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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에 해당되는 글 2

  1. 2008.12.04 미야베 미유키 월드
  2. 2008.09.22 독서의 계절
2008. 12. 4. 02:19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나는 지갑이다>를 읽었다.
한 사건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지갑이 '증언'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유치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지갑의 의인화 보다는 사건이 얽힌 방식.
특히 해결을 향해 가면서는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인데...싶은 마음에 적잖게 당황.

<모방범>이잖아!!!!


물론 당연히 같은 작가가 쓴거니까 표절이라는 의심은 집어던질 수 있지만;
사건의 동기가 또라이들의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과 사람을 조종하고 싶은 광기어린 욕망이란 점, 
자기주장을 할 때 미디어를 이용하려 든다는 점- 등이 굉장히 간결하게 쓰여져 있었다.
보니까 으음- 92년에 쓰여진 소설이었다. 모방범이 2001년이었나? 
그렇게 시간 순서를 되짚어보니 미야베 미유키는 참, 대단하구나 싶었다.
<이유> 발표를 준비할 때, <이름없는 독>을 읽었을 때, 그리고 최근에 <낙원>을 읽었을 때 느낀건데 

미야베 미유키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게 정해져있다. 
사건의 양상, 전개방식은 다양하지만 이야기의 핵심기둥이 작품세계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어느 방향(작품)에서 접근하든 핵심에 다다르게 된다.

나는 <이유>와 <모방범>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소설들은 미야베 미유키가 추리소설에서 사건을 다루는 방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대표하는 작품들.
<모방범>은 아까도 말했듯이 또라이들이 타인에 대한 지배욕구와 타인에게 주목받고픈 욕망에 
제3자들을 해치는 방식이고(낙원)
-이는 엽기적 사건에 대한 미야베 미유키 나름의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유>는 과거와 현대사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개인들이
인간로서의 당연한 욕망이 좌절되어 엇나간 결과로 사건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화차, 이름없는 독 등)

그리고 그 곁에는 늘 미디어가 있다.

그 때마다 소재는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굳이 나누자면 이렇다. 물론 완전히 대조적이라 할 순 없지만.
결국 사람과의 관계, 사회와의 연결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공유하기 때문에 따로 또 같이, 의 공생관계.

예전에 무라카미 류가 90년 초에 쓴 에세이에서 한 말을 2001년인가의 에세이에서 똑같이 하고 있는 걸 보고 놀랐는데
미야베 미유키 역시 방향은 조금 달라도 맥락은 같지 않나?

바꿔 말하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명확할 때 글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읽은 <누군가>는 <이름없는 독>의 전편이다. 이름없는 독에서 슬쩍 언급하고 넘어간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렇게 뛰어나게 재밌지는 않았다-물론 금새 읽었지만.

나의 미야베 미유키 러쉬는 내년에도 계속 될 전망.
낙원 이야기도 해야하는데...흐응.

posted by steadyoung
2008. 9. 22. 15:1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여러분은 어떠신지?

읽힐 때는 왕창 읽다가도 한번 글자가 눈밖으로 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힘든게 내 독서습관인데,
최근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을 읽으면서 슬슬 다시 본 궤도에 진입중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올해 가장 버닝한 작가로 [화차], [용은 잠들다]를 시작으로
[이유]와 [모방범]에서 불타올라
현재 [괴이]와 [기이한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금 빠져들고 있다.

작가가 워낙 다작을 하는터라 제법 읽는다고 읽어도 좀처럼 두루 섭렵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어찌나 길게 쓰시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긴 하지만
역시나 모방범은 다 읽고나니 진이 빠지더라;;
백야행의 3배정도 되는 분량- 헉헉.

뭐 두고두고 읽을거리가 많다는 점은 어찌보면 버닝을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고
무엇보다 다작에도 불구하고 날림으로 썼다는 인상은 커녕
섬세하게 묘사한 다양한 인간군상이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 속에서
독자가 헤매지 않고 끝까지 가게 만드는 충만한 긴장감, 책을 덮을 수 없는 흥미진진함이
새롭게 거듭될 뿐이니
어찌 미야베 미유키를 배신할 수 있겠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나야 습관처럼 소설을 집어드는 편이라 어려운 말 잔뜩 써있는 난해한 소설보다는
재밌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주는 소설이 좋은데
그런 면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유익한 휴식을 보내는 최적의 도구이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억지없이 은은히 살아숨쉬는 점이야말로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매력.

브레이브 스토리, 이코와 같은 책들부터
모방범, 이유, 낙원으로 대표되는 추리소설,
이 요소들이 적절하게 버무려져있는 에도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소설까지  
실로 수많은 소재들을 잡스러운 느낌 없이 깔끔하게 다루는 능력은
아마도 작가의 집필력과 집중력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필요없는 부분이란게 없다.

괴이와 기이한 이야기는 북스피어에서 출판된 책으로
에도시대에 일어나는 말그대로 괴이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가벼운 전래동화 같은 느낌으로- 이동중이나 시간 때우고 싶을 때 읽으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휘익- 빨려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다ㅎㅎ
 
하지만 아직도 미야베 미유키를 접하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저는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유]를 추천합니다~
모방범은 너무 길고~ 또라이 범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다소 오락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이유는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면밀한 인물묘사로 균형을 잃지 않고 풀어내는터라
오락적 요소는 물론 현대사회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생각도 덤태기로 얹어주는 책이랍니다ㅎㅎ

이번에 발표를 하게 되서 다시 읽어야 하는데
또 읽어야 하는 압박이 결코 귀찮지 않은,

그만큼 참 재미난 책이랍니다 (>.<)b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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