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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2. 22:08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고등학교 때 사둔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아마 고등학생 때 읽고 감명(?)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샀거니 싶은데, 몇(십) 권만 소장하고 있는 원피스, 헌터헌터,
백귀야행, 내 남자친구 이야기, 나나와는 달리 4권이라는 짧은 권수 덕택에 '전집 소장'이라는 명예에 빛나는 만화책 되겠다.

요시나가 후미는 흔히 '야오이'라 불리는 장르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작가인데(개인적 견해임) 그렇다고 해서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야오이, 흔히 말하는 게이물로 오해해서는, 비록 이성애자이나 나와 다른 성적취향이 존중받길 바라는
본인, 최큼 섭섭하다.
사실 이 만화책을 좋아하는 것 만큼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작품을 다 섭렵할 만큼 부지런한 것도
아니라 몇 년동안 요 책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단편 작품집 몇권 정도 흘낏 거린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야오이라는 장르의 특수성에 주목하기 보다 '인간의 성적취향과 성생활은 개인의 자유임'이라는 배경
을 바탕으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때때로 상처받고 때때로 기뻐할 수 있다는 게 인간의 권리이자 삶이라는 이치를
담고 있다-하면 너무 거창해? 

그치만 작년에 영화화되서 게이물이라는 무수한 오해를 낳은 본 만화책을 (영화의 게이적 색체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그렇고 그런 책으로 치부하기엔 곱씹어볼 장면이 너무 많은 게 아닐까, 만화책을 볼 때 마다 생각함.

등장하는 인물은 쌈박한 네 명 빼고 전부 뜨문뜨문.
재벌가의 손주, 얼굴도 잘생겼고 못하는게 없는 그야말로 이 시대의 '엄친아' 타치바나가 회사를 때려치고 만든 케이크점에,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게이 오노를 파티쉐로 맞이하며 이야기가 시작, 이어서 눈 때문에 복싱을 그만둬야
하는 '링 위의 쟈니즈(=덕분에 드라마는 실제로 쟈니즈인 타키가 이 역을 맡았음ㅋㅋㅋ) '칸다' 가 오노의 조수로 들어오고,
항상 타치바나를 뒤에서 보살피는 덜떨어진 보디가드 '치카게'가 합류하면서
사연 많은 사람들이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조그만한 앤틱 케이크점에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재밌는 건 일상 생활의 소소한 기쁨을 바라는 인물들의 사정이 꽤 유별나다는 점인데,
타치바나가 유괴된 적이 있었다는, 케이크점에 찾아오는 아저씨가 옛날 담당형사였다는 사실,
그리고 유괴범이 케이크를 사면서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을 위한 복선&결말을 포함해 오노네 엄마의 불륜,
칸다의 과거시절 화려한 여성편력, 치카게네 엄마의 가정폭력, 치카게 나름 딸의 출생비화(?) 등,
현실에서 일어나면 손가락질 당하고도 남을만큼의 구구절절한 비극이 개인의 개성(?)으로 거듭나는(?),
현재의 삶의 방향을 좌우했을 망정 지금을 사는 사람의 감정에 엉망진창 영향을 끼치는 않는다는 점이
보는 사람들에게 긍정과 웃음을 주는 포인트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림에 문외한이라 자세한 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요시나가 후미의 그림체도 만화책을 즐기는데 커다란 몫을 한다.
스토리가, 구성이 그렇듯 선 하나로 스윽 그리는 것 같은 깔끔함에 표정 하나하나를 돋보이게 하는 꼼꼼함이 공존한다.

사실, 여자들 보기에 가슴이 설렐만한 포인트-어여쁘고 멋진 남정네들에 대한 성적 판타지-또한 매우 풍부하다는 것,
그 판타지가 말그대로 찔끔찔끔 환상을 품게하기 보다 현실에 기반한 적나라한 묘사를 근거로 성립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다.
오노가 게이바에서 여러 행위를 서슴치 않고 하는 부분이야 직간접 경험이 없어므로 뭐라 말할 수 없으나 타치바나가
자신의 옛 여친과 결혼하는 혼마에게 '이로써 너랑 내가 한 그릇에 섞였다는 품위없는 농담은 안하고 넘어가마'
하는 세련된 진담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부분이야말로 이 만화의 커다란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하하하.


일본에서는 일치감치 드라마화 되어 칸다 역에 타키, 타치바나 역에 시이나 킷페이, 오노 역에 후지키 나오히토,
치카게 역에 아베 히로시 등 눈이 휘둥그래지는 후덜덜 캐스팅 플러스,
에나리 카즈키, 마나베 카오리, 코이케 에이코도 나왔나?....그 담에 생각안나네...
여튼 매화 등장하는 몇몇 게스트들과 함께 이뤄나가는 옴니버스식 구성이 돋보이는 꽤 볼만한 드라마였다.
볼만하다고 말하는 것 치고 두번 안봤으니 역시 그저그랬던 걸까 싶지만
보고 이거 왜 이래 씨$^%^(&) 하고 욕하지는 않았으니 그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다.
아! !!!!!!!!!!!!!!!!!!!!! 욕할 수 없던 이유 생각났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음악이 전부 미스치루(미스터 칠드런)의 곡이었음.
아 이건 정말 절묘하지 않을 수 없다. 선곡이 훌륭하면 그저그런 드라마도 어느 정도 승격될 수 있음을 보여줌.

아직 싱그러운, 징그러워지기 전 타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평가요인. 훗훗.

볼 때 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서양골 동양과자점이라 읽었던 날들에 비하면야 많은 걸 경험한 것 같지만
보고 느끼는 건 사실 그리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