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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14. 11:38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 김정운씨!

그 책을 너무너무 재밌게 읽은지라 기대만빵인 마음으로 <일본열광>을 사서 열심히 읽었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걸 제어하지 못해 이 즐거움을 좀 더 오래 맛보고자 중간에 힘겹게 책을 덮을 정도였다 ㅠ.ㅜ

아저씨 너무너무 웃기고 좋다 ㅋㅋ
아저씨가 원한다면 빨간 망사 파란 망사 찢어진 망사를 신고 광화문 앞을 거닐 자신이 있다 ㅋㅋㅋ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고 좋았던 건,
나 자신이 참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이란 걸 여러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한달 전이라 가물가물한데-_-;;
행복이란게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매우 주관적인 정신상태이지만,
그걸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수 있다면 나의 행복도는 꽤 높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

인간은 감탄하고, 감탄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도 그럴듯하니 멋지고.

가끔 동생이 계란말이를 만들(어주)거나, 데릴러 나올 때 
난 항상 "동생이 누나한테 이렇게 대해줘서 누난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너무 맛있어! 동생 너무 멋져!!" 라는
닭살 쩌는 멘트를 뻥뻥 날리고,
(자, 누나의 오늘 복장에 대해 칭찬해봐, 누나의 현재 상태에 대해 칭찬해봐, 라는 나의 요청에 응해ㅡ_ㅡ;;;) 
동생이 나를 칭찬해줄 때가 있는데, 그런 일상의 사소한 '감탄'들이 내 삶을 매끄럽게 돌아가게 만든다는 생각에
소소한 일상의 한층 더 즐거워졌다.

그래서 친구한테 감탄하며 살아야한데! 하니까 친구가 그래? 근데 넌 너무 과도하게 감탄하잖아!!~ 라고.....

또 여자는 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남자는 안 한 일에 대해 후회한다고,
나도 여태까지 한 일에 대해 후회한 적은 많아도 ㅠ.ㅜ 안한 일을 후회한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일은 일단 저지르고 봐야한다는 나의 지론(?) 덕분에도 그렇지만, 일단 해놓고 후회하는게 
물론 자기 혐오에 빠지게는 만들어도 속은 편해지므로, 앞으로도 거침없이 저지르고 후회하는 삶의 방식을 택해야겠다- 다짐.

<일본열광>은 김정운씨가 안식년에 일본 도쿄에서 생활하며 느낀 것을 문화심리학적으로 풀어낸 책인데,
학문적이라고 하기엔 평이하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제법 알차다. 즉, 좋은 책이란 이야기다. 

일단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40대 중반의 남자가
가족들과 잠시 빠이빠이를 날리고 홀홀 단신으로 말도 안통하는 외국에 가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아저씨에 대한 호감을 한층 업그레이드!!!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새로운 자극과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피곤한 작업을 나이 들어서도 마다하지 않는 것! 나의 로망이다!!!
게다가 일본 문화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문화심리학적-아저씨가 좋아하는 프로이트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으로
풀어낸 것도 매우 재미있었다. 왜 일본 여자애들을 하얀 빤쭈를 최큼만 보여주는가, 등등.

연예인들이 사진 몇 장 찍고 감상적인 문장 몇 개 적어놓고
비싸게 책 파는 것 보면 울화통이 터지는데

(나도 참...그럴 필요는 없지만-_-; 그냥 종이가 아까워서 ...마음이 아프다...)

한가지 생각에 집중 or 집착해서 자기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도달한 과정을 이렇게 술술 풀어낸 책을 보니
전국 일본어과에 일본문화 입문서로 돌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책 마지막장에 가면 아저씨가 생각하는 일본문화의 특징이 나오는데, 사실 그 주제 자체는 일본을 오랫동안 접한
사람이라면 할 법한 생각이라 참신하다고 하긴 어려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아저씨가 아저씨 나름대로의 방법과 시각으로 그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만 13년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일본과 독일이란게 묘하게 공통점이 많지만) 전혀 다른 사회를 체험한 사람의
생생한 일본문화 (감상이 아닌) '생각문'을 보니 나까지 새로운 시각을 갖는 기분이 들었다.

곱씹을수록 흐뭇한 책이다.


p.s 아저씨, 부디 캠핑카 사셔서 글 많이 쓰시길 바래요. 책도 많이 팔렸던데......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