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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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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26. 02:5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월화드라마를 보고 있다
사실 중간중간에 빼먹기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와서 놓치기도 하는데
그래도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째, 수줍게 어눌하게 순수한 '황정' 박용우의 연기가 너무 좋고
둘째, 격변의 시대였던 탓에 관심이 많이 간다.

 

오-아임소리. 미안해요 미스터 황, 알렌 식의 대사도 웃기고, 오밀조밀 단정하게 생긴 한혜진도 좋다.
연정훈이 밉상인 건 어쩔 수 없지만...악역이니 괜찮은 셈치자.

 

예전에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카리스마이자 혀 짧았던 썜 왈,
고종을 알현했던 한 외국인이 고종이 양치질을 하지 않아서 씩 웃었을 때 보였던 치아가 다 썩어있었다고 기록했다던데
그게 어찌나 충격적이었던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고종 불쌍해.....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의 손에 남겨진 수많은 기록들이 그가 얼마나 무능한 왕이었는지를 증명하지만,
나는 사실 그 격변의 시대에 죽지 않고 살아있던 것도 용하다고 칭찬하고 싶다.
 물론 정치라는게 그렇게 간단하진 않지만;;;

 

시계가 없어서 시간 관념이 무른 게 그리 무능한 일일까.
양치하지 않아서 이가 다 썩어있던게 그리 혐오스런 일일까.
개화가, 근대화가 조금 늦었던 것 뿐인데.
물론 그게 가장 큰 착오였지만 말야.

 

시대와 역사는 스스로 살아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고 믿고 있다.
신센구미로 대표되는 막부 구세력을 굴복시켜 메이지유신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료마는 료마대로 뛰어나지만)
일본 국민의 국민성도 뭣도 아니라 그저 그럴 운명이 아닐까 해.
(1800년대 말 쯤 일본을 방문했던 호주사람이 일본 사람들이
너무 게으르다고 한탄했던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마찬가지)

 

그래서 오늘 알렌을 양귀라고 잡아가둔 민중들의 모습이
무식하다고 욕할 수도, 안무식하다고 감쌀수도 없어서 가슴이 짠했다.
아아. 메이지 유신만 없었어도...하고 한탄해봤자 소용없지.

  

근대화란 옷과 같은 거다.
모두가 안입으면 필요없는데 99명이 입고 한 명이 안입으면 그 한명이 변태똘아이인 것 처럼.
그냥 그 정도의 일인데,

그걸로 고종과 그 당시의 사람들이 비웃음을 당하고 욕 먹는게
내가 한국인임을 떠나서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측은할 뿐이다.

p.s 박용우씨는 옛날에 종이학 할 때 부터 눈여겨 봤는데
요즘 드라마에서 너무 열연해서 기쁘다.
사실 열연보다는, 얼굴에 선량포스가 뚝뚝 묻어나는게 좋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기!!!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