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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4. 23:47 흥미만만/생각 해봐요

이번 영화 홍보활동으로 150여사의 신문, 잡지 취재와 90개의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이제 내 얼굴은 지겹다고 생각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쨌든 영화를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취재에 응해왔다. 어떤 질문이든 온 힘을 다해 대답했고, 불러줬으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태도로 버라이어티 방송의 다앙햔 코너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다(잘 된 적도 그렇지 않은 적도 있지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개봉일에 가까워지자 녹초가 되어버렸다. 방송에서 게닝들과 어울리지 못해 풀이 죽거나, 애드립이 잘 먹히지 않아 자주 자기혐오에 빠졌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가 '탤런트인 척 하기는' 하고 경멸한다. 아내는 내가 나오는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 것이 내심 싫은 모양이다. 
개봉일 전날의 일이다. 아침 4시 반에 방송국에 들어가서 생방송'오하스타'에 출연해 교복을 입고 트위스트를 추고 야마짱(야마테라씨)에게 삐꼬삐꼬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뒤, 스튜디오 알타로 이동해서 '와랏떼이이토모'에 출연, 생방송에서 양 털을
깍은 그 날, 결국 난 소멸되었다.
다음날 무대인사 직후에 있었던 방송국 관련 취재에서 멍한 상태로 있어 뭘 말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한다. 다음날 스포츠 신문 기사에는 웬일인지 마츠다 세이코씨의 따님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는 내 멘트가 있었다.
험난한 홍보활동 중,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탤런트 분들과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해서 느낀 것이, 최전선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역시나 인간적인 매력이 넘쳐흐르고 있다는 사실. 모두 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총명하며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았다.
유스케 산타마리아씨는 항상 조증기분인 캐릭터로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된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지만(실례되는 말이죠) 실제로 만나보니 매우 지적이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내가 게스트로 갔을 때 더할나위없이 신경을 써주었다.
악동으로 소문난 런던부츠 1호2호 두 사람도 만나보니 의외로 예의바르고 호감 가는 청년들이었다. 상대방을 상처입히지 않으려는 섬세한 배려를 느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카시아 삼마씨는 방송만 보면 실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지만, 화제의 연극을 보기 위해 일부러 브로드웨이까지
간 일에 대해 스텝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영화도 엄청나게 보고 있고. 얼굴에 노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영화에도 나와준 시미즈 미치코씨.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내가 힘이 없는 걸 걱정해서(너무 피곤해서 녹초가 되어 있었음) 굳이 괜찮냐는 전화까지 걸어주었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있다니! 연예계는 정말 이렇게나 대단한 사람들의 집단이란 말인가. 아니면 어쩌다 보니? 우연히? 적어도 내가 출연했던 방송 현장에는 버라이어티에 목숨을 건 프로들이 모여있었다. 그건, 나와 같은 아마추어가 상대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세계였다. 
이리하여 나의 잠깐 동안의 탤런트 활동은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되었다.


미타니 코키의 '그저 그런 평범한 생활(三谷幸喜のありふれた生活)'이라는 수필집에서 발췌한 것.
미타니 코키는 전에도 한 번 쓴적이 있는데,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극본을 썼고 2004년 대하드라마 신센구미(신선조)의 극본을 썼으며
요즘 봉태규씨가 주연을 맡은 연극 '웃음의 대학' 원작영화의 극본+감독을 맡은 극본가+연출가+감독 등등등...
후루하타 닌자부로는 형사가 거짓증언을 하는 범인의 말꼬투리을 잡고 늘어지는게 일품인 드라마로, 꼭 한 번 보시길...

미타니 코키의 이번 수필은 '大河な日日'에 이어서 두번째 읽은 책인데, 실은 요 책이 2001년 말에 먼저 나온 책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은게 아니라 책을 꺼내 페이지를 펼쳐서 내키는대로 읽느라 때때로 읽지 않은 부분이 튀어나오는데
그럼 어찌나 즐거운지. 
이번에는 '모두의 집'이라는 영화, 연극 '오케피', 드라마 '아이코토바와유우키(구호는 용기)'등을 촬영하면서 겪은 일들을
보면서 혼자 야밤에 낄낄낄 웃고 있다. 아저씨, 대박이예욤! 하면서.
후루하타 닌자부로는 2006년 파이널을 마지막으로 끝나버렸지만, 또 한 번 그런 시리즈물을 써줬으면 좋겠다.
타무라 마사카즈 죽을 때 까지 후루하타 했으면 좋았을걸, 하면서 요새도 생각한다.

수많은 일화 중 이번 걸 고른 이유는, 게닝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온 몸을 불싸지르는 정열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끔 영화 촬영하고 홍보 활동하러 나왔을 때 뚱한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안나오는 사람들보다야 훨 낫다. 나가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도 있는데 나와달라는데 안나오는 사람들은 뭥미??? 배부른가??)
그건 그들이 안웃기기 때문에=못 웃기기 때문에, 라기 보다는 내가 이런 걸 왜 하고 있지, 하는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일테다.
김수로씨처럼 하라는 건 아니지만 ㅡ_ㅡ; 열심히 촬영한 영화를 한 사람이라도 더 봐줬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지 않겠느뇨.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