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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22. 19:09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2007년 여름. 용의자 엑스의 헌신을 읽은 후,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에 맛들린 본인은,
긴 여름을 훈훈하게 보낼 같은 작가의 장편소설을 발견했으니,
그 이름- 백야행이어라.

무릇 책이란 기본 정보 없이 읽어야 감동과 재미가 더한 법.
용의자 엑스의 헌신이 그랬듯, 길이의 압박에 지지 않고 백야행을 줄창 읽어내려갔다.
그 전까지 나의 원서돌파는 아무리 뒤 내용이 궁금해 먼저 읽어버렸어도
되돌아와 모르는 단어를 반드시 찾는 바람직한 방식이었으나
이는 백야행 이후로 철저히 무너져내렸다.
일단 분량이 너무나 많아서, 모르는 단어 다 찾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뒤가 너무너무너무+_+ 궁금해서 되돌아갈 시간이 있으면 앞으로 나가고 마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읽기 시작한 뒤 제법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밀려드는 전율과 안도의 한숨은 어느 소설보다 강렬하고 끈질겼고,
소설의 세계에서 차마 벗어나기 힘든 환상적인 여운을 끌어안고
망설임없이 드라마를 클릭하게 만들었다+_+

일단 드라마는,
야마다 타카유키+아야세 하루카가 출연, 와타베 아츠로+_+와 카시와바라 타카시의 특별출연+_+
(특히 카시와바라 타카시는 그 옛날 러브레터를 보며 느꼈던 헤어나올길 없던 빠순심에 다시 불을 붙였주었다=_+)
이 외에도 백야행이란 드라마가 그저 그런 수준의 리메이크 드라마를 벗어나게 만든 형사역의, 다케다 테츠야가 등장.

특히, 1시간 분량으로 꾸며진 1화는 아역들이 등장해 열연하는데 너무 뭉클해서 눈물이 주룩주룩 주루룩-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와 같은 흡입력으로,
앞으로의 드라마에 휘리릭 빨려들어갈 만반의 준비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두둥~ 2화부터 8화까지 밀려드는 짜증과 위화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일단 꾹 참고 보았다;;;

위화감에 대해 설명하자면,
소설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결말과 함께 커다란 안도감을 느끼게 할 만큼
유키호와 료지가 악랄하게(?) 그려져 있다. 
그건 아마도 소설이 유키호와 료지의 심리묘사를 일체 배제하면서 진행되기에 
걔네들이 더없이 악랄하고 악마같고 피도 눈물도 없고 사람 해치기를 개미 짓밟듯;;;; 하는 괴물들이라고
생각하기 충분했기 때문.
 


자동차가 여기저기 사람들을 해치며 막무가내로 나아가다
드디어 바퀴하나가 빠지는 바람에 간신히 멈췄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유키호와 료지는 죽고 못살 인연이기에, 료지가 사라지면 유키호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되니까,
드디어 더이상 사람이 죽는 꼴 안봐도 되는구나;;; 료지가 죽어서 다행이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철저하게 사건의 바깥에서 무덤덤, 무미건조하게 사건을 읊어나가는 소설과는 달리
철저하게 사건의 안쪽, 즉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치중한 드라마는,
소설이 풍기는 괴물들의 냄새와는 180도 변해
<얘네들도 사람이예요, 이러고 싶어서 이런 건 아니예요, 얘네 책임이 아니잖아요>라고
사람 약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주장하니까;;; 그 위화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금이야 백야행 드라마가 원작을 해석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때는 얘네들을 이렇게 묘사해서 도덕적으로 괜찮은걸까- 하고 오바해서 생각했드랬다;;;; 푸핫.

즉, 소설은 유키호와 료지를 동정하기도 싫은 범죄자로 몰고가지만,
드라마는 동정의 요소가 너무도 많은, 또 다른 피해자로 그리기에 당황, 당황했던 것이다.
(프로듀서 왈; 걔네들을 괴물로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친구는 시체를 뒤에 두고 화면을 응시하는 야마다 다카유키의 염세적 눈빛에 반했다고 하지만
나는 8화까지 달랠길 없는 지루함과 짜증을 반복하는 심정으로 보았으나!!!!!!!!!!!!!!!!!!!!!!
그렇게 차곡차곡 결말을 향해 공감과 재미와 감동을 꾸준히 저축했던 백야행은
9화에 들어서서 화산이 폭발하는 것 처럼 감동을 마구마구 쏟아내기 시작한다.

9,10,11화는 정말 버릴 장면이 아무데도 없다.

괴물처럼, 유령처럼 살아왔던 키리하라가 자신의 혼네-진심을 내보였던 순간,
애정과 다름없는 집착으로 유키호와 료지를 쫒았던 형사 아저씨의 분투,
료지가 죽은 후 넋이 나간 유키호,
그리고 마지막, 밝은 태양 아래 손을 잡은 유키호와 료지의 아들 ㅠ.ㅜ

그런 결말은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장 드라마답고, 비극적이면서도 희망을 주는 감동적인 결말이 아닌가!

특히나 형사 아저씨와 도서관 아줌마의 대사는 눈물이 코로 흐르게 만들었다. ㅠ.ㅜ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우는 도서관 아줌마(요 키미코)를 향해
사람 속일 지혜가 있는 애들이 자수할 지혜 없을리 없다는 명대사를 날리는 단호한 표정의 다케다 아저씨와,
유령을 살게 한 형사를 죽일리 없다는 니시다 나오미가 '평생 일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대로 있어달라'라고 말하자
잽싸게 달려들던 야마다 타카유키,

그리고~ 랄라~ 나를 두근대게 했던 카시와바라 타카시 ㅠ.ㅜ


(아 이런 오카다형 미남!! 너무 멋있는거 아님???)
덕분에 몇 작품 없는 것들을 찾아보느라 그 당시 참 수고했는데;;,
최근 작품으로는 역시 백야행 만큼의 분량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인기절정이었던 시절이 제법 옛날이라- 흠.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갑자기 잘 안나오게 되었던 시기 이후로
(쿠보즈카 요스케가 생각났음. 왜 멋지고 연기도 좋고 말도 조근조근 잘하는 이들은 끝까지 가지 않는걸까...)
간간히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비추긴 하는데-  신통치 않아 안타까움.
요 사진들은 너무 잘생기고 어리게 나왔는데- 드라마 보면 성인 남자의 관록도 제법 있고, 여튼 추레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정작 일본에서는 시청률 포함- 그리 반응이 좋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원작 팬들은 이런 드라마의 구성이 꽤나 성에 차지 않았던 듯 싶다.(뭐 나도 그랬다)

그래도 나름대로 드라마 백야행이 소설에 그려져 있지 않은 내용을 독자적으로 그려내었던 점,
절묘했던 조연들 캐스팅과 9,10,11화에서 감동 몰아주기(최근에 요기만 다시봤는데도 눈물이 줄줄) 덕분에
2~8화까지 짜증났던 감정 전부 사라지고 '감동적이고 원작을 잘 살린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소설 '환야'를 읽었는데,
백야행 뒷얘기로 짐작되는 여주인공의 행동과 비슷한 전개에 살짝 아찔했다;;;
백야행을 급 간추린 이야기 같잖아요-오- 그래봤자 두권이지만- 그래봤자 밤 새서 읽었지만-...

백야행은 백야행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는 바람.
료지가 죽었으면 니도 얌전히 살아!!! 버럭!!!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똑같이 히가시노 소설을 원작으로 이렇게나 다른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는 데에 대해
유성의 인연을 한 번 더 비난하며...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