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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6. 00:32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아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전우치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나쁘지 않은데 그렇다고 너무 재밌다고 하기도 뭔가 많이 부족하다.
나는 극본이 아마 별로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강동원님은 매우 심히 알흠다우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기도 좋았다. 쌍화점 보면서 조인성에게 느낀
안타까움이-못하지 않는데 잘한다고 할 수도 없는-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나와 내 친구는 주제도 모르고 강동원님을 살짝 동정했다. 얼굴 때문에 연기가 대접 못받는 일순위시다.

거기 나온 쟁쟁한 배우들 중에 연기못한다고 욕먹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알흠다운 강동원님은 무려 하늘까지 날아다니시고 분신술을 펼쳐서 세상이 강동원으로 가득차는
최고의 빤따지를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잠시나마 느끼게 해주셨는데...
그래도 그리 재밌지 않다.

블로그에 유치한 거 싫어하시는 사람은 별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가서 즐기다 오기 좋은 영화라는 감상이
일반적인데
말해두지만 나는 유치한 걸 매우 좋아한다. 작년 최고의 영화를 드래그미투헬로 꼽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노라니
문제는 전우치가 즐기다 오기에도 빈약한 영화라는데에 있다.
신인류 강동원을 즐기다 오기 좋은 영화라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이런 영화는 기승전결이 분명해서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으로 봐야하는데 이건 뭐 어린이용 비룡열차 같은 느낌이라...
김윤식씨가 나왔는데도 악당은 맹숭맹숭하고 로맨스가 감칠맛을 내주기에 임수정씨의 섹시빔은 야광봉 수준이며
초랭이의 고분분투는 왕의 남자를 뒤집을 수 없고 백윤식씨가 스승인데 스승님의 원수에 대한 분노가 절절하지 않다.
오락영화라고 부르기에 너무도 많은 것들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허나 배우들은 연기를 절대 못하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극본의 문제다.
그저, 그저, 그저, 강동원님만 심히 알흠다우실뿐.

최동훈 감독의 타짜와 범죄의 재구성을 살펴봐도 그런게 범죄의 재구성도 중간에 긴장감이 풀리면서 지루해지는데
전우치도 중간에 지루하다.
그리고 임수정씨는 도대체 왜나왔을까....................................................................
내가 워낙 별로 안좋아하긴 하지만 억하심정은 없는지라 이게 임수정씨 말고 딴 사람이 나오라~는 뜻이 아니라
임수정씨가 맡은 역할 자체가 도무지 의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도중에 눈두덩이에 아이섀도우를 미친듯이 퍼바르고 나온 장면도 우습고...전우치가 사랑하는 여인네로 나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공주님 대접 해주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그렇게 대놓고 공주님-전리품 취급하면
원체 고전적인 패턴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전우치가 싸우는 동기는 스승님에 대한 복수이다.
즉 여자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할 것도 아니면서 마지막에 그렇게 써먹을 건 또 뭐람...(복사꽃 운운)
그냥 남자만 내세우기 뭐하니까 여자도 하나 끼운셈인데 그걸 당대 최고라고 뽑히는 여배우가 한다는게 씁쓸했다.

모두가 재밌다고 꼽은 타짜를 봤을 때도 매우 찜찜했던게, 결국 여자라는 칼이 물건은 물건이고 위험은 하나
남자가 쥐고 흔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걸 첨부터 끝까찌 줄기차게 주장하는 영화로 김혜수씨의 배우 랭크가 급상승된 사실이었다. 전우치에서 느낀 씁쓸함의 백배 정도를 그 때 느꼈었다.
한국이란 사회에서 여자가 차지할 수 있는 지위는 딱 그 만큼. 딱 그 정도. 잘난 남자들의 값진 전리품.

당대최고의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후뢰시맨 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내 이런 목마름은 계속 되려나.
내가 나루토를 보다 만 것도 사쿠라가 제 구실을 너무 못했기 때문이고
원피스를 계속 봤던 건 나미가 어엿한 해적 구실을 했기 때문인데...
(물론 루피도 평소에는 져주지만 당장 선장 노릇할 때는 나미에게 명령 잘한다ㅡ_ㅡ)

전우치는 붕붕붕 날아다니면서 빛나는 얼굴과 기럭지를 보여주시는 강동원에게 포커스를 맞춘 영화라
타짜만큼 심각하게 곱씹진 않았지만
그렇게 할일없이 임수정씨를 넣을꺼면 과감히 뺴고
스토리라인에 충실하거나 강동원의 액션신을 더 보여줬음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나는 이거 dvd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알흠다운 강동원님이 능글맞게 구는 모습을 싹둑싹둑 가위질에서 뇌리에 박아놓고 싶기 때문.


아 다 읽고 보니 완전 영화 형편없는 것 처럼 보여서 몇 줄 덧붙임.
전우치가 별로라고 느낀 건 애초에 기대치가 너무 컸기 때문이고, 위에서 밝혔듯 나쁘지 않았다.
꽤 많이 낄낄낄 웃었고, 마지막에 화담이랑 싸우다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거문고를 쏴라-했던 충고를 지켜서
싸울때는 오오오오오 불타올랐다.
단지 그런 잔재미들이 영화의 굵직굵직한 단점들을 보완하기에는 조금 힘이 딸렸다는 사실.
액션신에서 신선(?)들이 졸졸졸 따라다니는 것도 아기자기 재밌었다.

그래도 강동원씨가 인터뷰에서 500만 넘어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만
어느정도 관객수가 많이 들게 되서 단순한 빠순이 입장에서 기쁘다.
항상 영화 잘 선택해서 다양한 연기변신을 해왔는데 얼굴 때문에 손해보는 배우라서.
나는 조만간 의형제를 보러 가야지. 우후후훗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