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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8. 11:32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성균관 스캔들을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다. 미국에 시즌이 있고 일본에 분기가 있다면 한국은 딱히...그런 건 없구나-_-; 일제히 다같이 시작하고 다같이 끝나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뭐 그리 불편할 건 없다. 게다가 한국은 드라마 중간중간에 광고가 휙휙 들어가는 만행은 아직 안하고 있으므로 땡큐다.



SBS에서 수목 열시에 방송되고 있는 싸인. 어제가 8화였고 총 20부작이니 절반은 더 가야한다. 박신양씨와 김아중씨가 오랜만에 드라마 나들이(?)를 했다는 점- 은 사실 나와 상관이 없지만; 부검의를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식 추리물(이라고 불러도 되나; 형사가 한 명 밖에 안나오니 형사물이라고도 할 수 없고)? 혹은 범죄스릴러? 뭐 여튼 그런 드라마는 처음이라 거기에 의의를 두고 보고 있다.

드라마는 아주아주 전형적인 구조로 아주아주 전형적인 구도로 가고 있다. 선과 악의 대립, 권력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 사건 은폐의 음모, 약간의 러브스토리 뭐 그런거. 괜찮다. 아주아주 참신한 드라마를 바라는게 아니고, 이런 드라마를 참신하게 만들 수 있는 발상과 제작 환경을 한국과 일본에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돈을 펑펑 쏟아부을 수 있고 이미 CSI 등 이래저래 찍어본 미국에서는 가능하겠지.
4화 정도까지는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여성 연쇄살인범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나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드라마 첫 사건(아이돌 가수 살인사건)은 옴니버스 식 진행은 아니고 조금조금 감질나게 진행시키면서 마지막에 터뜨릴 모양인가보다. 이게 음모 구조의 핵심.  

그제어제 방송된 것도 재밌었다. 요즘에 현대물 중에 일본어 안나오는 드라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일본 로케, 일본어 남발하는데.;;; (최근에 도망자, 매리는 외박중 등) 그런 와중에 주인공들이 갑자기 또 일본가는 건 진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전쟁 전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건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태평양 전쟁에 관해서 좀 더 모두의 관심을 환시키실 - 물의를 일으킬만한(?;;) 소재도 좋았을텐데 잔잔하게 마무리된 건 좀 아쉬웠지만...   

불만을 말하자면 대사가 너무 평범하고, 전개가 예측 가능하며, 등장 인물들이 너무도 전형적이고 너무도 오바하며 쉽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다는 점이다.
시크릿가든을 보면서 대사가, 웃기긴 한데 딱히 좋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시크릿가든은 양반이었던거임 ㅠ.ㅜ 이건 뭐 대사 하나 끝나고 좀 텀이 있을 때 예측되는 대사를 말하면 배우가 그대로 말한다; 김아중이 병원에서 아버지에게 "이제 나도 다 컸어. 하고 싶은 일 할꺼야." 이건 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주어진 상황 설정에서 모두가 머리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대사들로 꽉 차있다. 너무 아쉽다. 조금만 더 맛깔날 순 없을까. 

엄마가 프레지던트를 보느라 나는 다운받아서 보는데, 어제 잠깐 프레지던트를 보다가 대통령 부인이 하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어서 그 몇십초에 홀딱 반했다. (근데 지금 잠깐 조사해보니 일본 만화가 원작이네... 그 대사도 만화책에 있으면 좀 안습인데 ㅠ.ㅜ) 어쨌든 프레지던트를 보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는데, 싸인은 몇 십초가 아니라 몇 분 동안 보고 있다고 사람들의 귀와 머리를 자극할만한 대사가 있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이런 드라마가 전개에 급급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대사가 재미가 없어서야...흑흑흑.

그리고 고지식하고 안하무인인 윤지훈과 뻔해도 너무 뻔한 고다경, 이 평면적인 캐릭터들 보다 전광렬씨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제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을 그저 사건을 막 덮고 은폐하고 박신양과 아랫사람들한테 신경질이나 내는 캐릭터로 만들어가는 거 같아서 참 아쉽다. 국과수의 발전을 위해 해선 안될 짓도 안가리고 하는 캐릭터라면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을텐데-그렇다면 그렇게 윤지훈과 신경전을 벌여서는 안된다- 그저 자기의 권력욕을 위한 거라고 하기에도 너무 그런 장면을 안보여주고... 너무 동기가 미미하다. 뜨뜨미지근한 캐릭터. 중간에 부검 실수 인정하고 윤지훈을 연쇄살인 수사 책임자로 임명할 땐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조짐이 보였는데... 그 변호사가 등장해서 자꾸 유치하게 협박을 할 때 마다 억지 드라마처럼 보인다. 

전광렬씨가 도대체 왜 그렇게 사건 은폐에 적극적인지를 정치권과의 연결로 풀려면 그만큼 세세하게 정치판이 돌아가는 판도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딱히 그런것에 할애할 맘이 없나보다. 그래도 친구말마따나 국과수, 검찰, 경찰이 같이 얽힌 드라마가 여태껏 없었고 이렇게 옴니버스 식으로 사건을 다룬 드라마가... 있긴 있었을테지만 기억이 안나는 걸 보니 안드로메다로 갔나보지. 여튼 새로운 시도가 겪을 시행착오에는 눈을 잠시 감고 마저 응원할란다. 이렇게 자꾸 만들어버릇해야 더 뛰어난 수사물이 나오지 않겠느뇨.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