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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6. 09:3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일주일에 세네번은 서점에 들러 깨작깨작 볼만한 책들을 살펴보는 편인데, 얼마전에 갔다가 지난번에도 눈여겨봤던
성석제씨 소설이 또 눈에 들어왔다. 친구가 예전에 김연수씨 책 좋았다고 한 것도 기억났다.
교보문고에서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과 성석제의 '인간적이다'를 주문했다. '인간적이다'는 사실
표지 그림에 낚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도 얼마나 표지가 멋지던지.
요즘 책, 참 잘나온다.

(이것봐라. 그림 너무 귀엽지 않은가??)



주로 일본소설 문고본을 즐겨보고 한국 소설은 가뭄에 콩나듯 읽는 편인데, 때때로 한국 소설이 '고파질 때'가 있다.
예전에 원서 볼만큼 일본어를 하지 못했을 때 줄창 일본소설 번역본만 읽어댔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박완서씨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문장이 시냇물이 바다로 졸졸졸 흘러가듯 줄줄줄 '흐르는'거다.  
그 때 이후로 매끄럽게 쓰여진 유려한 한국어 문장이 문득 읽고 싶어질 때가 일년에 한 두 번, 예고없이 찾아온다.

전에도 말한 거 같은데 한국 소설을 멀리하게 된 원인은 내가 굳이 골라들었던 책이 예전에 공지영, 전경린의 하필이
면 재미없고 무거운 소설이었다는 점에 있다. 내 생애 꼭 하나뿐인 특별한 날, 이런건 왠진 몰라도 두 번 읽었는데 
두 번 다 별로였다.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소설이 왜이리 무거운지. 통학하면서 전철에서 읽기에 힘이 부쳤다.
그 때 이기호씨나 김중혁, 그런 사람들의 책을 읽었다면... 상황이 조금 바뀌었을라나? 잘 모르겠다. 읽었어도 그땐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여튼, 아쉽다. 한국소설에 좀 더 재미붙였더라면 인생이 그만큼 넉넉하게 느껴졌을텐데.

그래도 요즘에는 한국소설이 무거워서 못읽겠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만큼 재밌고 다양한 책들이 많이 나온것
아서 이렇게 읽고 싶을 때 가끔 질러주는 좋은 습관을 꾸준히 가꿔나가야겠다고, 지금 다짐하는 중...


성석제씨는 예전에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이런걸 엽편소설이라고 해~"하면서 빌려줬던 책이다. 그 친구는
국문과에 가기 전부터 책을 엄청나게 읽어댔다. 사실 나도 책을 꾸준히 읽는 편이긴 하지만 그 친구가 먹어치우는
책의 양과 종류는 엄청났다. 난 명함도 못내밀어~~~ 지금은 모 카드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 덕택에
성석제, 이름 석자 안까먹고 기억하고 있다.

그 때 그 한 장 채 안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던 소설은 참 재미있었다. 나는 원래 문체, 유려한 묘사, 굵직한 주제
이런 거 보다 스토리 위주로 책이 훌훌 넘어가는 어린이스러운 독서를 좋아하는데, 그 성석제씨의 엽편소설들이
누군가 옆에서 해주는 히히덕대기 좋은 재미난 이야기들 같이 느껴져서 부담없이 읽기 좋았다.(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장이 참 맛깔스러웠다. 방금 블로그들을 뒤적뒤적하다보니까 고리타분한 느낌이 난다는데 나는 
오히려 1960년생이란 나이가 어색하게 느껴질만큼 참신하고 재미나구만. 헉... 혹시 내가 고리타분???????..;;;

어제 집에 가면서 전철에서 스윽 펼쳐서 읽는데 반 넘게 읽어버렸다. 스~윽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저께 친구랑
피자먹으면서 에쿠니 가오리 완전 책 발로 쓴다고 욕했는데 (팬분들 죄송...) 그래도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을 쓰는
것도 재주다, 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고2때 친구랑 '혼불' 열권을 오기로 읽었던거 생각하면...
읽느라 여름방학 한달을 고스란히 바쳤던거 생각하면... 정말, 페이지 안넘어가는 책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ㅠ.ㅜ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었던 시절이 있구나, '혼불' 읽은거 생각하니 왠지 내가 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ㅋ)

아! 근데 내용도 재밌고 문장도 좋고 다 좋은데 역시 단편은 감질맛나서 안되겠다. 그래도 한 권은 되야지~
다음엔 장편소설을 주문해야겠다. 

그리고 오늘 아침, 오늘은 모처럼 통역일을 하러 종로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갈껀데, 가는 버스 안에서
백퍼센트 졸거라고 확신하면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버리지 못해 가방에 김연수 책을 넣고 집을 나섰다.
전철에서 (이것도) 모처럼 앉아서 가게 되서(뭔 새벽 6시에 전철에 사람이 그리 많은지...) 잘까 책을 볼까 고민하다
책을 꺼내들었는데, 오오! 이게 의외로 술술 읽히는거다. 친구가 그때 '쉽게 쓰진 않는데 좋아' 이렇게 말한거 같은데
나는 다 읽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친구 6월 말에 시험 끝나면 물어봐야겠다.

모처럼 읽은 두 권의 한국 소설이 꽤 좋아서 기쁘다. 다 읽으면 리뷰 고고.
생각난김에 오늘 다른 소설들도 찾아놔야지. 친구한테 생일선물로 책이나 사달라할까.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