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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8. 11:32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성균관 스캔들을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다. 미국에 시즌이 있고 일본에 분기가 있다면 한국은 딱히...그런 건 없구나-_-; 일제히 다같이 시작하고 다같이 끝나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뭐 그리 불편할 건 없다. 게다가 한국은 드라마 중간중간에 광고가 휙휙 들어가는 만행은 아직 안하고 있으므로 땡큐다.



SBS에서 수목 열시에 방송되고 있는 싸인. 어제가 8화였고 총 20부작이니 절반은 더 가야한다. 박신양씨와 김아중씨가 오랜만에 드라마 나들이(?)를 했다는 점- 은 사실 나와 상관이 없지만; 부검의를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식 추리물(이라고 불러도 되나; 형사가 한 명 밖에 안나오니 형사물이라고도 할 수 없고)? 혹은 범죄스릴러? 뭐 여튼 그런 드라마는 처음이라 거기에 의의를 두고 보고 있다.

드라마는 아주아주 전형적인 구조로 아주아주 전형적인 구도로 가고 있다. 선과 악의 대립, 권력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 사건 은폐의 음모, 약간의 러브스토리 뭐 그런거. 괜찮다. 아주아주 참신한 드라마를 바라는게 아니고, 이런 드라마를 참신하게 만들 수 있는 발상과 제작 환경을 한국과 일본에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돈을 펑펑 쏟아부을 수 있고 이미 CSI 등 이래저래 찍어본 미국에서는 가능하겠지.
4화 정도까지는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여성 연쇄살인범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나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드라마 첫 사건(아이돌 가수 살인사건)은 옴니버스 식 진행은 아니고 조금조금 감질나게 진행시키면서 마지막에 터뜨릴 모양인가보다. 이게 음모 구조의 핵심.  

그제어제 방송된 것도 재밌었다. 요즘에 현대물 중에 일본어 안나오는 드라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일본 로케, 일본어 남발하는데.;;; (최근에 도망자, 매리는 외박중 등) 그런 와중에 주인공들이 갑자기 또 일본가는 건 진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전쟁 전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건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태평양 전쟁에 관해서 좀 더 모두의 관심을 환시키실 - 물의를 일으킬만한(?;;) 소재도 좋았을텐데 잔잔하게 마무리된 건 좀 아쉬웠지만...   

불만을 말하자면 대사가 너무 평범하고, 전개가 예측 가능하며, 등장 인물들이 너무도 전형적이고 너무도 오바하며 쉽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다는 점이다.
시크릿가든을 보면서 대사가, 웃기긴 한데 딱히 좋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시크릿가든은 양반이었던거임 ㅠ.ㅜ 이건 뭐 대사 하나 끝나고 좀 텀이 있을 때 예측되는 대사를 말하면 배우가 그대로 말한다; 김아중이 병원에서 아버지에게 "이제 나도 다 컸어. 하고 싶은 일 할꺼야." 이건 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주어진 상황 설정에서 모두가 머리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대사들로 꽉 차있다. 너무 아쉽다. 조금만 더 맛깔날 순 없을까. 

엄마가 프레지던트를 보느라 나는 다운받아서 보는데, 어제 잠깐 프레지던트를 보다가 대통령 부인이 하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어서 그 몇십초에 홀딱 반했다. (근데 지금 잠깐 조사해보니 일본 만화가 원작이네... 그 대사도 만화책에 있으면 좀 안습인데 ㅠ.ㅜ) 어쨌든 프레지던트를 보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는데, 싸인은 몇 십초가 아니라 몇 분 동안 보고 있다고 사람들의 귀와 머리를 자극할만한 대사가 있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이런 드라마가 전개에 급급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대사가 재미가 없어서야...흑흑흑.

그리고 고지식하고 안하무인인 윤지훈과 뻔해도 너무 뻔한 고다경, 이 평면적인 캐릭터들 보다 전광렬씨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제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을 그저 사건을 막 덮고 은폐하고 박신양과 아랫사람들한테 신경질이나 내는 캐릭터로 만들어가는 거 같아서 참 아쉽다. 국과수의 발전을 위해 해선 안될 짓도 안가리고 하는 캐릭터라면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을텐데-그렇다면 그렇게 윤지훈과 신경전을 벌여서는 안된다- 그저 자기의 권력욕을 위한 거라고 하기에도 너무 그런 장면을 안보여주고... 너무 동기가 미미하다. 뜨뜨미지근한 캐릭터. 중간에 부검 실수 인정하고 윤지훈을 연쇄살인 수사 책임자로 임명할 땐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조짐이 보였는데... 그 변호사가 등장해서 자꾸 유치하게 협박을 할 때 마다 억지 드라마처럼 보인다. 

전광렬씨가 도대체 왜 그렇게 사건 은폐에 적극적인지를 정치권과의 연결로 풀려면 그만큼 세세하게 정치판이 돌아가는 판도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딱히 그런것에 할애할 맘이 없나보다. 그래도 친구말마따나 국과수, 검찰, 경찰이 같이 얽힌 드라마가 여태껏 없었고 이렇게 옴니버스 식으로 사건을 다룬 드라마가... 있긴 있었을테지만 기억이 안나는 걸 보니 안드로메다로 갔나보지. 여튼 새로운 시도가 겪을 시행착오에는 눈을 잠시 감고 마저 응원할란다. 이렇게 자꾸 만들어버릇해야 더 뛰어난 수사물이 나오지 않겠느뇨.
         

 
posted by steadyoung
2010. 12. 13. 10:33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그렇게 열광했던 성균관 스캔들도 18화까지 보니 딱 볼 맘이 사라지고
그렇게 가슴 졸여했던 도망자도 12화부터 하락세를 타더니 20화까지 의리 지키겠답시고 겨우겨우 봤다.
내가 '잘생긴 아이들'에 대한 의리보다 요~만큼 다뤄준 추리+형사 '장르'에 대한 의리를 더 챙겨 지켰다 ㅠ.ㅜ

도망자는 8화 마지막 부분, 9, 10, 11화까지 온 신경을 집중해서 봤는데
12화부터 무언가 느슨하더니 왤케 갈수록 러브라인에만 신경을 쓰는거야!
막판에는 지금 복수하기까지 시간이 20분도 안남았는데 애절한 노래나 흐르고
윤 형사가 죽은거는 별로 슬프지도 않았다 ㅠ.ㅜ헐~  왜죽었니?

아, 역시 드라마는 하나만 해야하고, 그럼 한국에서는 사랑 얘기를 해야하나 보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애를 써서 나쁜 놈으로 만든 건 양회장인데 막판에 양회장은 어디다 확 갖다치우고
별로 비중있게 그리지도 않았던 양영준을 급 나쁜 놈으로 만든 점에 분노했다.
그럼 좀 일찍부터 나쁜 놈으로 다뤄주던가! 암만 그래도 막판에 배신 한 번 때린게 과연 드라마 초중반부를 이끌어왔던 
양회장의 악당질보다 더 분할까. 이해가 안갔다.
데니랑 그 국장님도 좀 더 된통 당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다니엘 헤니도... 왜 나왔니 ㅠ.ㅜ 그냥 중간에 나쁜 놈으로 변하게 두지. 사랑에 절절 매는게 도통 이해가 안됐다.
이나영도 패션쇼 열심히 하고 들어간 느낌. 원래 여배우가 매력이 있어야 재밌는데, 이건 뭐 예쁜 것도 아니고 못된 것도 아니고 
착한 것도 아니고 독한 것도 아니고 지금와서는 그 나무젓가락 같았던 다리만 기억난다.
비만, 비만 그나마 건졌다 싶다.


시청률 13%라는데 13%나 봤다는게 신기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본거겠지...흠;;
여튼 오랜만에 전부 다 본 드라마인데 이리 실망스러워서 안타깝다.
흥, 나도 시크릿가든보고 좋아할란다.

담에는 제발 러브라인은 쏙 빼고 추리만 했으면 좋겠다. 마왕에 비해 도망자가 워낙 떠들썩해서 그랬지 결국 둘다 재미없었음.
어흑. 내 스무시간.
posted by steadyoung
2010. 12. 4. 12:12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내가 류승완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멋있기 때문이다.
물론 '짝패'가 재미있었다는 것도 한 이유 할꺼고, 류승완 감독이 냈던 책이 재밌었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어제 친구와 부당거래를 봤다.
재밌게 봤다. '배우'가 '진범'으로 밝혀지는 순간 음악이 울려퍼지자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따라라라랏- 따라라라라랏-

난 영화보고 뭘 쓸 능력이 없으므로 내가 느꼈던 것과 가장 가까운 글을 하나 링크.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4001&article_id=63595

영화 속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이 안되었던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

타짜를 보고 이런 영화로 김혜수씨가 배우로 주목을 받았다는게 굉장히 불쾌했는데,
부당거래는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여성 캐릭터가 배제되면 오히려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것 같다.
어디 아프리카에서 발발한 내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posted by steadyoung
2010. 10. 28. 00:0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토욜날 도망자 재방송을 최큼 봤다. 보는 내내 느낀 건 비는 정말 안잘생겼다는 것과 이나영 눈은 금방이라도 눈알이 쏟아질 것 처럼 큼지막하다는 거? 어쩜 인간의 눈이 저래? 불공평해요!!!! 흥. 미용실에서 머리하면서 본거라 대충 봤는데 마지막에 형사 도수(이정진)와 누명을 쓰고 잡힌 지우(비=정지훈)가 취조실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너같이 쉽게 포기하는 경찰 때문에 나처럼 포기 못하는 탐정이 생기는거야!!!  
친구가 '드라마 때깔이 죽인다'고, '대사 센스 작렬'하면서 재밌다고 하길래 겸사겸사 다운받아서 첨부터 다 봤다.
감상?

드라마 때깔 죽이고,
대사 센스 작렬하며,
재밌다. 아악! 너무 흥미진진하다.

해외 로케도 같이 작렬하는 바람에 현란한 비주얼에 눈이 좀 아플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뭘 다 그렇게 멀티 랭귀지 구사자들이셔.
다들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 하고 싶은 말 맘대로 하고 다 알아듣기까지 하는 센스!
이나영씨는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도(비몽?) 오다기리죠랑 넌 일본말 하쇼 난 한국말 할께! 한 적이 있어서 익숙할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조금 어이가 없었을테다. 일본인 빼고 나머지 출연자들의 일본어도 어색어색. 내가 우헤하라 다카코를 한국 드라마에서 볼거라고는,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는데... 뭐, 어쨌든. 
근데, 근데, 근데, 그런게 더이상 흉으로 잡히지 않을만큼 정말, 재밌다. 재밌다는 말 만으로 부족해서 본인의 저렴한 언어구사 능력이 죄송할 지경으로 재밌다. 흑흑.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진 건 8화부터고, 오늘 9화 완전 온 몸 짜!릿짜!릿 떨면서 봤다. 악!


지난 주 까지는 대물을 봤는데...  그건 1,2화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사람들의 눈물을 쏙 뺐던 고현정씨 연기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나도 모르게 채널을 고정한건데, 뭐랄까... 갈수록, 대사가 사람 손발 오그라들게 만든다. 국수 먹는 고현정씨 보고 '으음 언젠가 내 적이 될거라는 예감이 들어'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차인표씨의 대사가 압권. 손발 제대로 오그라들었다. 그리고 화제가 되었다는 비속에서의 유세 장면의 고현정씨는, 뭐랄까 10문제짜리 퀴즈 보는데 한달 밤새서 공부해온 학생 보는 것 마냥 마음이 아팠다. 
연기 능력을 대사랑 시츄에이숑이 못따라가는 것 같아서 보기 민망하더라. 그래도 워낙 스토리 전개가 빠르니까 보고 있으면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라 재미가 없진 않고, 오랜만에 기름기 쏙 뺀 권상우씨가 넘 귀여워서... 그냥 볼까 했는데 월욜에 도망자 전부 복습한 뒤 오늘부터 도망자로 갈아탔다.

약 일주일동안 빠져살았던 성균관 스캔들은, 사실 재밌는 드라마라고는 차마 못하겠고 ㅠ.ㅜ 아이들이 워낙 싸랑스러우니까 열심히 보고는 있다. 근데 사실 캔디 스토리, 성장 과정의 비화, 키다리 아저씨(=걸오) 뭐 그런 컨셉들이 고전적으로 들어차있어서 이번주는 조금 힘이 빠지더라. 무엇보다 이것들이 이제 대놓고 연애질을 하는게! 흥흥! 서로서로 끌리기 전 까지가 딱 재밌었는데!! 걸오는 게다가 새됐다. 윤식이는 유천이한테 뺏기고 미워했던 아버님도 실은 아군이었고 흑. 작가님, 걸오도 고백하게 해주세요. 좀 더 와일드하게! 좀 발산시켜달란 말예요! 하고 울부짖으며 봤다. 어젠.
  
근데 이 '드라마', 너무 완벽하다. 
안다, 나도. 내가 형사랑 살인 사건이랑 탐정 뭐 그런 것들 나오는 드라마에 심하게 열광하고 과하게 좋아하는거. 근데 그래서 봤던 '마왕'(주지훈, 신민아, 엄태웅)은 결국 중간에 재미도 없고 긴장도 없어서 때려쳤는데 도망자는 정말 말그대로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가장 좋은 건 선악의 구도가 정형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건 캐릭터들이 자기 욕심 때문에 움직인다는 것.

대물처럼 나쁜 놈들이 대놓고 나쁘게 굴어주면 드라마 유치해지는 거 시간 문젠데, 도망자는 이 놈이 나쁜 놈인지 저 놈이 나쁜 놈인지 이 놈이 무슨 생각하는지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주니 유치할 겨를이 없다. 나쁜 놈으로 보였는데 착한 짓도 좀 하고, 착한 놈인줄 알았는데 못된 짓도 좀 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똑똑한 짓도 좀 하고, 내 편인 줄 알았는데 배신도 좀 하고, 그런 다양한 캐릭터들이 양념처럼 골고루 박혀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목적과 동기도 쌈박하다.
악보다 돈!
무슨 대의명분이 있는 것도, 태어났을 때 부터 나쁜 것도 아니라 그저 돈, 일뿐. 그게 훨씬 설득력 있다.
대물은 자꾸 클린 정치를 하겠느니 언론이 그러면 안된다느니, 그런 きれいごと를 직설적으로 대사에 실으니까 자꾸 간지러운거다.
도망자는 간단하다. 양회장을 움직이는 건 돈이고, 경찰이 움직이는 건 그들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며, 도수를 움직이게 하는 건 지우와의 대결에서 자꾸 패해서 상하는 자존심이고, 윤형사가 거침없이 뛰는 건 도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우(비)가 진이(이나영)를 지키려는 건, 지우 말대로 그녀가 'VIP 고객'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끌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카이(다니엘 헤니)에게 지고는 못살겠는 남자의 자존심인지,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든 카이에 대한 질투인지.
클로즈업한 비의 얼굴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그렇게 보였다. 그렇게 느끼게 만든 드라마의 힘에 감탄한다.
명예욕, 물욕, 지고는 못사는 승부욕, 그런 욕심들이 수컷들의 자존심에 업혀 한바탕 요란한 싸움을 일으킨다. 그 어떤 대의명분이나 사회 교과서에 실려있는 것 같은 말들은 필요없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그런 거창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보고 있으니 흥겹다. 누가 이길까?

9화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컵라면을 먹는 지우와 진이를 보자니 둘이 사랑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도 무리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지우가 몸이 좋아서도 아니고 진이 눈이 엄청나게 커서도 아니고 지우가 몸을 던져 진이를 구했기 때문도 아니고 진이 다리가 젓가락 처럼 가늘기 때문도 아니고. 그저,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에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컵라면을 먹었으니까. 쓸데없는 얘기를 나누면서 키득댔으니까. 그 어떤 놈도 믿을 순 없지만 비참한 진실이 행복할리 없는 거짓보다 아주 조금은 낫다는 것 만은 함께 믿으니까.

지우랑 진이, 러브라인 받아들일 태세 준비 완료!

뭐 그 외에 잔재미도 많다. 대사도 다 너무 주옥같다~. 센스로 똘똘 뭉친 대사들을 서로 알차게 주고 받는 덕에 오랜만에 귀가 호강한다. 나쁜 놈일 거 같은 국장님의 버럭버럭은 너무 웃기고 ㅋㅋㅋ

흑, 대물에게 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물한테 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드라마고, 대물이 도망자를 물리칠 만큼 재밌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안든다. 
화이팅!  


......................나 요즘 한가하다. 그래서 안 본지 10년 된 한국 드라마를 것도 리얼타임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그 십 년간, 남들 다 봐도 나는 모른다는 포스로 일관해온 지나간 명작들 다 볼 기세다.
posted by steadyoung
2010. 9. 24. 08:4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내가 최근에 본 일본 드라마는....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최근에 본 드라마가 별로 없다. 성격상 드라마는 한 번 보면 끝장을 봐야한다. 드라마를 한 번에 다 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니까 쉽게 볼 수 있도록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아니면 중간에 그만둔다. 재밌게 봐도 보는 내내 허리 아프고 삭신이 쑤신다. 힘든 일이다.
 그리고 요즘 드라마는 대체로 볼 맘이 안난다. 꾸준히 드라마를 보는 친구 말을 들어보면 분기 당 재밌는 드라마가 반드시 한 두개는 있던데 한살 두살 나이를 먹을 때 마다 옛날 노래가 좋고 옛날 드라마가 좋고 그런걸까. 근데 어제 2NE1 CD를 살까말까 고민하고 오늘 출근하는 전철에서 박재범이 있을 때의 2PM 무대를 보면서 감상에 젖는 걸 보면 난 아직 철이 덜들었거나 뼛속까지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대중임에 틀림없다. 

그저께, 가장 우려했던 방식으로 추석을 보냈다. 일어나서 밥먹고 프렌즈를 복습하다가 12시부터 일드를 보기 시작했다. MOTHER이라는 드라마. 이건 프리토킹 쌤이 추천해준 드라마로, 보는 내내 울었다. 중간부터는 우겨넣은 전들이 일으킨 소화불량에 눈물을 너무 흘려댄 까닭인지 두통까지 몰려와서 다 본 뒤 두통약과 소화제(환)을 씹어먹었다. 엄마가 손을 따줬다.

이야기는 약 한달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프리토킹 시간에 일본 고령자들이 생존여부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의 최고령자로 알려진 여성의 행방불명을 계기로 조사가 시작됐는데 다른 고령자들 또한 사망했거나 혹은 그 행방을 알 수 없는 게 문제가 되었다. 가족들이 연금을 타기 위해 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포함해 관공서의 태만한 업무가 입방아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걸 다룬 일본 뉴스를 보고 놀란 건 최고령자 여성 가족의 인터뷰를 봤을 때였다. 

인터뷰를 받은 건 최고령자의 딸이었는데, 딸이라고 해도 이미 나이가 70이다. 어머니 어디가셨냐고 묻는 리포터의 질문에 몰라요- 하고 문을 닫았다. 어머니가 100살이 넘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모르면 행방이 아니라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죽었으면 어떡하지? 누가 장례를 치뤄줬을까? 아무리 그래도 부모의 생존 여부는 알아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꺼내자 쌤(일본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그런가요?
오랜 세월 동안 연락을 안했다면 이제와서 가끔이라도 연락을 취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애시당초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면 아무리 자기를 낳아준 사람이라도 소원해지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뭐 요약하자면 그런 말이었다.

아무리 부모 자식의 관계라지만 안맞는 경우도 있고 개인의 사정이란게 있으니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부모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어도 장례를 치루거나 장례에 참여하는게 도리라고 본다 뭐 내가 말한 건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그 다음 시간에 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물어봤나보다. 근데 다들 나와 비슷한 얘기를 했겠지. 그랬더니 얼마 뒤 수업 시간에 다뤄진게 바로 이 드라마였다.

Mother은 일본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아동학대를 다룬 드라마이다.
삼십 대 중반의 여자 주인공이 홋카이도 무로란에서 재직하던 학교에 조금 특이한 여자아이가 한 명 있다. 알고보니 친모와 친모의 동거남에게 학대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가 검은 비닐 봉지에 쌓여 버려진 걸 발견하고는 집으로 데리고 오자 아이는 '아기 포스트(그냥 버려지는 아이가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병원 등에 설치되었다. 아이를 놓고 가면 자동적으로 벨이 울리고 사람들이 아기를 데리고 간다)'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여자 주인공은 아이가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은 것 처럼 일을 꾸미고 몰래 도쿄로 데리고 온다. 여자는 자기 집에 연락을 하거나 '페를 끼치는 걸' 극도로 꺼리는데 사실은 입양된 아이기 때문이다. 친모에게 다섯 살 때 버림받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 후 2년 동안 고아원에 있다가 여자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어느 어머니의 집에 입양되었다. 이 여자가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우연히 친모와 재회를 하는데, 여자는 한동안 자기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자기가 버려진 사실을 털어놓기도 한다.

쌤이 회화시간에 이야기한 건 그 여자아이를 학대한 친모의 이야기였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아직 아이의 아버지가 살아있고,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몇 년 간 열심히 일하고 아이를 키웠던 친모가 학대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 과정이 짤막하게 그려져 있다.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의지할 사람이 없고, 떼쓰는 아이를 혼낼 기력도 없어진 상태에서 한 번 버리려다가 실패한다. 그러던 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같이 살게 되고, 그 남자를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남자의 학대를 눈감게 되고 자기도 학대를 하게끔 발전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친모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새로운 관점에서 그린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쌤이 그 여자 주인공의 친모 이야기는 쏙 뺐지 뭐야! 그 드라마는 결국 여자 주인공이 학대받은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자기를 버린 친모와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둔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 친모가 여자를 버린 이유 또한 엄마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딸에 준, 자기인생을 희생한 결과의 다른 이름이었다(딸이 다섯 살 때 폭력적인 남편을 살해해서 엄마가 불을 지르고 자기가 했다고 밝혀 형무소에서 복역함).

결국 이 드라마는 아이의 친모처럼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외로워도 그보다 더한 상황(여자 주인공의 어머니)에서 자기 자식을 지켜낸 사람도 있는데, 하는 대비구도를 통해서 어머니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을 지키는, 지켜야하는 존재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이 '자식을 버렸다'고 해도 그 속사정은 다르다는 것. 자식과 부모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야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아니었을까.

쌤이 왜 mother을 나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는지 궁금하다. 딱히 쌤이 몰인정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 내가 유별나게 도리를 중시하는 인간인 것도 아니다(엄마가 고등학교 때 넌 애가 냉정하다고 뭐라 한 적이 있다;;).
쌤은 다른 사람의 사정을 모른채 그저 부모를 모른채하는 자식은 나쁘고 자식을 버린 부모는 나쁘다고 말하는 건 가벼운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다르다. 그 가벼운 생각들의 이루어진 아주 얇은 보호막은 이대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만큼은 설사 그게 가벼운 생각이라고 해도 당연히 서로를 사랑해야만 하는 관계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하는 건 좀 더 조심스러운 일이다. 다만 부모 자식간의 도리를 지키려는 풍조가 암묵적으로 당연시되고 있는 지금 이 사회가 나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닌 사람들도 많이 있는거 안다. 쌤은 내가 집안이 어려웠어도 부모님한테 사랑받고 컸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된거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성인이 된 이상은, 자기를 낳아준 사람을 부정하기 보다는 되도록 인정하는게 맞다고 본다. 내가 어렸을 때 돈 없었다고 언제까지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부모가 날 버렸다고 원망만 하기에는 자기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엄마를 보며 든 생각이다. 아버지를 용서한.
드라마는 내내 울었지만 결국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 드라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역이 연기 넘 잘한다. 오히려 저렇게 어린 애들이 연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안좋지 않나....
   

posted by steadyoung
2010. 8. 15. 23:15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하얀거탑을 다시 보고 있다. 2007년에 처음 본 뒤로 때때로 생각이 날 때 마다 보는데
보면 볼수록 참 훌륭한 드라마란 생각이 든다.

김명민씨가 주연을 맡은 하얀 거탑은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둘다 비교해서 본 친구 말에 따르면
일본판 하얀 거탑의 주인공(=김명민, 자이젠 고로)이 더 나쁘단다.
그리고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이선균=사토미의 비중도, 한국 쪽은 아무래도 초점이 김명민에 쏠리다 보니 큰 비중이 없었는데
일본판은 사토미 VS 자이젠 구도를 통해 의사로서의 사고방식, 가치관의 대립을 그리기 때문에 거의 비슷하게 다룬다.

적당한 속도의 스토리 전개와 중견 이상의 연기자들이 다수인데서 오는 안정감 등등 칭찬할 구석도 참 많지만
내가 젤 좋아하는 말그대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선'과 '악'이라는 진부하고 유치한 구도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거.

자이젠 고로의 역할에 대해서 "너무 나빠요 ㅠ.ㅜ" 하는 감상도 있던데, 나는 자이젠 고로를 너무 열심히 응원하다가
마지막에 암으로 죽을 때 흐르는 '의사로서' 자신의 암을 조기 발견하지 못한게 수치스럽다는 유서 나레이션에서 어찌나 펑펑 울었는지.

다시 볼 때 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나는 위로 올라가고 말겠다'는 집념과 의지가 너무 눈부시다.

나에게는 없는 것, 그래서 동경하는 것. 

다시 볼 때 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시간이 좔좔 잘도 가는 재밌는 드라마.
     

posted by steadyoung
2010. 2. 6. 00:32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아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전우치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나쁘지 않은데 그렇다고 너무 재밌다고 하기도 뭔가 많이 부족하다.
나는 극본이 아마 별로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강동원님은 매우 심히 알흠다우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기도 좋았다. 쌍화점 보면서 조인성에게 느낀
안타까움이-못하지 않는데 잘한다고 할 수도 없는-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나와 내 친구는 주제도 모르고 강동원님을 살짝 동정했다. 얼굴 때문에 연기가 대접 못받는 일순위시다.

거기 나온 쟁쟁한 배우들 중에 연기못한다고 욕먹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알흠다운 강동원님은 무려 하늘까지 날아다니시고 분신술을 펼쳐서 세상이 강동원으로 가득차는
최고의 빤따지를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잠시나마 느끼게 해주셨는데...
그래도 그리 재밌지 않다.

블로그에 유치한 거 싫어하시는 사람은 별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가서 즐기다 오기 좋은 영화라는 감상이
일반적인데
말해두지만 나는 유치한 걸 매우 좋아한다. 작년 최고의 영화를 드래그미투헬로 꼽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노라니
문제는 전우치가 즐기다 오기에도 빈약한 영화라는데에 있다.
신인류 강동원을 즐기다 오기 좋은 영화라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이런 영화는 기승전결이 분명해서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으로 봐야하는데 이건 뭐 어린이용 비룡열차 같은 느낌이라...
김윤식씨가 나왔는데도 악당은 맹숭맹숭하고 로맨스가 감칠맛을 내주기에 임수정씨의 섹시빔은 야광봉 수준이며
초랭이의 고분분투는 왕의 남자를 뒤집을 수 없고 백윤식씨가 스승인데 스승님의 원수에 대한 분노가 절절하지 않다.
오락영화라고 부르기에 너무도 많은 것들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허나 배우들은 연기를 절대 못하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극본의 문제다.
그저, 그저, 그저, 강동원님만 심히 알흠다우실뿐.

최동훈 감독의 타짜와 범죄의 재구성을 살펴봐도 그런게 범죄의 재구성도 중간에 긴장감이 풀리면서 지루해지는데
전우치도 중간에 지루하다.
그리고 임수정씨는 도대체 왜나왔을까....................................................................
내가 워낙 별로 안좋아하긴 하지만 억하심정은 없는지라 이게 임수정씨 말고 딴 사람이 나오라~는 뜻이 아니라
임수정씨가 맡은 역할 자체가 도무지 의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도중에 눈두덩이에 아이섀도우를 미친듯이 퍼바르고 나온 장면도 우습고...전우치가 사랑하는 여인네로 나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공주님 대접 해주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그렇게 대놓고 공주님-전리품 취급하면
원체 고전적인 패턴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전우치가 싸우는 동기는 스승님에 대한 복수이다.
즉 여자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할 것도 아니면서 마지막에 그렇게 써먹을 건 또 뭐람...(복사꽃 운운)
그냥 남자만 내세우기 뭐하니까 여자도 하나 끼운셈인데 그걸 당대 최고라고 뽑히는 여배우가 한다는게 씁쓸했다.

모두가 재밌다고 꼽은 타짜를 봤을 때도 매우 찜찜했던게, 결국 여자라는 칼이 물건은 물건이고 위험은 하나
남자가 쥐고 흔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걸 첨부터 끝까찌 줄기차게 주장하는 영화로 김혜수씨의 배우 랭크가 급상승된 사실이었다. 전우치에서 느낀 씁쓸함의 백배 정도를 그 때 느꼈었다.
한국이란 사회에서 여자가 차지할 수 있는 지위는 딱 그 만큼. 딱 그 정도. 잘난 남자들의 값진 전리품.

당대최고의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후뢰시맨 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내 이런 목마름은 계속 되려나.
내가 나루토를 보다 만 것도 사쿠라가 제 구실을 너무 못했기 때문이고
원피스를 계속 봤던 건 나미가 어엿한 해적 구실을 했기 때문인데...
(물론 루피도 평소에는 져주지만 당장 선장 노릇할 때는 나미에게 명령 잘한다ㅡ_ㅡ)

전우치는 붕붕붕 날아다니면서 빛나는 얼굴과 기럭지를 보여주시는 강동원에게 포커스를 맞춘 영화라
타짜만큼 심각하게 곱씹진 않았지만
그렇게 할일없이 임수정씨를 넣을꺼면 과감히 뺴고
스토리라인에 충실하거나 강동원의 액션신을 더 보여줬음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나는 이거 dvd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알흠다운 강동원님이 능글맞게 구는 모습을 싹둑싹둑 가위질에서 뇌리에 박아놓고 싶기 때문.


아 다 읽고 보니 완전 영화 형편없는 것 처럼 보여서 몇 줄 덧붙임.
전우치가 별로라고 느낀 건 애초에 기대치가 너무 컸기 때문이고, 위에서 밝혔듯 나쁘지 않았다.
꽤 많이 낄낄낄 웃었고, 마지막에 화담이랑 싸우다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거문고를 쏴라-했던 충고를 지켜서
싸울때는 오오오오오 불타올랐다.
단지 그런 잔재미들이 영화의 굵직굵직한 단점들을 보완하기에는 조금 힘이 딸렸다는 사실.
액션신에서 신선(?)들이 졸졸졸 따라다니는 것도 아기자기 재밌었다.

그래도 강동원씨가 인터뷰에서 500만 넘어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만
어느정도 관객수가 많이 들게 되서 단순한 빠순이 입장에서 기쁘다.
항상 영화 잘 선택해서 다양한 연기변신을 해왔는데 얼굴 때문에 손해보는 배우라서.
나는 조만간 의형제를 보러 가야지. 우후후훗

 
posted by steadyoung
2010. 1. 26. 02:5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월화드라마를 보고 있다
사실 중간중간에 빼먹기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와서 놓치기도 하는데
그래도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째, 수줍게 어눌하게 순수한 '황정' 박용우의 연기가 너무 좋고
둘째, 격변의 시대였던 탓에 관심이 많이 간다.

 

오-아임소리. 미안해요 미스터 황, 알렌 식의 대사도 웃기고, 오밀조밀 단정하게 생긴 한혜진도 좋다.
연정훈이 밉상인 건 어쩔 수 없지만...악역이니 괜찮은 셈치자.

 

예전에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카리스마이자 혀 짧았던 썜 왈,
고종을 알현했던 한 외국인이 고종이 양치질을 하지 않아서 씩 웃었을 때 보였던 치아가 다 썩어있었다고 기록했다던데
그게 어찌나 충격적이었던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고종 불쌍해.....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의 손에 남겨진 수많은 기록들이 그가 얼마나 무능한 왕이었는지를 증명하지만,
나는 사실 그 격변의 시대에 죽지 않고 살아있던 것도 용하다고 칭찬하고 싶다.
 물론 정치라는게 그렇게 간단하진 않지만;;;

 

시계가 없어서 시간 관념이 무른 게 그리 무능한 일일까.
양치하지 않아서 이가 다 썩어있던게 그리 혐오스런 일일까.
개화가, 근대화가 조금 늦었던 것 뿐인데.
물론 그게 가장 큰 착오였지만 말야.

 

시대와 역사는 스스로 살아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고 믿고 있다.
신센구미로 대표되는 막부 구세력을 굴복시켜 메이지유신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료마는 료마대로 뛰어나지만)
일본 국민의 국민성도 뭣도 아니라 그저 그럴 운명이 아닐까 해.
(1800년대 말 쯤 일본을 방문했던 호주사람이 일본 사람들이
너무 게으르다고 한탄했던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마찬가지)

 

그래서 오늘 알렌을 양귀라고 잡아가둔 민중들의 모습이
무식하다고 욕할 수도, 안무식하다고 감쌀수도 없어서 가슴이 짠했다.
아아. 메이지 유신만 없었어도...하고 한탄해봤자 소용없지.

  

근대화란 옷과 같은 거다.
모두가 안입으면 필요없는데 99명이 입고 한 명이 안입으면 그 한명이 변태똘아이인 것 처럼.
그냥 그 정도의 일인데,

그걸로 고종과 그 당시의 사람들이 비웃음을 당하고 욕 먹는게
내가 한국인임을 떠나서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측은할 뿐이다.

p.s 박용우씨는 옛날에 종이학 할 때 부터 눈여겨 봤는데
요즘 드라마에서 너무 열연해서 기쁘다.
사실 열연보다는, 얼굴에 선량포스가 뚝뚝 묻어나는게 좋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기!!!

posted by steadyoung
2009. 11. 30. 03:56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영화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영화' 백야행이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히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영화 '백야행'이 참 재미있었다.




나는 소설을 읽은 뒤 드라마를 보고 그 후에 영화를 봐서, 의미를 부여하자면 차근차근 순서대로 '백야행'을 즐긴 셈이다.
책도 손에 땀을 쥐고 읽었고, 드라마는 아이들이 열연한 1화부터 마지막까지 눈물샘을 줄줄 떠뜨리며 보았다.
소위 말하는 '원작의 팬'까지는 아니어도 백야행이라는 이야기에 커다란 애착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영화로 만들어진 백야행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던게 다행스러웠다.

한국에서 상/중/하로 출판된만큼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소설 백야행은,
모든 일의 원점인 어린 시절의 사건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성장기와 젊은 시절, 완숙한 어른이 될 때 까지의 기나긴 세월을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철저하게 배제하며 주도면밀하게 좇는다.
드라마는 정반대로 주인공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백야행을 그려나가는데,
야마다 타카유키와 다케다 테츠야의 예상 밖의 선전과 더불어 말그대로 드라마틱한 '결말' 덕에 
소설과는 차별화된 작품을 완성시켰다. 

소설과 드라마는 대략적인 줄거리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소설과 드라마에 대해서 예전에 쓴 리뷰 http://alivehiro.tistory.com/entry/백야행-vs-백야행
소설이 보다 스릴러로, 드라마가 보다 사랑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위에서 말했듯이 그려낸 시점이 다르기 때문일테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는 어땠을까?

스릴러로 보기에는 사건 전개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고, 
사랑 이야기로 보기에는 요한(고수)과 미호&지아(손예진)가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너무 없었다는 비판은 적절하다.
사건의 출발점인, 요한이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도 어린시절의 요한과 지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없었다는 지적도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애시당초 유키호와 료지의 공생관계가 애정 보다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욕망에 기반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알콩달콩 서로를 좋아하는 모습은 귀여웠지만+_+) 
료지가 유키호에 대한 사랑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기보다는, 
자신의 DNA를 제공한 자의 파렴치한 행위를 목격한데서 오는 충격과 혐오감, 그에 대한 반동적인 살인에 가깝지 않을까.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추악함을 아버지라는 형태를 통해 확인했을 때의 자괴감과 그런 아버지라도 부모를 해쳤다는 죄악감,
피해자 여성에 대한 죄책감으로 똘똘 뭉친, 비정상적일 정도로 순수함만 남은 료지는 기나긴 속죄의 길을 걷는다.
물론 유키호에 대한 애정도 어느 정도의 동력이 된 건 확실하지만 그는 자신이 저지른 흉악한 살인만큼이나 나약했고
털어낼래야 낼 수 없는 죄책감을 병적일 정도로 씻어내려는 결벽증 환자였다. 
유키호 또한 드디어 전적으로 자신의 편에 설 물같은 인간을 만났으니 이전까지의 피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더해져
료지에 대한 지독한 집착을 버릴 수 없었던게 아닐까.


둘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입장을 공던지기 하듯 주고 받았던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욕망과 이유 때문이지
결코 애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둘이 사랑했다는 시절의 묘사는 내게 크게 소용이 없고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영화가 지나칠정도로 어린 시절의 둘의 관계를 생략하고 고수와 손예진이 함께 얽히는 장면이 적었어도 
큰 거부감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동수 형사(한석규)는 둘을 샴쌍둥이에 비교하는데,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장면이 나온다.
이제 곧 등 붙이고 앉겠구나 싶은데 역시나 등붙이고 앉아주는 센스, 이런식의 예측 가능한 전개는 개인적으로, 흐뭇하다ㅋㅋ
그리고 드라마는 귀가 아프고 질리도록 태양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영화는 그런 걸 입아프게 강조하는 것 보다
이렇게 흑과 백을 대비시키는 방식(영화 오프닝에서 손예진의 배드신과 고수의 살인장면이 교차되는 것도)을 택한 것도,
장르적 특수성을 잘 살린 듯 자연스럽고 좋았다.

또 드라마가 고등학생 역에서 주인공으로 바로 넘어가는게 가능할정도로 두 주인공(아야세 하루카&야마다 타카유키)이
어린게 좀 거슬렸는데(소설은 주인공들의 연령이 훨씬 많아진 후에야 결말을 향해 치닫죠)
고수와 손예진은 더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원체 더 완숙한건지
보다 더 남성적이고 여성적이라 한층 더 비장했다. (형사는 더 젊어졌다는게 아니러닉하군뇨)


그리고 크게 놀라고 인상적이었던 건 세트 설정.
단순히 생각컨데 드라마 백야행 제작 환경에 비하면 영화 백야행이 자금면에서 유리한 환경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 폐선박이라는 장소 설정 부터, 모든 공간적 배경이 너무 극성스럽지도 일상적이지도 않아서 좋았다.
드라마가 내내 일상적이고 살풍경한 세트를 보여줘서 그런지(그건 그거대로 매우 설득력 있었지만)
마지막에 M&Y 패션쇼를 한다거나, 고수가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서 유리창을 뚫고 추락하는 장면 등등,
영화스러운 세련됨에 눈이 즐겁더라.

산타복장을 한 미끼가 있고 흑백의 가면을 쓴 고수가 마네킹이 늘어선 곳으로 도망쳤을 때는 와우!
어차피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살짝 몇몇 장치를 해주는 것 만으로도 새롭게 느껴져서 흥미롭다.




영화 백야행에서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게 배우들의 연기.
손예진과 한석규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친구가 한석규의 등장에서 '안심'했다고.
형사와는 다소 동떨어진 지적인 분위기가 난 좀 안타까웠는데(형사는 지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아니예용)
우월한 발음과 목소리에는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에 흘낏 본 아이리스에서 뭔가 말은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던 남자가 생각났다)

손예진은, '여우(女優 & 狐)'란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그녀의 나이대에 그만한 연기의 폭을 갖고 표현해내는 여배우가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어쨌든 '클래식' 때의 <흥, 이쁘기만 한 건 아니네> 했던 질투가 
'영화에서 적어도 연기만은 안심하고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배우에 대한 신뢰로 완전히 전환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손예진이 조작된 차 사고 후 자신의 입양사실을 남자에게 고할 때
완전히 남자의 입장에서 손예진에게 넋을 잃고 같이 울고 싶어진 날 발견하고 깜놀;;;
영악해서 어리석은 짓으로 자기 무덤 파는 짓도 안할 것 같고. 흥미로운 배우이다.

그리고 '고수의 재발견'



고수를 인터뷰한 친구의 선배가 "야, 완전 천사야!" 했다던데;; 굳이 그 말로 확인 하지 않아도 선량함이 줄줄 새는
요 사람이 어쩜 그렇게 연기를 할 수가 있었을까??;;
사실 고수 드라마를 본 기억이 전무해서ㅡ_ㅡ; 그저 착하고 잘생겼을 뿐 특징이라곤 쥐뿔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고수의 하늘 아래 나는 너무 오만했나니.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근데 누가 캐스팅했는지 몰라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게 위에서 밝혔듯 료지(=요한)를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놈으로
생각하는 난, 고수의 선해보이는 분위기가 료지(=요한)라는 인물의 본바탕을 깔아주고 거기에 훌륭한 연기가 입혀져서
시너지 효과가 팡팡 터진걸로 보인다. 기대 이상이었다. 

기대 이상에 대해서 한마디만 더 하고 넘어가자면 바로바로 고수의 배드신+_+
상대가 연상의 농염한 분이라 그런지 에로틱함은 물론, 토할 길 없는 울분을 마구 뱉어내는 느낌이 팍팍 들어서 화끈했다. 
손예진의 배드신이 화제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고수의 배드신은 요한의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을 담아내기 위한 꼭 필요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섹스가 끝나고 여성분이 사정 또 안했냐는 대사를 하는데, 사정을 안한다는 게 료지(=요한)의 말없는 후회를 드러내는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관계상 전혀 건드리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삭제할 수 밖에 없다는게 안타깝더라.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자랑하는 다케다 아저씨의 콧물 줄줄 흐르는 눈물이 한석규의 미안하다는 짤막한 절규로 대체되고, 
이시다 나오미의 유령 감싸주기가 통째로 사라진 건 마음이 아프다 ㅠ.ㅜ 


   
그 외에 아쉬웠던게 있다면 역시, 이민정의 연기.(리뷰에서 보이는 꽤나 공통적인 의견)
꽃남에서 연기는 둘째치고 저런 심플한 단발머리를 하고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하며 감탄했는데,
연기가 미숙하다는 지적은 삼가한다고 해도 첫째, 발음이 부정확해서 전혀 똘망똘망한 비서 같지 않았고 
둘째,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눈화장이 너무 도드라져서 거슬렸다. 그런 아이라인과 속눈썹이 꼭 필요했을까?
원체 예쁘니까 너무 눈을 강조하지 않는 편이 비서 역에 보다 어울렸을 것 같은데...어쨌든 나오는 내내 아쉬웠다.
꽤 비중있는 역할인데 영 시원찮았다.
 
또 드라마 백야행은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초등학생으로 설정해놓았지만 그리 큰 노출이 없었는데 비해
영화는 중학생으로 설정해놓고 등을 홀랑 벗겨놔서 깜짝 놀랬다.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한국과 일본이 선을 긋는 기준의 미묘한 차이가 재밌었다. 
 
나에게 백야행이란 마치 아직 다 맞추지 못한 거대한 퍼즐과 같아서,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마다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나머지 조각들을 줍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양한 조각들을 여기 저기에 붙여보며 고분분투하는 과정이 즐겁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모든 것의 원점임에는 틀림없으나, 소설 마저도 이야기의 일부만을 간신히 담아낸 듯,
이야기 자체가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독립된 생명체 같아서 접할 때 마다 항상 불안하고 흥분된다.

영화 내내 빨려들어갈 것 같이 몰입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 그런 내 개인적 이유 때문.

그래서 백야행을 소설도 드라마도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상해보고 싶은게,
영화적 완성도 운운하고 싶은 건 허영심 때문이라고 쳐도 영화를 시작으로 드라마와 소설로 넘어가는
느낌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기나긴 포스팅을 끝으로 깨달았는데, 난 그저 백야행의 일개 빠순인 듯 하다.ㅡ_ㅡ;;;;
덧붙여, '요한'이란 이름의 유래가 설마 몬스터는 아니겠지 싶은 호기심이 반짝반짝. 
덧붙여, '요한'이라는 단어만으로 임파루스의 꽁트도 생각나니... 본인의 오탁스러움에 할 말을 잃는다...ㅡ_ㅡ;; 

posted by steadyoung
2009. 9. 20. 00:1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웃음의 대학' 리뷰를 읽다가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가
미타니 코기의 작품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중학교 때 봤으니 본지 10년이 넘어 자세한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하면 녹음실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생중계'하는 느낌이야말로
'미타니 코키 월드' 아닌가. 과연 흠흠.

미타니 코기라 하면 나의 일드 베스트 뽜이브 중 단연 상위를 차지하는 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모든 극본을 담당한 극작가로,
잘 모르시겠다면 옛날 드라마 임금님의 레스토랑,
그리고 2004년의 신선조(신센구미) 를 집필했다는 설명을 친절히 덧붙이겠음.
그 외에도 당연히 많은 드라마와 연극 극본을 썼고, 가끔 책도 내고
내키면 연기도 하는(극단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음) 멀티(?)작가이다.

잠깐 이야기를 돌려서 '후루하타 닌자부로'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천재적인 형사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해서 검거한다는 평범한 추리물이다.
물론 CSI와 같은 과학수사를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를 보면
추천한 내게 돌팔매질을 해도 마땅하고 생각하겠지만,
이 드라마의 묘미는 과학적 수사가 아닌,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데 있다.

범인은 드라마 초반부에 어떤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후루하타 닌자부로(형사이름임)가 짜잔 등장해서
그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수상한 범인과 말로 실랑이를 벌인다.
당연히 시청자는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에
후루하타 닌자부로가 범인을 '궁지로 몰아가는 과정을 즐겨야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불안하니까 괴팍한 성격의 형사와 덜떨어진 부하를 덧붙여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는 보험도 들어놓았다.
(물론 범인이 완고하게 부정하면 물리적 증거를 내밀기도 함)
어쨌든 깐깐하고 고집세고 괴팍한 후루하타가
범인과 쉴새없이 말을 주고받는 과정에 드라마의 매력이 있고,
형사물이라는 장르를 택하고도 상황극이라는 형식을 잘 살린
'미타니 코키 월드'를 무려 3분기+SP까지 듬뿍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즉, OO라는 장르를 택해 상황극을 벌이는 형식이 미타니 코키의 특징인데,
이를 '웃음의 대학'에서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연극으로 올린 적이 있는데,
황정민씨가 주연을 맡아 굉장히 좋은 평가와 반응을 얻은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웃음의 대학'은 영화적 완성도를 따지면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순 없는데,
대체 츠바키(이나가키 고로)는 왜 갑자기 군대에 가는 것임?
웃으면 안되는 시대적 배경으로 웃기고 싶은 작가와
민중이 웃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검열관의 실랑이를 그린다는 건 참 기발하지만,
딱히 복선도 없이 갑자기 휙 군대가서 연극을 못하겠다는 마무리는
참 책임감 없다고 생각했다.
야쿠쇼 코지도 웃다가 울다가 화내는 장면에서 소름 쫙 돋았는데
군대간다고 경례하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의 심술벌레가 꿈뜰거렸다.
미타니 코키는 십중 육칠 결말따윈 아무래도 좋은가보다 싶다.

하지만 중간의 상황들이 주는 잔재미가 너무 풍성하다.
정확히 말해서 실랑이를 벌이는 한줄 두줄의 대사들이 쉴새없이 고쳐지는 과정인데,
진지하고 엉뚱한 캐릭터와 절묘한 말장난의 결합은
때때로 완성도의 결함도 눈감아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같은 경우.

봉태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다시 공연을 한다는데
시간이 되면 보러가고 싶군여.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7:16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영화가 두시간 반 넘었던 것 같다.

중반(어쩜 더 일찍)부터 내 머리속으로는
"낚였다"는 생각만...

사실 나야 김옥빈양을 알현하러 간건데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근과 주말출근의 틈새를 해집어 만들어낸 시간-밤 10시 10분부터 보고 있기에는
너무도 피가 낭자했고 지루한 영화였다.

치명적 사랑? 웃기고 있네-
도대체 뭐가 사랑이란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친구는 그냥 B급호러 치고 좋은 거 아니냐고 했지만
그래, 문제는 바로 그거다!
영화광고를 B급호러로 안때렸잖아!!!!!!!!!!!!!!!!!!!!!!!!!!!!!! OTL

송강호 나오고 김옥빈이 벗었고 신부가 흡혈귀가 되어 친구의 아내와 치명적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과 박.찬.욱 이라는 이름 자체는 평소에 별 영화에 관심도 없는 본인을
영화관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한 미끼였는데,
그렇다. 결국 미끼를 덥썩 문 낚인 물고기 한마리 되어...

그냥 감독 좋은대로 신나게 만든 영화같았는데
내가 거기에 놀아난게 너무도 억울하다!!!
...그래도 김옥빈이 예뻤고 과감하게 벗어주었으니 최큼 용서하기로 했다.

4일만에 100만 돌파했다더니 평은 역시 참신하다 VS 지루하다 등, 갈리고 있는 모냥.
나는 도시락 싸들고 영화관 앞에서 막고 싶은 오지랖을 발휘하고 싶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참신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두고봤을 때 지루했다!

나는 올드보이 이후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없지만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어쩌구 영화도 내용과 홍보를 따로 때려서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친구의 증언을 토대로
인제 박찬욱 감독의 영화니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가지 좋았던 건, 영화 시작하기 전에 본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너무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_+
기대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보다 더 스릴있고 추격자보다 피가 훨 덜 나오면 
나는 완죤히 흥분할 것 같다 (>.<)b

+김옥빈양은, 처음 데뷔했을 때 부터 참 예쁘다고 생각했고 당차보여서 좋았는데
'할인카드 사건' ㅡㅡ^과 과격한 댄스솜씨를 발휘하면서
약간 비호감으로 전향한 듯 해서 좀 아쉬웠다.
할인카드 사건이야 그게 그리 욕먹을 일인가 싶어서 개의치 않지만
춤은 이제 최큼 자제하시고 연기에 집중해주면 좋겠다.
벗는 여배우들에게 무한지지를 보내는 본인은, 김옥빈이 꼭 벗었기 때문은 아니어도
그 당차고 화려한 외모로 한국 영화계에 굵직하게 존재감을 발휘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이번 영화가 실망스러웠어도 어케어케 용서가 된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2. 26. 00:45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조조영화-벤자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맞아?)

얼마전에 과속스캔들을 보러갔을 때, 곧 개봉하는 영화 광고를 보고 있자니
다들 왜 이렇게 재밌어 보이는거야!!!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보고 싶었는데 이 때는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아서,
브래드피트님도 나오시겠다, 설정도 기발하겠다 요 영화를 보러 영등포로 고고.

감상은 좋은 반응도 있고 지루하다고 나가는 사람도 있고.
둘로 나뉘는 모냥인데,
나에게는 참 괜찮은 영화였다.

일단,
무려 브래드피트가 할아버지로 나오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게 느껴지는)은데도
젊어졌을 때, 더 젊어져서 청년이 되었을 때의 브래드 피트의 영상이
점심밥에 집중못하게 만들만큼 충격적으로 멋져서(쌍화점 인성씨 절루가라!)
그게 참 인상적이었고 +_+

남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솔직히 지루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용)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뜻하지 않게 뭉클해지는 가슴에 주룩, 눈물이 흘렀다. 
왜? 일까? 슬프거나, 인생무상이거나, 감동적이라는 단어로는 
이 영화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그저, 시간이 제대로 가던 거꾸로 가던 
인간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여튼, 브래드피트가 사람을 미치게 만드니깐
초중반반 잘 참아내시면 심히 본 가치가 있는 영화랍니다. 우후훗!

 

posted by steadyoung
2009. 2. 11. 15:06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개봉 55일만에 700만을 돌파했다는 그! 과속스캔들을 친구와 보러 갔다.
유행에 늘 한 박자 늦게 민감한...
영화관 가는 일이 드물어서 그런지 영화관은 어쩜 그렇게 흥미진진한 장소인지!
무려 과속스캔들 보기 전에 틀어주는 다른 영화 광고도 다 재밌어보이고ㅋㅋㅋ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을 데려다놓고 열린 시사회에서
박수가 쏟아졌다는 것도 어디선가 읽었고
다들 재밌다고 한 마디씩 하는 것도 귀에 들어오고
재밌긴 한데 별로라는 친구도 있고

물론 난 참 재밌게 봤다.
 
음악이 나오고 귀여운 아이가 나오고 예쁜 여자가 나오고
차태현은 언제나 그렇듯 원래 자기처럼 연기하고
의도치 않은? 한우물 파기? 로 이렇게 빛을 보는구나 싶다.

대박은, 기자회견할 때 홍경민한테 가려져서 속상해하는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 내가 너 인기없댔지?
ㅋㅋㅋㅋㅋ 완전 훌륭한 츳코미 ㅋㅋㅋㅋㅋㅋ
첨부터 끝까지 낄낄낄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옛날에는 이게 무슨 천만이 볼 영화야 하면서 고공행진하는 영화를 비웃었지만
(천만에 속아 태극기 휘날리며 보고 후회했던...)
칠백 팔백만 보는 영화들은 다른 영화가 못긁어준 부분을 잘 긁어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음.

해외파 떠받들기 컴플렉스의 절정 괴물
감독 이름값+돈+남북분단을 잘 이용한 태극기 실미도
참신한 설정과 싹수있는 신인+검증된 배우면 
돈 쏟아붓지 않아도 대박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왕의 남자, 뭐 등등.

과속스캔들도 쌍욕이랑 몸개그랑 조폭설정 없이도 낄낄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무려 12세 이상 관람임...) 여지껏 드물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게 아닌가!  아니야? ...

난 이런 코메디 영화 너무 좋으니깐 이거 감독도 간간히 이런 영화 찍어주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텔레비전에 조지아 씨엠에 차태현이 나온 걸 봤는데
조지아랑 너무 잘 매치되서 흐뭇했음. (얼마전 일본에서는 켄도 코바야시가 했었음ㅎㅎ)

차태현씨는 늘 항상 언제나 어딘가에 있는 느낌인데
그런 이미지, 포지션도 각광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건 
여유로운 사회에 대한 반증아닌가!

...흠, 연예계의 피라미드가 실력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퉁퉁한 사다리꼴이 될 그 날까지 차태현씨 화이팅.

   

posted by steadyoung
2009. 1. 22. 19:09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2007년 여름. 용의자 엑스의 헌신을 읽은 후,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에 맛들린 본인은,
긴 여름을 훈훈하게 보낼 같은 작가의 장편소설을 발견했으니,
그 이름- 백야행이어라.

무릇 책이란 기본 정보 없이 읽어야 감동과 재미가 더한 법.
용의자 엑스의 헌신이 그랬듯, 길이의 압박에 지지 않고 백야행을 줄창 읽어내려갔다.
그 전까지 나의 원서돌파는 아무리 뒤 내용이 궁금해 먼저 읽어버렸어도
되돌아와 모르는 단어를 반드시 찾는 바람직한 방식이었으나
이는 백야행 이후로 철저히 무너져내렸다.
일단 분량이 너무나 많아서, 모르는 단어 다 찾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뒤가 너무너무너무+_+ 궁금해서 되돌아갈 시간이 있으면 앞으로 나가고 마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읽기 시작한 뒤 제법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밀려드는 전율과 안도의 한숨은 어느 소설보다 강렬하고 끈질겼고,
소설의 세계에서 차마 벗어나기 힘든 환상적인 여운을 끌어안고
망설임없이 드라마를 클릭하게 만들었다+_+

일단 드라마는,
야마다 타카유키+아야세 하루카가 출연, 와타베 아츠로+_+와 카시와바라 타카시의 특별출연+_+
(특히 카시와바라 타카시는 그 옛날 러브레터를 보며 느꼈던 헤어나올길 없던 빠순심에 다시 불을 붙였주었다=_+)
이 외에도 백야행이란 드라마가 그저 그런 수준의 리메이크 드라마를 벗어나게 만든 형사역의, 다케다 테츠야가 등장.

특히, 1시간 분량으로 꾸며진 1화는 아역들이 등장해 열연하는데 너무 뭉클해서 눈물이 주룩주룩 주루룩-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와 같은 흡입력으로,
앞으로의 드라마에 휘리릭 빨려들어갈 만반의 준비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두둥~ 2화부터 8화까지 밀려드는 짜증과 위화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일단 꾹 참고 보았다;;;

위화감에 대해 설명하자면,
소설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결말과 함께 커다란 안도감을 느끼게 할 만큼
유키호와 료지가 악랄하게(?) 그려져 있다. 
그건 아마도 소설이 유키호와 료지의 심리묘사를 일체 배제하면서 진행되기에 
걔네들이 더없이 악랄하고 악마같고 피도 눈물도 없고 사람 해치기를 개미 짓밟듯;;;; 하는 괴물들이라고
생각하기 충분했기 때문.
 


자동차가 여기저기 사람들을 해치며 막무가내로 나아가다
드디어 바퀴하나가 빠지는 바람에 간신히 멈췄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유키호와 료지는 죽고 못살 인연이기에, 료지가 사라지면 유키호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되니까,
드디어 더이상 사람이 죽는 꼴 안봐도 되는구나;;; 료지가 죽어서 다행이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철저하게 사건의 바깥에서 무덤덤, 무미건조하게 사건을 읊어나가는 소설과는 달리
철저하게 사건의 안쪽, 즉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치중한 드라마는,
소설이 풍기는 괴물들의 냄새와는 180도 변해
<얘네들도 사람이예요, 이러고 싶어서 이런 건 아니예요, 얘네 책임이 아니잖아요>라고
사람 약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주장하니까;;; 그 위화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금이야 백야행 드라마가 원작을 해석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때는 얘네들을 이렇게 묘사해서 도덕적으로 괜찮은걸까- 하고 오바해서 생각했드랬다;;;; 푸핫.

즉, 소설은 유키호와 료지를 동정하기도 싫은 범죄자로 몰고가지만,
드라마는 동정의 요소가 너무도 많은, 또 다른 피해자로 그리기에 당황, 당황했던 것이다.
(프로듀서 왈; 걔네들을 괴물로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친구는 시체를 뒤에 두고 화면을 응시하는 야마다 다카유키의 염세적 눈빛에 반했다고 하지만
나는 8화까지 달랠길 없는 지루함과 짜증을 반복하는 심정으로 보았으나!!!!!!!!!!!!!!!!!!!!!!
그렇게 차곡차곡 결말을 향해 공감과 재미와 감동을 꾸준히 저축했던 백야행은
9화에 들어서서 화산이 폭발하는 것 처럼 감동을 마구마구 쏟아내기 시작한다.

9,10,11화는 정말 버릴 장면이 아무데도 없다.

괴물처럼, 유령처럼 살아왔던 키리하라가 자신의 혼네-진심을 내보였던 순간,
애정과 다름없는 집착으로 유키호와 료지를 쫒았던 형사 아저씨의 분투,
료지가 죽은 후 넋이 나간 유키호,
그리고 마지막, 밝은 태양 아래 손을 잡은 유키호와 료지의 아들 ㅠ.ㅜ

그런 결말은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장 드라마답고, 비극적이면서도 희망을 주는 감동적인 결말이 아닌가!

특히나 형사 아저씨와 도서관 아줌마의 대사는 눈물이 코로 흐르게 만들었다. ㅠ.ㅜ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우는 도서관 아줌마(요 키미코)를 향해
사람 속일 지혜가 있는 애들이 자수할 지혜 없을리 없다는 명대사를 날리는 단호한 표정의 다케다 아저씨와,
유령을 살게 한 형사를 죽일리 없다는 니시다 나오미가 '평생 일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대로 있어달라'라고 말하자
잽싸게 달려들던 야마다 타카유키,

그리고~ 랄라~ 나를 두근대게 했던 카시와바라 타카시 ㅠ.ㅜ


(아 이런 오카다형 미남!! 너무 멋있는거 아님???)
덕분에 몇 작품 없는 것들을 찾아보느라 그 당시 참 수고했는데;;,
최근 작품으로는 역시 백야행 만큼의 분량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인기절정이었던 시절이 제법 옛날이라- 흠.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갑자기 잘 안나오게 되었던 시기 이후로
(쿠보즈카 요스케가 생각났음. 왜 멋지고 연기도 좋고 말도 조근조근 잘하는 이들은 끝까지 가지 않는걸까...)
간간히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비추긴 하는데-  신통치 않아 안타까움.
요 사진들은 너무 잘생기고 어리게 나왔는데- 드라마 보면 성인 남자의 관록도 제법 있고, 여튼 추레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정작 일본에서는 시청률 포함- 그리 반응이 좋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원작 팬들은 이런 드라마의 구성이 꽤나 성에 차지 않았던 듯 싶다.(뭐 나도 그랬다)

그래도 나름대로 드라마 백야행이 소설에 그려져 있지 않은 내용을 독자적으로 그려내었던 점,
절묘했던 조연들 캐스팅과 9,10,11화에서 감동 몰아주기(최근에 요기만 다시봤는데도 눈물이 줄줄) 덕분에
2~8화까지 짜증났던 감정 전부 사라지고 '감동적이고 원작을 잘 살린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소설 '환야'를 읽었는데,
백야행 뒷얘기로 짐작되는 여주인공의 행동과 비슷한 전개에 살짝 아찔했다;;;
백야행을 급 간추린 이야기 같잖아요-오- 그래봤자 두권이지만- 그래봤자 밤 새서 읽었지만-...

백야행은 백야행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는 바람.
료지가 죽었으면 니도 얌전히 살아!!! 버럭!!!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똑같이 히가시노 소설을 원작으로 이렇게나 다른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는 데에 대해
유성의 인연을 한 번 더 비난하며... 
 

posted by steadyoung
2009. 1. 22. 15:49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난 회회아비로 알고 있었는데 노래는 휘휘아비로 하더라;;; 노래 좋았어용.



회회아비는 사실 아랍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당시 나름 국제적인 무역항 벽란도를 중심으로 많은 교류와 무역이 행해져
국내에도 외국인들이 살게 되어 일어난(?) 일을 그린 노래라고
고등학교 때 배운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고려는 조선 후기 나라 문을 걸어잠근 것과 달리 매우 개방적이고 열린 나라였다는 사실이 쇼킹했다.

고려시대는 격변의 시대였다.
왕건이 궁예의 뒷통수를 쳐서 나라를 만든 뒤 잘 나가다 그만 무신정변이 일어나고...
몽골과의 싸움에 강화도까지 피신해서 싸우다가 결국 속국 비슷한 처지로 전락하였으니,
원의 이래라 저래라 명령에 값진 목숨을 내던졌던 수많은 고려 시대 군사들을 생각하면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진다.....................하면 좀 뻥이지만,
일본원정도 그렇고 할 필요 없었던 전쟁을 너무 많이 했던게 아닐까,
나 혼자 머릿속으로 그려봤자 별 소용없는 옛날이 너무나 아쉬워서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여튼 쌍화점의 시대적 배경은 이렇듯 원의 내정간섭이 극심했을 무렵인데,
원나라 공주와 정략결혼, 잦은 왕위교체, 도무지 도움이 안되는 신하들 등
왕으로서의 위엄이 서지 않는 고려 왕의 비애!!!!!

는 몇 줄 안나오고
주된 내용은 주진모와 조인성과 송지효의 삼각관계이다+_+;;



가장 인상깊었던 건 주진모씨-
질투와 애정의 눈빛을 랜덤으로 발사하는 주진모씨의 포스는 정녕 압권이었다.
어디 무서워서 딴 남자 만나겠나!!! 싶을 정도로.
초반에 우리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한 조인성과의 베드신 또한 전부터 무척이나 두큰두큰하며 기대한 장면이었건만
소녀들이 한 번은 동경할만한 야오이물의 근육맨 실사버전은 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ㅠ.ㅜ
나는 이성애자이고, 굉장히 노말한 인간이구나, 라고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도 이름값 하시는 분들이 대놓고 영화에서 그렇게까지(?) 표현할 줄이야. 
난 이런 파격적인 시도, 좋다.

글구 사실 난 그 유명한 발리에서 생긴 일, 비열한 거리 등등 다 안봐서 모르겠는데
조인성씨가 연기파로 불리기에는 아직도 최큼 부족한 감이 없잖아 싶다.
못하는 게 아니라, 음, 뭔가 아직 좀...
물론 너무 젊고 너무 잘생긴 핸디캡을 안은 것 치고는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지만!!!

단지 안타까운 것은- 나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쌍화점을 본 후 적어도 5일정도는 '조인성'병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어야 하는데
갈림길의 갈 자에도 도달하지 못하게 한 영화가 참으로 슬프기 그지 없다ㅠ.ㅜ


일단, 조인성씨는 너무 길고 송지효씨는 짧다 ㅠ.ㅜ
비율이 맞지 않아 베드신 장면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보고 나면 '나도 조인성과 자고 싶어요!!!'하고 동네방네 외치고 다닐 정도는 되야했는데,
음...아, 조인성씨, 송지효씨 참 열연을 하셨구나, 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자신에게 깜놀.

배우들의 노출과 베드신의 수위로만 비교하자면 근래의 '색계'와 견줄만한데,(물론 색계가 더 쎄지만)
뭐랄까, 간략히 말하면 색계가 훨씬 재미있었다.
글쎄,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설득력'의 차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영화의 초점과 접근법이 다르다 할지라도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 둘 중 하나는 원해서 이 상황을 택한게 아니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스럽고 아찔한 정사를 통해 사랑이 깊어지면서 주위와의 관계가 뒤틀린다는 점, 등
다수의 공통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주진모라는 변수를 더해 어그러진 관계의 비극성을 강조하려던 쌍화점은
뭔가 굉장히 어설프고 찝찝한 감상만을 남긴 채 종료되었고
탕웨이를 죽인 뒤 빈방에서 침대를 쓸어내리며 묵묵히 슬퍼하는 양조위를 통해
관객들에게 시린 상처만 남긴채 텅 비어버린 가슴을 드러냈던 색계였다.

친구의, 너무 사랑해서 죽이게 되는 상황(주진모) 이해가 가? 라는 물음에
일단 죽이고 싶을만큼 누군가를 너무 사랑한다는 게 잘 이해가 안가,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치만 이 영화를 보고 너희들이 공감할 수 없는건 사랑을 모르기 때문이야, 라고
관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영화로서 실격이라고 생각했다.
 색계는 뭐 죽이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서 재밌었나. 홍홍.

글구 난 조인성이 젤 이해가 안되었음 ㅡㅡ^
마지막에 그 장면은 주진모가 좋은거야 안좋은거야?
정녕 연정이 없었던 걸까? 그럼 그건 주진모 혼자 미친놈이었다는 결말이 되고,
설사 연정이 있었다면 그건 송지효와 주진모 사이에서 흔들려 방황하는 조인성의 심리묘사가
허접할 정도로 없었다는 결론이 되기에, 매우 찝찝하였음. 
그냥 남자가 좋은 미친 왕에게 들키면 물먹으니까 두려워하면서도 정사를 포기못한 청춘남녀 스토리가 되었다.
조인성은 주진모를 좋아했어야 맞다.
일단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십 년을 안기고 머리빗기고 밥 멕이는 설정, 그게 가장 불가사의하잖아!!!!!!!!!!!!!! 버럭!!!!!!!!!!!
너무 충성스러운 신하라 그랬다고!!! 관객을 바보로 아나!!! 흥.

송지효씨는 별로 관심없었지만, 앞으로 잘 되면 좋겠다.
여배우가 소위 '벗었다'라는게 배우인생에 결코 마이너스가 아닌 상당한 플러스로 작용하길 빈다.
연기 못하는게 옷 벗고 설치는- 식의 비난은 충분히 비껴갈만 하다고 생각했음.

친구는 첫사랑에 연연해하는 남자들의 유치한 발상에서 시작해 끝이 난 시나리오라고 했으나
나는 끈덕지게 섹스와 폭력이 반복되는 장면들이야 말로 남자들의 로망이 잔뜩 투영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그 날 내내 '조인성'병 걸리지 않은 걸 못내 아쉬워하며
집에 돌아와 임주환을 검색했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1. 5. 23:43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갈릴레오를 봤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시바사키 코우, 시나가와 쇼지의 시나가와가 쬐큼,
그리고 초호화!! 게스트들 출현의 화제작@ 두둥!!

원래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중
단편소설 <1화 탐정 갈릴레오> <2화 예지몽>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용의자 엑스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 극장판도 개봉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천재 물리학 교수 유카와 마나부가 경찰수사에 협력하게 되면서
열정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신참형사 우츠미 카오루와 함께
유령, 폴터 카이스트, 순간 이동 등의 괴현상들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고 범인을 밝혀가는 이야기.
여기에 매화 게스트들이 등장해 독립된 이야기 구조를 이루는 옴니버스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8화까지는 매번 비슷한 구조이지만 9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10화로 이어져 드라마는 끝을 맺는다.
10화가 최종화에 적합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알짝 러브라인을 다져주는 센스 등,
나름 재미있었다. 그리고 떠올렸다...춤추는 대수사선의 감동을...흑.
갈릴레오에서 마지막 화가 그렇게 끝나는 건 아무래도 너무 싱겁다.


옴니버스의 매력은 단연, 다양한 게스트들의 등장!!
특히 갈릴레오는 월요일 9시 후지테레비 드라마의 자존심-돈을 걸고
실로 호화스럽기 짝이 없는 게스트들을 매화 마구 흩뿌려댔는지라
(밑에 써놓고 보니 그렇지만은 않은 느낌도...ㅎㅎ)
드라마 자체 보다 오히려 누가 나올지 굉장히 기대하면서 보게 만드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사실 1화에서 꽤 집중해서 보게 된 이유도 <카라사와 토시아키>가 나왔기 때문.
헉! 이건 뜻밖의 횡재잖아! 하는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다.
그 외,
3화-히로스에 료코, 4화-카토리 싱고(아오이 소라 최큼 등장ㅋㅋ), 5화-미즈노 마키, 오오고 스즈에
6화-호리키타 마키, 7화-후카다 쿄코, 츠카치, 8화-샤쿠 유미코 등등.

이들 모두 자기 이름을 걸고 드라마를 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갈릴레오에 나와 대체 어떤 역활을 했는지 눈으로 확인해보세요~ 즐거워~
개인적으로 오오고 스즈에(-섹시 보이스 안도 로보)가 좋아서 5화도 재밌었고,
특히 후카쿙과 츠카치가 나온 7화는 완죤 흥미진진.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어려운 공식을 아무데나 갈겨쓰며 사건의 해결을 향해 갈 때
두두둥 흐르는 음악과 사방을 빙글빙글 회전하는 장면은-
최큼 유치하다고도 말할 수 있고
시바사키 코우의 형사 역할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없지 않지만
(원체 시바사키 코우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롭고 나름 충실하다.
(-머 살짝 말이 안되거나 급 생략하는 과정들도 없지 않지만...난 눈을 감았어~~)
사건과 조연에 따라 때때로 등장하는 반전 설정들, 그리고~그리고~~ 
잠든 빠순 기질을 매화마다 살짝쿵 간지럽히는 후쿠야마 마사하루 감상 포인트를
거부감 없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당신은 이 드라마를 망설임 없이 '볼만한 드라마'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사실, 사건+옴니버스+형사 트리오는 내가 가장 열광하는 드라마의 조건들이라
여기에 일정량의 퀄리티와 상당 부분의 독특한 재미만 제공해주면(가령...멋지고 취향에 맞는 배우 등)
우매한 대중을 표방하는 본인은 토씨 하나 달지 않고 입다문채 몰입해서 보게 된다.
만일 이런 종류의 드라마들과 로맨스 등 다른 주제를 다룬 드라마를
단순 비교해서 수치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래서 둘이 80점을 받는다면,
내 개인적인 흥미와 취향을 이유로 20점을 더해 100점을 만드는 작업이 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이 드라마가 보는 모든 이들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은 할 수 없지만(할 맘도...)
대체로 위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꽤 재밌게 보지 않을까?
트릭이나 케이조쿠, 후루하타 닌자부로, 춤추는 대수사선 등등을 재밌게 봤다면 더욱.
(사실 굳이 비교하면 저는 위의 드라마들을 훨씬 좋아합니다만..) 



평균 시청률 20%를 웃도는 스코어를 기록.
사실 시즌2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런 기획, 한 텀만 하기에 너무 아깝쟝 ㅠ.ㅜ
누가 뭐라든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완소훈남이쟝 ㅠ.ㅜ
posted by steadyoung
2009. 1. 4. 04:09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홈페이지에 누군가 재밌냐고 묻길래 재미없다고 리플을 달으려는데
이미 리플을 단-니노의 팬으로 보이는 어느 분의 추천글을 읽고 있자니
머리 위로 물음표가 백만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정말 유성의 인연이 재밌었나요?

윗분은 급기야 니노가 가장 알흠다웠던 드라마로 타로이야기를 꼽는 만행을 저지르시질 않나...
타로이야기는 무려 쇼와 공동주연인데도 내가 3화에서 포기하도록 만든,
어떤 의미로 '대단한' 드라마였다.
검증된 원작에, 쇼와 니노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치를 부리면서
어떻게 그렇게 재미없게 만들 수 있는가! ㅠ.ㅜ
45분 동안 지루함에 치를 떨었다. 오랜만에 쇼가 드라마에 발걸음을 옮겼건만...쇼도 영 시원찮고.흑.
결국 쇼가 드라마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건 쿠도칸 덕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밤비의 늪은 깊고도 깊도다.아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것 만으로 강추드라마로 꼽기엔 난 너무 편협한 드라마관을 갖고 있다.
피칸치를 보고 어떻게 5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사용해서 이렇게 지루한 영화를 만들었을까- 했던 것 처럼.
이야기가 많이 샜지만,
한마디로 니노와 료라는 양날의 칼을 사용해서
결국 아무것도 못베고 끝났다는 것이
나의 유성의 인연에 대한 첫번째 감상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칼을 휘둘렀던 사람이 쿠도칸이라는 것. OTL
예전만 못하거나 눈 감고 썼거나, 둘 중 하나라는게 나의 두번쨰 감상.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쟝 ㅠ.ㅜ
원작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라는 건 이건, 분명히 쿠도칸의 각색능력을 의심케하는 확실한 증거.
그동안 주욱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읽어오면서 '상 적어도 중'의 만족도를 느꼈던 나로서는
유성의 인연 원작도 분명 어느정도의 재미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더욱 실망이 컸다.
쿠도칸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 약한걸까?
IWGP도 모든 에피소드가 그리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건 아니기에 흐음, 수긍도 해보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나...
나카시마 미카랑, 카나메 준의 시원찮은 설정, 셋이 힘 합쳐서 사기극 벌이는 건
전부 모조리 뺐어야했다는 안타까움.
증거조작해서 밀어붙이는 과정이 너무 짧고 설득력 없다. 
니노는 하나도 안똑똑해보인다. 료는 전혀 바보같지 않다.
형사를 바보로 알고 있어ㅡㅡ^
쿠도칸의 색채를 입히는 방법은 좀더 다양했을텐데, 1화의 난데없는 만화삽입은, 뭐 꽤 즐거웠지만
이건 뭐 일관성도 없고~ 재미만 주기에 임펙트가 크지도 않고~ 

그리고그리고그리고 나는 토다에리카 원래 별로인데~ 
이건 뭐 니노와 료와 카나메 준을 동시에 사로잡는 팜므마탈(은 아니지만)역을 토다에리카가 하기에
그녀의 용모, 설득력 없다...
좀더 이쁜 애 많았을텐데...흑흑. 호리키타 마키도 좋고- 이시하라 사토미도 괜찮고 흑.
자꾸 중간부터 짜증이나 내고.
원래 여기서는 복수와 사랑에 갈등하는 모습에 보는 이들이 함께 공감해야 하는데
공감은 커녕, '짜증'이라고 느껴지는데서
극의 줄거리가 얼마나 엉성한지, 얼마나 형편없이 전개되었는지를 알 수 있음.
단순히 토다에리카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쿠도칸과 감독의 잘못이겠지.
그저 적어도 이뻤으면 모두가 그녀를 둘러싸고 전전긍긍하는 것에
일말의 공감이라도 했겠지 싶은 마음에 미스캐스팅으로 몰아붙이는 것 뿐.
 
그리고 후카쿙나온 건 안봐서 모르겠는데 (쿠도칸의) 다른 드라마는 억지로 감정을 이입시키기 위해
슬픈 노래를 사용하거나 우는 연기 작렬시키는 짓 따위 안하는데
유성의 인연은 매화 슬픈 노래 과도하게 사용했음. 시도때도 없이 나카시마 미카 노래 막 나왔음.
토다 에리카 매화 울먹거렸음. 막 떼썼음.
울리고 싶으면 극본을 잘쓰삼. 잘쓴 각본에 흘린 눈물, 전혀 아깝지 않다.
노래로 감정 자극하는 건 우선 하나도 안슬플뿐더러 치사한 방법이다. 
보는 내내 '이건 아닌데' '이거 뭐야' '왜 또 이 노래 나와' 이런 생각만 했다.

호호. 그래서 난 마지막 3화정도를 남겨두고 유성의 인연을 말끔하게 포기했다.
글쎄. 마지막까지 보면 재미있을까? 실망의 정도가 더 커질 것 같아서 보기 두렵다.
보고 싶게 만드는 복선도 그다지 없었고.
늘 등장해 '그 밥에 그 나물'의 염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불식시키는 쿠도칸 멤버들도
이번엔 별로 등장하지 않았고(원장쌤 정도), 카나메 준의 열연 정도는 꽤 즐거웠지만 역시
당신에게 대박복은 없나봐요. 이런 드라마로 대박치긴 글렀으니깐 역시 소리없이 다운...
호호호. 하지만 시타라상(시타라 오사무-바나나맨-젊은 형사역) 나온 건 좋았음.
앞으로 드라마에서 얼굴 많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

등장인물도 많지 않았는데 각자가 전혀 자신들의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
원래 료가 "너 걱정하는거 오빠로서 걱정하는 거 아냐" 이런 말은
실신 이전까지 가야할 대사건만 이건 뭥미 싶었고,
니노의 범죄천재 같은 설정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범인(평범한 인간)플래이로 점철.
원장아저씨도, 진짜 범인 아저씨도 전부 물탄 술 처럼 흐릿.
나카시마 미카는 도대체 왜 나왔니????????????????????????
갑자기 차가 뿅 나타나는 등의 비현실적 설정을 무마시키위해 비현실적 인물을 등장시켰지만
아까운 시간 낭비일뿐.
그냥 니노가 천재성을 발휘해 익명으로 공수해왔다는 설정에 공을 들였으면 좋았으련만.
많은 캐릭터들이 팔팔 살아움직이는 키사라즈와 맨하탄 등과 자꾸 비교되면서
아쉬움이 한없이 묻어나온다. 흑흑

사실, 그냥 그냥 봤으면 그렇게 형편없는 드라마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1.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원작 망치는 드라마는 물론 쎄고쎘지만...
2. 니노와 료가 동시 출현했음. 것도 형제로 -쟈니즈 멤버 나온다고 늘 잘되는 건 아님, 알고 있음, 하지만...
3. 쿠도 칸쿠로가 각본 썼음
-물론 전부 훌륭한 드라마가 되었던 건 아님. 나름의 장단점이 있음. 하지만,,,하지만...ㅠ.ㅜ

이 세가지 요인이 합쳐졌을 때 발휘되는 시너지효과+기대감을 절반도 못채워주었기에 문제가 된다.
솔직히 자기 드라마가 어땠는지는 쿠도칸이 젤 잘 알고 있을 듯.
키사라즈와 맨하탄 같은 드라마들을 써냈으면서 
유성의 인연을 그와같은 반열에 올리는 건 차마 자기도 바라지 않겠지.

다~애정에서 나온 불평이니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다음은 부디 좋은 드라마를 써주었으면 좋겠다.
비록 붓상이 죽었다 살아나는 영화까지 만들었으니 키사라즈2는 무리겠지만
그렇게 발랄하며 진지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가 또 한편 '탄생'하는 것을 바라면서
당신의 건재를 빌겠어용.

사실 료는 별로 관심없고 니노는 부디 자기를 잘 이용해줄 좋은 드라마를 만나길.
타로 이야기 같은 건 카툰이나 뉴스 시키고(홀홀 죄송)
니노는 좀 더 좋은 드라마했으면 좋겠다 ㅠ.ㅜ
posted by steadyoung
2008. 10. 14. 01:40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금욜밤은 <이유> 작품분석한다고 꼴딱새고,
토욜은 조조로 비몽을 보러간다고 무리했는데
결국 조조가 아닌 것이 밝혀져 쿠궁.(하긴...11시 반은 너무 늦지...)

어쨌든 비몽을 봤습니다.

김기덕 감독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꽤 호의적이랍니다~
여지껏, 본거라고는 <파란대문> 뿐인데-
그것도 실은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봐서 본거거든요.
그래서 이나영씨 인터뷰 읽으면서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라는 말에 공감했지요.

같이 간 친구는 무려 두번째로 보는거!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좋다고 하네요.
동감.

여성을 비하한다는 말도 들리는데-
음, 현월의 나쁜소문-땅거미에서 여주인공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너무나 아픈 나머지 내가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저는 여기서 폭력에 순응하는, 이른바 '학습화된 무력감'에 젖은 피해자를 생각했어요.

성폭행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폭력을 형상화한 소재로 사용되었을 뿐
그것을  작자가 남자라 뭐 모르고 이런 말 쉽게 한다-(라는 모 여학우의 의견)는 건
굉장히...뭐랄까, 무식해보이더라고요 홍홍.

물론 김기덕 감독 영화 보고 여성 비하 운운하는 건 무식하다
라는 극단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아니오며
인간의 부정적인 본성, 폭력을 가장 잘 형상화한 소재로 차용되었다는 점을
감안해 생각한다면 좀 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흥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하지만 소설과 달리 영상은 너무 임팩트가 크니깐요.
그런 비판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얘기하고자 하는 건 니 안에도 내 안에도 있는 본성인데
표현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는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봐요.
뭐랄까,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의 머리속에 내장되어 있는 사물을 인식하는 '바코드'가 
다른 사람과 굉장히 다르구나, 기존 세계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모든 규칙들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내는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구 흐트러져있는 천피스 퍼즐을 떠올렸어요.
정확한 그림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여타 영화들이 그렇듯
다 맞춰서 완성된 작품을 내밀거나, 최큼 흐트러놓고 맞추길 바라지 않고
0부터 '내가' 시작해야하기에 까다로운 영화. 하지만

정확한 그림은 분명히 존재하는.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보아요. 거기에 즐거움이 있어요.

*오다기리 죠씨는 일본어, 다른 사람들은 한국어 하는 상황 설정이 초반엔 최큼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별로 신경이 안쓰이는데 그게 아무래도 싫은 사람들도 있는 모냥.
저게 수출되서 각 나라 자막 깔리면 일본어든 한국어든 알게 모야- 라고 생각해서
최큼 영악한 김기덕씨라고 생각도 했는데-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
언어는 '도구'로 기능할 때도 있죠.

 

posted by steadyoung
2008. 10. 1. 23:59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원제는 「タカダワタル的ゼロ」입니다.


포크가수, 반전운동의 기수-라는 설명이 있는데
반전운동의 기수라는 사실은 <자위대에 들어가자>라는,
누가봐도 명백히 들어갈 맘이 없어보이는 노래를 불렀다는 것 외에 사회적인 활동은 눈에 띄지 않음.



아저씨 2005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낮부터 술을 드시는 생활을 오래 하신 듯 하다.


이즈미야 시게루씨는 케이조쿠를 (나처럼 수백번 반복해서) 보신 분이라면
에피소드 6에서 폭탄사건을 해결하려는 퇴직을 앞둔 형사 역, 으로 나왔다는
설명이 훨씬 빠를 것 같다. 입이 거친 건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런 설정이란다. 


배우, 가수, 코멘테이터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분이셨다.
열정적으로 기타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관객을 향해 내뱉는 애정어린 막말도 거슬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던 이세야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폭삭, 무너진다.
낡아서 더이상 영업하기 힘들다는 건 사실이겠지만
모든 건 제로로 돌아간다는 것도 사실이겠지.
마지막 장면은 참으로 다카다와타루 적인 '제로'에 가깝다.

영화는 아주 작은 콘서트 같다.
거칠고 투박한 손이 지니고 있는 따스한 온기가
내 심장을 감싸안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posted by steadyoung
2008. 10. 1. 23:4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일요일,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인디스페이스에 들러 조난 프리터를 보았다.



식겁한 사진 하나.

프리터란 간단히 말하자면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뜻하는데
(일본에서는 '파견'이라는 말도 사용한다)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보너스도 없고 승진은 당연히 불가능하며
휴일은 쉬는 만큼 수입이 줄어드는 덕에 더이상 '휴일'이 아니다.

대~충 프리터란
정규직으로 일하기 '싫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일종의 '직업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 딱히 자발적 선택이라고 하긴 어렵고
그렇다고 누군가가 강요한 것은 절대로 아니며
어리둥절하는 시간동안 서서히 등을 떠밀려
이런 처지로 전락한 인상을 받는다.

그런 '처지'가 싫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 되는데
딱히 그럴 의욕도 없고,
싫지만 나쁘진 않은.

you 뭥미??

NHK로 대표되는 사회의 보수세력들(=勝ち組)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 개선과 (빈부)격차사회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수세력 모두
프리터를 잘못된 사회구조가 탄생시킨 '희생자'로 그리는데

주인공은 그런 시선에도 위화감을 느낀다.
おれは誰に負けた?(나는 누구에게 진걸까?)
자신이 프리터인 건 본인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하기에.

친구들 두명이 등장하는데
도쿄의 대학을 나와 큰 음반사에 취직한, 무려 이력서를 10만장이나 고쳐쓴 친구.
대체 니가 목표를 향해 무엇을 하고 있냐고
"정보를 모으고 있어"
그런 건 내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거나 다름없어.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취업한 회사에서 정년까지 일하려는 친구.
"단순한 인생이네"
단순하지.

정규직 노동자의 안정된 처지를 바라면서
정규직이 지녀야하는 책임감은 질 자신이 없는,
하고 싶은 일은 막연히 있지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시가 주는 자극을 원해 상경한 젊은이들의 방황.

주인공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니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건 잘못된 자세지만

개인의 잘못으로 몰기에는
지금의 사회, 지금의 일본
무언가 잘못되었다.

뭐가 문제일까?
posted by steadyoung
2008. 7. 8. 19:20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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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치 나미 감독, 마츠야마 켄이치, 나가사쿠 히로미 주연, 아오이 유 출연의 영화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人のセックスを笑うな)

야마자키 나오코라(山崎ナオコーラ)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오늘 도서관에 갔더니 책들 사이에 왜소한 체구로;; 힘겹게 꽂혀있길래
마츠야마 켄이치 주연 영화 원작이란 걸 생각해 내고 집어들었다.

멋들어진 타이틀(!)덕에 얼마나 혁신(?)적인 내용일까 내심 기대하고 소설을 읽었으나
이건 뭐 그냥...ㅡㅡ^
내가 번역본을 읽어서 그래? 원본은 좀 더 정제된! 아름다운 언어로 쓰여진거야? 그런거야?????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다는데 사실이야??????.....................왜??;;
(일단 '장편'이라고 하기엔 너무 얇던데...설마 내가 본 건 동명의 다른 작품..?? 일리 없고...)

여튼 뭐 내용은 이렇습니다.
미술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스무살 연상의 강사가 사귄다는 거죠.
섹스를 한다는거죠. 근데 강사는 결혼을 했고요,
한 번 마주친 남편이랑 셋이 식사하는 장면도 나오고 뭐 그게 원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국 헤어지는건데...끝.
내가 너무 휙휙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별 볼만한 구석 하나도 없건만...;;.........대체 왜??;;!!!!

그런 아리송한 마음으로 집에 와서 드디어 데스노트 원을 사우나 같은 집에서 끈기있게 봐주고
요 며칠 째 계속되고 있는 마츠야마 켄이치 빠순이 짓을 위해 영화 탐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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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소설을 읽고나니 영화가 보고 싶어서 불타오르고 있다;;;
마츠야마 켄이치의 연기가(러브씬이!!!!!!!!!!)쵸쵸쵸 보고싶어+_+보고싶어+_+보고싶어+_+!!!!!!!!

근데 2007년 제작, 2008년 초 공개, DVD도 7월 25일 발매라- 당장은 방법이 없다 ㅠ.ㅜ
올해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했었다는데.....아아- 먼 산이어라-

소설 덕에 영화도 별 탈 없이 심심~한 전개를 보일텐데-
유리, 역을 한 처음 보는; 70년 생이란게 믿기지 않는 나가사쿠 씨도 소설 속 유리와 잘 어울리고
마츠야마야 뭐- 소설 보는 내내 이게 마츠야마란 말이지 아아아- 하며 불타올랐고
아오이 유가 귀엽고 발랄한 엔쨩(이겠지?)을 맡았을테니- 나름 나이스 캐스팅에 기대감을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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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설정만 다소 독특(근데 연상녀연하남 설정으로 충격주는 건 인제 안먹혀서;;;)할 뿐
아주 평범한 '연애'를 다룬 이야기라,
여지껏 L이니 로보니 개성 넘치는; 배역을 맡아온 마츠야마에게 잔잔한 연애물을 기대한 나로서는
이 영화가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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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저....부럽구나 ㅡㅡ^
나이 먹어도 빠순심은 쇠하지 않으니- 대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흐흥~

뭐 더 끄적일라 해도 영화를 안봐서 쓸 수가 없네요~ㅎㅎ
 
아까 열심히 두 배우 인터뷰 한 거 번역해서 올리고 있었는데....그리 길지도 않건만-
컴터 뻑나서~ 하하하~다시 할 의욕이 사라졌다;;;;
다음 기회에;;;;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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