래저래 써댄 걸 긁어모아서 만든 책이란다.
날 어떻게 낄낄거리게 해줄지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흑흑


7.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떻게보면 이게 가장 생뚱맞은 구매인지 모르겠다. 가격도 젤 비쌌다. OTL
근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니, 귀 얇은 본인에게 가장 훌륭한 떡밥이지 않나.
그리고 료마가 간다에 비하면 너무너무 최근 책이다. 2008년 12월@_@
다양한 그림과 도표, 사진들이 나와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참고할 수 있는 부분,
공부가 되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았다. 현대문명의 헤택을 넙죽넙죽 받아먹고 사는
주제에 뭐 하나 아는게 없고, 홍보 관련된 수업 어느 하나도 듣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반(半)현대문명인으로서 앞으로의 프리랜서 서바이벌 시대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정보를 우적우적 씹어먹겠다는 일념으로 질렀다. 


8. 고미타로 어른 문제 


이틀 전에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고미타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어쩐 일로 알고 있었을까?
작년에 영화제 자원활동 통역하다 알게 되서 지금도 난데없이 전화하고 메일하는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일본의 한 무명ㅋㅋ감독(학생이 정확한 표기? ㅋㅋ)애가
나한테 추천해준 작가가 바로 '고미 타로' 이다.
실은 이 아저씨, 그림책 작가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을 그리는데 한국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아저씨라 많은 책들이 번역출판되었다.
나는 '바다 건너 저쪽'이라는 그림책을 읽어봤는데
그림의 구성, 색채, 그리고 내용이 사람을 참 두근두근하게 해서 친구가 추천해줄만
하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내가 산 책은 그림책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한 책도 아니다.   
어제 사자마자 커피점에서 그새를 못참고 읽어봤는데 아- 몇 번을 낄낄대고
감탄했는지 ㅠ.ㅜ 정말 나는 책을 너무 잘 사는 것 같아.
....ㅡ_ㅡ; 특히나 감동적인 멘트는 바로
'인생, 하고 싶은게 있다면 나름 무르기도 하지' 라는,
어설픈 번역으로 죄송한데 ㅠ.ㅜ 여튼 감동을 백배 먹었다.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9. 미타니 코키 평범한 생활


7월달 북오프에서 100엔 주고 산 미타니 코키의 엣세이가 너무도 감명 깊어서
또 그런 엣세이를 사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 내 눈은
브라보를 넘어서 완전 마법의 눈깔! 
구성도 표지도 너무 비슷해, 근데 다른 책이야 ㅠ.ㅜ 눈물이 날만큼 기뻤다.
나는 또 낄낄 웃을 수 있겠지. 지난 번 엣세이를 읽고 신센구미를 봤는데
(신센구미 대본쓸 때 썼던 엣세이라...)
이번엔 또 어떤 드라마, 영화가 땡길까? 두근두근.


이상, 책을 잔뜩 사고 커피를 홀짝 마신 뒤 옷을 최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데 온 몸 구석구구석 스며드는
행복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반백수(좋게 말해 프리랜서)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건 아직도 난제지만
그래도 내키는대로 사는 생활이란 정말 멋지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9. 20. 11:52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딱 작년 이맘 때 쯤 스폰지에서 일본 인디 다큐 페스티벌을 했다.
나는 '조난 프리터'와 한 포크 가수의 콘서트(이름 생각 안남;;)를 보았고,
'아마추어의 반란'도 보고 싶다고 체크를 해놓았는데 결국 못보았음.
아마추어의 반란은 고엔지에 재활용 가게를 꾸려가며 선거를 치뤄낸다는
어쩌고 내용이었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가난뱅이의 역습'이란
책을 뒤적거리다 보니 바로 그 영화가 나오는게 아닌가...
보고 싶다고 체크한 영화는 바로바로 봅시다...OTL

8월 초 어느 다큐멘터리 방송에 손모델 비슷하게 협력(?)하러 가서
놓여있는 잡지를 뒤적거리던 중,
마츠모토 하지메씨의 인터뷰가 실려있어 읽다보니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구입을 했으니 늦어도 참 너무 늦네용.

책의 내용을 따지기 전에 한마디 불평을 해보자면
그림이 너무...사람 손 안가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최규석씨 죄송하지만...
책이 책이다 보니 귀엽고 깜찍한 그림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그림이 표지가 되느니 그냥 책 제목과 간략한 디자인으로 밀고나간게
책의 내용과 주제에 더욱 부합하는 건 아닌지.
11000원 주고 사기 너무 아까운 그림이었다. 다 읽은 지금도 거듭 생각함.
요즘 내용은 그대로인데 알록달록 표지만 바꿔서 두세번 출판,
책을 하나의 팬시 소품화 하는 경향도 문제지만
이건 좀 성의 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사고 두고두고 읽을 소비자의 마음에 먹구름을 뭉게뭉게...

어쨌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가난해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단순히 절약 운운하는게 아닌, 가난한 삶에 대한 정의와 접근법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몇년 전 부터 하류사회, 격차사회, 워킹푸어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빈부 격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 몇 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평민인 우리가 뼈빠지게 열심히 일해 손 안에 쥘 수 있는 건
결국 물질적 정신적 빈곤일 뿐.

그러므로 다들 그런 삶은 때려치우고! 돈 없어도 (나처럼) 잘 살 수 있으니
발상의 전환과 용기있는 행동으로 '없는 삶'에 임해보는 건 어떠셈?

이게 바로 화자가 우리에게 목청 높여 외치는 한 말씀 되겠다.

무식하게 용감한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실천해온 마츠모토씨의 수많은 일화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고,
이 책이 단순히 에세이(?) 자기계발서(?) 지침서(?)를 뛰어넘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근거로
'공동체적 삶'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조한혜정의 '다시, 마을이다'와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듯이
돈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부자들과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영세업자, 중소상인, 조직 말단의 일원인 개인들의 침몰하는 삶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공동체'에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면 너무 진부하지만 어쩌면 정말 그 방법 밖에는 없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끔 한다.   

대형 브랜드점 커피보다 소자본 창업 커피점을 애용하고,
대형 마트보다 동네 슈퍼에 장보기를 실천화해야한다는 구체적이고 소소한 주장은,
서로 돕고 사는 '넝쿨'과 같은 삶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거대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인간성을 지켜나가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절실한 외침이지 않을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돈 쓰는게 정말 낙이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서 나와 내 주변을 물건으로 휘감으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데,
한 번씩 대청소를 할 때 쓸어버리는 많은 물건들을 보면 참 허무해진다.
돈이 중요한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같은데,
돈 이외에도 중요한 게 있다는 건 더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 한 번 읽어보면 
내 삶 속 내 마음 속 보이지 않았던 것들, 가려졌던 것들이
현실이라는 장애물을 제치고 조금씩 제 주장을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마츠모토 하지메는 회사를 그만두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으니 우리에게 오라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왈, 기분 나쁘면 한 대 때릴 수 있다. 우린 엔터테이너가 아니다.

요는, 당신이 지금 삶에 회의를 느낀다면,
그거 말고도 살아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당신이 무언가 하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스스로 살아가돼 서로 의지하는 동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가난'을 추구할 배짱은 없지만
어려운 이념과 운동 얘기 재미없다고 날려버리며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그와 그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나도 무언가 진정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 자신과 자격이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1. 11:15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있다.
펭귄뉴스를 읽었을 때가 작년 이 무렵이었는데,
일년 후에 내가 김중혁씨 책을 또 읽을 거라고는 생각안했다.

++++++++++++++++++2008.3.22

난 유치해서 눈에 그려지고 손에 잡힐듯한 스토리가 없으면
지루하게 느껴질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는 건 잘 못하겠더라.
재밌게 느낀 순서도 어떻게 보면 '집중력'과 비례할지도 모르겠다.
무용지물 박물관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문장을 꼼꼼히 읽었는데
펭귄뉴스는 잠에서 부시시 깨 휘릭휘릭 페이지 넘기기에 바빴으니까.

내가 한국소설 재미없다고 투덜투덜댔던 건 2003,4년쯤인데
결국 게으른 탓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완전히 잘못된 얘긴 아니지만. (→똑같은 얘기 일년전에도 했네...어제도 했는데ㅡㅡ^)

무용지물 박물관에서는 메이비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메이비라는 가수 있지 않나? 어감도 그렇고 그래서
길게 뻗은 생머리를 찰랑이며 높은 콧대를 뿡뿡대는 어여쁜 아가씨를 생각했는데 묘사중에
덥수룩한 수염에 낮은 목소리,,,라고 해서 헉! 하고 놀랐다.
단어에도 고정된 이미지가 따라붙어있으니 이거 참.
참으로 '상상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방주에서 개념을 발명하고 살아가는, 하지만 필요는 없어서 정작 제작은 하지 않는 이눅씨도 재밌었고
(진짜일까? 물론 진짜겠지?) 나무로 만든 지도. 눈을 감고
울퉁불퉁한 면을 만져 해안선을 따라가는 말도 안되는 지도.
때로는 공간을 바꾸는 것 만으로 모든게 바뀐다는 삼촌이 보낸 그 지도.

한줄한줄 문장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고, 나는 이 소설이 꽤 좋았다.

+++++++++++++++++++++++++++++++++++++++++++++++++++++++++++++++++

꽤 좋았다고 해놓고 실은 그렇지도 않았음.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악기들의 도서관'은 정말 꽤 좋다.
펭귄뉴스가 그랬듯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난해했던 요소들이 적절한 농담으로 대치되어서
때로는 쿡쿡, 때로는 낄낄, 지하철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오늘 아침에 읽은 '악기들의 도서관'이 굉장히 좋았는데,
예전에 보았던 영화 '원스'의 정경과 음악이 떠올라 둘이 부드럽게 융화되었다.

원스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둘이 악기점으로 들어가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악기들의 도서관 또한 공간적 배경이 악기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나보다.

하지만 단순히 '악기점'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같다는 사실외에도
'원스'의 억지스럽지 않았던 과정들-주인공들의 '사랑'이 아닌 '공명', 만남과 헤어짐, 그런 것들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겪는 여러 굴곡과 악기, 소리들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
영화와 소설의 물 흐르듯 흘러가는 '과정들'이 참 편안하고 보기 좋았다.

사고가 나고, 갑자기 일상이 정지되고, 회복되었다고는 해도 예전처럼 똑같이 되돌릴 수는 없고,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며 그저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반복되고,
어느날 갑자기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어 열중하며
새로운 '일상'이 다시 펼쳐지는 그 무수한 과정들.

나는 그래서 결국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악기점에서 소리에 열중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이
참 행복하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드라마같이 알기쉬운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이 외에 또 어떤 진실같은 해피엔딩이 있을 수 있겠어?
 
내 삶의 끝도 악기들의 도서관 같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조만간 원스를 다시 보고, 오늘 집에가면 노래를 MP3 플레이어에 넣어놔야겠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7:3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그 유명한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었다.
사진이 깐깐해보여서 왠지 싫었던 정이현씨,
드라마 주인공이 너무너무 싫은 최강희씨였던 덕택에 더더욱 책을 집어들 생각을 안했는데
공짜에는 장사 없다고(진짜?) 책이 생겨서, 일도 있고 겸사겸사해서 읽게 되었다.
솔직히 재밌었다.

내가 일본소설로 전향(?)한 까닭은 한국 소설이 너무 재미없었기 때문이라는,
단순하고 무식의 극치로 보이는 간단명료한 이유였는데
이제는 그런 변명도 잘 안통하겠구나 싶었다.

5~6년 전 만해도 서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책은 공지영씨, 전경린씨, 은희경씨 등등이었는데
은희경씨만 해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고 공지영씨는 책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던 것 같고
전경린씨는....내 취향 아님...

그래서 한국소설이 재미없었다는 이유도 이유지만,
그냥 나는 일본소설을 좋아한다는 새로운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하지만 정이현씨가 급부상한 이유를
내가 위에서 느꼈던 한국소설에 대한 갈증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

일단 단순히 재밌었고-(책장 넘어가는 소리 술술)
줄거리도 그렇지만 중간중간에 오은수의 독백이 때때로 마음을 후벼팠으며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연애와 사랑, 고독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 슬픔 그런 것들로
꽉 차있어서 그냥 열장만 봐도 분위기에 전염이 되어 나는 엉엉 울고 싶었다.
내 기구한 연애사를 한탄하면서 ㅡㅡ^

마지막으로 갈수록 등장하는 딴소리가 거슬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 이야기속에 휘말려있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사고방식-등등에
젖어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연애'를 다룬 소설은 오랜만이었는데 좋았다.
냉정과 열정사이 츠지 히토나리 편을 몇 장 읽고 집어던진 나로서는 ㅠ.ㅜ
(국내에서 100만부 팔았다면서요 오마이갓뜨...;;)

점차 연령대가 가까워지니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겠지...(먼산...)

어쨌든 한국문학을 나몰라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젊은 작가들의 부상이 참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뒷짐진 태도로 밖에 응수할 도리가 없지만
언젠가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 작가들의 책을 찾게 되는 그 언젠가를 기대하면서
가까운 시일내에 오늘의 거짓말을 읽어봐야겠다고 블로깅을 마무리.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4:3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2008.10.15

발표 잘 들어주시고 질문도 해주셔서 감사드려요ㅎㅎ
저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는 저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중간에 (사건의 피해자인) 식물인간이 된 여동생을 수발하는 오빠가족이 나오는데-
사람이 살고자 하는 의지에 '왜'라는 물음을 던질 필요는 없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구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조금의 왜곡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첫장에 밝혔는데,
이런 객관적인 서술체가 사람 마음을 크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참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유와 언더그라운드를 연결해서 생각하진 못했는데,
그건 아마 '인터뷰'라는 형태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어디까지나 언더그라운드는 논픽션이고, 이유는 픽션이니까요.
논픽션의 '인터뷰'는 의무이고 픽션의 '인터뷰'는 선택이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생각나네요ㅎㅎ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가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는 많은 가족들이 등장하는 양상을 살펴보고 그 포인트에 공동체가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더한거구요.
미야베 미유키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인간이란 역사와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 받게 없는 존재이죠.
역사와 사회의 영향이란 말은 결국 개인간의 소통, 개인과 공동체간의 소통,
그리고 공동체들 간의 소통을 좀 더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상해사건 보다는 역시 살인사건이 주제를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상해사건이었다면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의 무게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상해란 단어는 지칭하는 범위도 애매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실수가 빚어낸 '있을 법한 사건'의 성격도 지닐 수 있죠.  

하지만 '살인'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사건'이기에 이런 극단적인 결말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었느냐- 하는 점에서 작가의 생각을 한층 효과적으로 드러낸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타마치'가 '그나마 낫다' 정도의 개념보다는 좀 더 우위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시타마치'가 완전무결한 이상향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하구요,이시다 나오즈미가 가타쿠라 하우스에서 피폐된 인간성을 '구원'받는 다고 표현한데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저도 그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가 많이 망설였는데-
압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는 그만한 임팩트를 가진 단어을 찾을 수 없어서 흑흑 어휘력의 한계;)

하지만 왜 하필 가타쿠라 하우스에서 발견되도록 장치했느냐를 살펴보면
작가가 시타마치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죠.
왜 그렇게 도쿄와 에도에 집중된 작품을 쓰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태어나 자란 이 곳외에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했지만
"에도시대는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사이의 정이 끈끈했던 시대였다"는 말은
(<기이한 이야기>와 <괴이>에서)
미야베 미유키가 어떤 상태를 바람직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반듯한 웃어른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얘야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 한단다~ 라는;; 

물론 재밌고 알기 쉽게 소설을 써주는 미야베 미유키지만
반다루와 가타쿠라를 분명하게 대비시켜 직접적으로 시타마치가 옳다는 걸 얘기할 만큼
쉬운 작가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현대사회는 이러이러한 모순을 끌어안고 있는데
공동체간의 유대 속에 개인들의 정이 살아있는 이런 장소가 예전부터 있었답니다. 어때요~? 
정도의 한발 물러선 태도에서, 현대의 부정적인 가치들이 초래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자세히 묘사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거기가 좋아! 라는 식의 강요는 없지요)

그래서 독자가 '그래도 여기가 조금 낫네'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라던 바이며,
그런 식으로 다른 작품들을 통해 세뇌ㅡㅡ^해가지 않나...(는 물론 제 망상입니다ㅎㅎ)

 

음-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 보니 미야베 미유키가 더 좋아졌어요!! 전 다음에 외딴집을 읽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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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주절주절 말 많다ㅡㅡ^
이거 쓸 때는 나름 광분하면서 썼는데
역시 나는 너무 급흥분을 잘하는 것 같다.

누가 나 차분하다고 하는데 정말 모르는 소리...ㅡㅡ^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4:28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2008.10.14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워낙 재밌게 본 소설이라 발표 준비하면서 끙끙대는 것도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더 많은 말들을 하고 싶었는데 ㅠ.ㅜ
제한된 시간과 능력의 부족으로- 놓친 부분도 많고 넘어간 부분도 많아서-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그만큼 더 많이 아쉽네요ㅎㅎ

저도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서브프라임과 리먼 브라더스 생각을 했거든요.
땅이란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인데 그런'자연'을 이용해
한몫 잡아보겠다는, 인간들의 정도에 지나친 욕심이 불러오는 재앙을 목격하면서
곧 한국에 똑같은 일이 생기겠구나- 싶었는데
이 소설까지 읽으니 더욱 무서워졌습니다;;

그리고 한 학우님께서 가타쿠라 하우스가 미래를 향한 지향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해주셨죠.
계속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무래도 제가 '가타쿠라 하우스'에 제 가족을 투영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어머니께서 미용실을 하신지 30년이 넘었거든요. 저도 초등학교 때 부터 곧잘 어머니를 도왔었구요.
미용실이란게, 수많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세상살이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가끔 아주머니들은 머리를 하러 오는게 아니라 수다가 떨고 싶어서 오는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쉰이 넘는 지금까지도 고되지만 즐겁게 일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어머니는 이 작은 '미용실' 이란 공간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손님들과 공유하며 연결되는 그 순간에
비로소 살아있다고 느끼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미용실집 딸'이라는 타이틀 아래 ㅠ.ㅜ
꼬맹이였을 때 절 보아오신 수많은 아주머니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ㅠ.ㅜ
저의 생활과 진로를 화젯거리로 제공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ㅠ.ㅜ
때때로 참 남의 일에 관심도 많다며 얼굴을 찌푸리다가도
이웃의 정이란게 참 무시해서는 안되는 거구나- 싶은 따뜻한 경험도 합니다.
막연히 대단한 미래보다 즐겁고 충실한 오늘이 겹겹이 쌓인 구체적인 미래가    
안도감을 줄 때도 있으니까요.

 가타쿠라 하우스도 불안한 요소는 많지만 그래도 결국엔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것,
그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고 앞으로도 달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바로 이런 개인적 경험이 깔려있고
성급한 일반화일진 모르나 오류라고는 볼 수 없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죠~
아까는 생각이 미처 미치지 못해 대답할 수 없었던- 진정한 '이유'입니다.ㅎㅎ

 그리고 저는 <화차>와 <모방범>도 추천합니다!!
<이유> 재밌게 보신 분들은 역시 재미나게 보실꺼예요~
원래 <화차>로 나오키상을 탔어야 한다는 말들이 있던데-
물론 <화차>도 굉장히 재밌었지만!!
다양한 인간들과 현대 일본 사회가 껴안고 있는 문제들을 폭넓게 다뤘다는 점에서
저는 역시 <이유>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더라구요-(상은 괜히 타는게 아니구나~ 싶었어요ㅎㅎ)
<모방범>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스맙의 나카이가 주연!)
미야베 미유키씨 보다가 중간에 나갔다고 하더군요;;
소설에 대한 여흥을 깨고 싶지 않아서 영화는 안봤는데(원작에 못미치는 영화가 많죠;;)

기회가 되면 한 번 봐야겠어요. 소설은...다시 읽을 엄두가...안나서...ㅡㅡ^

 이상! 아직도 미련을 못버리고 <이유>에 집착하고 있는 학생의 못다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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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준비한다고 끙끙댔는데 그래도 좋았던 것 같다.
이유는 정말 두고두고 생각해도 불후의 명작이다 흑흑.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더 많은 말들을 했을텐데-
역시 난 넘 수다스럽나보다.

언제 내한안해주시나!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0:19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14일 오전 11시,
번역가 김난주씨의 진행으로 에쿠니 가오리와 정이현씨의 대담이 열렸다.
대담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문학적 담론, 등등을 말한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일부분 대담에 참여해서 느꼈던 많은 것들을 제외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말 한마디를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내가 에쿠니 가오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은 예전부터 '별거없다'였다.
밑에는 2006년 4월 경에 싸이에 끄적였던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인상.

에쿠니 카오리는 원래부터 별로 좋아하질 않지만,
여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캐치해낸다고 할까나.
들어가고 싶은 '방'이 어떤 타입의 방인지를 알아서
예쁘게 잘 구성해놓는 다고 해야할까, 잠시 쉬고 나오기
부담없게 귀여운 소설. 가끔 짜증날 때도 있지만. 바나나에 비하면 깔끔하지.

내가 한참 일본음악에 관심을 가졌을 무렵,
일본음악 입문용으로 아무로 나미애와 엑스재팬의 씨디를 들었다면,(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문학 입문용으로 사람들이 널리 찾는 책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에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있지만+_+!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제와서 일본작가라고 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흘렀고,
이름 자체가 너무 브랜드화된 느낌이 없지 않다;;

여튼 그래서 나도 시시하다고 욕하면서 한손으로는 꼽기 힘들 만큼의 책을 읽은 작가인데,
이번 방한을 통해 실제로 만나보고는 역시 인상이 조금 바뀌었다;;
실제로 얼굴 마주대하고 '당신의 소설은 별로예요'라고 말할만큼 강심장도, 예의가 없지도
않은 나는;;; 대담이 끝나고 고마웠다고 미소지으며 꾸벅 인사하고 가는 에쿠니 가오리를
싫어할만큼 매몰찬 사람이 아니다...ㅡㅡ^

여튼, 신간 '좌안'을 발표하면서 정이현씨와 대담을 가졌을 때 했던 말은
자신은 인과관계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 일이 있었고, 둘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에 포커스를 맞춘, 단편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말이었다.

나루호도.
생각해보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여태까지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펼쳐들었을 때 유독 '독립된 작은 방'을 생각했던 것도 
전후 맥락이 없이 따로 동떨어진 공간, 시간에 펼쳐졌던 이야기였기 때문이 아닐까.
신작 '좌안'은 여태까지 발표했던 소설과는 달리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 소설이라는데,
이렇게 일생을 그리면서도 인과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마치 옴니버스처럼(내 생각임)
단편이 주욱 이어지는 그런 느낌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하는데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엉겁결에 구입한 좌안을 읽어봐야겠구낭.

P.S 정이현씨 실제로 보니까 너무 깜찍하시더라- 사진보다 훨씬ㅎㅎ
김난주씨도 활발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생각과는 달라서 깜놀이었다.
역시...사람은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음...ㅡㅡ^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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