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teadyoung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2009. 12. 4. 23:47 흥미만만/생각 해봐요

이번 영화 홍보활동으로 150여사의 신문, 잡지 취재와 90개의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이제 내 얼굴은 지겹다고 생각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쨌든 영화를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취재에 응해왔다. 어떤 질문이든 온 힘을 다해 대답했고, 불러줬으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태도로 버라이어티 방송의 다앙햔 코너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다(잘 된 적도 그렇지 않은 적도 있지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개봉일에 가까워지자 녹초가 되어버렸다. 방송에서 게닝들과 어울리지 못해 풀이 죽거나, 애드립이 잘 먹히지 않아 자주 자기혐오에 빠졌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가 '탤런트인 척 하기는' 하고 경멸한다. 아내는 내가 나오는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 것이 내심 싫은 모양이다. 
개봉일 전날의 일이다. 아침 4시 반에 방송국에 들어가서 생방송'오하스타'에 출연해 교복을 입고 트위스트를 추고 야마짱(야마테라씨)에게 삐꼬삐꼬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뒤, 스튜디오 알타로 이동해서 '와랏떼이이토모'에 출연, 생방송에서 양 털을
깍은 그 날, 결국 난 소멸되었다.
다음날 무대인사 직후에 있었던 방송국 관련 취재에서 멍한 상태로 있어 뭘 말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한다. 다음날 스포츠 신문 기사에는 웬일인지 마츠다 세이코씨의 따님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는 내 멘트가 있었다.
험난한 홍보활동 중,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탤런트 분들과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해서 느낀 것이, 최전선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역시나 인간적인 매력이 넘쳐흐르고 있다는 사실. 모두 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총명하며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았다.
유스케 산타마리아씨는 항상 조증기분인 캐릭터로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된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지만(실례되는 말이죠) 실제로 만나보니 매우 지적이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내가 게스트로 갔을 때 더할나위없이 신경을 써주었다.
악동으로 소문난 런던부츠 1호2호 두 사람도 만나보니 의외로 예의바르고 호감 가는 청년들이었다. 상대방을 상처입히지 않으려는 섬세한 배려를 느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카시아 삼마씨는 방송만 보면 실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지만, 화제의 연극을 보기 위해 일부러 브로드웨이까지
간 일에 대해 스텝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영화도 엄청나게 보고 있고. 얼굴에 노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영화에도 나와준 시미즈 미치코씨.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내가 힘이 없는 걸 걱정해서(너무 피곤해서 녹초가 되어 있었음) 굳이 괜찮냐는 전화까지 걸어주었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있다니! 연예계는 정말 이렇게나 대단한 사람들의 집단이란 말인가. 아니면 어쩌다 보니? 우연히? 적어도 내가 출연했던 방송 현장에는 버라이어티에 목숨을 건 프로들이 모여있었다. 그건, 나와 같은 아마추어가 상대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세계였다. 
이리하여 나의 잠깐 동안의 탤런트 활동은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되었다.


미타니 코키의 '그저 그런 평범한 생활(三谷幸喜のありふれた生活)'이라는 수필집에서 발췌한 것.
미타니 코키는 전에도 한 번 쓴적이 있는데,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극본을 썼고 2004년 대하드라마 신센구미(신선조)의 극본을 썼으며
요즘 봉태규씨가 주연을 맡은 연극 '웃음의 대학' 원작영화의 극본+감독을 맡은 극본가+연출가+감독 등등등...
후루하타 닌자부로는 형사가 거짓증언을 하는 범인의 말꼬투리을 잡고 늘어지는게 일품인 드라마로, 꼭 한 번 보시길...

미타니 코키의 이번 수필은 '大河な日日'에 이어서 두번째 읽은 책인데, 실은 요 책이 2001년 말에 먼저 나온 책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은게 아니라 책을 꺼내 페이지를 펼쳐서 내키는대로 읽느라 때때로 읽지 않은 부분이 튀어나오는데
그럼 어찌나 즐거운지. 
이번에는 '모두의 집'이라는 영화, 연극 '오케피', 드라마 '아이코토바와유우키(구호는 용기)'등을 촬영하면서 겪은 일들을
보면서 혼자 야밤에 낄낄낄 웃고 있다. 아저씨, 대박이예욤! 하면서.
후루하타 닌자부로는 2006년 파이널을 마지막으로 끝나버렸지만, 또 한 번 그런 시리즈물을 써줬으면 좋겠다.
타무라 마사카즈 죽을 때 까지 후루하타 했으면 좋았을걸, 하면서 요새도 생각한다.

수많은 일화 중 이번 걸 고른 이유는, 게닝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온 몸을 불싸지르는 정열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끔 영화 촬영하고 홍보 활동하러 나왔을 때 뚱한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안나오는 사람들보다야 훨 낫다. 나가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도 있는데 나와달라는데 안나오는 사람들은 뭥미??? 배부른가??)
그건 그들이 안웃기기 때문에=못 웃기기 때문에, 라기 보다는 내가 이런 걸 왜 하고 있지, 하는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일테다.
김수로씨처럼 하라는 건 아니지만 ㅡ_ㅡ; 열심히 촬영한 영화를 한 사람이라도 더 봐줬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지 않겠느뇨.

posted by steadyoung
2009. 10. 4. 14:5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어제는 추석.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큰집가서 아점을 먹고,
추석연휴에도 영업을 한다는 신촌 북오프에 가보기로 결심.
요즘 원서는 요만큼도 안 읽고 있으니
책 좀 사서 공부겸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다.

서울역 북오프는 두 번 정도 가봤는데
신촌 북오프는 매장도 훨씬 널찍하고 물량도 더 많다는 얘길 들어서
기대 반 걱정 반 두근두근하며 갔다.
서울역 매장보다야 2배 정도 큰 것 같고, 무엇보다 신촌에 있다는 게 ㅠ.ㅜ
이리 좋을 수가 없다. 거리상으로도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울 뿐 아니라
책을 휙 보고 번화가에 있는 다른 가게도 구경하고
(이제 더 이상 서울 처자도, 대학생도 아니기에 신촌 홍대 이런데 한 번 나가면 환장)
제법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커피를 취향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좋다.

그래서 어제 평소같다면 휙 둘러보고 나갈 것을 
요리보고 저리봐서 심사숙고한 책들을 블로그에서 자랑해야겠어용.

1. 료마가 간다 1, 2 -시바 료타로


원래 8권이 완결인 장편소설, '료마가 간다'
일본의 대문호, 국민작가 등, 온갖 거창한 칭호를 마구 사용해줘도
아까울게 없을 정도로 사랑받는 작가 '시바 료타로'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이(라고 생각함) 바로 '료마가 간다'

사실 소설이 재밌다는 점도 있겠지만 '사카모토 료마'가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다는 점도 무시못할듯.
나는 식민지 시대의 원점이 바로 메이지 유신이라고 생각하는데 ㅠ.ㅜ
그 메이지 유신의 서막을 열어제낀 인물이 바로 사카모토 료마.
2004년 NHK 대하드라마 '신센구미'(신선조)에도 사카모토 료마(에구치 요스케)가
등장하는데, 드라마 속의 허구적인 모습-특히 어색한 사투리 ㅠ.ㅜ-을 쫙 빼고도
'세치 혀'(물론 더 많은 걸 이용했겠지만)로 두 번(사츠마&쵸슈)을 화해시키고,
 번과 막부가 동맹을(대정봉환)을 맺도록 주선(?)한 점은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으레 그 시대가 그랬던 것 처럼 젊은 나이에 암살로 죽음을 맞이한 점도
'난세의 영웅'답다면 답다. (그 시대에는 전부 자기가 맡은 소임이 끝난 후 고이
암살당하는 느낌이 든다-_-;)
여튼 남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해냈을 일을 휘리리릭 해내고 역사에서 사라진 것도
사카모토 료마를 우러러 보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오래오래 살아있었다면
뭘 더 해줬을까 싶은 기대가 있겠지, 일본인들은.
사카모토 료마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때 살짝 경로를 바꿔서 조선땅에 떨어졌다면,
그래서 일본의 메이지유신이 늦어지고 한국이 먼저 현명하게 개국을 했더라면,
식민지 시대 피해자의 아픔이 어쩌면 가해자의 반성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공상을.... 한 때 맨날 했다. 
(제국주의 나빠욤! 하기에는 너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즘이기에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 그리고 세계의 주역에 서고 싶다는 로망을 반영한다면
식민지 지배를 두고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게 비교적 현실적인 상상의 나래 아닌가 함) 

내년 NHK 대하 드라마에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사카모토 료마로 변신한다는 썰이
있던데 사실이얌? 코피 예약이야 이건!!     

여튼, 잡썰이 길어졌지만 그래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소설.
8권까지 다 사기에는 읽기도 전에 분량에 숨막힐까봐 2권까지만 구입했다.
한권에 무려 2000원. 북오프 사랑해용.


2. 오쿠다 히데오 방해자 상, 하


'쟈마'라고 써있는데 한국어 역으로는 '방해자'란다.
오쿠다 히데오는 늘 재밌게 읽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나에게 있어서
미야베 미유키에 이어 절대로 실패&실망하지 않는 작가이다.
이사카 코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이 뭥미? 싶은 작품도 가끔 있어서 늘 재밌다고 하기 좀 그런데
책장 넘어가는 속도와 내용을 견주어도 어느 하나 뒤떨어지지 않는 오쿠다 히데오.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공중그네'와 '인더풀'도 물론 좋지만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최악'에 더 하악하악 갈채를 보낸 사람이라면
'방해자'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3. 비트 다케시  '다케시의 20세기 일본사'&'모두 자기를 모른다'


영화에 관심이 있고, 그 중에서 일본영화, 특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트 다케시와 기타노 다케시가 동일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을 듯.
기타노 다케시 영화 좋아하는데 비트 다케시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은,
그럼 기타노 다케시가 원래 코메디언이라는 건 알고 계셨는지?
독설 만담 콤비로 아사쿠사- 나아가 텔레비전-그리고 일본을 주름잡았던 
기타노 다케시의 코메디언 시절(? 지금도 코메디언으로 활동하긴 하니까...)의 예명이
바로 비트 다케시이다. 콤비명 '투비트'.

현재 일본에서 와카테들이 한 수 접어주는 존재는 다운타운이지만, 다운타운이
뜨기 이전에 시마다 신스케 콤비(신스케류스케)가 있었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투비트. 투비트와 신스케류스케는 언뜻 시기가
겹치는데, 1980년 대 초중반이 바로 일본에서 '만담 붐'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그럼 여기서 혹시나 일본의 오와라이에 관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보다가
이것저것 주워들은게 많으신 착하신 어른분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 있겠다.
그럼 '더 드리프터즈'는요?
시무라 켄, 춤추는 대수사선의 와쿠상으로 유명한 이카리야 쵸스케,
요즘 한냐의 가와시마가 부지런히 흉내내는 나카모토 코지 등으로 구성된
드리프터즈는, 만담이 아니라 꽁트 그룹이기 때문에 누구 위에 누가 있고, 하는 계보에 끼워넣을 수 없다는 결론이예욤*^_^*

현재 타모리, 산마와 함께 일본 빅3로 불리는 비트 다케시는 
어쩌면 위험하고 또 보수적이라 꽤나 진부하게 느껴지는 시선으로
일본과 세계의 정세에 대해 독설 만담가 출신 답게 이 말씀 저 말씀 쓴소리를
부지런히 하고 계신데, 그런 책 시리즈 중 매우 흥미를 끄는 제목을 하고 있어서
고른게 바로 저 위의 책들.
한국에서도 위험한 일본학, 혹은 생각노트 등의 책이 번역출판되었는데
정말 딱! 기대치만큼 충족시켜줘서 흡족했다.  
사실 거기 있는 책 다 사고 싶었는데 꾹 참고 두 권만 골랐음...
어차피 비슷한 말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 이사카 코타로 모던타임즈!
 

엉엉. 내가 이 책 얼마나 읽고 싶었는데. 흑흑흑.
무려 원서가 27000원이 넘는 가격이라 차마 구입할 수 없었다 ㅠ.ㅜ
7월에 일본갔을 때 북오프에서도 못찾았음 ㅠ.ㅜ
문고본 나올 때가 언제인지 기약도 없음 ㅠ.ㅜ
했는데 두둥! 발견했다. 만원 정도 했다. 이건 두말할 것 없이 사줘야지!!! 
이 날 산 모든 책 들 중 '나를 위한 선물' 이라는 낯간지러운 멘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책 되겠다. 


5. 일본문화연구소 메즈메즈 교토


그림이란 참 신기하다. 요 그림체, 이 턱수염 외국인 아저씨는
분명 작년에 학교 도서관을 배회하다가 발견한 그림책(?)에서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하던, 그 아저씨 아닌가! 게다가 그 아저씨가 내 달링이라고 자랑하는
그림 그리는 아줌마...
킥킥 몇 분 정도 읽었던 책인데 그림이라 그런지 들춰보는 순간 뭔지 알았다는...
게다가 타이틀도 거창하다. 그때는 분명 내 달링은 외국인 이런거였는데
이번에는 '일본문화연구소'래...
쳇, 이유없는 질투를 뿡뿡 하면서도 교토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달래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 골랐다. 여태까지 고른 책들이 글만 빡빡하게 있는 책이라
그림도 있어야 책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6. 마츠오 스즈키  영원한 10분 지각


나는 이런 걸 월척이라고 부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3000원 코너에서 빛나고 있던
이 책을 단숨에 낚아챈 내 눈에 브라보~

특히 인상적인 '출연'작을 고르자면 맨하탄 러브스토리에서 도이가키,
인더풀에서 이라부(뚱땡이 의사-이 아저씬 하나도 안뚱뚱하지만) 등이 있겠다.
즉, 이 아저씬 연기를 하고, 실은 극본을 쓰며, 원래는 연출도 하는 그런 아저씨이다.
어떤 의미로 미타니 코키와 견줄 수 있음. '웃음'을 베이스로 삼고 또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어제 쓴 정약용&이상에 비하면 훨씬 풍부한 내용의 포스팅이 되겠군...ㅡ_ㅡ;)
더욱 잔가지가 풍부한 게 바로 마츠오 스즈키의 극단 '오또나케이카쿠(大人計画)'와
거기에 소속되어있는 '쿠도칸쿠로' 등인데, 주류 속의 비주류로 당당하게 사랑받는
이 집단과 인간들, 그들의 작품들을 한 줄 한 줄 언급하려면 포스팅을 시리즈로... 

여튼 그 아저씨가 이래저래 써댄 걸 긁어모아서 만든 책이란다.
날 어떻게 낄낄거리게 해줄지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흑흑


7.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떻게보면 이게 가장 생뚱맞은 구매인지 모르겠다. 가격도 젤 비쌌다. OTL
근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니, 귀 얇은 본인에게 가장 훌륭한 떡밥이지 않나.
그리고 료마가 간다에 비하면 너무너무 최근 책이다. 2008년 12월@_@
다양한 그림과 도표, 사진들이 나와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참고할 수 있는 부분,
공부가 되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았다. 현대문명의 헤택을 넙죽넙죽 받아먹고 사는
주제에 뭐 하나 아는게 없고, 홍보 관련된 수업 어느 하나도 듣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반(半)현대문명인으로서 앞으로의 프리랜서 서바이벌 시대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정보를 우적우적 씹어먹겠다는 일념으로 질렀다. 


8. 고미타로 어른 문제 


이틀 전에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고미타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어쩐 일로 알고 있었을까?
작년에 영화제 자원활동 통역하다 알게 되서 지금도 난데없이 전화하고 메일하는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일본의 한 무명ㅋㅋ감독(학생이 정확한 표기? ㅋㅋ)애가
나한테 추천해준 작가가 바로 '고미 타로' 이다.
실은 이 아저씨, 그림책 작가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을 그리는데 한국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아저씨라 많은 책들이 번역출판되었다.
나는 '바다 건너 저쪽'이라는 그림책을 읽어봤는데
그림의 구성, 색채, 그리고 내용이 사람을 참 두근두근하게 해서 친구가 추천해줄만
하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내가 산 책은 그림책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한 책도 아니다.   
어제 사자마자 커피점에서 그새를 못참고 읽어봤는데 아- 몇 번을 낄낄대고
감탄했는지 ㅠ.ㅜ 정말 나는 책을 너무 잘 사는 것 같아.
....ㅡ_ㅡ; 특히나 감동적인 멘트는 바로
'인생, 하고 싶은게 있다면 나름 무르기도 하지' 라는,
어설픈 번역으로 죄송한데 ㅠ.ㅜ 여튼 감동을 백배 먹었다.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9. 미타니 코키 평범한 생활


7월달 북오프에서 100엔 주고 산 미타니 코키의 엣세이가 너무도 감명 깊어서
또 그런 엣세이를 사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 내 눈은
브라보를 넘어서 완전 마법의 눈깔! 
구성도 표지도 너무 비슷해, 근데 다른 책이야 ㅠ.ㅜ 눈물이 날만큼 기뻤다.
나는 또 낄낄 웃을 수 있겠지. 지난 번 엣세이를 읽고 신센구미를 봤는데
(신센구미 대본쓸 때 썼던 엣세이라...)
이번엔 또 어떤 드라마, 영화가 땡길까? 두근두근.


이상, 책을 잔뜩 사고 커피를 홀짝 마신 뒤 옷을 최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데 온 몸 구석구구석 스며드는
행복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반백수(좋게 말해 프리랜서)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건 아직도 난제지만
그래도 내키는대로 사는 생활이란 정말 멋지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9. 20. 00:18 흥미만만/영상의 기억

'웃음의 대학' 리뷰를 읽다가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가
미타니 코기의 작품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중학교 때 봤으니 본지 10년이 넘어 자세한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하면 녹음실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생중계'하는 느낌이야말로
'미타니 코키 월드' 아닌가. 과연 흠흠.

미타니 코기라 하면 나의 일드 베스트 뽜이브 중 단연 상위를 차지하는 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모든 극본을 담당한 극작가로,
잘 모르시겠다면 옛날 드라마 임금님의 레스토랑,
그리고 2004년의 신선조(신센구미) 를 집필했다는 설명을 친절히 덧붙이겠음.
그 외에도 당연히 많은 드라마와 연극 극본을 썼고, 가끔 책도 내고
내키면 연기도 하는(극단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음) 멀티(?)작가이다.

잠깐 이야기를 돌려서 '후루하타 닌자부로'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천재적인 형사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해서 검거한다는 평범한 추리물이다.
물론 CSI와 같은 과학수사를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를 보면
추천한 내게 돌팔매질을 해도 마땅하고 생각하겠지만,
이 드라마의 묘미는 과학적 수사가 아닌,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데 있다.

범인은 드라마 초반부에 어떤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후루하타 닌자부로(형사이름임)가 짜잔 등장해서
그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수상한 범인과 말로 실랑이를 벌인다.
당연히 시청자는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에
후루하타 닌자부로가 범인을 '궁지로 몰아가는 과정을 즐겨야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불안하니까 괴팍한 성격의 형사와 덜떨어진 부하를 덧붙여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는 보험도 들어놓았다.
(물론 범인이 완고하게 부정하면 물리적 증거를 내밀기도 함)
어쨌든 깐깐하고 고집세고 괴팍한 후루하타가
범인과 쉴새없이 말을 주고받는 과정에 드라마의 매력이 있고,
형사물이라는 장르를 택하고도 상황극이라는 형식을 잘 살린
'미타니 코키 월드'를 무려 3분기+SP까지 듬뿍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즉, OO라는 장르를 택해 상황극을 벌이는 형식이 미타니 코키의 특징인데,
이를 '웃음의 대학'에서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연극으로 올린 적이 있는데,
황정민씨가 주연을 맡아 굉장히 좋은 평가와 반응을 얻은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웃음의 대학'은 영화적 완성도를 따지면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순 없는데,
대체 츠바키(이나가키 고로)는 왜 갑자기 군대에 가는 것임?
웃으면 안되는 시대적 배경으로 웃기고 싶은 작가와
민중이 웃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검열관의 실랑이를 그린다는 건 참 기발하지만,
딱히 복선도 없이 갑자기 휙 군대가서 연극을 못하겠다는 마무리는
참 책임감 없다고 생각했다.
야쿠쇼 코지도 웃다가 울다가 화내는 장면에서 소름 쫙 돋았는데
군대간다고 경례하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의 심술벌레가 꿈뜰거렸다.
미타니 코키는 십중 육칠 결말따윈 아무래도 좋은가보다 싶다.

하지만 중간의 상황들이 주는 잔재미가 너무 풍성하다.
정확히 말해서 실랑이를 벌이는 한줄 두줄의 대사들이 쉴새없이 고쳐지는 과정인데,
진지하고 엉뚱한 캐릭터와 절묘한 말장난의 결합은
때때로 완성도의 결함도 눈감아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같은 경우.

봉태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다시 공연을 한다는데
시간이 되면 보러가고 싶군여.
posted by steadyoung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