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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4. 02:19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나는 지갑이다>를 읽었다.
한 사건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지갑이 '증언'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유치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지갑의 의인화 보다는 사건이 얽힌 방식.
특히 해결을 향해 가면서는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인데...싶은 마음에 적잖게 당황.

<모방범>이잖아!!!!


물론 당연히 같은 작가가 쓴거니까 표절이라는 의심은 집어던질 수 있지만;
사건의 동기가 또라이들의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과 사람을 조종하고 싶은 광기어린 욕망이란 점, 
자기주장을 할 때 미디어를 이용하려 든다는 점- 등이 굉장히 간결하게 쓰여져 있었다.
보니까 으음- 92년에 쓰여진 소설이었다. 모방범이 2001년이었나? 
그렇게 시간 순서를 되짚어보니 미야베 미유키는 참, 대단하구나 싶었다.
<이유> 발표를 준비할 때, <이름없는 독>을 읽었을 때, 그리고 최근에 <낙원>을 읽었을 때 느낀건데 

미야베 미유키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게 정해져있다. 
사건의 양상, 전개방식은 다양하지만 이야기의 핵심기둥이 작품세계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어느 방향(작품)에서 접근하든 핵심에 다다르게 된다.

나는 <이유>와 <모방범>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소설들은 미야베 미유키가 추리소설에서 사건을 다루는 방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대표하는 작품들.
<모방범>은 아까도 말했듯이 또라이들이 타인에 대한 지배욕구와 타인에게 주목받고픈 욕망에 
제3자들을 해치는 방식이고(낙원)
-이는 엽기적 사건에 대한 미야베 미유키 나름의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유>는 과거와 현대사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개인들이
인간로서의 당연한 욕망이 좌절되어 엇나간 결과로 사건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화차, 이름없는 독 등)

그리고 그 곁에는 늘 미디어가 있다.

그 때마다 소재는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굳이 나누자면 이렇다. 물론 완전히 대조적이라 할 순 없지만.
결국 사람과의 관계, 사회와의 연결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공유하기 때문에 따로 또 같이, 의 공생관계.

예전에 무라카미 류가 90년 초에 쓴 에세이에서 한 말을 2001년인가의 에세이에서 똑같이 하고 있는 걸 보고 놀랐는데
미야베 미유키 역시 방향은 조금 달라도 맥락은 같지 않나?

바꿔 말하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명확할 때 글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읽은 <누군가>는 <이름없는 독>의 전편이다. 이름없는 독에서 슬쩍 언급하고 넘어간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렇게 뛰어나게 재밌지는 않았다-물론 금새 읽었지만.

나의 미야베 미유키 러쉬는 내년에도 계속 될 전망.
낙원 이야기도 해야하는데...흐응.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