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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0. 11:52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딱 작년 이맘 때 쯤 스폰지에서 일본 인디 다큐 페스티벌을 했다.
나는 '조난 프리터'와 한 포크 가수의 콘서트(이름 생각 안남;;)를 보았고,
'아마추어의 반란'도 보고 싶다고 체크를 해놓았는데 결국 못보았음.
아마추어의 반란은 고엔지에 재활용 가게를 꾸려가며 선거를 치뤄낸다는
어쩌고 내용이었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가난뱅이의 역습'이란
책을 뒤적거리다 보니 바로 그 영화가 나오는게 아닌가...
보고 싶다고 체크한 영화는 바로바로 봅시다...OTL

8월 초 어느 다큐멘터리 방송에 손모델 비슷하게 협력(?)하러 가서
놓여있는 잡지를 뒤적거리던 중,
마츠모토 하지메씨의 인터뷰가 실려있어 읽다보니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구입을 했으니 늦어도 참 너무 늦네용.

책의 내용을 따지기 전에 한마디 불평을 해보자면
그림이 너무...사람 손 안가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최규석씨 죄송하지만...
책이 책이다 보니 귀엽고 깜찍한 그림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그림이 표지가 되느니 그냥 책 제목과 간략한 디자인으로 밀고나간게
책의 내용과 주제에 더욱 부합하는 건 아닌지.
11000원 주고 사기 너무 아까운 그림이었다. 다 읽은 지금도 거듭 생각함.
요즘 내용은 그대로인데 알록달록 표지만 바꿔서 두세번 출판,
책을 하나의 팬시 소품화 하는 경향도 문제지만
이건 좀 성의 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사고 두고두고 읽을 소비자의 마음에 먹구름을 뭉게뭉게...

어쨌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가난해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단순히 절약 운운하는게 아닌, 가난한 삶에 대한 정의와 접근법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몇년 전 부터 하류사회, 격차사회, 워킹푸어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빈부 격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 몇 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평민인 우리가 뼈빠지게 열심히 일해 손 안에 쥘 수 있는 건
결국 물질적 정신적 빈곤일 뿐.

그러므로 다들 그런 삶은 때려치우고! 돈 없어도 (나처럼) 잘 살 수 있으니
발상의 전환과 용기있는 행동으로 '없는 삶'에 임해보는 건 어떠셈?

이게 바로 화자가 우리에게 목청 높여 외치는 한 말씀 되겠다.

무식하게 용감한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실천해온 마츠모토씨의 수많은 일화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고,
이 책이 단순히 에세이(?) 자기계발서(?) 지침서(?)를 뛰어넘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근거로
'공동체적 삶'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조한혜정의 '다시, 마을이다'와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듯이
돈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부자들과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영세업자, 중소상인, 조직 말단의 일원인 개인들의 침몰하는 삶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공동체'에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면 너무 진부하지만 어쩌면 정말 그 방법 밖에는 없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끔 한다.   

대형 브랜드점 커피보다 소자본 창업 커피점을 애용하고,
대형 마트보다 동네 슈퍼에 장보기를 실천화해야한다는 구체적이고 소소한 주장은,
서로 돕고 사는 '넝쿨'과 같은 삶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거대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인간성을 지켜나가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절실한 외침이지 않을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돈 쓰는게 정말 낙이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서 나와 내 주변을 물건으로 휘감으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데,
한 번씩 대청소를 할 때 쓸어버리는 많은 물건들을 보면 참 허무해진다.
돈이 중요한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같은데,
돈 이외에도 중요한 게 있다는 건 더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 한 번 읽어보면 
내 삶 속 내 마음 속 보이지 않았던 것들, 가려졌던 것들이
현실이라는 장애물을 제치고 조금씩 제 주장을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마츠모토 하지메는 회사를 그만두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으니 우리에게 오라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왈, 기분 나쁘면 한 대 때릴 수 있다. 우린 엔터테이너가 아니다.

요는, 당신이 지금 삶에 회의를 느낀다면,
그거 말고도 살아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당신이 무언가 하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스스로 살아가돼 서로 의지하는 동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가난'을 추구할 배짱은 없지만
어려운 이념과 운동 얘기 재미없다고 날려버리며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그와 그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나도 무언가 진정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 자신과 자격이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