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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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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3. 17:14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었다.
지난 주 월요일 이동도서관 버스에서 '아! 볼 책이 없어!'하며 절규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외쳤다. 앗-싸!
 읽고 싶어서 살까 말까 고민도 하다가 어케어케 미뤘던 책인데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김중혁씨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매우 재밌게 읽었고 김연수씨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별로 안재밌게 읽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워낙 끈(적)끈(적)한 우정을 쌓아온 두 작가 덕에 책은 쉬리리리릭 읽힌다.
김중혁씨는 소설이 주는 느낌, 홈피가 주는 느낌, 엣세이가 주는 느낌(칼럼인가...??)이 비슷비슷하다.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구절이 많아서 좋다. 빡빡한 느낌이 없어 부담도 없고 그러면서도 그저 마냥 가벼운 건 아니라서 더 좋다.  
새로웠던 건 김연수씨가 김중혁씨를(물론 김중혁씨도 김연수씨를) 소위 '까기'도 하고 '쪽주기'도 하고... 재밌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네가 누구든...을 읽고 빡빡하고 답답한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열광하며 금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금연을 하려는 시도를 하다니...그걸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믿는 김연수씨는 무려 조금 귀엽기까지 했다. 

근데 매사 만사가 둥글둥글한 느낌의 김중혁씨는 너무 둥글둥글하셔서 그런지 여태까지 쓴 책이 몇 권 없다. 나야 뭐 팬이라고 하기엔 공헌한 바가 하나 없으니 뭐라 못하지만, 원래 다작하는 작가들을 한 수 위로 보는 나로서는 좀 아쉽다. 
반면에 김연수씨는 매사에 진지하시고 성실하셔서 그런가 책이 많다. 이래저래 서로 다른 점을 보자니 왜 이 둘이 친한지 알거 같기도 하고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갈구는 참된 우정의 장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두 사람에게 친근감마저 품게 되었다. 마치 내 친구인 듯. 나랑 띠동갑도 넘는데! 하지만 그리하여 여하튼 오늘 이동도서관에서 김연수씨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어 빌려왔다. 근데 과연 담주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나도 내 친구랑 이런 책 하나 쓰면 어떨까? 서로가 서로를 갈구고 쪽주고 까고...
그런 정겹고 다정한 우정을 오래토록 간직해온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와 나눌 이야기가....별로 없다. 대책없이 해피엔딩은 일단 영화라는 커다란 주제가 있으나 나와 내 친구는 서로 좋아하는 게 좀 다르지 않은가.
아, 요즘 그 친구가 만화책을 열심히 읽고 있으니 그에 대해 얘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그렇게 고등학교 때 부터 재밌다고~재밌따고~ 노래를 불러온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를 이제야 읽고 감동에 젖어있는 불신녀가 나를 제인에어도 안읽은 무식한 년으로 치부하며 파닭의 파를 손으로 집어먹었던 그 순간들을 글로 옮긴다면 그건 분명....


종이 낭비인가......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