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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에 해당되는 글 2

  1. 2011.01.03 두 친구
  2. 2009.05.21 ONCE+악기들의 도서관1
2011. 1. 3. 17:14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었다.
지난 주 월요일 이동도서관 버스에서 '아! 볼 책이 없어!'하며 절규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외쳤다. 앗-싸!
 읽고 싶어서 살까 말까 고민도 하다가 어케어케 미뤘던 책인데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김중혁씨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매우 재밌게 읽었고 김연수씨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별로 안재밌게 읽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워낙 끈(적)끈(적)한 우정을 쌓아온 두 작가 덕에 책은 쉬리리리릭 읽힌다.
김중혁씨는 소설이 주는 느낌, 홈피가 주는 느낌, 엣세이가 주는 느낌(칼럼인가...??)이 비슷비슷하다.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구절이 많아서 좋다. 빡빡한 느낌이 없어 부담도 없고 그러면서도 그저 마냥 가벼운 건 아니라서 더 좋다.  
새로웠던 건 김연수씨가 김중혁씨를(물론 김중혁씨도 김연수씨를) 소위 '까기'도 하고 '쪽주기'도 하고... 재밌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네가 누구든...을 읽고 빡빡하고 답답한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열광하며 금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금연을 하려는 시도를 하다니...그걸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믿는 김연수씨는 무려 조금 귀엽기까지 했다. 

근데 매사 만사가 둥글둥글한 느낌의 김중혁씨는 너무 둥글둥글하셔서 그런지 여태까지 쓴 책이 몇 권 없다. 나야 뭐 팬이라고 하기엔 공헌한 바가 하나 없으니 뭐라 못하지만, 원래 다작하는 작가들을 한 수 위로 보는 나로서는 좀 아쉽다. 
반면에 김연수씨는 매사에 진지하시고 성실하셔서 그런가 책이 많다. 이래저래 서로 다른 점을 보자니 왜 이 둘이 친한지 알거 같기도 하고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갈구는 참된 우정의 장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두 사람에게 친근감마저 품게 되었다. 마치 내 친구인 듯. 나랑 띠동갑도 넘는데! 하지만 그리하여 여하튼 오늘 이동도서관에서 김연수씨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어 빌려왔다. 근데 과연 담주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나도 내 친구랑 이런 책 하나 쓰면 어떨까? 서로가 서로를 갈구고 쪽주고 까고...
그런 정겹고 다정한 우정을 오래토록 간직해온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와 나눌 이야기가....별로 없다. 대책없이 해피엔딩은 일단 영화라는 커다란 주제가 있으나 나와 내 친구는 서로 좋아하는 게 좀 다르지 않은가.
아, 요즘 그 친구가 만화책을 열심히 읽고 있으니 그에 대해 얘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그렇게 고등학교 때 부터 재밌다고~재밌따고~ 노래를 불러온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를 이제야 읽고 감동에 젖어있는 불신녀가 나를 제인에어도 안읽은 무식한 년으로 치부하며 파닭의 파를 손으로 집어먹었던 그 순간들을 글로 옮긴다면 그건 분명....


종이 낭비인가......      
posted by steadyoung
2009. 5. 21. 11:15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있다.
펭귄뉴스를 읽었을 때가 작년 이 무렵이었는데,
일년 후에 내가 김중혁씨 책을 또 읽을 거라고는 생각안했다.

++++++++++++++++++2008.3.22

난 유치해서 눈에 그려지고 손에 잡힐듯한 스토리가 없으면
지루하게 느껴질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는 건 잘 못하겠더라.
재밌게 느낀 순서도 어떻게 보면 '집중력'과 비례할지도 모르겠다.
무용지물 박물관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문장을 꼼꼼히 읽었는데
펭귄뉴스는 잠에서 부시시 깨 휘릭휘릭 페이지 넘기기에 바빴으니까.

내가 한국소설 재미없다고 투덜투덜댔던 건 2003,4년쯤인데
결국 게으른 탓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완전히 잘못된 얘긴 아니지만. (→똑같은 얘기 일년전에도 했네...어제도 했는데ㅡㅡ^)

무용지물 박물관에서는 메이비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메이비라는 가수 있지 않나? 어감도 그렇고 그래서
길게 뻗은 생머리를 찰랑이며 높은 콧대를 뿡뿡대는 어여쁜 아가씨를 생각했는데 묘사중에
덥수룩한 수염에 낮은 목소리,,,라고 해서 헉! 하고 놀랐다.
단어에도 고정된 이미지가 따라붙어있으니 이거 참.
참으로 '상상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방주에서 개념을 발명하고 살아가는, 하지만 필요는 없어서 정작 제작은 하지 않는 이눅씨도 재밌었고
(진짜일까? 물론 진짜겠지?) 나무로 만든 지도. 눈을 감고
울퉁불퉁한 면을 만져 해안선을 따라가는 말도 안되는 지도.
때로는 공간을 바꾸는 것 만으로 모든게 바뀐다는 삼촌이 보낸 그 지도.

한줄한줄 문장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고, 나는 이 소설이 꽤 좋았다.

+++++++++++++++++++++++++++++++++++++++++++++++++++++++++++++++++

꽤 좋았다고 해놓고 실은 그렇지도 않았음.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악기들의 도서관'은 정말 꽤 좋다.
펭귄뉴스가 그랬듯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난해했던 요소들이 적절한 농담으로 대치되어서
때로는 쿡쿡, 때로는 낄낄, 지하철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오늘 아침에 읽은 '악기들의 도서관'이 굉장히 좋았는데,
예전에 보았던 영화 '원스'의 정경과 음악이 떠올라 둘이 부드럽게 융화되었다.

원스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둘이 악기점으로 들어가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악기들의 도서관 또한 공간적 배경이 악기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나보다.

하지만 단순히 '악기점'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같다는 사실외에도
'원스'의 억지스럽지 않았던 과정들-주인공들의 '사랑'이 아닌 '공명', 만남과 헤어짐, 그런 것들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겪는 여러 굴곡과 악기, 소리들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
영화와 소설의 물 흐르듯 흘러가는 '과정들'이 참 편안하고 보기 좋았다.

사고가 나고, 갑자기 일상이 정지되고, 회복되었다고는 해도 예전처럼 똑같이 되돌릴 수는 없고,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며 그저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반복되고,
어느날 갑자기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어 열중하며
새로운 '일상'이 다시 펼쳐지는 그 무수한 과정들.

나는 그래서 결국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악기점에서 소리에 열중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이
참 행복하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드라마같이 알기쉬운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이 외에 또 어떤 진실같은 해피엔딩이 있을 수 있겠어?
 
내 삶의 끝도 악기들의 도서관 같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조만간 원스를 다시 보고, 오늘 집에가면 노래를 MP3 플레이어에 넣어놔야겠다.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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