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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0. 01:11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초반부터 술술 읽힌다는 기쁨도 잠시, 아차- 생각해보니 학생운동 얘기가 나왔었다. 그걸 방심한 내가 어리석었지.
그래도 초반에는 그게 그리 중심적인 이야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멍청한건가? 여튼, 읽을수록
많아지는 인용구들, 운동하는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도 학생운동을 했구나. 그 때 대학가란 아직도 학생운동에 열심이었구나.
흐~음

하는 느낌이다. 물론 지금처럼 전쟁같은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갈고 닦아보는 살벌한 분위기의
대학가도 내키지 않지만, 나모를적 학생운동 시절 얘기가 '소설'에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러게. 파란 청춘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면 슬픔도 고독도 아픔도 정상치를 훨씬 넘어설거라는 건 알겠지만
뭐랄까, 그게 한국사의 굴곡이고 1980년대의 일반적인 시대상황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도무지 마음과 머리에
와닿
지 않는다. 오히려 고종 운운하는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중반의 역사적 '사실'이 더 어제같달까.

그건 그 때의 역사를 흥미와 연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게 가능하기 때문일거다. 뒤집으면 학생운동이 열심이던
시절의 '역사'는 흥미와 연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게 너무도 불편하단 말이다. 그래도 한국사 맥락에서 다뤄질땐
그렇지 않은데, 그런 와닿지 않는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흥미를 찾기 위해 읽는)에서 나보다 어린 나이의
주인공들이 고민하고 절망하니 이건 더 난감하다. 소설이라 젠체한다는 느낌에 띠껍다.
꼭 그렇게 살아야하나?(했나?)

1980년대면 내가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낸 시대인데, 지금 내가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가 그때만해도
엄금이었단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 격변의 증거는, 이 세상에 태어난지 30년도 채 안된 내 삶 속 곳곳에서도
누가 일부러 심어놓은 것 처럼 발견된다. 
하지만 그걸위해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이 그리도 많았다는게 사실 더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그럴 수 있어?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등록금 투쟁이니 총학생회니 총장 사퇴니 등등의 사안으로 청춘을 불사르는 사람들을
지켜볼때마다 참 궁금했다. 무엇을 계기로, 무엇을 동기로, 저렇게 열심일 수 있을까.
무임승차한다는 기분에 고맙기도 하고 찝찌름하기도 했지만, 막상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땐 그런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도 개인의 취향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언어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어떤 사람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무관심하다. 정치적인 사안에 민감하며 사회가 변혁하기를 갈망하는 기자친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눈물짓지만, 아프리카에서 굵어죽고 있는 아이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한 적은 있으나 딱히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뭐 이런거.
그러니까 요는 자기 주종목의 이타적인 행위를 하나만 해도 일단 사회는 보다 좋아질거라는 생각(?)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도덕적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텐데, 나는 여전히
소설에서 운동권 청춘들을 다룰때마다 재미도 없고 이해도 안가고 그냥 참 별루다.

해서 책을 덮고 싶은 맘을 꾹 누르고 그래도 읽어가다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그래도 좀 괜찮았다.
사실 잘 이해도 가지 않으니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글쎄- 언젠가.
일단 다른 책부터 읽고.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