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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에 해당되는 글 4

  1. 2009.11.30 영화 백야행 vs 드라마 백야행 vs 소설 백야행
  2. 2009.01.22 백야행 vs 백야행
  3. 2009.01.05 갈릴레오
  4. 2009.01.04 유성의 인연
2009. 11. 30. 03:56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영화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영화' 백야행이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히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영화 '백야행'이 참 재미있었다.




나는 소설을 읽은 뒤 드라마를 보고 그 후에 영화를 봐서, 의미를 부여하자면 차근차근 순서대로 '백야행'을 즐긴 셈이다.
책도 손에 땀을 쥐고 읽었고, 드라마는 아이들이 열연한 1화부터 마지막까지 눈물샘을 줄줄 떠뜨리며 보았다.
소위 말하는 '원작의 팬'까지는 아니어도 백야행이라는 이야기에 커다란 애착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영화로 만들어진 백야행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던게 다행스러웠다.

한국에서 상/중/하로 출판된만큼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소설 백야행은,
모든 일의 원점인 어린 시절의 사건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성장기와 젊은 시절, 완숙한 어른이 될 때 까지의 기나긴 세월을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철저하게 배제하며 주도면밀하게 좇는다.
드라마는 정반대로 주인공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백야행을 그려나가는데,
야마다 타카유키와 다케다 테츠야의 예상 밖의 선전과 더불어 말그대로 드라마틱한 '결말' 덕에 
소설과는 차별화된 작품을 완성시켰다. 

소설과 드라마는 대략적인 줄거리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소설과 드라마에 대해서 예전에 쓴 리뷰 http://alivehiro.tistory.com/entry/백야행-vs-백야행
소설이 보다 스릴러로, 드라마가 보다 사랑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위에서 말했듯이 그려낸 시점이 다르기 때문일테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는 어땠을까?

스릴러로 보기에는 사건 전개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고, 
사랑 이야기로 보기에는 요한(고수)과 미호&지아(손예진)가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너무 없었다는 비판은 적절하다.
사건의 출발점인, 요한이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도 어린시절의 요한과 지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없었다는 지적도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애시당초 유키호와 료지의 공생관계가 애정 보다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욕망에 기반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알콩달콩 서로를 좋아하는 모습은 귀여웠지만+_+) 
료지가 유키호에 대한 사랑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기보다는, 
자신의 DNA를 제공한 자의 파렴치한 행위를 목격한데서 오는 충격과 혐오감, 그에 대한 반동적인 살인에 가깝지 않을까.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추악함을 아버지라는 형태를 통해 확인했을 때의 자괴감과 그런 아버지라도 부모를 해쳤다는 죄악감,
피해자 여성에 대한 죄책감으로 똘똘 뭉친, 비정상적일 정도로 순수함만 남은 료지는 기나긴 속죄의 길을 걷는다.
물론 유키호에 대한 애정도 어느 정도의 동력이 된 건 확실하지만 그는 자신이 저지른 흉악한 살인만큼이나 나약했고
털어낼래야 낼 수 없는 죄책감을 병적일 정도로 씻어내려는 결벽증 환자였다. 
유키호 또한 드디어 전적으로 자신의 편에 설 물같은 인간을 만났으니 이전까지의 피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더해져
료지에 대한 지독한 집착을 버릴 수 없었던게 아닐까.


둘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입장을 공던지기 하듯 주고 받았던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욕망과 이유 때문이지
결코 애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둘이 사랑했다는 시절의 묘사는 내게 크게 소용이 없고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영화가 지나칠정도로 어린 시절의 둘의 관계를 생략하고 고수와 손예진이 함께 얽히는 장면이 적었어도 
큰 거부감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동수 형사(한석규)는 둘을 샴쌍둥이에 비교하는데,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장면이 나온다.
이제 곧 등 붙이고 앉겠구나 싶은데 역시나 등붙이고 앉아주는 센스, 이런식의 예측 가능한 전개는 개인적으로, 흐뭇하다ㅋㅋ
그리고 드라마는 귀가 아프고 질리도록 태양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영화는 그런 걸 입아프게 강조하는 것 보다
이렇게 흑과 백을 대비시키는 방식(영화 오프닝에서 손예진의 배드신과 고수의 살인장면이 교차되는 것도)을 택한 것도,
장르적 특수성을 잘 살린 듯 자연스럽고 좋았다.

또 드라마가 고등학생 역에서 주인공으로 바로 넘어가는게 가능할정도로 두 주인공(아야세 하루카&야마다 타카유키)이
어린게 좀 거슬렸는데(소설은 주인공들의 연령이 훨씬 많아진 후에야 결말을 향해 치닫죠)
고수와 손예진은 더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원체 더 완숙한건지
보다 더 남성적이고 여성적이라 한층 더 비장했다. (형사는 더 젊어졌다는게 아니러닉하군뇨)


그리고 크게 놀라고 인상적이었던 건 세트 설정.
단순히 생각컨데 드라마 백야행 제작 환경에 비하면 영화 백야행이 자금면에서 유리한 환경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 폐선박이라는 장소 설정 부터, 모든 공간적 배경이 너무 극성스럽지도 일상적이지도 않아서 좋았다.
드라마가 내내 일상적이고 살풍경한 세트를 보여줘서 그런지(그건 그거대로 매우 설득력 있었지만)
마지막에 M&Y 패션쇼를 한다거나, 고수가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서 유리창을 뚫고 추락하는 장면 등등,
영화스러운 세련됨에 눈이 즐겁더라.

산타복장을 한 미끼가 있고 흑백의 가면을 쓴 고수가 마네킹이 늘어선 곳으로 도망쳤을 때는 와우!
어차피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살짝 몇몇 장치를 해주는 것 만으로도 새롭게 느껴져서 흥미롭다.




영화 백야행에서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게 배우들의 연기.
손예진과 한석규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친구가 한석규의 등장에서 '안심'했다고.
형사와는 다소 동떨어진 지적인 분위기가 난 좀 안타까웠는데(형사는 지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아니예용)
우월한 발음과 목소리에는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에 흘낏 본 아이리스에서 뭔가 말은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던 남자가 생각났다)

손예진은, '여우(女優 & 狐)'란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그녀의 나이대에 그만한 연기의 폭을 갖고 표현해내는 여배우가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어쨌든 '클래식' 때의 <흥, 이쁘기만 한 건 아니네> 했던 질투가 
'영화에서 적어도 연기만은 안심하고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배우에 대한 신뢰로 완전히 전환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손예진이 조작된 차 사고 후 자신의 입양사실을 남자에게 고할 때
완전히 남자의 입장에서 손예진에게 넋을 잃고 같이 울고 싶어진 날 발견하고 깜놀;;;
영악해서 어리석은 짓으로 자기 무덤 파는 짓도 안할 것 같고. 흥미로운 배우이다.

그리고 '고수의 재발견'



고수를 인터뷰한 친구의 선배가 "야, 완전 천사야!" 했다던데;; 굳이 그 말로 확인 하지 않아도 선량함이 줄줄 새는
요 사람이 어쩜 그렇게 연기를 할 수가 있었을까??;;
사실 고수 드라마를 본 기억이 전무해서ㅡ_ㅡ; 그저 착하고 잘생겼을 뿐 특징이라곤 쥐뿔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고수의 하늘 아래 나는 너무 오만했나니.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근데 누가 캐스팅했는지 몰라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게 위에서 밝혔듯 료지(=요한)를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놈으로
생각하는 난, 고수의 선해보이는 분위기가 료지(=요한)라는 인물의 본바탕을 깔아주고 거기에 훌륭한 연기가 입혀져서
시너지 효과가 팡팡 터진걸로 보인다. 기대 이상이었다. 

기대 이상에 대해서 한마디만 더 하고 넘어가자면 바로바로 고수의 배드신+_+
상대가 연상의 농염한 분이라 그런지 에로틱함은 물론, 토할 길 없는 울분을 마구 뱉어내는 느낌이 팍팍 들어서 화끈했다. 
손예진의 배드신이 화제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고수의 배드신은 요한의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을 담아내기 위한 꼭 필요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섹스가 끝나고 여성분이 사정 또 안했냐는 대사를 하는데, 사정을 안한다는 게 료지(=요한)의 말없는 후회를 드러내는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관계상 전혀 건드리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삭제할 수 밖에 없다는게 안타깝더라.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자랑하는 다케다 아저씨의 콧물 줄줄 흐르는 눈물이 한석규의 미안하다는 짤막한 절규로 대체되고, 
이시다 나오미의 유령 감싸주기가 통째로 사라진 건 마음이 아프다 ㅠ.ㅜ 


   
그 외에 아쉬웠던게 있다면 역시, 이민정의 연기.(리뷰에서 보이는 꽤나 공통적인 의견)
꽃남에서 연기는 둘째치고 저런 심플한 단발머리를 하고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하며 감탄했는데,
연기가 미숙하다는 지적은 삼가한다고 해도 첫째, 발음이 부정확해서 전혀 똘망똘망한 비서 같지 않았고 
둘째,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눈화장이 너무 도드라져서 거슬렸다. 그런 아이라인과 속눈썹이 꼭 필요했을까?
원체 예쁘니까 너무 눈을 강조하지 않는 편이 비서 역에 보다 어울렸을 것 같은데...어쨌든 나오는 내내 아쉬웠다.
꽤 비중있는 역할인데 영 시원찮았다.
 
또 드라마 백야행은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초등학생으로 설정해놓았지만 그리 큰 노출이 없었는데 비해
영화는 중학생으로 설정해놓고 등을 홀랑 벗겨놔서 깜짝 놀랬다.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한국과 일본이 선을 긋는 기준의 미묘한 차이가 재밌었다. 
 
나에게 백야행이란 마치 아직 다 맞추지 못한 거대한 퍼즐과 같아서,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마다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나머지 조각들을 줍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양한 조각들을 여기 저기에 붙여보며 고분분투하는 과정이 즐겁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모든 것의 원점임에는 틀림없으나, 소설 마저도 이야기의 일부만을 간신히 담아낸 듯,
이야기 자체가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독립된 생명체 같아서 접할 때 마다 항상 불안하고 흥분된다.

영화 내내 빨려들어갈 것 같이 몰입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 그런 내 개인적 이유 때문.

그래서 백야행을 소설도 드라마도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상해보고 싶은게,
영화적 완성도 운운하고 싶은 건 허영심 때문이라고 쳐도 영화를 시작으로 드라마와 소설로 넘어가는
느낌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기나긴 포스팅을 끝으로 깨달았는데, 난 그저 백야행의 일개 빠순인 듯 하다.ㅡ_ㅡ;;;;
덧붙여, '요한'이란 이름의 유래가 설마 몬스터는 아니겠지 싶은 호기심이 반짝반짝. 
덧붙여, '요한'이라는 단어만으로 임파루스의 꽁트도 생각나니... 본인의 오탁스러움에 할 말을 잃는다...ㅡ_ㅡ;; 

posted by steadyoung
2009. 1. 22. 19:09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2007년 여름. 용의자 엑스의 헌신을 읽은 후,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에 맛들린 본인은,
긴 여름을 훈훈하게 보낼 같은 작가의 장편소설을 발견했으니,
그 이름- 백야행이어라.

무릇 책이란 기본 정보 없이 읽어야 감동과 재미가 더한 법.
용의자 엑스의 헌신이 그랬듯, 길이의 압박에 지지 않고 백야행을 줄창 읽어내려갔다.
그 전까지 나의 원서돌파는 아무리 뒤 내용이 궁금해 먼저 읽어버렸어도
되돌아와 모르는 단어를 반드시 찾는 바람직한 방식이었으나
이는 백야행 이후로 철저히 무너져내렸다.
일단 분량이 너무나 많아서, 모르는 단어 다 찾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뒤가 너무너무너무+_+ 궁금해서 되돌아갈 시간이 있으면 앞으로 나가고 마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읽기 시작한 뒤 제법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밀려드는 전율과 안도의 한숨은 어느 소설보다 강렬하고 끈질겼고,
소설의 세계에서 차마 벗어나기 힘든 환상적인 여운을 끌어안고
망설임없이 드라마를 클릭하게 만들었다+_+

일단 드라마는,
야마다 타카유키+아야세 하루카가 출연, 와타베 아츠로+_+와 카시와바라 타카시의 특별출연+_+
(특히 카시와바라 타카시는 그 옛날 러브레터를 보며 느꼈던 헤어나올길 없던 빠순심에 다시 불을 붙였주었다=_+)
이 외에도 백야행이란 드라마가 그저 그런 수준의 리메이크 드라마를 벗어나게 만든 형사역의, 다케다 테츠야가 등장.

특히, 1시간 분량으로 꾸며진 1화는 아역들이 등장해 열연하는데 너무 뭉클해서 눈물이 주룩주룩 주루룩-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와 같은 흡입력으로,
앞으로의 드라마에 휘리릭 빨려들어갈 만반의 준비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두둥~ 2화부터 8화까지 밀려드는 짜증과 위화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일단 꾹 참고 보았다;;;

위화감에 대해 설명하자면,
소설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결말과 함께 커다란 안도감을 느끼게 할 만큼
유키호와 료지가 악랄하게(?) 그려져 있다. 
그건 아마도 소설이 유키호와 료지의 심리묘사를 일체 배제하면서 진행되기에 
걔네들이 더없이 악랄하고 악마같고 피도 눈물도 없고 사람 해치기를 개미 짓밟듯;;;; 하는 괴물들이라고
생각하기 충분했기 때문.
 


자동차가 여기저기 사람들을 해치며 막무가내로 나아가다
드디어 바퀴하나가 빠지는 바람에 간신히 멈췄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유키호와 료지는 죽고 못살 인연이기에, 료지가 사라지면 유키호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되니까,
드디어 더이상 사람이 죽는 꼴 안봐도 되는구나;;; 료지가 죽어서 다행이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철저하게 사건의 바깥에서 무덤덤, 무미건조하게 사건을 읊어나가는 소설과는 달리
철저하게 사건의 안쪽, 즉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치중한 드라마는,
소설이 풍기는 괴물들의 냄새와는 180도 변해
<얘네들도 사람이예요, 이러고 싶어서 이런 건 아니예요, 얘네 책임이 아니잖아요>라고
사람 약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주장하니까;;; 그 위화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금이야 백야행 드라마가 원작을 해석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때는 얘네들을 이렇게 묘사해서 도덕적으로 괜찮은걸까- 하고 오바해서 생각했드랬다;;;; 푸핫.

즉, 소설은 유키호와 료지를 동정하기도 싫은 범죄자로 몰고가지만,
드라마는 동정의 요소가 너무도 많은, 또 다른 피해자로 그리기에 당황, 당황했던 것이다.
(프로듀서 왈; 걔네들을 괴물로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친구는 시체를 뒤에 두고 화면을 응시하는 야마다 다카유키의 염세적 눈빛에 반했다고 하지만
나는 8화까지 달랠길 없는 지루함과 짜증을 반복하는 심정으로 보았으나!!!!!!!!!!!!!!!!!!!!!!
그렇게 차곡차곡 결말을 향해 공감과 재미와 감동을 꾸준히 저축했던 백야행은
9화에 들어서서 화산이 폭발하는 것 처럼 감동을 마구마구 쏟아내기 시작한다.

9,10,11화는 정말 버릴 장면이 아무데도 없다.

괴물처럼, 유령처럼 살아왔던 키리하라가 자신의 혼네-진심을 내보였던 순간,
애정과 다름없는 집착으로 유키호와 료지를 쫒았던 형사 아저씨의 분투,
료지가 죽은 후 넋이 나간 유키호,
그리고 마지막, 밝은 태양 아래 손을 잡은 유키호와 료지의 아들 ㅠ.ㅜ

그런 결말은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장 드라마답고, 비극적이면서도 희망을 주는 감동적인 결말이 아닌가!

특히나 형사 아저씨와 도서관 아줌마의 대사는 눈물이 코로 흐르게 만들었다. ㅠ.ㅜ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우는 도서관 아줌마(요 키미코)를 향해
사람 속일 지혜가 있는 애들이 자수할 지혜 없을리 없다는 명대사를 날리는 단호한 표정의 다케다 아저씨와,
유령을 살게 한 형사를 죽일리 없다는 니시다 나오미가 '평생 일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대로 있어달라'라고 말하자
잽싸게 달려들던 야마다 타카유키,

그리고~ 랄라~ 나를 두근대게 했던 카시와바라 타카시 ㅠ.ㅜ


(아 이런 오카다형 미남!! 너무 멋있는거 아님???)
덕분에 몇 작품 없는 것들을 찾아보느라 그 당시 참 수고했는데;;,
최근 작품으로는 역시 백야행 만큼의 분량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인기절정이었던 시절이 제법 옛날이라- 흠.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갑자기 잘 안나오게 되었던 시기 이후로
(쿠보즈카 요스케가 생각났음. 왜 멋지고 연기도 좋고 말도 조근조근 잘하는 이들은 끝까지 가지 않는걸까...)
간간히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비추긴 하는데-  신통치 않아 안타까움.
요 사진들은 너무 잘생기고 어리게 나왔는데- 드라마 보면 성인 남자의 관록도 제법 있고, 여튼 추레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정작 일본에서는 시청률 포함- 그리 반응이 좋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원작 팬들은 이런 드라마의 구성이 꽤나 성에 차지 않았던 듯 싶다.(뭐 나도 그랬다)

그래도 나름대로 드라마 백야행이 소설에 그려져 있지 않은 내용을 독자적으로 그려내었던 점,
절묘했던 조연들 캐스팅과 9,10,11화에서 감동 몰아주기(최근에 요기만 다시봤는데도 눈물이 줄줄) 덕분에
2~8화까지 짜증났던 감정 전부 사라지고 '감동적이고 원작을 잘 살린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소설 '환야'를 읽었는데,
백야행 뒷얘기로 짐작되는 여주인공의 행동과 비슷한 전개에 살짝 아찔했다;;;
백야행을 급 간추린 이야기 같잖아요-오- 그래봤자 두권이지만- 그래봤자 밤 새서 읽었지만-...

백야행은 백야행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는 바람.
료지가 죽었으면 니도 얌전히 살아!!! 버럭!!!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똑같이 히가시노 소설을 원작으로 이렇게나 다른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는 데에 대해
유성의 인연을 한 번 더 비난하며... 
 

posted by steadyoung
2009. 1. 5. 23:43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갈릴레오를 봤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시바사키 코우, 시나가와 쇼지의 시나가와가 쬐큼,
그리고 초호화!! 게스트들 출현의 화제작@ 두둥!!

원래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중
단편소설 <1화 탐정 갈릴레오> <2화 예지몽>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용의자 엑스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 극장판도 개봉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천재 물리학 교수 유카와 마나부가 경찰수사에 협력하게 되면서
열정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신참형사 우츠미 카오루와 함께
유령, 폴터 카이스트, 순간 이동 등의 괴현상들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고 범인을 밝혀가는 이야기.
여기에 매화 게스트들이 등장해 독립된 이야기 구조를 이루는 옴니버스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8화까지는 매번 비슷한 구조이지만 9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10화로 이어져 드라마는 끝을 맺는다.
10화가 최종화에 적합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알짝 러브라인을 다져주는 센스 등,
나름 재미있었다. 그리고 떠올렸다...춤추는 대수사선의 감동을...흑.
갈릴레오에서 마지막 화가 그렇게 끝나는 건 아무래도 너무 싱겁다.


옴니버스의 매력은 단연, 다양한 게스트들의 등장!!
특히 갈릴레오는 월요일 9시 후지테레비 드라마의 자존심-돈을 걸고
실로 호화스럽기 짝이 없는 게스트들을 매화 마구 흩뿌려댔는지라
(밑에 써놓고 보니 그렇지만은 않은 느낌도...ㅎㅎ)
드라마 자체 보다 오히려 누가 나올지 굉장히 기대하면서 보게 만드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사실 1화에서 꽤 집중해서 보게 된 이유도 <카라사와 토시아키>가 나왔기 때문.
헉! 이건 뜻밖의 횡재잖아! 하는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다.
그 외,
3화-히로스에 료코, 4화-카토리 싱고(아오이 소라 최큼 등장ㅋㅋ), 5화-미즈노 마키, 오오고 스즈에
6화-호리키타 마키, 7화-후카다 쿄코, 츠카치, 8화-샤쿠 유미코 등등.

이들 모두 자기 이름을 걸고 드라마를 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갈릴레오에 나와 대체 어떤 역활을 했는지 눈으로 확인해보세요~ 즐거워~
개인적으로 오오고 스즈에(-섹시 보이스 안도 로보)가 좋아서 5화도 재밌었고,
특히 후카쿙과 츠카치가 나온 7화는 완죤 흥미진진.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어려운 공식을 아무데나 갈겨쓰며 사건의 해결을 향해 갈 때
두두둥 흐르는 음악과 사방을 빙글빙글 회전하는 장면은-
최큼 유치하다고도 말할 수 있고
시바사키 코우의 형사 역할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없지 않지만
(원체 시바사키 코우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롭고 나름 충실하다.
(-머 살짝 말이 안되거나 급 생략하는 과정들도 없지 않지만...난 눈을 감았어~~)
사건과 조연에 따라 때때로 등장하는 반전 설정들, 그리고~그리고~~ 
잠든 빠순 기질을 매화마다 살짝쿵 간지럽히는 후쿠야마 마사하루 감상 포인트를
거부감 없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당신은 이 드라마를 망설임 없이 '볼만한 드라마'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사실, 사건+옴니버스+형사 트리오는 내가 가장 열광하는 드라마의 조건들이라
여기에 일정량의 퀄리티와 상당 부분의 독특한 재미만 제공해주면(가령...멋지고 취향에 맞는 배우 등)
우매한 대중을 표방하는 본인은 토씨 하나 달지 않고 입다문채 몰입해서 보게 된다.
만일 이런 종류의 드라마들과 로맨스 등 다른 주제를 다룬 드라마를
단순 비교해서 수치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래서 둘이 80점을 받는다면,
내 개인적인 흥미와 취향을 이유로 20점을 더해 100점을 만드는 작업이 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이 드라마가 보는 모든 이들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은 할 수 없지만(할 맘도...)
대체로 위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꽤 재밌게 보지 않을까?
트릭이나 케이조쿠, 후루하타 닌자부로, 춤추는 대수사선 등등을 재밌게 봤다면 더욱.
(사실 굳이 비교하면 저는 위의 드라마들을 훨씬 좋아합니다만..) 



평균 시청률 20%를 웃도는 스코어를 기록.
사실 시즌2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런 기획, 한 텀만 하기에 너무 아깝쟝 ㅠ.ㅜ
누가 뭐라든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완소훈남이쟝 ㅠ.ㅜ
posted by steadyoung
2009. 1. 4. 04:09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홈페이지에 누군가 재밌냐고 묻길래 재미없다고 리플을 달으려는데
이미 리플을 단-니노의 팬으로 보이는 어느 분의 추천글을 읽고 있자니
머리 위로 물음표가 백만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정말 유성의 인연이 재밌었나요?

윗분은 급기야 니노가 가장 알흠다웠던 드라마로 타로이야기를 꼽는 만행을 저지르시질 않나...
타로이야기는 무려 쇼와 공동주연인데도 내가 3화에서 포기하도록 만든,
어떤 의미로 '대단한' 드라마였다.
검증된 원작에, 쇼와 니노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치를 부리면서
어떻게 그렇게 재미없게 만들 수 있는가! ㅠ.ㅜ
45분 동안 지루함에 치를 떨었다. 오랜만에 쇼가 드라마에 발걸음을 옮겼건만...쇼도 영 시원찮고.흑.
결국 쇼가 드라마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건 쿠도칸 덕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밤비의 늪은 깊고도 깊도다.아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것 만으로 강추드라마로 꼽기엔 난 너무 편협한 드라마관을 갖고 있다.
피칸치를 보고 어떻게 5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사용해서 이렇게 지루한 영화를 만들었을까- 했던 것 처럼.
이야기가 많이 샜지만,
한마디로 니노와 료라는 양날의 칼을 사용해서
결국 아무것도 못베고 끝났다는 것이
나의 유성의 인연에 대한 첫번째 감상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칼을 휘둘렀던 사람이 쿠도칸이라는 것. OTL
예전만 못하거나 눈 감고 썼거나, 둘 중 하나라는게 나의 두번쨰 감상.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쟝 ㅠ.ㅜ
원작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라는 건 이건, 분명히 쿠도칸의 각색능력을 의심케하는 확실한 증거.
그동안 주욱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읽어오면서 '상 적어도 중'의 만족도를 느꼈던 나로서는
유성의 인연 원작도 분명 어느정도의 재미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더욱 실망이 컸다.
쿠도칸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 약한걸까?
IWGP도 모든 에피소드가 그리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건 아니기에 흐음, 수긍도 해보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나...
나카시마 미카랑, 카나메 준의 시원찮은 설정, 셋이 힘 합쳐서 사기극 벌이는 건
전부 모조리 뺐어야했다는 안타까움.
증거조작해서 밀어붙이는 과정이 너무 짧고 설득력 없다. 
니노는 하나도 안똑똑해보인다. 료는 전혀 바보같지 않다.
형사를 바보로 알고 있어ㅡㅡ^
쿠도칸의 색채를 입히는 방법은 좀더 다양했을텐데, 1화의 난데없는 만화삽입은, 뭐 꽤 즐거웠지만
이건 뭐 일관성도 없고~ 재미만 주기에 임펙트가 크지도 않고~ 

그리고그리고그리고 나는 토다에리카 원래 별로인데~ 
이건 뭐 니노와 료와 카나메 준을 동시에 사로잡는 팜므마탈(은 아니지만)역을 토다에리카가 하기에
그녀의 용모, 설득력 없다...
좀더 이쁜 애 많았을텐데...흑흑. 호리키타 마키도 좋고- 이시하라 사토미도 괜찮고 흑.
자꾸 중간부터 짜증이나 내고.
원래 여기서는 복수와 사랑에 갈등하는 모습에 보는 이들이 함께 공감해야 하는데
공감은 커녕, '짜증'이라고 느껴지는데서
극의 줄거리가 얼마나 엉성한지, 얼마나 형편없이 전개되었는지를 알 수 있음.
단순히 토다에리카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쿠도칸과 감독의 잘못이겠지.
그저 적어도 이뻤으면 모두가 그녀를 둘러싸고 전전긍긍하는 것에
일말의 공감이라도 했겠지 싶은 마음에 미스캐스팅으로 몰아붙이는 것 뿐.
 
그리고 후카쿙나온 건 안봐서 모르겠는데 (쿠도칸의) 다른 드라마는 억지로 감정을 이입시키기 위해
슬픈 노래를 사용하거나 우는 연기 작렬시키는 짓 따위 안하는데
유성의 인연은 매화 슬픈 노래 과도하게 사용했음. 시도때도 없이 나카시마 미카 노래 막 나왔음.
토다 에리카 매화 울먹거렸음. 막 떼썼음.
울리고 싶으면 극본을 잘쓰삼. 잘쓴 각본에 흘린 눈물, 전혀 아깝지 않다.
노래로 감정 자극하는 건 우선 하나도 안슬플뿐더러 치사한 방법이다. 
보는 내내 '이건 아닌데' '이거 뭐야' '왜 또 이 노래 나와' 이런 생각만 했다.

호호. 그래서 난 마지막 3화정도를 남겨두고 유성의 인연을 말끔하게 포기했다.
글쎄. 마지막까지 보면 재미있을까? 실망의 정도가 더 커질 것 같아서 보기 두렵다.
보고 싶게 만드는 복선도 그다지 없었고.
늘 등장해 '그 밥에 그 나물'의 염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불식시키는 쿠도칸 멤버들도
이번엔 별로 등장하지 않았고(원장쌤 정도), 카나메 준의 열연 정도는 꽤 즐거웠지만 역시
당신에게 대박복은 없나봐요. 이런 드라마로 대박치긴 글렀으니깐 역시 소리없이 다운...
호호호. 하지만 시타라상(시타라 오사무-바나나맨-젊은 형사역) 나온 건 좋았음.
앞으로 드라마에서 얼굴 많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

등장인물도 많지 않았는데 각자가 전혀 자신들의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
원래 료가 "너 걱정하는거 오빠로서 걱정하는 거 아냐" 이런 말은
실신 이전까지 가야할 대사건만 이건 뭥미 싶었고,
니노의 범죄천재 같은 설정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범인(평범한 인간)플래이로 점철.
원장아저씨도, 진짜 범인 아저씨도 전부 물탄 술 처럼 흐릿.
나카시마 미카는 도대체 왜 나왔니????????????????????????
갑자기 차가 뿅 나타나는 등의 비현실적 설정을 무마시키위해 비현실적 인물을 등장시켰지만
아까운 시간 낭비일뿐.
그냥 니노가 천재성을 발휘해 익명으로 공수해왔다는 설정에 공을 들였으면 좋았으련만.
많은 캐릭터들이 팔팔 살아움직이는 키사라즈와 맨하탄 등과 자꾸 비교되면서
아쉬움이 한없이 묻어나온다. 흑흑

사실, 그냥 그냥 봤으면 그렇게 형편없는 드라마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1.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원작 망치는 드라마는 물론 쎄고쎘지만...
2. 니노와 료가 동시 출현했음. 것도 형제로 -쟈니즈 멤버 나온다고 늘 잘되는 건 아님, 알고 있음, 하지만...
3. 쿠도 칸쿠로가 각본 썼음
-물론 전부 훌륭한 드라마가 되었던 건 아님. 나름의 장단점이 있음. 하지만,,,하지만...ㅠ.ㅜ

이 세가지 요인이 합쳐졌을 때 발휘되는 시너지효과+기대감을 절반도 못채워주었기에 문제가 된다.
솔직히 자기 드라마가 어땠는지는 쿠도칸이 젤 잘 알고 있을 듯.
키사라즈와 맨하탄 같은 드라마들을 써냈으면서 
유성의 인연을 그와같은 반열에 올리는 건 차마 자기도 바라지 않겠지.

다~애정에서 나온 불평이니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다음은 부디 좋은 드라마를 써주었으면 좋겠다.
비록 붓상이 죽었다 살아나는 영화까지 만들었으니 키사라즈2는 무리겠지만
그렇게 발랄하며 진지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가 또 한편 '탄생'하는 것을 바라면서
당신의 건재를 빌겠어용.

사실 료는 별로 관심없고 니노는 부디 자기를 잘 이용해줄 좋은 드라마를 만나길.
타로 이야기 같은 건 카툰이나 뉴스 시키고(홀홀 죄송)
니노는 좀 더 좋은 드라마했으면 좋겠다 ㅠ.ㅜ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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