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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0. 14:3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2008.10.15

발표 잘 들어주시고 질문도 해주셔서 감사드려요ㅎㅎ
저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는 저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중간에 (사건의 피해자인) 식물인간이 된 여동생을 수발하는 오빠가족이 나오는데-
사람이 살고자 하는 의지에 '왜'라는 물음을 던질 필요는 없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구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조금의 왜곡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첫장에 밝혔는데,
이런 객관적인 서술체가 사람 마음을 크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참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유와 언더그라운드를 연결해서 생각하진 못했는데,
그건 아마 '인터뷰'라는 형태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어디까지나 언더그라운드는 논픽션이고, 이유는 픽션이니까요.
논픽션의 '인터뷰'는 의무이고 픽션의 '인터뷰'는 선택이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생각나네요ㅎㅎ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가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는 많은 가족들이 등장하는 양상을 살펴보고 그 포인트에 공동체가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더한거구요.
미야베 미유키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인간이란 역사와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 받게 없는 존재이죠.
역사와 사회의 영향이란 말은 결국 개인간의 소통, 개인과 공동체간의 소통,
그리고 공동체들 간의 소통을 좀 더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상해사건 보다는 역시 살인사건이 주제를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상해사건이었다면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의 무게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상해란 단어는 지칭하는 범위도 애매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실수가 빚어낸 '있을 법한 사건'의 성격도 지닐 수 있죠.  

하지만 '살인'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사건'이기에 이런 극단적인 결말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었느냐- 하는 점에서 작가의 생각을 한층 효과적으로 드러낸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타마치'가 '그나마 낫다' 정도의 개념보다는 좀 더 우위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시타마치'가 완전무결한 이상향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하구요,이시다 나오즈미가 가타쿠라 하우스에서 피폐된 인간성을 '구원'받는 다고 표현한데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저도 그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가 많이 망설였는데-
압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는 그만한 임팩트를 가진 단어을 찾을 수 없어서 흑흑 어휘력의 한계;)

하지만 왜 하필 가타쿠라 하우스에서 발견되도록 장치했느냐를 살펴보면
작가가 시타마치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죠.
왜 그렇게 도쿄와 에도에 집중된 작품을 쓰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태어나 자란 이 곳외에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했지만
"에도시대는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사이의 정이 끈끈했던 시대였다"는 말은
(<기이한 이야기>와 <괴이>에서)
미야베 미유키가 어떤 상태를 바람직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반듯한 웃어른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얘야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 한단다~ 라는;; 

물론 재밌고 알기 쉽게 소설을 써주는 미야베 미유키지만
반다루와 가타쿠라를 분명하게 대비시켜 직접적으로 시타마치가 옳다는 걸 얘기할 만큼
쉬운 작가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현대사회는 이러이러한 모순을 끌어안고 있는데
공동체간의 유대 속에 개인들의 정이 살아있는 이런 장소가 예전부터 있었답니다. 어때요~? 
정도의 한발 물러선 태도에서, 현대의 부정적인 가치들이 초래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자세히 묘사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거기가 좋아! 라는 식의 강요는 없지요)

그래서 독자가 '그래도 여기가 조금 낫네'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라던 바이며,
그런 식으로 다른 작품들을 통해 세뇌ㅡㅡ^해가지 않나...(는 물론 제 망상입니다ㅎㅎ)

 

음-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 보니 미야베 미유키가 더 좋아졌어요!! 전 다음에 외딴집을 읽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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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주절주절 말 많다ㅡㅡ^
이거 쓸 때는 나름 광분하면서 썼는데
역시 나는 너무 급흥분을 잘하는 것 같다.

누가 나 차분하다고 하는데 정말 모르는 소리...ㅡㅡ^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