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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28. 00:0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토욜날 도망자 재방송을 최큼 봤다. 보는 내내 느낀 건 비는 정말 안잘생겼다는 것과 이나영 눈은 금방이라도 눈알이 쏟아질 것 처럼 큼지막하다는 거? 어쩜 인간의 눈이 저래? 불공평해요!!!! 흥. 미용실에서 머리하면서 본거라 대충 봤는데 마지막에 형사 도수(이정진)와 누명을 쓰고 잡힌 지우(비=정지훈)가 취조실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너같이 쉽게 포기하는 경찰 때문에 나처럼 포기 못하는 탐정이 생기는거야!!!  
친구가 '드라마 때깔이 죽인다'고, '대사 센스 작렬'하면서 재밌다고 하길래 겸사겸사 다운받아서 첨부터 다 봤다.
감상?

드라마 때깔 죽이고,
대사 센스 작렬하며,
재밌다. 아악! 너무 흥미진진하다.

해외 로케도 같이 작렬하는 바람에 현란한 비주얼에 눈이 좀 아플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뭘 다 그렇게 멀티 랭귀지 구사자들이셔.
다들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 하고 싶은 말 맘대로 하고 다 알아듣기까지 하는 센스!
이나영씨는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도(비몽?) 오다기리죠랑 넌 일본말 하쇼 난 한국말 할께! 한 적이 있어서 익숙할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조금 어이가 없었을테다. 일본인 빼고 나머지 출연자들의 일본어도 어색어색. 내가 우헤하라 다카코를 한국 드라마에서 볼거라고는,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는데... 뭐, 어쨌든. 
근데, 근데, 근데, 그런게 더이상 흉으로 잡히지 않을만큼 정말, 재밌다. 재밌다는 말 만으로 부족해서 본인의 저렴한 언어구사 능력이 죄송할 지경으로 재밌다. 흑흑.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진 건 8화부터고, 오늘 9화 완전 온 몸 짜!릿짜!릿 떨면서 봤다. 악!


지난 주 까지는 대물을 봤는데...  그건 1,2화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사람들의 눈물을 쏙 뺐던 고현정씨 연기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나도 모르게 채널을 고정한건데, 뭐랄까... 갈수록, 대사가 사람 손발 오그라들게 만든다. 국수 먹는 고현정씨 보고 '으음 언젠가 내 적이 될거라는 예감이 들어'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차인표씨의 대사가 압권. 손발 제대로 오그라들었다. 그리고 화제가 되었다는 비속에서의 유세 장면의 고현정씨는, 뭐랄까 10문제짜리 퀴즈 보는데 한달 밤새서 공부해온 학생 보는 것 마냥 마음이 아팠다. 
연기 능력을 대사랑 시츄에이숑이 못따라가는 것 같아서 보기 민망하더라. 그래도 워낙 스토리 전개가 빠르니까 보고 있으면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라 재미가 없진 않고, 오랜만에 기름기 쏙 뺀 권상우씨가 넘 귀여워서... 그냥 볼까 했는데 월욜에 도망자 전부 복습한 뒤 오늘부터 도망자로 갈아탔다.

약 일주일동안 빠져살았던 성균관 스캔들은, 사실 재밌는 드라마라고는 차마 못하겠고 ㅠ.ㅜ 아이들이 워낙 싸랑스러우니까 열심히 보고는 있다. 근데 사실 캔디 스토리, 성장 과정의 비화, 키다리 아저씨(=걸오) 뭐 그런 컨셉들이 고전적으로 들어차있어서 이번주는 조금 힘이 빠지더라. 무엇보다 이것들이 이제 대놓고 연애질을 하는게! 흥흥! 서로서로 끌리기 전 까지가 딱 재밌었는데!! 걸오는 게다가 새됐다. 윤식이는 유천이한테 뺏기고 미워했던 아버님도 실은 아군이었고 흑. 작가님, 걸오도 고백하게 해주세요. 좀 더 와일드하게! 좀 발산시켜달란 말예요! 하고 울부짖으며 봤다. 어젠.
  
근데 이 '드라마', 너무 완벽하다. 
안다, 나도. 내가 형사랑 살인 사건이랑 탐정 뭐 그런 것들 나오는 드라마에 심하게 열광하고 과하게 좋아하는거. 근데 그래서 봤던 '마왕'(주지훈, 신민아, 엄태웅)은 결국 중간에 재미도 없고 긴장도 없어서 때려쳤는데 도망자는 정말 말그대로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가장 좋은 건 선악의 구도가 정형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건 캐릭터들이 자기 욕심 때문에 움직인다는 것.

대물처럼 나쁜 놈들이 대놓고 나쁘게 굴어주면 드라마 유치해지는 거 시간 문젠데, 도망자는 이 놈이 나쁜 놈인지 저 놈이 나쁜 놈인지 이 놈이 무슨 생각하는지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주니 유치할 겨를이 없다. 나쁜 놈으로 보였는데 착한 짓도 좀 하고, 착한 놈인줄 알았는데 못된 짓도 좀 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똑똑한 짓도 좀 하고, 내 편인 줄 알았는데 배신도 좀 하고, 그런 다양한 캐릭터들이 양념처럼 골고루 박혀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목적과 동기도 쌈박하다.
악보다 돈!
무슨 대의명분이 있는 것도, 태어났을 때 부터 나쁜 것도 아니라 그저 돈, 일뿐. 그게 훨씬 설득력 있다.
대물은 자꾸 클린 정치를 하겠느니 언론이 그러면 안된다느니, 그런 きれいごと를 직설적으로 대사에 실으니까 자꾸 간지러운거다.
도망자는 간단하다. 양회장을 움직이는 건 돈이고, 경찰이 움직이는 건 그들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며, 도수를 움직이게 하는 건 지우와의 대결에서 자꾸 패해서 상하는 자존심이고, 윤형사가 거침없이 뛰는 건 도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우(비)가 진이(이나영)를 지키려는 건, 지우 말대로 그녀가 'VIP 고객'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끌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카이(다니엘 헤니)에게 지고는 못살겠는 남자의 자존심인지,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든 카이에 대한 질투인지.
클로즈업한 비의 얼굴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그렇게 보였다. 그렇게 느끼게 만든 드라마의 힘에 감탄한다.
명예욕, 물욕, 지고는 못사는 승부욕, 그런 욕심들이 수컷들의 자존심에 업혀 한바탕 요란한 싸움을 일으킨다. 그 어떤 대의명분이나 사회 교과서에 실려있는 것 같은 말들은 필요없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그런 거창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보고 있으니 흥겹다. 누가 이길까?

9화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컵라면을 먹는 지우와 진이를 보자니 둘이 사랑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도 무리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지우가 몸이 좋아서도 아니고 진이 눈이 엄청나게 커서도 아니고 지우가 몸을 던져 진이를 구했기 때문도 아니고 진이 다리가 젓가락 처럼 가늘기 때문도 아니고. 그저,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에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컵라면을 먹었으니까. 쓸데없는 얘기를 나누면서 키득댔으니까. 그 어떤 놈도 믿을 순 없지만 비참한 진실이 행복할리 없는 거짓보다 아주 조금은 낫다는 것 만은 함께 믿으니까.

지우랑 진이, 러브라인 받아들일 태세 준비 완료!

뭐 그 외에 잔재미도 많다. 대사도 다 너무 주옥같다~. 센스로 똘똘 뭉친 대사들을 서로 알차게 주고 받는 덕에 오랜만에 귀가 호강한다. 나쁜 놈일 거 같은 국장님의 버럭버럭은 너무 웃기고 ㅋㅋㅋ

흑, 대물에게 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물한테 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드라마고, 대물이 도망자를 물리칠 만큼 재밌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안든다. 
화이팅!  


......................나 요즘 한가하다. 그래서 안 본지 10년 된 한국 드라마를 것도 리얼타임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그 십 년간, 남들 다 봐도 나는 모른다는 포스로 일관해온 지나간 명작들 다 볼 기세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