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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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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2009. 12. 3. 04:1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밤의 피크닉을 다 읽었다.
책장을 덮었을 때 주인공들처럼 함께 한참을 걷고, 피곤한 몸과 부은 다리를 이끌고 
간신히 교문에 도착한 기분이 들 수 있었던 건,
중간중간에 의식의 흐름이나 주변 경치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곁들어졌기 때문일테다.
나는 묘사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야기 전개를 해줬으면 하는 장면에 덤덤하게 묘사를 하고 있으면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기분에 안절부절 못하고 책장을 훌훌 넘겨버린다.
하지만 묘사덕에 나도 엎드려서 달린 격이 되었으니,

다카코와 도오루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 건
일상에서 벗어나 '밤' 이러는 시간대를 두고 기나긴 거리를 걸어오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늘 지니고 있던 '힘' 같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교문'이라는 결승점이 둘의 '화해'를 단순히 한순간의 격양된 감정 탓에 벌어진 사건이 아닌,
내면의 나와 마주섰던, 둘의 진심이 맞닿았던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주었으니,

'두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있는 힘껏 부딪힐 다카코와 도오루가 웬지 부러웠다.
서로의 존재가 상처가 되면서 위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그 순간이 부러웠다.


나도 걷다 지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