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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18. 00:33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오늘 이기호씨의 '사과는 잘해요'까지 다 읽었다.
이로써 무사히 이동도서관에서 빌린 책  세 권을 전부 읽고 반납하게 되었다.
근래 한 2년 동안 한국 소설을 조금씩 조금씩 읽어오면서 오늘 내린 결론.
이제 더 이상 일본 소설-특히 번역본-을 읽을 이유가 없구나!! 싶었다.
그만큼 기발하고, 발랄하고(?), 재기넘치고(?) 가벼운! 소설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

1. 컨설턴트 -임성순  
죽음의 시나리오를 쓰는 주인공의 독백. 끝에 가서 좀 허물어지는 구석도 있지만 술술 잘 읽혔다.
근데 '어쩐지' 번역본 느낌. 사용되는 어휘가 '어쩐지' 제한적이고 문장이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뭐 그런 느낌이다.
예를 들면 산을 올라갈 때 모두들 많이 가는 길 딱 하나로만 가는 느낌, 그게 번역본 읽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이다.
국어를 다채롭게 구사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산을 갈지자로 마구마구 휘저으면서 올라가는 느낌.
남들 안간 길도 가보고, 그만큼 보이는 풍경도 다양하고 느껴지는 것도 많고, 뭐 그런 거.
대체로 나이드신 분들의 오랜 소설들이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더욱 더 토지가 읽고 싶어졌다.
한국 소설이 가볍고 재밌어져서 일본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겠다, 하고 느낀 그 시점에 
한국어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살아있지 않으면, 내가 한국 소설을 읽을 이유가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게
어쩐지 아이뤄닉~ 

2. 사과는 잘해요 -이기호
이거 읽은게 아닐까 가물가물했는데 내가 이기호씨 책 봤던 건 아직 학교 앞에 살 때니까, 그니까 2008년.
이 책은 2009년에 나온 책이니 본 적이 없는게 맞다. 소설은 글씨도 크고...장편이라기엔 좀 짧지 않나.
재미는 있는데, 뭐랄까 '내 심장을 쏴라' 생각이 많이 났다. 남자 주인공이 둘, 정신 병원이 나오고,
물론 사과는 잘해요는 시설을 나온 뒤에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어쩐지 비슷비슷~한 느낌. 근데 약간 좀, 별 일이
크게 없는 느낌도 들고. 좀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텐데.
뭔가 여동생이 몸판다는 설정도 대충 건들다 말아서 시원찮고...
단편 소설집 읽었을 때 만큼의 몰입과 충격이 덜했다. 기대를 안했음 컨설턴트 정도의 만족은 얻었을텐데.

덧붙여, '내 심장을 쏴라'는 정말 재미있었다. 사람의 긴장도를 쥐락펴락 하는 것도 대단했다. 내가 그 때 상태가 좀 
안좋았지만 너무 재밌게 읽었다. 꼭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얼마전에 책정리를 좀 해봤는데, '팔아버려야지' 목록에 '내 심장을 쏴라'를 넣지 않는 건 당연한 센스! 
영화화 한다는 얘길 무비위크에서 예전에 읽은 거 같은데 꼭꼭 영화로도 잘 만들어졌음 좋겠다.

3. 고령화 가족 -천명관
이게 젤 재밌었다. 늙은 엄마에 늙은 아들-게다가 백수- 이혼만 두번인 물장사 여동생, 여동생의 아빠 없는 딸.
네 식구가 모여서 구질구질 궁상맞게 살다가 막판에 다들 '제 살길'을 찾아떠난다는 따뜻한 가족이야기????!!!!!!!
첫째 아들은 전 부인 아들이요 둘째 아들만 이 아줌마 아들이고 막내 딸은 아줌마가 바람펴서 낳은 딸이다.
비록 남편과는 '사랑'이 아닌'인간적인 의리'로 살았고 사랑했던 남자는 전파사 구씨 아저씨인 속모를 아낙이지만
아버지가 어머니가 서로 다른 오십 넘은 새끼들 밥 먹이며 뿌듯해하는 누구보다도 엄마 같은 그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삼류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설정들을 너무도 쿨하게 갖다 박아놨는데 그걸 하하핫~ 하고 웃을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라디오스타'적인 재미??? 뭐 그런거!
마지막에 장남의 쇼생크 탈출, 주인공(차남)의 사랑 찾고 일찾기(에로 영화 찍기), 막내 딸의 순애보 등등, 현실에도 대충
있을 법한 그런 결말을 향한 과정들 중간중간에 들어차있는 자그마한 에피소드의 재미도 쏠쏠하다.
사는게 원래, 가족이란게 원래 구질구질 궁상맞지 않는가.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이런거다.
이기적이지만 때때로 가족도 생각하고, 가족 생각하다가도 한없이 유치해지고.
첫번 째 장편 소설 '고래'에도 관심이 생겼다.


요즘 학교 도서관에 다시 가볼까 생각중이다.
집근처에 도서관이 없다. 다들 너무 멀고 애매한 위치라 종로에서 일하다가 중간에 비는 시간에 학교까지 후딱 다녀오는게
오히려 빠를 것 같다. 1월부터는 중간 시간에 들어있던 강의가 토욜로 변경되서 실현 가능한 계획.
근데 이런 치사한 것들! 암만 졸업생이라고 해도 그렇지 따로 오천원 내고 출입증을 만들게 하고 
예치금 5만원을 맡기게 하고 3권 밖에 안빌려주다니 ㅠ.ㅜ 내가 낸 등록금이 얼만데 ㅠ.ㅜ
내가 그거 지금 갚느라 흑흑흑흑 
그래도 학교 도서관이 갖고 있는 자료를 생각하면 못할 짓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휴우우우우우.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