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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3. 04:1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밤의 피크닉을 다 읽었다.
책장을 덮었을 때 주인공들처럼 함께 한참을 걷고, 피곤한 몸과 부은 다리를 이끌고 
간신히 교문에 도착한 기분이 들 수 있었던 건,
중간중간에 의식의 흐름이나 주변 경치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곁들어졌기 때문일테다.
나는 묘사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야기 전개를 해줬으면 하는 장면에 덤덤하게 묘사를 하고 있으면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기분에 안절부절 못하고 책장을 훌훌 넘겨버린다.
하지만 묘사덕에 나도 엎드려서 달린 격이 되었으니,

다카코와 도오루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 건
일상에서 벗어나 '밤' 이러는 시간대를 두고 기나긴 거리를 걸어오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늘 지니고 있던 '힘' 같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교문'이라는 결승점이 둘의 '화해'를 단순히 한순간의 격양된 감정 탓에 벌어진 사건이 아닌,
내면의 나와 마주섰던, 둘의 진심이 맞닿았던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주었으니,

'두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있는 힘껏 부딪힐 다카코와 도오루가 웬지 부러웠다.
서로의 존재가 상처가 되면서 위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그 순간이 부러웠다.


나도 걷다 지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12. 3. 00:45 흥미만만/그나 그녀들

뜨문뜨문 스쿨혁명을 보는데, 치넨이 매우 알흠답길래 오랜만에 캡쳐+움짤 도전.
지난번에 준호 움짤 만들고 잊어버려서 지식인을 초스피드로 뒤져서 다시 알아냈다.

작년에 유투브에서 헤이세이점프 퍼왔을때만해도 완죤히 어린애였는데
이제는 어엿한 사춘기 소년이구나.
옆나라 한국에 있는 오지랖 넓은 이모님(?)은 너 같은 아들을 낳아서 업고 다니는게 꿈이다 얘야.

새삼...넌 93년생이더냐 OTL



예전에 뉴스가 갓 데뷔했을 때 테고시가 매우 훌륭한 청년이 될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았는데
글쎄... 마이보스에서 막키- 하는게 넘 소름끼쳐서 기대의 끈을 놓아버렸다;;

치넨이야말로 어서 훌쩍 자라서 훌륭한 청년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헤이세이점프는 너무 어려용.

여튼 갓 데뷔한 쟈니즈 아가들을 보고 어서어서 자라나거라 흐흐흐 하고 흐뭇해하고 있는 날 보면
마녀가 헨젤과 그레텔을 살찌워서 잡아먹으려는 장면이 생각나는건...

posted by steadyoung
2009. 11. 30. 03:56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영화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영화' 백야행이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히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영화 '백야행'이 참 재미있었다.




나는 소설을 읽은 뒤 드라마를 보고 그 후에 영화를 봐서, 의미를 부여하자면 차근차근 순서대로 '백야행'을 즐긴 셈이다.
책도 손에 땀을 쥐고 읽었고, 드라마는 아이들이 열연한 1화부터 마지막까지 눈물샘을 줄줄 떠뜨리며 보았다.
소위 말하는 '원작의 팬'까지는 아니어도 백야행이라는 이야기에 커다란 애착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영화로 만들어진 백야행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던게 다행스러웠다.

한국에서 상/중/하로 출판된만큼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소설 백야행은,
모든 일의 원점인 어린 시절의 사건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성장기와 젊은 시절, 완숙한 어른이 될 때 까지의 기나긴 세월을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철저하게 배제하며 주도면밀하게 좇는다.
드라마는 정반대로 주인공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백야행을 그려나가는데,
야마다 타카유키와 다케다 테츠야의 예상 밖의 선전과 더불어 말그대로 드라마틱한 '결말' 덕에 
소설과는 차별화된 작품을 완성시켰다. 

소설과 드라마는 대략적인 줄거리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소설과 드라마에 대해서 예전에 쓴 리뷰 http://alivehiro.tistory.com/entry/백야행-vs-백야행
소설이 보다 스릴러로, 드라마가 보다 사랑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위에서 말했듯이 그려낸 시점이 다르기 때문일테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는 어땠을까?

스릴러로 보기에는 사건 전개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고, 
사랑 이야기로 보기에는 요한(고수)과 미호&지아(손예진)가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너무 없었다는 비판은 적절하다.
사건의 출발점인, 요한이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도 어린시절의 요한과 지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없었다는 지적도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애시당초 유키호와 료지의 공생관계가 애정 보다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욕망에 기반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알콩달콩 서로를 좋아하는 모습은 귀여웠지만+_+) 
료지가 유키호에 대한 사랑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기보다는, 
자신의 DNA를 제공한 자의 파렴치한 행위를 목격한데서 오는 충격과 혐오감, 그에 대한 반동적인 살인에 가깝지 않을까.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추악함을 아버지라는 형태를 통해 확인했을 때의 자괴감과 그런 아버지라도 부모를 해쳤다는 죄악감,
피해자 여성에 대한 죄책감으로 똘똘 뭉친, 비정상적일 정도로 순수함만 남은 료지는 기나긴 속죄의 길을 걷는다.
물론 유키호에 대한 애정도 어느 정도의 동력이 된 건 확실하지만 그는 자신이 저지른 흉악한 살인만큼이나 나약했고
털어낼래야 낼 수 없는 죄책감을 병적일 정도로 씻어내려는 결벽증 환자였다. 
유키호 또한 드디어 전적으로 자신의 편에 설 물같은 인간을 만났으니 이전까지의 피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더해져
료지에 대한 지독한 집착을 버릴 수 없었던게 아닐까.


둘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입장을 공던지기 하듯 주고 받았던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욕망과 이유 때문이지
결코 애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둘이 사랑했다는 시절의 묘사는 내게 크게 소용이 없고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영화가 지나칠정도로 어린 시절의 둘의 관계를 생략하고 고수와 손예진이 함께 얽히는 장면이 적었어도 
큰 거부감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동수 형사(한석규)는 둘을 샴쌍둥이에 비교하는데,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장면이 나온다.
이제 곧 등 붙이고 앉겠구나 싶은데 역시나 등붙이고 앉아주는 센스, 이런식의 예측 가능한 전개는 개인적으로, 흐뭇하다ㅋㅋ
그리고 드라마는 귀가 아프고 질리도록 태양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영화는 그런 걸 입아프게 강조하는 것 보다
이렇게 흑과 백을 대비시키는 방식(영화 오프닝에서 손예진의 배드신과 고수의 살인장면이 교차되는 것도)을 택한 것도,
장르적 특수성을 잘 살린 듯 자연스럽고 좋았다.

또 드라마가 고등학생 역에서 주인공으로 바로 넘어가는게 가능할정도로 두 주인공(아야세 하루카&야마다 타카유키)이
어린게 좀 거슬렸는데(소설은 주인공들의 연령이 훨씬 많아진 후에야 결말을 향해 치닫죠)
고수와 손예진은 더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원체 더 완숙한건지
보다 더 남성적이고 여성적이라 한층 더 비장했다. (형사는 더 젊어졌다는게 아니러닉하군뇨)


그리고 크게 놀라고 인상적이었던 건 세트 설정.
단순히 생각컨데 드라마 백야행 제작 환경에 비하면 영화 백야행이 자금면에서 유리한 환경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 폐선박이라는 장소 설정 부터, 모든 공간적 배경이 너무 극성스럽지도 일상적이지도 않아서 좋았다.
드라마가 내내 일상적이고 살풍경한 세트를 보여줘서 그런지(그건 그거대로 매우 설득력 있었지만)
마지막에 M&Y 패션쇼를 한다거나, 고수가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서 유리창을 뚫고 추락하는 장면 등등,
영화스러운 세련됨에 눈이 즐겁더라.

산타복장을 한 미끼가 있고 흑백의 가면을 쓴 고수가 마네킹이 늘어선 곳으로 도망쳤을 때는 와우!
어차피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살짝 몇몇 장치를 해주는 것 만으로도 새롭게 느껴져서 흥미롭다.




영화 백야행에서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게 배우들의 연기.
손예진과 한석규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친구가 한석규의 등장에서 '안심'했다고.
형사와는 다소 동떨어진 지적인 분위기가 난 좀 안타까웠는데(형사는 지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아니예용)
우월한 발음과 목소리에는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에 흘낏 본 아이리스에서 뭔가 말은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던 남자가 생각났다)

손예진은, '여우(女優 & 狐)'란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그녀의 나이대에 그만한 연기의 폭을 갖고 표현해내는 여배우가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어쨌든 '클래식' 때의 <흥, 이쁘기만 한 건 아니네> 했던 질투가 
'영화에서 적어도 연기만은 안심하고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배우에 대한 신뢰로 완전히 전환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손예진이 조작된 차 사고 후 자신의 입양사실을 남자에게 고할 때
완전히 남자의 입장에서 손예진에게 넋을 잃고 같이 울고 싶어진 날 발견하고 깜놀;;;
영악해서 어리석은 짓으로 자기 무덤 파는 짓도 안할 것 같고. 흥미로운 배우이다.

그리고 '고수의 재발견'



고수를 인터뷰한 친구의 선배가 "야, 완전 천사야!" 했다던데;; 굳이 그 말로 확인 하지 않아도 선량함이 줄줄 새는
요 사람이 어쩜 그렇게 연기를 할 수가 있었을까??;;
사실 고수 드라마를 본 기억이 전무해서ㅡ_ㅡ; 그저 착하고 잘생겼을 뿐 특징이라곤 쥐뿔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고수의 하늘 아래 나는 너무 오만했나니.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근데 누가 캐스팅했는지 몰라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게 위에서 밝혔듯 료지(=요한)를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놈으로
생각하는 난, 고수의 선해보이는 분위기가 료지(=요한)라는 인물의 본바탕을 깔아주고 거기에 훌륭한 연기가 입혀져서
시너지 효과가 팡팡 터진걸로 보인다. 기대 이상이었다. 

기대 이상에 대해서 한마디만 더 하고 넘어가자면 바로바로 고수의 배드신+_+
상대가 연상의 농염한 분이라 그런지 에로틱함은 물론, 토할 길 없는 울분을 마구 뱉어내는 느낌이 팍팍 들어서 화끈했다. 
손예진의 배드신이 화제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고수의 배드신은 요한의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을 담아내기 위한 꼭 필요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섹스가 끝나고 여성분이 사정 또 안했냐는 대사를 하는데, 사정을 안한다는 게 료지(=요한)의 말없는 후회를 드러내는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관계상 전혀 건드리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삭제할 수 밖에 없다는게 안타깝더라.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자랑하는 다케다 아저씨의 콧물 줄줄 흐르는 눈물이 한석규의 미안하다는 짤막한 절규로 대체되고, 
이시다 나오미의 유령 감싸주기가 통째로 사라진 건 마음이 아프다 ㅠ.ㅜ 


   
그 외에 아쉬웠던게 있다면 역시, 이민정의 연기.(리뷰에서 보이는 꽤나 공통적인 의견)
꽃남에서 연기는 둘째치고 저런 심플한 단발머리를 하고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하며 감탄했는데,
연기가 미숙하다는 지적은 삼가한다고 해도 첫째, 발음이 부정확해서 전혀 똘망똘망한 비서 같지 않았고 
둘째,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눈화장이 너무 도드라져서 거슬렸다. 그런 아이라인과 속눈썹이 꼭 필요했을까?
원체 예쁘니까 너무 눈을 강조하지 않는 편이 비서 역에 보다 어울렸을 것 같은데...어쨌든 나오는 내내 아쉬웠다.
꽤 비중있는 역할인데 영 시원찮았다.
 
또 드라마 백야행은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초등학생으로 설정해놓았지만 그리 큰 노출이 없었는데 비해
영화는 중학생으로 설정해놓고 등을 홀랑 벗겨놔서 깜짝 놀랬다.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한국과 일본이 선을 긋는 기준의 미묘한 차이가 재밌었다. 
 
나에게 백야행이란 마치 아직 다 맞추지 못한 거대한 퍼즐과 같아서,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마다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나머지 조각들을 줍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양한 조각들을 여기 저기에 붙여보며 고분분투하는 과정이 즐겁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모든 것의 원점임에는 틀림없으나, 소설 마저도 이야기의 일부만을 간신히 담아낸 듯,
이야기 자체가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독립된 생명체 같아서 접할 때 마다 항상 불안하고 흥분된다.

영화 내내 빨려들어갈 것 같이 몰입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 그런 내 개인적 이유 때문.

그래서 백야행을 소설도 드라마도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상해보고 싶은게,
영화적 완성도 운운하고 싶은 건 허영심 때문이라고 쳐도 영화를 시작으로 드라마와 소설로 넘어가는
느낌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기나긴 포스팅을 끝으로 깨달았는데, 난 그저 백야행의 일개 빠순인 듯 하다.ㅡ_ㅡ;;;;
덧붙여, '요한'이란 이름의 유래가 설마 몬스터는 아니겠지 싶은 호기심이 반짝반짝. 
덧붙여, '요한'이라는 단어만으로 임파루스의 꽁트도 생각나니... 본인의 오탁스러움에 할 말을 잃는다...ㅡ_ㅡ;; 

posted by steadyoung
2009. 11. 28. 03:5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과외남과 공부하는 방의 책장에는 일본 소설들이 몇 권 있다.
과외남이 읽을리는 없고, 누구꺼니? 물어보니 친척 형 책이란다.
쉬는 시간에 과외남이 나가고 없으면
이 책 저 책 들춰보다 맘에 들면 빌려서 집으로 갖고와 읽는다.

과외남의 친척형은 온다리쿠를 좋아했는지 책이 몇 권이나 있다.
나는 유지니아를 중간까지는 잠도 안자고 흥미진진하게 보다가 결말에서 크게 실망했는데, 
어제 읽은 '불안한 동화'도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근데 오늘 쉬엄쉬엄 들춰본 네버랜드가 생각보다 재밌어서 다른 책들도 읽어볼 맘이 생겼다.

오사무의 '철새'가 되고 싶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나도 철새가 되고 싶다.
직인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무언가에 미친듯이 매진하는 삶의 방식을 동경하면서도
그렇게 무언가가 삶의 전부가 되는 방식은 적어도 지금의 내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책임을 지기가 두려운건지, 가능성을 포기하는게 두려운건지
이래저래 이유를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프로'가 되는 것 만이 참다운 삶의 방식인지 물어보고 싶다.
철새처럼 사는 것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나름대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건 틀린 방식이 아니라 그저 다른 방식에 불과하지 않나.
나는 결국 열심히 나를 합리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뿐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좀 더 다양한 삶의 방법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게 세상을 조금은 평화롭게 만든다는 건 옳은 말 같다.

남들에게 '당신도 그저 남다르지않게 살고 있군요'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남들에게 '당신은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삶을 살고 있군요'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삶을 영위한다는 본질은 같다, 정도로 정리하면 무난할까.
   
posted by steadyoung
2009. 11. 12. 23:53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이사카 코타로의 모던타임즈를 읽고 있다.

이거 너무너무 읽고 싶었는데 엔고 때문에 무려 27000원을 육박하는 단행본을 살 엄두도 못내고
기약없는 문고본 발매를 기다리기도 지쳐가던 상황에
북오프에서 10200원에 건져서 오마이갓!을 외쳤다. but!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검색에서 감시가 시작된다는 흥미진진한 카피문구가 무색하군뇨.
이야기 전개가 느슨하고 그 사이사이에 들어가있는 대사와 설명이 그리 재밌지도 않고~
나야 이사카 코타로 식의 조크와 유머가 좋아서 쿡쿡 웃긴 했지만 
그것도 계속 되니까 지루하다.

읽다보면 어라라라? 이건 어디서 들어본 이름과 상황일세???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데
'마왕' 읽었을 때 기억이 생생한 사람들은 이 책 읽는데 도움 좀 되겠다.
원래 이사카 코타로는, 다른 소설의 인물들이 이 소설 저 소설 잘 나오긴 하지만
마왕과는 근본이 같달까, 주제의식이 비슷해서 그런지 
그저 '등장'만 했던 여태까지의 상황과는 달리 제법 무게도 비중도 있다.

재미없는 건 부분부분 건너뛰고 읽는데도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간다.
얼마전에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를 주말 내내 읽었던 것에 비하면....너무 기대 이하얌...

근데 이사카 코타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책들을 쓰는걸까.
이야기나 주제나 다소 어설프고 허접했던 마왕에 비해서
(모던타임즈는) 훨씬 촘촘하게 구성되었다는 느낌도 드니, 이제 그만 줄창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욤.
전부터 생각했지만, 당신은 무정부주의자입니까? 하고 묻고 싶어졌다.

그래도 국가를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물에 비유한건 참신했다.
듣고보니 그렇기도 해- 싶었다.
이 정도가 모던타임즈에서 쪽쪽 빨아먹을만한 맛이 있고 그 외에는..쩝쩝..  

하- 빨리 다 읽어야 다른 걸로 넘어가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모던타임즈를 보고 한숨.
    


  
posted by steadyoung
2009. 10. 12. 22:08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고등학교 때 사둔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아마 고등학생 때 읽고 감명(?)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샀거니 싶은데, 몇(십) 권만 소장하고 있는 원피스, 헌터헌터,
백귀야행, 내 남자친구 이야기, 나나와는 달리 4권이라는 짧은 권수 덕택에 '전집 소장'이라는 명예에 빛나는 만화책 되겠다.

요시나가 후미는 흔히 '야오이'라 불리는 장르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작가인데(개인적 견해임) 그렇다고 해서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야오이, 흔히 말하는 게이물로 오해해서는, 비록 이성애자이나 나와 다른 성적취향이 존중받길 바라는
본인, 최큼 섭섭하다.
사실 이 만화책을 좋아하는 것 만큼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작품을 다 섭렵할 만큼 부지런한 것도
아니라 몇 년동안 요 책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단편 작품집 몇권 정도 흘낏 거린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야오이라는 장르의 특수성에 주목하기 보다 '인간의 성적취향과 성생활은 개인의 자유임'이라는 배경
을 바탕으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때때로 상처받고 때때로 기뻐할 수 있다는 게 인간의 권리이자 삶이라는 이치를
담고 있다-하면 너무 거창해? 

그치만 작년에 영화화되서 게이물이라는 무수한 오해를 낳은 본 만화책을 (영화의 게이적 색체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그렇고 그런 책으로 치부하기엔 곱씹어볼 장면이 너무 많은 게 아닐까, 만화책을 볼 때 마다 생각함.

등장하는 인물은 쌈박한 네 명 빼고 전부 뜨문뜨문.
재벌가의 손주, 얼굴도 잘생겼고 못하는게 없는 그야말로 이 시대의 '엄친아' 타치바나가 회사를 때려치고 만든 케이크점에,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게이 오노를 파티쉐로 맞이하며 이야기가 시작, 이어서 눈 때문에 복싱을 그만둬야
하는 '링 위의 쟈니즈(=덕분에 드라마는 실제로 쟈니즈인 타키가 이 역을 맡았음ㅋㅋㅋ) '칸다' 가 오노의 조수로 들어오고,
항상 타치바나를 뒤에서 보살피는 덜떨어진 보디가드 '치카게'가 합류하면서
사연 많은 사람들이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조그만한 앤틱 케이크점에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재밌는 건 일상 생활의 소소한 기쁨을 바라는 인물들의 사정이 꽤 유별나다는 점인데,
타치바나가 유괴된 적이 있었다는, 케이크점에 찾아오는 아저씨가 옛날 담당형사였다는 사실,
그리고 유괴범이 케이크를 사면서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을 위한 복선&결말을 포함해 오노네 엄마의 불륜,
칸다의 과거시절 화려한 여성편력, 치카게네 엄마의 가정폭력, 치카게 나름 딸의 출생비화(?) 등,
현실에서 일어나면 손가락질 당하고도 남을만큼의 구구절절한 비극이 개인의 개성(?)으로 거듭나는(?),
현재의 삶의 방향을 좌우했을 망정 지금을 사는 사람의 감정에 엉망진창 영향을 끼치는 않는다는 점이
보는 사람들에게 긍정과 웃음을 주는 포인트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림에 문외한이라 자세한 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요시나가 후미의 그림체도 만화책을 즐기는데 커다란 몫을 한다.
스토리가, 구성이 그렇듯 선 하나로 스윽 그리는 것 같은 깔끔함에 표정 하나하나를 돋보이게 하는 꼼꼼함이 공존한다.

사실, 여자들 보기에 가슴이 설렐만한 포인트-어여쁘고 멋진 남정네들에 대한 성적 판타지-또한 매우 풍부하다는 것,
그 판타지가 말그대로 찔끔찔끔 환상을 품게하기 보다 현실에 기반한 적나라한 묘사를 근거로 성립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다.
오노가 게이바에서 여러 행위를 서슴치 않고 하는 부분이야 직간접 경험이 없어므로 뭐라 말할 수 없으나 타치바나가
자신의 옛 여친과 결혼하는 혼마에게 '이로써 너랑 내가 한 그릇에 섞였다는 품위없는 농담은 안하고 넘어가마'
하는 세련된 진담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부분이야말로 이 만화의 커다란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하하하.


일본에서는 일치감치 드라마화 되어 칸다 역에 타키, 타치바나 역에 시이나 킷페이, 오노 역에 후지키 나오히토,
치카게 역에 아베 히로시 등 눈이 휘둥그래지는 후덜덜 캐스팅 플러스,
에나리 카즈키, 마나베 카오리, 코이케 에이코도 나왔나?....그 담에 생각안나네...
여튼 매화 등장하는 몇몇 게스트들과 함께 이뤄나가는 옴니버스식 구성이 돋보이는 꽤 볼만한 드라마였다.
볼만하다고 말하는 것 치고 두번 안봤으니 역시 그저그랬던 걸까 싶지만
보고 이거 왜 이래 씨$^%^(&) 하고 욕하지는 않았으니 그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다.
아! !!!!!!!!!!!!!!!!!!!!! 욕할 수 없던 이유 생각났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음악이 전부 미스치루(미스터 칠드런)의 곡이었음.
아 이건 정말 절묘하지 않을 수 없다. 선곡이 훌륭하면 그저그런 드라마도 어느 정도 승격될 수 있음을 보여줌.

아직 싱그러운, 징그러워지기 전 타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평가요인. 훗훗.

볼 때 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서양골 동양과자점이라 읽었던 날들에 비하면야 많은 걸 경험한 것 같지만
보고 느끼는 건 사실 그리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10. 4. 14:5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어제는 추석.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큰집가서 아점을 먹고,
추석연휴에도 영업을 한다는 신촌 북오프에 가보기로 결심.
요즘 원서는 요만큼도 안 읽고 있으니
책 좀 사서 공부겸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다.

서울역 북오프는 두 번 정도 가봤는데
신촌 북오프는 매장도 훨씬 널찍하고 물량도 더 많다는 얘길 들어서
기대 반 걱정 반 두근두근하며 갔다.
서울역 매장보다야 2배 정도 큰 것 같고, 무엇보다 신촌에 있다는 게 ㅠ.ㅜ
이리 좋을 수가 없다. 거리상으로도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울 뿐 아니라
책을 휙 보고 번화가에 있는 다른 가게도 구경하고
(이제 더 이상 서울 처자도, 대학생도 아니기에 신촌 홍대 이런데 한 번 나가면 환장)
제법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커피를 취향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좋다.

그래서 어제 평소같다면 휙 둘러보고 나갈 것을 
요리보고 저리봐서 심사숙고한 책들을 블로그에서 자랑해야겠어용.

1. 료마가 간다 1, 2 -시바 료타로


원래 8권이 완결인 장편소설, '료마가 간다'
일본의 대문호, 국민작가 등, 온갖 거창한 칭호를 마구 사용해줘도
아까울게 없을 정도로 사랑받는 작가 '시바 료타로'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이(라고 생각함) 바로 '료마가 간다'

사실 소설이 재밌다는 점도 있겠지만 '사카모토 료마'가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다는 점도 무시못할듯.
나는 식민지 시대의 원점이 바로 메이지 유신이라고 생각하는데 ㅠ.ㅜ
그 메이지 유신의 서막을 열어제낀 인물이 바로 사카모토 료마.
2004년 NHK 대하드라마 '신센구미'(신선조)에도 사카모토 료마(에구치 요스케)가
등장하는데, 드라마 속의 허구적인 모습-특히 어색한 사투리 ㅠ.ㅜ-을 쫙 빼고도
'세치 혀'(물론 더 많은 걸 이용했겠지만)로 두 번(사츠마&쵸슈)을 화해시키고,
 번과 막부가 동맹을(대정봉환)을 맺도록 주선(?)한 점은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으레 그 시대가 그랬던 것 처럼 젊은 나이에 암살로 죽음을 맞이한 점도
'난세의 영웅'답다면 답다. (그 시대에는 전부 자기가 맡은 소임이 끝난 후 고이
암살당하는 느낌이 든다-_-;)
여튼 남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해냈을 일을 휘리리릭 해내고 역사에서 사라진 것도
사카모토 료마를 우러러 보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오래오래 살아있었다면
뭘 더 해줬을까 싶은 기대가 있겠지, 일본인들은.
사카모토 료마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때 살짝 경로를 바꿔서 조선땅에 떨어졌다면,
그래서 일본의 메이지유신이 늦어지고 한국이 먼저 현명하게 개국을 했더라면,
식민지 시대 피해자의 아픔이 어쩌면 가해자의 반성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공상을.... 한 때 맨날 했다. 
(제국주의 나빠욤! 하기에는 너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즘이기에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 그리고 세계의 주역에 서고 싶다는 로망을 반영한다면
식민지 지배를 두고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게 비교적 현실적인 상상의 나래 아닌가 함) 

내년 NHK 대하 드라마에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사카모토 료마로 변신한다는 썰이
있던데 사실이얌? 코피 예약이야 이건!!     

여튼, 잡썰이 길어졌지만 그래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소설.
8권까지 다 사기에는 읽기도 전에 분량에 숨막힐까봐 2권까지만 구입했다.
한권에 무려 2000원. 북오프 사랑해용.


2. 오쿠다 히데오 방해자 상, 하


'쟈마'라고 써있는데 한국어 역으로는 '방해자'란다.
오쿠다 히데오는 늘 재밌게 읽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나에게 있어서
미야베 미유키에 이어 절대로 실패&실망하지 않는 작가이다.
이사카 코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이 뭥미? 싶은 작품도 가끔 있어서 늘 재밌다고 하기 좀 그런데
책장 넘어가는 속도와 내용을 견주어도 어느 하나 뒤떨어지지 않는 오쿠다 히데오.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공중그네'와 '인더풀'도 물론 좋지만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최악'에 더 하악하악 갈채를 보낸 사람이라면
'방해자'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3. 비트 다케시  '다케시의 20세기 일본사'&'모두 자기를 모른다'


영화에 관심이 있고, 그 중에서 일본영화, 특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트 다케시와 기타노 다케시가 동일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을 듯.
기타노 다케시 영화 좋아하는데 비트 다케시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은,
그럼 기타노 다케시가 원래 코메디언이라는 건 알고 계셨는지?
독설 만담 콤비로 아사쿠사- 나아가 텔레비전-그리고 일본을 주름잡았던 
기타노 다케시의 코메디언 시절(? 지금도 코메디언으로 활동하긴 하니까...)의 예명이
바로 비트 다케시이다. 콤비명 '투비트'.

현재 일본에서 와카테들이 한 수 접어주는 존재는 다운타운이지만, 다운타운이
뜨기 이전에 시마다 신스케 콤비(신스케류스케)가 있었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투비트. 투비트와 신스케류스케는 언뜻 시기가
겹치는데, 1980년 대 초중반이 바로 일본에서 '만담 붐'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그럼 여기서 혹시나 일본의 오와라이에 관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보다가
이것저것 주워들은게 많으신 착하신 어른분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 있겠다.
그럼 '더 드리프터즈'는요?
시무라 켄, 춤추는 대수사선의 와쿠상으로 유명한 이카리야 쵸스케,
요즘 한냐의 가와시마가 부지런히 흉내내는 나카모토 코지 등으로 구성된
드리프터즈는, 만담이 아니라 꽁트 그룹이기 때문에 누구 위에 누가 있고, 하는 계보에 끼워넣을 수 없다는 결론이예욤*^_^*

현재 타모리, 산마와 함께 일본 빅3로 불리는 비트 다케시는 
어쩌면 위험하고 또 보수적이라 꽤나 진부하게 느껴지는 시선으로
일본과 세계의 정세에 대해 독설 만담가 출신 답게 이 말씀 저 말씀 쓴소리를
부지런히 하고 계신데, 그런 책 시리즈 중 매우 흥미를 끄는 제목을 하고 있어서
고른게 바로 저 위의 책들.
한국에서도 위험한 일본학, 혹은 생각노트 등의 책이 번역출판되었는데
정말 딱! 기대치만큼 충족시켜줘서 흡족했다.  
사실 거기 있는 책 다 사고 싶었는데 꾹 참고 두 권만 골랐음...
어차피 비슷한 말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 이사카 코타로 모던타임즈!
 

엉엉. 내가 이 책 얼마나 읽고 싶었는데. 흑흑흑.
무려 원서가 27000원이 넘는 가격이라 차마 구입할 수 없었다 ㅠ.ㅜ
7월에 일본갔을 때 북오프에서도 못찾았음 ㅠ.ㅜ
문고본 나올 때가 언제인지 기약도 없음 ㅠ.ㅜ
했는데 두둥! 발견했다. 만원 정도 했다. 이건 두말할 것 없이 사줘야지!!! 
이 날 산 모든 책 들 중 '나를 위한 선물' 이라는 낯간지러운 멘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책 되겠다. 


5. 일본문화연구소 메즈메즈 교토


그림이란 참 신기하다. 요 그림체, 이 턱수염 외국인 아저씨는
분명 작년에 학교 도서관을 배회하다가 발견한 그림책(?)에서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하던, 그 아저씨 아닌가! 게다가 그 아저씨가 내 달링이라고 자랑하는
그림 그리는 아줌마...
킥킥 몇 분 정도 읽었던 책인데 그림이라 그런지 들춰보는 순간 뭔지 알았다는...
게다가 타이틀도 거창하다. 그때는 분명 내 달링은 외국인 이런거였는데
이번에는 '일본문화연구소'래...
쳇, 이유없는 질투를 뿡뿡 하면서도 교토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달래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 골랐다. 여태까지 고른 책들이 글만 빡빡하게 있는 책이라
그림도 있어야 책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6. 마츠오 스즈키  영원한 10분 지각


나는 이런 걸 월척이라고 부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3000원 코너에서 빛나고 있던
이 책을 단숨에 낚아챈 내 눈에 브라보~

특히 인상적인 '출연'작을 고르자면 맨하탄 러브스토리에서 도이가키,
인더풀에서 이라부(뚱땡이 의사-이 아저씬 하나도 안뚱뚱하지만) 등이 있겠다.
즉, 이 아저씬 연기를 하고, 실은 극본을 쓰며, 원래는 연출도 하는 그런 아저씨이다.
어떤 의미로 미타니 코키와 견줄 수 있음. '웃음'을 베이스로 삼고 또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어제 쓴 정약용&이상에 비하면 훨씬 풍부한 내용의 포스팅이 되겠군...ㅡ_ㅡ;)
더욱 잔가지가 풍부한 게 바로 마츠오 스즈키의 극단 '오또나케이카쿠(大人計画)'와
거기에 소속되어있는 '쿠도칸쿠로' 등인데, 주류 속의 비주류로 당당하게 사랑받는
이 집단과 인간들, 그들의 작품들을 한 줄 한 줄 언급하려면 포스팅을 시리즈로... 

여튼 그 아저씨가 이래저래 써댄 걸 긁어모아서 만든 책이란다.
날 어떻게 낄낄거리게 해줄지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흑흑


7.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떻게보면 이게 가장 생뚱맞은 구매인지 모르겠다. 가격도 젤 비쌌다. OTL
근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니, 귀 얇은 본인에게 가장 훌륭한 떡밥이지 않나.
그리고 료마가 간다에 비하면 너무너무 최근 책이다. 2008년 12월@_@
다양한 그림과 도표, 사진들이 나와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참고할 수 있는 부분,
공부가 되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았다. 현대문명의 헤택을 넙죽넙죽 받아먹고 사는
주제에 뭐 하나 아는게 없고, 홍보 관련된 수업 어느 하나도 듣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반(半)현대문명인으로서 앞으로의 프리랜서 서바이벌 시대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정보를 우적우적 씹어먹겠다는 일념으로 질렀다. 


8. 고미타로 어른 문제 


이틀 전에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고미타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어쩐 일로 알고 있었을까?
작년에 영화제 자원활동 통역하다 알게 되서 지금도 난데없이 전화하고 메일하는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일본의 한 무명ㅋㅋ감독(학생이 정확한 표기? ㅋㅋ)애가
나한테 추천해준 작가가 바로 '고미 타로' 이다.
실은 이 아저씨, 그림책 작가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을 그리는데 한국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아저씨라 많은 책들이 번역출판되었다.
나는 '바다 건너 저쪽'이라는 그림책을 읽어봤는데
그림의 구성, 색채, 그리고 내용이 사람을 참 두근두근하게 해서 친구가 추천해줄만
하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내가 산 책은 그림책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한 책도 아니다.   
어제 사자마자 커피점에서 그새를 못참고 읽어봤는데 아- 몇 번을 낄낄대고
감탄했는지 ㅠ.ㅜ 정말 나는 책을 너무 잘 사는 것 같아.
....ㅡ_ㅡ; 특히나 감동적인 멘트는 바로
'인생, 하고 싶은게 있다면 나름 무르기도 하지' 라는,
어설픈 번역으로 죄송한데 ㅠ.ㅜ 여튼 감동을 백배 먹었다.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9. 미타니 코키 평범한 생활


7월달 북오프에서 100엔 주고 산 미타니 코키의 엣세이가 너무도 감명 깊어서
또 그런 엣세이를 사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 내 눈은
브라보를 넘어서 완전 마법의 눈깔! 
구성도 표지도 너무 비슷해, 근데 다른 책이야 ㅠ.ㅜ 눈물이 날만큼 기뻤다.
나는 또 낄낄 웃을 수 있겠지. 지난 번 엣세이를 읽고 신센구미를 봤는데
(신센구미 대본쓸 때 썼던 엣세이라...)
이번엔 또 어떤 드라마, 영화가 땡길까? 두근두근.


이상, 책을 잔뜩 사고 커피를 홀짝 마신 뒤 옷을 최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데 온 몸 구석구구석 스며드는
행복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반백수(좋게 말해 프리랜서)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건 아직도 난제지만
그래도 내키는대로 사는 생활이란 정말 멋지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9. 20. 11:52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딱 작년 이맘 때 쯤 스폰지에서 일본 인디 다큐 페스티벌을 했다.
나는 '조난 프리터'와 한 포크 가수의 콘서트(이름 생각 안남;;)를 보았고,
'아마추어의 반란'도 보고 싶다고 체크를 해놓았는데 결국 못보았음.
아마추어의 반란은 고엔지에 재활용 가게를 꾸려가며 선거를 치뤄낸다는
어쩌고 내용이었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가난뱅이의 역습'이란
책을 뒤적거리다 보니 바로 그 영화가 나오는게 아닌가...
보고 싶다고 체크한 영화는 바로바로 봅시다...OTL

8월 초 어느 다큐멘터리 방송에 손모델 비슷하게 협력(?)하러 가서
놓여있는 잡지를 뒤적거리던 중,
마츠모토 하지메씨의 인터뷰가 실려있어 읽다보니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구입을 했으니 늦어도 참 너무 늦네용.

책의 내용을 따지기 전에 한마디 불평을 해보자면
그림이 너무...사람 손 안가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최규석씨 죄송하지만...
책이 책이다 보니 귀엽고 깜찍한 그림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그림이 표지가 되느니 그냥 책 제목과 간략한 디자인으로 밀고나간게
책의 내용과 주제에 더욱 부합하는 건 아닌지.
11000원 주고 사기 너무 아까운 그림이었다. 다 읽은 지금도 거듭 생각함.
요즘 내용은 그대로인데 알록달록 표지만 바꿔서 두세번 출판,
책을 하나의 팬시 소품화 하는 경향도 문제지만
이건 좀 성의 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사고 두고두고 읽을 소비자의 마음에 먹구름을 뭉게뭉게...

어쨌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가난해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단순히 절약 운운하는게 아닌, 가난한 삶에 대한 정의와 접근법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몇년 전 부터 하류사회, 격차사회, 워킹푸어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빈부 격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 몇 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평민인 우리가 뼈빠지게 열심히 일해 손 안에 쥘 수 있는 건
결국 물질적 정신적 빈곤일 뿐.

그러므로 다들 그런 삶은 때려치우고! 돈 없어도 (나처럼) 잘 살 수 있으니
발상의 전환과 용기있는 행동으로 '없는 삶'에 임해보는 건 어떠셈?

이게 바로 화자가 우리에게 목청 높여 외치는 한 말씀 되겠다.

무식하게 용감한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실천해온 마츠모토씨의 수많은 일화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고,
이 책이 단순히 에세이(?) 자기계발서(?) 지침서(?)를 뛰어넘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근거로
'공동체적 삶'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조한혜정의 '다시, 마을이다'와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듯이
돈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부자들과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영세업자, 중소상인, 조직 말단의 일원인 개인들의 침몰하는 삶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공동체'에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면 너무 진부하지만 어쩌면 정말 그 방법 밖에는 없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끔 한다.   

대형 브랜드점 커피보다 소자본 창업 커피점을 애용하고,
대형 마트보다 동네 슈퍼에 장보기를 실천화해야한다는 구체적이고 소소한 주장은,
서로 돕고 사는 '넝쿨'과 같은 삶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거대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인간성을 지켜나가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절실한 외침이지 않을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돈 쓰는게 정말 낙이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서 나와 내 주변을 물건으로 휘감으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데,
한 번씩 대청소를 할 때 쓸어버리는 많은 물건들을 보면 참 허무해진다.
돈이 중요한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같은데,
돈 이외에도 중요한 게 있다는 건 더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 한 번 읽어보면 
내 삶 속 내 마음 속 보이지 않았던 것들, 가려졌던 것들이
현실이라는 장애물을 제치고 조금씩 제 주장을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마츠모토 하지메는 회사를 그만두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으니 우리에게 오라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왈, 기분 나쁘면 한 대 때릴 수 있다. 우린 엔터테이너가 아니다.

요는, 당신이 지금 삶에 회의를 느낀다면,
그거 말고도 살아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당신이 무언가 하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스스로 살아가돼 서로 의지하는 동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가난'을 추구할 배짱은 없지만
어려운 이념과 운동 얘기 재미없다고 날려버리며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그와 그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나도 무언가 진정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 자신과 자격이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9. 20. 00:1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웃음의 대학' 리뷰를 읽다가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가
미타니 코기의 작품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중학교 때 봤으니 본지 10년이 넘어 자세한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하면 녹음실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생중계'하는 느낌이야말로
'미타니 코키 월드' 아닌가. 과연 흠흠.

미타니 코기라 하면 나의 일드 베스트 뽜이브 중 단연 상위를 차지하는 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모든 극본을 담당한 극작가로,
잘 모르시겠다면 옛날 드라마 임금님의 레스토랑,
그리고 2004년의 신선조(신센구미) 를 집필했다는 설명을 친절히 덧붙이겠음.
그 외에도 당연히 많은 드라마와 연극 극본을 썼고, 가끔 책도 내고
내키면 연기도 하는(극단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음) 멀티(?)작가이다.

잠깐 이야기를 돌려서 '후루하타 닌자부로'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천재적인 형사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해서 검거한다는 평범한 추리물이다.
물론 CSI와 같은 과학수사를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를 보면
추천한 내게 돌팔매질을 해도 마땅하고 생각하겠지만,
이 드라마의 묘미는 과학적 수사가 아닌,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데 있다.

범인은 드라마 초반부에 어떤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후루하타 닌자부로(형사이름임)가 짜잔 등장해서
그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수상한 범인과 말로 실랑이를 벌인다.
당연히 시청자는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에
후루하타 닌자부로가 범인을 '궁지로 몰아가는 과정을 즐겨야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불안하니까 괴팍한 성격의 형사와 덜떨어진 부하를 덧붙여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는 보험도 들어놓았다.
(물론 범인이 완고하게 부정하면 물리적 증거를 내밀기도 함)
어쨌든 깐깐하고 고집세고 괴팍한 후루하타가
범인과 쉴새없이 말을 주고받는 과정에 드라마의 매력이 있고,
형사물이라는 장르를 택하고도 상황극이라는 형식을 잘 살린
'미타니 코키 월드'를 무려 3분기+SP까지 듬뿍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즉, OO라는 장르를 택해 상황극을 벌이는 형식이 미타니 코키의 특징인데,
이를 '웃음의 대학'에서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연극으로 올린 적이 있는데,
황정민씨가 주연을 맡아 굉장히 좋은 평가와 반응을 얻은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웃음의 대학'은 영화적 완성도를 따지면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순 없는데,
대체 츠바키(이나가키 고로)는 왜 갑자기 군대에 가는 것임?
웃으면 안되는 시대적 배경으로 웃기고 싶은 작가와
민중이 웃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검열관의 실랑이를 그린다는 건 참 기발하지만,
딱히 복선도 없이 갑자기 휙 군대가서 연극을 못하겠다는 마무리는
참 책임감 없다고 생각했다.
야쿠쇼 코지도 웃다가 울다가 화내는 장면에서 소름 쫙 돋았는데
군대간다고 경례하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의 심술벌레가 꿈뜰거렸다.
미타니 코키는 십중 육칠 결말따윈 아무래도 좋은가보다 싶다.

하지만 중간의 상황들이 주는 잔재미가 너무 풍성하다.
정확히 말해서 실랑이를 벌이는 한줄 두줄의 대사들이 쉴새없이 고쳐지는 과정인데,
진지하고 엉뚱한 캐릭터와 절묘한 말장난의 결합은
때때로 완성도의 결함도 눈감아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같은 경우.

봉태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다시 공연을 한다는데
시간이 되면 보러가고 싶군여.
posted by steadyoung
2009. 6. 21. 03:49 흥미만만/お笑い










아,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 ㅠ.ㅜ 완전 쓰러짐ㅋㅋ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1. 11:15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있다.
펭귄뉴스를 읽었을 때가 작년 이 무렵이었는데,
일년 후에 내가 김중혁씨 책을 또 읽을 거라고는 생각안했다.

++++++++++++++++++2008.3.22

난 유치해서 눈에 그려지고 손에 잡힐듯한 스토리가 없으면
지루하게 느껴질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는 건 잘 못하겠더라.
재밌게 느낀 순서도 어떻게 보면 '집중력'과 비례할지도 모르겠다.
무용지물 박물관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문장을 꼼꼼히 읽었는데
펭귄뉴스는 잠에서 부시시 깨 휘릭휘릭 페이지 넘기기에 바빴으니까.

내가 한국소설 재미없다고 투덜투덜댔던 건 2003,4년쯤인데
결국 게으른 탓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완전히 잘못된 얘긴 아니지만. (→똑같은 얘기 일년전에도 했네...어제도 했는데ㅡㅡ^)

무용지물 박물관에서는 메이비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메이비라는 가수 있지 않나? 어감도 그렇고 그래서
길게 뻗은 생머리를 찰랑이며 높은 콧대를 뿡뿡대는 어여쁜 아가씨를 생각했는데 묘사중에
덥수룩한 수염에 낮은 목소리,,,라고 해서 헉! 하고 놀랐다.
단어에도 고정된 이미지가 따라붙어있으니 이거 참.
참으로 '상상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방주에서 개념을 발명하고 살아가는, 하지만 필요는 없어서 정작 제작은 하지 않는 이눅씨도 재밌었고
(진짜일까? 물론 진짜겠지?) 나무로 만든 지도. 눈을 감고
울퉁불퉁한 면을 만져 해안선을 따라가는 말도 안되는 지도.
때로는 공간을 바꾸는 것 만으로 모든게 바뀐다는 삼촌이 보낸 그 지도.

한줄한줄 문장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고, 나는 이 소설이 꽤 좋았다.

+++++++++++++++++++++++++++++++++++++++++++++++++++++++++++++++++

꽤 좋았다고 해놓고 실은 그렇지도 않았음.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악기들의 도서관'은 정말 꽤 좋다.
펭귄뉴스가 그랬듯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난해했던 요소들이 적절한 농담으로 대치되어서
때로는 쿡쿡, 때로는 낄낄, 지하철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오늘 아침에 읽은 '악기들의 도서관'이 굉장히 좋았는데,
예전에 보았던 영화 '원스'의 정경과 음악이 떠올라 둘이 부드럽게 융화되었다.

원스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둘이 악기점으로 들어가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악기들의 도서관 또한 공간적 배경이 악기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나보다.

하지만 단순히 '악기점'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같다는 사실외에도
'원스'의 억지스럽지 않았던 과정들-주인공들의 '사랑'이 아닌 '공명', 만남과 헤어짐, 그런 것들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겪는 여러 굴곡과 악기, 소리들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
영화와 소설의 물 흐르듯 흘러가는 '과정들'이 참 편안하고 보기 좋았다.

사고가 나고, 갑자기 일상이 정지되고, 회복되었다고는 해도 예전처럼 똑같이 되돌릴 수는 없고,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며 그저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반복되고,
어느날 갑자기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어 열중하며
새로운 '일상'이 다시 펼쳐지는 그 무수한 과정들.

나는 그래서 결국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악기점에서 소리에 열중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이
참 행복하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드라마같이 알기쉬운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이 외에 또 어떤 진실같은 해피엔딩이 있을 수 있겠어?
 
내 삶의 끝도 악기들의 도서관 같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조만간 원스를 다시 보고, 오늘 집에가면 노래를 MP3 플레이어에 넣어놔야겠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7:3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그 유명한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었다.
사진이 깐깐해보여서 왠지 싫었던 정이현씨,
드라마 주인공이 너무너무 싫은 최강희씨였던 덕택에 더더욱 책을 집어들 생각을 안했는데
공짜에는 장사 없다고(진짜?) 책이 생겨서, 일도 있고 겸사겸사해서 읽게 되었다.
솔직히 재밌었다.

내가 일본소설로 전향(?)한 까닭은 한국 소설이 너무 재미없었기 때문이라는,
단순하고 무식의 극치로 보이는 간단명료한 이유였는데
이제는 그런 변명도 잘 안통하겠구나 싶었다.

5~6년 전 만해도 서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책은 공지영씨, 전경린씨, 은희경씨 등등이었는데
은희경씨만 해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고 공지영씨는 책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던 것 같고
전경린씨는....내 취향 아님...

그래서 한국소설이 재미없었다는 이유도 이유지만,
그냥 나는 일본소설을 좋아한다는 새로운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하지만 정이현씨가 급부상한 이유를
내가 위에서 느꼈던 한국소설에 대한 갈증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

일단 단순히 재밌었고-(책장 넘어가는 소리 술술)
줄거리도 그렇지만 중간중간에 오은수의 독백이 때때로 마음을 후벼팠으며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연애와 사랑, 고독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 슬픔 그런 것들로
꽉 차있어서 그냥 열장만 봐도 분위기에 전염이 되어 나는 엉엉 울고 싶었다.
내 기구한 연애사를 한탄하면서 ㅡㅡ^

마지막으로 갈수록 등장하는 딴소리가 거슬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 이야기속에 휘말려있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사고방식-등등에
젖어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연애'를 다룬 소설은 오랜만이었는데 좋았다.
냉정과 열정사이 츠지 히토나리 편을 몇 장 읽고 집어던진 나로서는 ㅠ.ㅜ
(국내에서 100만부 팔았다면서요 오마이갓뜨...;;)

점차 연령대가 가까워지니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겠지...(먼산...)

어쨌든 한국문학을 나몰라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젊은 작가들의 부상이 참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뒷짐진 태도로 밖에 응수할 도리가 없지만
언젠가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 작가들의 책을 찾게 되는 그 언젠가를 기대하면서
가까운 시일내에 오늘의 거짓말을 읽어봐야겠다고 블로깅을 마무리.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7:16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영화가 두시간 반 넘었던 것 같다.

중반(어쩜 더 일찍)부터 내 머리속으로는
"낚였다"는 생각만...

사실 나야 김옥빈양을 알현하러 간건데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근과 주말출근의 틈새를 해집어 만들어낸 시간-밤 10시 10분부터 보고 있기에는
너무도 피가 낭자했고 지루한 영화였다.

치명적 사랑? 웃기고 있네-
도대체 뭐가 사랑이란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친구는 그냥 B급호러 치고 좋은 거 아니냐고 했지만
그래, 문제는 바로 그거다!
영화광고를 B급호러로 안때렸잖아!!!!!!!!!!!!!!!!!!!!!!!!!!!!!! OTL

송강호 나오고 김옥빈이 벗었고 신부가 흡혈귀가 되어 친구의 아내와 치명적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과 박.찬.욱 이라는 이름 자체는 평소에 별 영화에 관심도 없는 본인을
영화관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한 미끼였는데,
그렇다. 결국 미끼를 덥썩 문 낚인 물고기 한마리 되어...

그냥 감독 좋은대로 신나게 만든 영화같았는데
내가 거기에 놀아난게 너무도 억울하다!!!
...그래도 김옥빈이 예뻤고 과감하게 벗어주었으니 최큼 용서하기로 했다.

4일만에 100만 돌파했다더니 평은 역시 참신하다 VS 지루하다 등, 갈리고 있는 모냥.
나는 도시락 싸들고 영화관 앞에서 막고 싶은 오지랖을 발휘하고 싶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참신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두고봤을 때 지루했다!

나는 올드보이 이후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없지만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어쩌구 영화도 내용과 홍보를 따로 때려서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친구의 증언을 토대로
인제 박찬욱 감독의 영화니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가지 좋았던 건, 영화 시작하기 전에 본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너무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_+
기대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보다 더 스릴있고 추격자보다 피가 훨 덜 나오면 
나는 완죤히 흥분할 것 같다 (>.<)b

+김옥빈양은, 처음 데뷔했을 때 부터 참 예쁘다고 생각했고 당차보여서 좋았는데
'할인카드 사건' ㅡㅡ^과 과격한 댄스솜씨를 발휘하면서
약간 비호감으로 전향한 듯 해서 좀 아쉬웠다.
할인카드 사건이야 그게 그리 욕먹을 일인가 싶어서 개의치 않지만
춤은 이제 최큼 자제하시고 연기에 집중해주면 좋겠다.
벗는 여배우들에게 무한지지를 보내는 본인은, 김옥빈이 꼭 벗었기 때문은 아니어도
그 당차고 화려한 외모로 한국 영화계에 굵직하게 존재감을 발휘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이번 영화가 실망스러웠어도 어케어케 용서가 된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4:3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2008.10.15

발표 잘 들어주시고 질문도 해주셔서 감사드려요ㅎㅎ
저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는 저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중간에 (사건의 피해자인) 식물인간이 된 여동생을 수발하는 오빠가족이 나오는데-
사람이 살고자 하는 의지에 '왜'라는 물음을 던질 필요는 없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구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조금의 왜곡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첫장에 밝혔는데,
이런 객관적인 서술체가 사람 마음을 크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참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유와 언더그라운드를 연결해서 생각하진 못했는데,
그건 아마 '인터뷰'라는 형태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어디까지나 언더그라운드는 논픽션이고, 이유는 픽션이니까요.
논픽션의 '인터뷰'는 의무이고 픽션의 '인터뷰'는 선택이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생각나네요ㅎㅎ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가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는 많은 가족들이 등장하는 양상을 살펴보고 그 포인트에 공동체가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더한거구요.
미야베 미유키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인간이란 역사와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 받게 없는 존재이죠.
역사와 사회의 영향이란 말은 결국 개인간의 소통, 개인과 공동체간의 소통,
그리고 공동체들 간의 소통을 좀 더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상해사건 보다는 역시 살인사건이 주제를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상해사건이었다면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의 무게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상해란 단어는 지칭하는 범위도 애매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실수가 빚어낸 '있을 법한 사건'의 성격도 지닐 수 있죠.  

하지만 '살인'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사건'이기에 이런 극단적인 결말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었느냐- 하는 점에서 작가의 생각을 한층 효과적으로 드러낸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타마치'가 '그나마 낫다' 정도의 개념보다는 좀 더 우위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시타마치'가 완전무결한 이상향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하구요,이시다 나오즈미가 가타쿠라 하우스에서 피폐된 인간성을 '구원'받는 다고 표현한데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저도 그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가 많이 망설였는데-
압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는 그만한 임팩트를 가진 단어을 찾을 수 없어서 흑흑 어휘력의 한계;)

하지만 왜 하필 가타쿠라 하우스에서 발견되도록 장치했느냐를 살펴보면
작가가 시타마치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죠.
왜 그렇게 도쿄와 에도에 집중된 작품을 쓰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태어나 자란 이 곳외에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했지만
"에도시대는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사이의 정이 끈끈했던 시대였다"는 말은
(<기이한 이야기>와 <괴이>에서)
미야베 미유키가 어떤 상태를 바람직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반듯한 웃어른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얘야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 한단다~ 라는;; 

물론 재밌고 알기 쉽게 소설을 써주는 미야베 미유키지만
반다루와 가타쿠라를 분명하게 대비시켜 직접적으로 시타마치가 옳다는 걸 얘기할 만큼
쉬운 작가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현대사회는 이러이러한 모순을 끌어안고 있는데
공동체간의 유대 속에 개인들의 정이 살아있는 이런 장소가 예전부터 있었답니다. 어때요~? 
정도의 한발 물러선 태도에서, 현대의 부정적인 가치들이 초래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자세히 묘사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거기가 좋아! 라는 식의 강요는 없지요)

그래서 독자가 '그래도 여기가 조금 낫네'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라던 바이며,
그런 식으로 다른 작품들을 통해 세뇌ㅡㅡ^해가지 않나...(는 물론 제 망상입니다ㅎㅎ)

 

음-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 보니 미야베 미유키가 더 좋아졌어요!! 전 다음에 외딴집을 읽겠습니다~ㅎㅎ

+++++++++++++++++++++++++++++++++++++++++++++++++++++++++++++++++++++++++++++++++++++++++++++++++++++

나 주절주절 말 많다ㅡㅡ^
이거 쓸 때는 나름 광분하면서 썼는데
역시 나는 너무 급흥분을 잘하는 것 같다.

누가 나 차분하다고 하는데 정말 모르는 소리...ㅡㅡ^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4:28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2008.10.14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워낙 재밌게 본 소설이라 발표 준비하면서 끙끙대는 것도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더 많은 말들을 하고 싶었는데 ㅠ.ㅜ
제한된 시간과 능력의 부족으로- 놓친 부분도 많고 넘어간 부분도 많아서-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그만큼 더 많이 아쉽네요ㅎㅎ

저도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서브프라임과 리먼 브라더스 생각을 했거든요.
땅이란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인데 그런'자연'을 이용해
한몫 잡아보겠다는, 인간들의 정도에 지나친 욕심이 불러오는 재앙을 목격하면서
곧 한국에 똑같은 일이 생기겠구나- 싶었는데
이 소설까지 읽으니 더욱 무서워졌습니다;;

그리고 한 학우님께서 가타쿠라 하우스가 미래를 향한 지향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해주셨죠.
계속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무래도 제가 '가타쿠라 하우스'에 제 가족을 투영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어머니께서 미용실을 하신지 30년이 넘었거든요. 저도 초등학교 때 부터 곧잘 어머니를 도왔었구요.
미용실이란게, 수많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세상살이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가끔 아주머니들은 머리를 하러 오는게 아니라 수다가 떨고 싶어서 오는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쉰이 넘는 지금까지도 고되지만 즐겁게 일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어머니는 이 작은 '미용실' 이란 공간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손님들과 공유하며 연결되는 그 순간에
비로소 살아있다고 느끼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미용실집 딸'이라는 타이틀 아래 ㅠ.ㅜ
꼬맹이였을 때 절 보아오신 수많은 아주머니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ㅠ.ㅜ
저의 생활과 진로를 화젯거리로 제공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ㅠ.ㅜ
때때로 참 남의 일에 관심도 많다며 얼굴을 찌푸리다가도
이웃의 정이란게 참 무시해서는 안되는 거구나- 싶은 따뜻한 경험도 합니다.
막연히 대단한 미래보다 즐겁고 충실한 오늘이 겹겹이 쌓인 구체적인 미래가    
안도감을 줄 때도 있으니까요.

 가타쿠라 하우스도 불안한 요소는 많지만 그래도 결국엔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것,
그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고 앞으로도 달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바로 이런 개인적 경험이 깔려있고
성급한 일반화일진 모르나 오류라고는 볼 수 없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죠~
아까는 생각이 미처 미치지 못해 대답할 수 없었던- 진정한 '이유'입니다.ㅎㅎ

 그리고 저는 <화차>와 <모방범>도 추천합니다!!
<이유> 재밌게 보신 분들은 역시 재미나게 보실꺼예요~
원래 <화차>로 나오키상을 탔어야 한다는 말들이 있던데-
물론 <화차>도 굉장히 재밌었지만!!
다양한 인간들과 현대 일본 사회가 껴안고 있는 문제들을 폭넓게 다뤘다는 점에서
저는 역시 <이유>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더라구요-(상은 괜히 타는게 아니구나~ 싶었어요ㅎㅎ)
<모방범>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스맙의 나카이가 주연!)
미야베 미유키씨 보다가 중간에 나갔다고 하더군요;;
소설에 대한 여흥을 깨고 싶지 않아서 영화는 안봤는데(원작에 못미치는 영화가 많죠;;)

기회가 되면 한 번 봐야겠어요. 소설은...다시 읽을 엄두가...안나서...ㅡㅡ^

 이상! 아직도 미련을 못버리고 <이유>에 집착하고 있는 학생의 못다한 이야기였습니다.

 
+++++++++++++++++++++++++++++++++++++++++++++++++++++++++++++++++++++++++++++++++++++++++++

발표준비한다고 끙끙댔는데 그래도 좋았던 것 같다.
이유는 정말 두고두고 생각해도 불후의 명작이다 흑흑.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더 많은 말들을 했을텐데-
역시 난 넘 수다스럽나보다.

언제 내한안해주시나!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0. 10:19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14일 오전 11시,
번역가 김난주씨의 진행으로 에쿠니 가오리와 정이현씨의 대담이 열렸다.
대담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문학적 담론, 등등을 말한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일부분 대담에 참여해서 느꼈던 많은 것들을 제외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말 한마디를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내가 에쿠니 가오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은 예전부터 '별거없다'였다.
밑에는 2006년 4월 경에 싸이에 끄적였던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인상.

에쿠니 카오리는 원래부터 별로 좋아하질 않지만,
여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캐치해낸다고 할까나.
들어가고 싶은 '방'이 어떤 타입의 방인지를 알아서
예쁘게 잘 구성해놓는 다고 해야할까, 잠시 쉬고 나오기
부담없게 귀여운 소설. 가끔 짜증날 때도 있지만. 바나나에 비하면 깔끔하지.

내가 한참 일본음악에 관심을 가졌을 무렵,
일본음악 입문용으로 아무로 나미애와 엑스재팬의 씨디를 들었다면,(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문학 입문용으로 사람들이 널리 찾는 책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에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있지만+_+!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제와서 일본작가라고 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흘렀고,
이름 자체가 너무 브랜드화된 느낌이 없지 않다;;

여튼 그래서 나도 시시하다고 욕하면서 한손으로는 꼽기 힘들 만큼의 책을 읽은 작가인데,
이번 방한을 통해 실제로 만나보고는 역시 인상이 조금 바뀌었다;;
실제로 얼굴 마주대하고 '당신의 소설은 별로예요'라고 말할만큼 강심장도, 예의가 없지도
않은 나는;;; 대담이 끝나고 고마웠다고 미소지으며 꾸벅 인사하고 가는 에쿠니 가오리를
싫어할만큼 매몰찬 사람이 아니다...ㅡㅡ^

여튼, 신간 '좌안'을 발표하면서 정이현씨와 대담을 가졌을 때 했던 말은
자신은 인과관계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 일이 있었고, 둘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에 포커스를 맞춘, 단편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말이었다.

나루호도.
생각해보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여태까지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펼쳐들었을 때 유독 '독립된 작은 방'을 생각했던 것도 
전후 맥락이 없이 따로 동떨어진 공간, 시간에 펼쳐졌던 이야기였기 때문이 아닐까.
신작 '좌안'은 여태까지 발표했던 소설과는 달리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 소설이라는데,
이렇게 일생을 그리면서도 인과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마치 옴니버스처럼(내 생각임)
단편이 주욱 이어지는 그런 느낌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하는데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엉겁결에 구입한 좌안을 읽어봐야겠구낭.

P.S 정이현씨 실제로 보니까 너무 깜찍하시더라- 사진보다 훨씬ㅎㅎ
김난주씨도 활발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생각과는 달라서 깜놀이었다.
역시...사람은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음...ㅡㅡ^





  

posted by steadyoung
2009. 4. 18. 10:36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게끼단히토리의 소설을 다 읽었다.
게닝이 쓴 소설을 읽는 건 처음이다. 이 소설의 존재를 알게된 순간 부터 너무너무 읽고 싶었는데 양장본이 너무 비싸서ㅠ.ㅜ 엄두를 못내다가 문고본이 나와서!! 교보문고에서 그리 비싸지 않게 팔길래!!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샀다.

분량이 적은 책은 읽다가 감질맛만 나고, 또 너무 무거우면 들고 다니기 힘들지만 그래도 딱 오쿠다 히데오의 '최악' 만큼은=p.648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p.214에 줄도 잔뜩 띄어써서 분량이 너무 적다;;

'카게히나타니사쿠'는 5개의 소설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인데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뒤로갈수록 훨씬 재밌다. 내가 좋았던 건 도박에 빠진 역무원 청년의 보이스피싱 사기 실패담 'Overturn'과 인기없는 게닝과 그 게닝에게 운명을 느낀 소녀 그리고 스트립퍼의 이야기를 그린 '鳴き砂を歩く犬'였다.

오버턴은 결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마지막 소설은 팔리지 않는 게닝의 비애와 나루코, 스트립퍼의 삼각관계가 흥미로웠다. 특히 나루코가 게닝을 찾아 아사쿠사로 상경해서 같이 게닝이 되어 고분분투한다는 설정은 너무도 맘에 들었다. 하하하. 그러고보니 마지막 소설은 그냥 내가 워낙 '게닝'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는지라 그랬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그래도 누가 읽어도 마지막 부분은 재밌지 않을까??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까서 방귀로 웃기려는 '개그'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줄까? 그냥 미친 또라이 변태로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우려- 소위 일본의 '팔리지 않는 게닝의 비애'와'재미없고 인기도 없는 개그맨의 비애'는 같으면서도 사회적인 풍토와 개그코드 덕에 또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나머지 앞에서 부터 쭈루룩 1,2,3번째 소설은 사실 별로 재밌지 않았다. 그야 다소 기발하기도 하고, 평소의 궤변론자다운 게끼단히토리를 떠올리면서 다소 쿡쿡 웃기도 했으며, 짧은 소설안에서 나름대로 반전을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린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렛코게닝(=인기있는 개그맨)이 쓴 소설, 이라는 메리트를 제외하고 단순히 소설만 가지고 평가를 한다면 이게 과연 80만부나 팔릴 가치가 있는지 조금 어이가 없었다. 한국에서도 연예인들이 요즘따라 열심히 책을 내고 또 널리 읽히고 있는데 그게 과연 모두가 열광할만한 책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전략적 반전 배치, 사람들의 심리와 상황에 대한 깊이가 얕은 묘사, 철저하지 못한 줄거리 전개...등등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ㅠ.ㅜ
처녀작이라는 걸 감안해도, 근저에 굴러다니는 비슷한 소재와 주제의 오쿠다 히데오 소설 - 사회의 다양한 루저들의 비극과 동병상련의 아픔 그리고 위로 등의 예를 들자면 라라피포- 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그래도 사실 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오히려 어느 정도의 가능성에 공감했기 때문에 불만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진짜로 형편없었으면 이미 집어던졌지;;;
그래도 '게끼단히토리'라는 이름 덕에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힘들 것 같다.
두번째 책을 냈던데, 이번에는 좀 더 큰 발전을 이루었기를.

p.s 사실 게끼단히토리 소설 보다 게끼단히토리 아버지가 쓴 '아또가키'가 훨씬 재밌었다+_+ 게끼단 히토리의 생애(?)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다. 푸하핫.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으면 한 번 올려볼텐데, 이거 누가 열심히 번역하고 계신건 아닐지...??
 
posted by steadyoung
2009. 4. 18. 00:53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주변에서 다들 온다 리쿠 온다 리쿠 하는데, 정작 일본 소설을 거의 매일 읽고 있는 나는 온다 리쿠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방금 샤워하면서 곰곰이 옛 기억을 뒤져보니, '금지된 낙원'을 조금 읽다가 그만둔 적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 역시 온다 리쿠와 나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금지된 낙원을 중도 포기도 아니고 앞에 몇 장 팔락팔락 넘기다 끝낸 이유는 간단하다. 초반부에 흡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휘리릭 몰입한 미야베 미유키 등 여타 다른 작가들의 책과는 달리 초반부가 내 흥미를 전혀 끌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온다 리쿠 냄새는 맡지도 못하고 도서관에 금지된 낙원을 반납했다. 

그러다 이번에 방한하는 일곱명의 작가들 중 그래도 좋아하는 축에 껴줄 수 있는 사람이 요시다 슈이치 밖에 없어서, 이건 좀 아니지 싶었다. 그 때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어떻게 알아! 에쿠니 가오리야 몇 권 읽었으니 내 취향이 아니라고 분명히 판명되어 아쉬울 것이 없지만, 후에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고 너무도 재밌어서 나중에 '그 때 사인이라도 받아두는 건데!' 하는 마음으로 뒤늦게 땅을 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나의 친구가 하도 온다 리쿠 노래를 부르길래, 금지된 낙원의 아픔을 잊고 다시 다른 책을 시도할 용기를 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보니 친구가 무라카미 류를 좋아할 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고,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추천할 때 시무룩한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찬양한 작가는 절대지존 미야베 미유키 뿐이다.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사실은 미세한 간격의 평행선을 달리는 우리의 취향은 온다 리쿠 지점에 다다르자 드디어 그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온다 리쿠에 대한 시무룩한 대답을 보낼 차례이다.

친구의 추천과 인터넷 정보를 참고해서 유지니아를 골랐다. 일가족 몰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어린 소녀를 범인으로 설정하다니 이렇게 흥미진진할수가!! 추리소설협회 대상이래!!! 하며 들뜬 나의 마음은 책의 중반에 이르러 절정을 맞이했다. 한 줄 두 줄 눈을 좇는 것 만으로 소름이 끼쳤던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미야베 미유키에게 받은 적 없는 선물이었다. 그건 아마도 수학적인 추리소설을 쓰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차근차근 인내심과 따스함을 갖고 풀어나가는 미야베 미유키의 표현방식과는 전혀 다른 '온다 리쿠'의 문체와 구성력 덕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작하는 작가의 소설이 맘에 든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당분간 무얼 읽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권 한 권, 저작목록이 줄어들수록 느껴지는 뿌듯함도 지속될 것이고, 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작가에 대한 신뢰가 차곡차곡 쌓여 아름다운 양식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나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말을 향해 갈수록 그녀의 '돌려말하기'방식에 초조함을 느꼈고, 그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조함이 아니라 소설과 작가에 대한 짜증으로 직결되는 기분 나쁜 감정이었다. 내가 월요일 하루 컨디션을 버리고 일요일 밤 잠들지 못한 채 끝까지 읽는 것을 택했지만,
.........................................나는 구원받지 못했다 ㅠ.ㅜ


솔직히 말해서 모두가 인상깊었다는'사실이란 주관적 감상에 불과하며 모두의 기억이란 자신이 원하는대로 짜맞춘 허상에 가깝다. 픽션도 논픽션도 없다'는 (이 책의 주제로 추정되는 ) 구절은 내게 아무런 감흥도 인상도 주지 못했다. 그건 당연한거 아닌가? 팩트로 이루어진 신문도 실은 일종의 칼럼에 가까운데, 하물며 내 기억속의 옛 일이란 내 구미에 맞게 재구성된 판타지와 다를 것이 없다.
굳이 꼽아보자면 인터뷰에 응하는 인물들의 인생사와 그들이 갖고 있는 인생관, 가치관이 조금 흥미로웠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아낌없이 시간을 할애하는 인간을 꿰뚫어본다, 자신들의 시간은 조금도 주려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반발하려는 건 당연하다, 내가 되새기고 곱씹은 부분은 대체로 이런 구절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추리소설','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사와 가치관, '사회(집단)의 굴곡(어두운 면)'이라는 소재로 분류될 때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뛰어넘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건 관계자들과의 증언을 인터뷰하는 대화체 형식으로 적은 것은, 금지된 낙원이 그랬듯 초반 몰입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중간에 기껏 모은 몰입도를 막판에 분산시켜 나같은 독자들을 화나게 하는 마이너스 효과를 만들어낸다. 어찌나 신경질이 나던지...이제 그만 인터뷰 따위 집어치우고 얼른 상세하게 당시 상황을 전하란 말이다!!!!!!!!!!!!!!!!! 하고 나는 몇 차례나 절규했다OTL.

결과적으로 그녀가 범인인지, 책을 쓴 이는 왜 그렇게 죽었는지, 왜 가족을 포함해 그 가족을 전부 죽였는지, 책쓴 이의 둘째 오빠의 그 고백은 왜 갑자기 중간에 튀어나와 소설의 흐름을 흐리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나도 하지 않고 색채대비를 이용한 시각적 효과와 동기를 결부시켜서 모든 것을 애매모호하게 만든 그 무책임함!

몽롱한 분위기,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동경,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이야기 전개의 허점을 덮어줄 수는 없다.

친구와 내가 '힘이 딸렸다'라고 표현하는 그 상태, 일 다 저질러 놓고 수습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등장하는 엉뚱하고 설득력 없는 결말. 
이제 두번 다시 온다 리쿠의 책을 펴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나는 온다 리쿠가 아니니까 확실한 결말을 내겠다.


우리는 궁합이 맞지 않아요...
 

  
posted by steadyoung
2009. 4. 14. 15:32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책에 대한 매우 주관적인 감상과 저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그득하니까
      책의 철저한 리뷰를 원하시는 분은 적당히 스킵해서 읽어주세용


 
 일본의 논점 2009에는 강상중씨의 글이 실려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아마도 북한관련이지 않았나 싶다);; 일본인치고는 특이한 한자를 사용하는구나 싶었는데 역시 재일 한국인이었다.
(기고가 중 오선화씨가 있었는데 오선화씨가 쓴 글에 대한 논평이 한겨레 신문에 실렸다.) →보러가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고민하는 힘' 의 출간소식을 보고 그 이름을 한 번 더 접하게 되었다.  '재일 한국인 최초 도쿄대 교수'가 쓴 책을 '일본 100만 독자' 가 읽었다는 책소개와 저자의 약력도 물론 내 흥미를 끌었지만, 저자가 책 속에서 막스 베버나츠메 소세키의 작품과 생각을 살피면서 '고민하는 힘'을 강조했다는 점이 책을 구매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다.
 
  예전에 가네시로 가즈키의 GO를 읽고 나서 남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실이 자신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때 겪는 혼란과 고독, 불안이 얼마나 클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라잃은 설움', '이유없는 차별'과 무관한 시대에 태어난 나는 아마 평생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 강상중씨 또한 GO의 스기하라와 마찬가지로 재일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살아왔다. 넘치는 부모님의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며서도 늘 존재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었던 그는 1972년 '고국'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 도쿄대 교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 우익 비판 등 역사와 정치분야에서 활발한 저술활동과 강연을 펼치고 있다.
 
 성장과정과 독일에서의 화려한(?) 수학경력 때문에 나는 책을 잠시 오해했더랬다. 얼마전에 프레시안과 했던 북 미사일에 관한 인터뷰를 읽었던 터라 더욱 그랬다. 열정적이고 강경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사람일 거라고, 치밀하고 꼼꼼하게 사람을 압박하는 논조로 "고민하라!"고 외치지 않을까 했던 나의 기대감을 강상중씨는 단 번에 무너뜨렸다.
 ~하지요. ~하지 않을까요? 의 어미로 끝을 맺는 다정(?)한 말투로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끈질기게 되묻는 '고민하는 힘'은 전체적으로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으로 충만해서 다 읽은 지금(분량이 많지 않아요) 살짝 어이가 없다. 이런게 아니지 않아...?? 
 물론 열정적이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치밀하지 않다는 말도 아니다. 단지, 뭐라고 하면 좋을까... 비뚤어진 한일 양국 역사의 음지-틈새에서 아프게 자라난 '재일 한국인' 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울분과 한, 그런 감정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독자들을 자극시키는 책이길 은연중에 기대했던 내 기대가 너무도 깨끗하게 껶여서, 어안이 벙벙한, 그런 느낌이다.
 삶이란 하루에 부드러운 황혼이 드리워질 무렵,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로 얼룩진 나의 하루를 돌아보며 화만 내기보다는 그 일이 내게 주는 의미를 '고민'하는 지혜로운 사람. 내공이 착실히 쌓인 '인품'에서 퍼져나오는 강인하면서 부드러운 사람의 냄새. '재일 한국인'이기에 터뜨릴 수 있는 분노를 '고민하는 힘'으로 승화시켜 아름답고 실한 열매를 맺은 자의 애정어린 충고가 이 책에 있었다.
 
 친구와 가끔 왜 우린 이런 일까지 고민하는 걸까, 왜 우린 이런 일에서까지 의미를 찾는 걸까, 자조섞인 쓸쓸한 물음을 던진다. 10대 때는 대학입시에 치이고 20대 때는 경제위기와 청년 실업에 치여서 고민할 시간마저 빼앗긴 채 앞으로 앞으로 나가야 하는 지금 내 나이 또래들(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지만). 고민할 필요성을 부정하며, 또 어떤 이들은 그럴 필요도 못느낀채 부지런히, 살벌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적어도 나도 그들처럼 '왜'라는 의문을 잠시 덮어두고 앞을 향해 열심히 달려야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왜냐는 물음을 사방팔방에 던져 돌아오는 것은 '나는 남들보다 뒤떨어져있다' 는 바닥을 모르는 늪같은 절망감 뿐이다. 왜 좀 더 토익점수를 올리지 못했을까-남들 다 하는 900을 채 못넘긴 나는 멍청한가, 왜 그 때 그 회사를 선택하지 않았을까-내가 뭐 잘났다고 더 높은 연봉을 바라는걸까, 왜 지금 나는 회사입사를 준비하지 않는걸까-언제까지 이렇게 아르바이트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 하는 자책과 자괴감이 '고민'하는 힘으로 던진 물음에 대한 날카로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칼을 맞는 내 마음은 슬프고 아프다. 
 기본에 충실하고 싶었을 뿐이다. 남들 눈에 쫓겨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기 보다는, '꿈'이라는 단어가 다소 입 밖으로 내기 부끄러워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발견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화를 이루고 싶었을 뿐이다. 돈은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타인의 시선보다 내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 을 믿고 실감하고 싶었다. 
 
 나는 멋지게 말하면 '나 자신을 믿을 힘'을, 
 어찌보면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근거'를 이 책에서 발견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시도는 결과를 알지 못한 채 끝났다.
 아! 이 책을 읽고 나의 인생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와 같은 멋진 말을 하기에는 책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지금의 나는 '내 길에 대해 방향을 잡고는 달리기 위해 준비운동을 하는 시기'에 있다는 것, 그리고 고민하는 성격은 평생 벗을 수 없는 옷 처럼 나라는 인간에게 딱 붙어있으니 잘 부둥켜안고 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세기의 전환점에서 고민하는 힘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과 씨름했던 막스베버와 나츠메 소세키의 작품과 일화를 통해, 고민하는 힘(걱정이 아니라)을 부둥켜안고 사는 일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확신하게 되어 굉장히 마음이 든든해졌다. 연륜과 인품에서 완숙미가 물씬 느껴지는 강상중씨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젊은' 꿈도 내게 용기를 주었다.
 나도 쉰이 넘어 내 인생의 노을을 맞이했을 때, 치열했던 낮을 웃으며 돌이킬 수 있는, 저물어갈 밤을 조용히 맞이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꿈을 이루어가는 힘은 '고민하는 힘'의 일부이며 '고민하는 힘'은 삶을 아름답게 쌓아가는 힘과 연결되어 있다. 삶을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아름답게 죽는다는 말과 동의어이며 그 모든 힘의 총집합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의미',
즉 '나'이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4. 12. 00:51 흥미만만/지름신 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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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섀도우를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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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에서 화장품 20%를 하길래 지나치지 못하고 들렀더니 결국 여러가지 화장품을 사버렸다;;

마스카라
지난 번에 산 게 슬슬 떨어져가길래 하나 사려고 했는데 때마침 세일이길래 샀다.
전에 화장품의 나름 달인 친구가 이것저것 써봐도 가격대비 미샤만한게 없다는 얘길 했는데
나는 그렇게 이것저것 써보질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할 수 없다;;
여러 제품들 중 가장 비싼 걸로 15000원 남짓 섹시 어쩌구가 있었는데
솔이 너무 작아서 내키지 않았다.
10800원의 이 마스카라를 20% 할인해서 구입.

롱래쉬랑 볼륨, 컬링이 있었는데 그냥 롱래쉬를 샀다.
근데 지금 쓰는게 볼륨이라 그런지 확실히 바른후 좀...심심한 느낌 ㅠ.ㅜ
아아. 볼륨을 살껄 그랬나 후회했다. 둘다 쓰면 너무 두껍게 발려서 부담스러운데...
현명한 이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_+

메이크업 베이스
내가 한동안 애용했던 이니스프리스의 손가락만한 베이크업 베이스에서 드디어 탈출하기로 맘 먹었다.
보정력 등등이 그리 좋진 않아도 싸고 만만해서 애용했는데...당분간 안뇽.
이것저것 조사했을 때 평이 좋았던 루나솔 껄 사볼까 했는데-
미샤 20%를 이용해 이것저것 지르다 보니 메베도 구입해버렸다;;
그래도 저만큼 사도 루나솔 메베보다 싸다;;;

이거랑 율(?) 이라는 이름의 납작한 용기에 들어있는 메베도 있는데- 그것도 싸고 괜찮아보였다.
근데 이게 그거보다 확실히 보습력도 있고 부드럽게 발려서 느낌이 좋았다.
라벤더-라는 컬러, 즉 바이올렛을 샀는데
오늘 처음으로 얼굴에 발라봤더니 꽤 괜찮다.

원래 미샤하면 페이스샵, 스킨푸드와 함께 '저가'화장품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데
요즘 이것들이 그 수식어를 떼기 위해 너무 노력(?)하는 것 같아서 좀 싫었다.
저 메베만 해도 22000원 좀 안되는데
그 가격이면 입큰이나 마몽드 등등의 메베와 커다란 차이가 없다.
브랜드가 갖는 이미지나 파워로 따지면 미샤가 마몽드를 이길 수 없으니
결국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더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원칙으로 승부해야한다.

전에 이 메베를 보고 너무 비싼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했는데
오늘 써보니 괜찮아서 더이상 뭐라 하진 않겠지만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미샤는 중저가 브랜드를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격대비 만족을 주는 제품으로 꾸준히 시장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
다른 제품 포함해 가격이 너무 올랐다. 뭐 색조 이외에 기초를 미샤쓰는 일은 없지만.
 
아이섀도우
나는 쌍꺼풀이 없고 눈이 크지 않기 때문에 파란색이나 녹색 계통의 아이섀도우를 사용한다.
뭐 특별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핑크 등등의 색을 발랐을 때
눈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아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이후로는 핑크 계열은 쌍꺼풀있고 눈 큰 자들의 특권으로 생각한다 ㅠ.ㅜ

핑크보다 블루, 그린 계열이 눈이 더 커보이는 것 처럼 보이는 건 왜 일까?
어쨌든 그래서 꾸준히 나는 이런 색의 아이섀도우를 사용해왔다~
근데 최근에 자꾸 동생이 파란색 메이크업을 하면 무서워 보인다고 뭐라 하면서
녹색을 바른 날은 화장이 잘 되었다며 칭찬을 하길래
화장에 대해 암것도 모르는 스물한살 청년의 한마디 감상에 얇은 귀가 펄럭인 나는
녹색 아이섀도우를 구입했다. 호호.

이거 진짜 싸더라! 1500원이다!! 양도 많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양 많아봤자 다 못쓰니까;;)
근데 색이 별로 다양하질 않아서 좀 아쉬웠다. 싸니까 몇 개 더 살려고 보니
맘에 쏙드는 게 별로 없더라고.

근데 오늘 막상 바르니까 별로 곱게 안발리더라 ㅠ.ㅜ
녹색인지 구분도 안가고 흑흑.
뭐 싸게 샀으니 불평은 못하고~ 그냥 다른 거랑 믹스해서 잘 써야겠다.

그 옆에는 아이라이너 식의(오토) 화이트 섀도우와 새끼손톱만한 둥근,
뭐라고 설명해야되나;; 펜슬타입인데 펜은 아닌;;; 그런 섀도우.
흰색은 늘 뭐로든 사용이 가능하니까, 글고 여태까지 쓰던게 너무 오래되서;;

멤버쉽 가입하니까 무슨 클렌징폼을 줬다~
아아. 이번 달은 이걸로 화장품을 그만사련다.
...과연...

 
posted by steadyoung
2009. 4. 11. 10:43 흥미만만/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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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eadyoung
2009. 4. 9. 22:23 흥미만만/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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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마츠다 쇼타 및 오구리 슌을 좋아하지 않지만, 윤지후에 대한 예의로 올려보았다...


H 2007년 1월호, 아마도...
posted by steadyoung
2009. 4. 8. 16:21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무라카미 칠드런(하루키 칠드런) 혹은 무라카미 하루키 칠드런이란 평론가들이 특정한 작가를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 아래 있다고 평가해 부르는 명칭이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자칭하는 경우도 있다.

 요시다 노부코에 의하면 '하루키 칠드런'이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와 센스, 세계관에 영향을 받아 그것을 계승하는 작가들을 칭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사카 코타로, 혼다 다카요시, 카네시로 카즈키와 같은 '톱 반열에 드는 젊은 작가들'이 '무라카미 칠드런'에 속한다. 또한 여성 작가로는 해당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후지이 쇼조는 중국의 저명한 여성작가들, 衛慧、安妮宝貝、王家衛들이 '무라카미 칠드런'이라고 평했다.

일신문사의 홈페이지에는 "'무라카미 칠드런'이라 불리는 작가들이 한국, 중국, 영국,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고 평하는 기사 '<두개의 M-망가와 무라카미 하루키4> 세계적으로 뿌리깊은 자기표현'이 게재되었다. 

 토요자키 유미는 혼다 타카요시의 작품이 무라카미의 페이크라고 논평하면서 '무라카미 칠드런의 우등생'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 외로 뮤지션 스가시카오가 무라카미 칠드런을 자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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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는 자기 책에서 스가시카오 노래 듣는다고 자랑하고
스가시카오는 무라카미 칠드런을 자칭하는구나!! 사이좋네?!!

이사카 코타로는 매우 좋아하는 작가인데 설마 이렇게 불리고 있을 줄이야...
카네시로 카즈키도 그래...
무라카미 하루키 책도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난 책을 헛읽었나...흑흑.

그래서 어쨌든 혼다 다카요시 책을 읽기로 했다!!!!
...다음에. 

posted by steadyoung
2009. 4. 8. 13:48 흥미만만/お笑い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를 두 군데만 꼽아보라면 모두 '요시모토 흥업과 쟈니즈' 라고 대답할 것이다. 두 군데 모두 일본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다. 그러나 콘텐츠 보유자라는 똑같은 입장에 놓여있으면서도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앞으로 커다란 격차로 바뀔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쟈니즈가 초상권에 엄격하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초상권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 표지에 'Hey! Say! JUMP'를 기용하는 것을 용인하면서 웹상에 게재되는 것을 이렇게까지 관리하고 있다니... 감탄하는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하는 건 손실도 크지 않은지 걱정하기도 한다. 

● 초상권&저작권에 엄격한 쟈니즈 기획사

 초상권&저작권에 엄격한 쟈니즈 기획사는 웹상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관철한다. YouTube등의 UCC 사이트에서도 그 태도는 굽힐줄 모르고 철저한 삭제가 이루어진다.

 콘텐츠 그 자체=연예인의 초상권과 판권은 지켜져야 한다. 법률이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면 재판에서 연예기획사가 승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행은 사라지는 법이다. 연예인의 유행어 등이 일반적으로 (1) 인간의 지적활동이고, (2) 연예인의 독자적인 제작에 의한 것이고, (3) 언어에 의해 도구화되고, (4) 지적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5) 문화적인 소산에 속한다고 규정한다면, 저작권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러나 요시모토 흥업은 그런 저작권과 판권을 굳이 문제삼지 않는다. YouTube에서는 방임상태로 여겨질만큼 완화되어 있다. 오히려 2007년 8월에 YouTube일본어판의 국내 파트너라는 이름을 내걸고 같은 해 11월 말에는 니코니코 UCC에 '요시요시 UCC'를 설립했다. 방송 제작에 빠질 수 없는 콘텐츠 권리자면서 지상방송국이 경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콘텐츠의 인터넷 다운로드 또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넘어져도 공짜로는 일어나지 않는' 요시모토 흥업의 투철한 영업정신

 쟈니즈와 요시모토 흥업. 같은 콘텐츠 보유자로서 저작권에 대한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다. 그럼 왜 요시모토 흥업은 연예인의 저작권과 판권을 지키는 입장이면서 완화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일까? 왜 인터넷과 손을 잡기로 했을까? 거기에는 분명 '넘어져도 공짜로는 일어나지 않는' 투철한 영업정신이 있을 것이다.
 
 주식회사 요시모토 Fandango! 전 대표이사 나카이 히데노리씨가 이에 대해 cnet japan의 "'봐주길 바라는' 본질을 잊지말라"라는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을 요약해보았다.

안에 들어가야만 가능한 비지니스가 있다.

 YouTube에 대해서는 ' 안에 들어가야만 가능한 비지니스가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소속 탤런트들도 관련된 위법 콘텐츠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전에 내부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칙을 내세워 다투는 건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다.

 권리자와 운영자의 논의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원칙과 원칙이 부딪히는 상태가 계속 되어도 사태는 진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권리자측은 인터넷이 진화할수록 속도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권리자로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파트너가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UCC 2차 제작자의 재능을 기대한다.

 니코니코 UCC는, 음악으로 치면 리믹스-콘덴트의 유능한 이차 제작능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쪽에서 권리에 제한이 없는 영상을 제공하고 그걸 이용해 보다 재밌는 작품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권리침해영상을 이용한 2차 제작물은 평가면에서 주목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쪽에서 먼저 권리제한이 없는 영상을 제공하여 새로운 재능이 발굴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팬을 일방적으로 위법자 취급 할 수 없다

 단순히 '재밌으니까 모두와 함께 보고 싶어서 업로드했다'는 오와라이(일본개그)팬을 일방적으로 위법자 취급해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요시모토 흥업은 그런 생각을 지닌 팬 여러분이 지지해주신 덕에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는 파워를 잘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에게 있어 커다란 플러스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인터넷에서 제멋대로 증식하는 콘텐츠는 매니아를 만들어낸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으려면 롱테일 전략으로 가야한다' 롱테일 콘텐츠를 구매하는 사람은 오와라이를 정말로 좋아하는 매니아들입니다. 그러한 팬층을 늘려가는 것이 비지니스 성공을 좌우합니다.
 YouTub와 니코니코 UCC는 그런 매니아층을 확대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요시모토에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모든 일을 바로 실행해서 인터넷 다운로드 권리자의 개척자를 목표로 하고 싶습니다.


● 인터넷으로 뛰어드는 요시모토 흥업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게닝들이 다른 사람의 개그를 흉내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또 그 모습을 보고 다른 게닝들이 거기에 다른 설정을 더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 구조를 자주 보게 된다. 원조 개그를 개발한 게닝은 심지어 자신의 개그가 소재로 쓰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흔히 말하는 '대박이 나는' 상태이다.

 요시모토 흥업은 콘텐츠보유자의 입장에서 일부러 인터넷에 뛰어들어 더 큰 '대박'상황을 만들어내려 한다.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라'는 게닝의 심리를 잘 이용하고, '재밌다면 모두와 함께 즐기자'라는 인터넷의 2차 제작자의 노동력을 무료로 빌려 직접적인 구매로 이어지는 매니아들의 층을 넓힌다. 괜히 저작권과 판권을 주장해서 그 광대한 속도를 늦추는 것 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다.   

 지상파 방송은 기본적으로 무료다. '대중을 대상으로 전파를 탄 콘텐츠는 인터넷에서도 무료다'고 생각하는게 이용자들의 심리다. '공짜보다 무서운 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전통있는 컨텐츠 보유자 요시모토 흥업은 비지니스를 공짜로 확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아무리 콘텐츠 산업이 고도성장을 해도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는 게닝'과 '보고 싶은 시청자'간의 수요 균형이 맞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다. 그리고 결국은 뭐라해도 시청자에게 돈을 받는 것이 콘텐츠 산업의 기본이다. 광고회사, 광고주가 끼어있다 해도 돈을 지불하는 것은 원래 소비자들의 몫이다. 컨텐츠 산업은 아무리 발전해도 BtoC 모델을 벗어날 수 없다. 그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인터넷 가속화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은 일리가 있다.

 특히 컨텐츠 산업에 있어서 위의 사실을 실감하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에 익숙할수록 피부로 느껴진다.

● 힘있는 컨텐츠는 '기초표'를 갖는다.

 이토이 시게사토씨는 '거의 일간 이토이 신문' (호보니)에서 저작권과 판권 그리고 인터넷의 관계에 대해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이 코멘트에 매우 동의한다.

 나는 '호보니'라는 작은 미디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독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동안 '상식을 벗어난, 좋게 말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다.
 '컨텐츠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 마케팅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칭 '양심적'인 옛날 출판사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힘있는 콘텐츠는 우선 '기초표'를 갖는다. 그 기초표가 '호보니'에서는 방문자수와 메일에 의해 눈에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기초표가 다양하게 반영되고 결합하여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 '나름대로의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쟈니즈의 저작권 및 판권을 철저하게 지키는 태도는 언젠가 끝장을 볼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거꾸로 생각하면 쟈니즈 기획사는 소속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컨텐츠의 힘'을 믿지 않기 때문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컨텐츠의 힘을 믿는다는 것은 사회와 시청자에 대한 믿음과 연결된다. 투철한 영업정신이란 결국 무엇을 믿는가에 달려있다. (나카무라  슈지)

 출처 :  Business Media 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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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렇다. 쟈니즈는 초상권에 넘 엄격하고 유투브가면 요시모토는 저작권에 대해 포기한 것 처럼 보인다;;;  
아이돌과 개그맨의 위치나 역할에 따른 나름대로의 전략이겠지만,
과연 쟈니즈는 지금의 시스템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요시모토의 그러한 전략(?)덕에 나는 잠재적 오와라이 마니아가 되었고,
그건 내가 좀 더 큰 수입을 거둬들이면 '직접적인 구매'로 이어지겠지-_-;

쟈니즈가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건 물론 멋진 일이지만
그렇게 안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경쟁시대니까 그리 되기도 했단 생각이 든다.
가끔 쥬니어들을 보면 무슨 뽑는 기준이 이리도 랜덤이야 싶다!!!
명석한 영업전략에 구태의연한 시스템의 결합은 과연 언제까지...

나는야, 아라시까지만 잘 되면 나머지는 뭐+_+

posted by steadyoung
2009. 4. 6. 11:11 흥미만만/お笑い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세를 보여 극장 수입 10억엔 돌파를 눈 앞에 둔 '드롭'


'시나가와 쇼지'의 시나가와 히로시 감독이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스스로 메가폰을 잡아 영화화한 '드롭'이 거센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월 20일 전국의 약 140 스크린에서 개봉돼 31일까지 66만 307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흥행수입 8억 2238만엔을 기록했다. 주말인 28,29일에는 개봉했던 주의 주말인 21,22일과 비교해 104%로 상향세를 보여, 이번 달 3일에는 10억엔 돌파가 확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주 째에 돌입해 스크린 수는 156개로 늘었찌만 한정적인 극장 수로 이만큼의 성적을 올린 것에 대해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어느 대형 영화사에서는 히트 요인를 분석하기 위해 분주하다고 한다. 이런 라이벌 회사의 빠른 대응도 '드롭'의 성공이 각 방면에 자극을 주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성공 요인으로 인기 배우의 기용과 재밌는 스토리, 이것을 잘 전달한 홍보를 꼽을 수 있다. 시나가와의 원작소설은 만화화 되는 등,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어느 정도의 침투력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영화의 성공을 거머쥘 수 없다.

 주연을 맡은 나리미야 히로키와 미즈시마 히로, 조연의 카미지 유스케 등 요즘 한창 잘나가는 배우들을 기용해 젊은 층의 관심을 확대한 것, 내용적인 면으로는 싸우는 장면과 개그를 잘 연결한 드라마 전개를 꼽을 수 있다. 싸움은 미즈시마가 개그는 나리미야가 맡아 역활을 잘 구분지었고, 특히 되도록이면 싸움은 피하고 싶은 나리미야의 조금은 얼빠진 행동들이 참으로 재미있게 그려졌다.  

 '사람은 간단히 죽지 않는다'는 것을 모토로 하는 미즈시마가 다소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화려한 싸움을 펼치면, 개그를 담당하는 나리미야가 만담같은 대화를 날린다. 신인 감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능숙한 연출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의 진미를 전달해준다.

 싸우는 장면에서는 '이 이상 깊게 파고들면 위험해지는 상황' 바로 직전에 반드시 동료들이 말리러 온다. 말하자면 싸움에 대한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는 것이다. 이렇듯 폭력으로 난무한 영화를 피한 점에서 제작진들의 배려가 느껴진다. 싸움 중심인 영화인 것은 확실하지만 이런 배려와 개그적인 요소가 강력하게 주입돼, 때때로 느껴지는 몰입하기 힘든 싸움 씬도 상당히 잘 잘라냈다. 이 점에 관해서는 극히 현대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홍보적인 면으로는 밤 시간대를 비롯한 텔레비전의 각 프로그램에서 영화 정보가 상당량 노출된 점, 오와라이 게닝(개그맨)인 시나가와가 감독이라는 메리트가 홍보면에도 크게 작용했다는 장점을 들 수 있겠다. 

 또한 방송국이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점도 놓칠 수 없다. 카쿠가와 영화사와 함께 제작에 참여한 요시모토 흥업에게도 방송국을 제외한 영화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믿음직스러운 성공사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 예상되는 흥행수입은 15~20억엔. 작년에 방송국을 뺀 제작 체제로 23억 4000만엔을 기록한 마츠야마 켄이치 주연의 '데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흥행이 떠오른다. 이로써 일본 영화의 성공 구조도 미묘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 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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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에서 읽고 흐음~ 했는데, 그 날 시나가와 블로그 가니깐 떡하니 이걸 올려놨더라고.ㅋㅋ

그래두 나도 보고 싶다 드롭~!! 스폰지 하우스에서 해라해라해라~~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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