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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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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4. 01:40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금욜밤은 <이유> 작품분석한다고 꼴딱새고,
토욜은 조조로 비몽을 보러간다고 무리했는데
결국 조조가 아닌 것이 밝혀져 쿠궁.(하긴...11시 반은 너무 늦지...)

어쨌든 비몽을 봤습니다.

김기덕 감독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꽤 호의적이랍니다~
여지껏, 본거라고는 <파란대문> 뿐인데-
그것도 실은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봐서 본거거든요.
그래서 이나영씨 인터뷰 읽으면서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라는 말에 공감했지요.

같이 간 친구는 무려 두번째로 보는거!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좋다고 하네요.
동감.

여성을 비하한다는 말도 들리는데-
음, 현월의 나쁜소문-땅거미에서 여주인공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너무나 아픈 나머지 내가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저는 여기서 폭력에 순응하는, 이른바 '학습화된 무력감'에 젖은 피해자를 생각했어요.

성폭행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폭력을 형상화한 소재로 사용되었을 뿐
그것을  작자가 남자라 뭐 모르고 이런 말 쉽게 한다-(라는 모 여학우의 의견)는 건
굉장히...뭐랄까, 무식해보이더라고요 홍홍.

물론 김기덕 감독 영화 보고 여성 비하 운운하는 건 무식하다
라는 극단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아니오며
인간의 부정적인 본성, 폭력을 가장 잘 형상화한 소재로 차용되었다는 점을
감안해 생각한다면 좀 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흥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하지만 소설과 달리 영상은 너무 임팩트가 크니깐요.
그런 비판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얘기하고자 하는 건 니 안에도 내 안에도 있는 본성인데
표현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는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봐요.
뭐랄까,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의 머리속에 내장되어 있는 사물을 인식하는 '바코드'가 
다른 사람과 굉장히 다르구나, 기존 세계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모든 규칙들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내는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구 흐트러져있는 천피스 퍼즐을 떠올렸어요.
정확한 그림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여타 영화들이 그렇듯
다 맞춰서 완성된 작품을 내밀거나, 최큼 흐트러놓고 맞추길 바라지 않고
0부터 '내가' 시작해야하기에 까다로운 영화. 하지만

정확한 그림은 분명히 존재하는.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보아요. 거기에 즐거움이 있어요.

*오다기리 죠씨는 일본어, 다른 사람들은 한국어 하는 상황 설정이 초반엔 최큼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별로 신경이 안쓰이는데 그게 아무래도 싫은 사람들도 있는 모냥.
저게 수출되서 각 나라 자막 깔리면 일본어든 한국어든 알게 모야- 라고 생각해서
최큼 영악한 김기덕씨라고 생각도 했는데-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
언어는 '도구'로 기능할 때도 있죠.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