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teadyoung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2009. 12. 15. 04:0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얼마 전 무비위크에서 언니네 이발관 신보 기사를 읽었다.
언니네 이발관은 고등학교 때 음악 좀 듣는다고 잘난척 하고 싶었을 때 듣던 시늉하던 음반이었는데
지금도 그저 졸립고 조용하고 우울하다는 막연한 감상 이외의 어느 느낌도 남아있지 않으니
좋아했다고 말하기는 부끄러운, 그런 밴드, 그런 음악이었다.

아직도 활동하고 있었구나 싶은 놀라움과 아주 약간의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블로그에서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에 대한 리뷰를 읽었다.
그리고 최근 무비위크에서 이석원씨 인터뷰를 읽었다.
그리고 길가다 서점에서 깨작깨작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제 교보문고에서 보통의 존재를 주문했다.

언니네 이발관을 모르는 사람이 책을 읽었을 때의 좋은 반응이 기분 좋다고 했는데,
나는 언니네 이발관을 알고 있어도 이석원은 모르는 사람이라, 내 좋은 느낌에도 기분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직 읽고 있는 도중이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염세적이라느니 사랑을 믿지 않는다느니 하는 다소 일반적인 평가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느끼기 나름이지만...

그저 그는 너무도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건(했던건) 아닐까. 그만큼 순수하다는 거겠지.
사실은 나보다 나이도 띠동갑 이상으로 많은데,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감정의 결벽증 같은. '적당히'라는 말로 자기 자신을 속이기 힘든 타입이 아닐까 싶다.

내가 피식 웃은건 '희망'이란 부분인데,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기 때문이다.
(나는) 삼일치 온전히 밝게 행동하기 위해 사일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생활이 필요하다.
즉, 장단점과 같이 밝음과 어두움, 희망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 같은거다. 샴 쌍둥이 같은거다.
희망을 가지려면 절망도 해봐야하는 법인데, 그의 말대로 싸구려 희망과 긍정이 미덕인양 칭송맞는 건 
베스트 셀러 코너는, 리더쉽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나 앞다투어 출간되는 재태크 책 만큼 보기 좋지 않다.
(물론 밑도 끝도 없이 어두운 인간도 싫다)

특히 어머님이 부적과 점을 믿는데도 집안이 기울어가는 걸 두고 뭐라 하고 싶었던 나날들은
믿는 대상을 기독교로 바꾸면 고스란히 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믿어도 별 거 없는데...
하지만 엄마를 지탱해준건 엄마가 믿는 신이었으니, 나는 조금 감사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런 복잡다단한 심정들.

그가 말하는 것들은 내게 너무도 일반적이라 편안하다.
나 이외에도 편안함을 느낄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게 썩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건 이석원씨가 그만큼 공들여 생각하고 글을 썼다는 증거거 되겠지.

마저 읽어야겠다. 
기대가 된다.
그는 음악보다 글이 잘 맞는다고 했는데,
나도 그의 음악보다 그의 글과 잘 맞는 것 같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