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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에 해당되는 글 2

  1. 2010.05.27 워킹 푸어2
  2. 2009.09.20 가난뱅이의 역습 & 아마추어의 반란
2010. 5. 27. 11:0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몇 년 전에 신문을 읽다가 '워킹푸어'라는 말을 봤다. 딱, 느낌이 왔다. 모른척 할 수 없었다.
여태까지 우리집이 그랬듯, 장래에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워킹푸어라는 말을 몰랐을 때 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러나 막연했던 사실과 현상과 불안에 드디어 구체적인 형태가 부여되었다.
시름시름 앓다가 병원에 가서 정확한 병명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2006년 NHK가 '워킹푸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NHK는 사람들이 정말 정말 안보는 채널이라ㅡ_ㅡ;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책의 소개가 의심스러웠지만,
'프리터'를 젊은 것들이 정규직으로 일하기 싫고 책임감이 없어서 대충 먹고 사려는 한심한 생활방식으로 여겼던
예전의 인식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다소' '바뀌어가고' 있나? 할 정도로
미미하게 변화하고 있다는게, 최근 몇 년 사이의 일본을 지켜보면서 느낀거다. 
 
그래도 일본이 워킹푸어, 워킹푸어 할 때 마다 코웃음쳤다.
더듬거리는 일본어와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의 외국인 노동자(=본인)가 하루에 12시간 노동을 일주일에 3~4번,
이삼일은 더러 7시간 정도만 일했고,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 많으면 이틀은 쉬었다.
이렇게 일주일을 열심히 일하다보면 한달에 17만엔~21만엔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5만5천엔 짜리 원룸에서 혼자 살면서 열달을 꼬박꼬박 일해서 60만엔을 모았다.
빚 없이 혼자 살기에는 충분했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한국 돈으로 환산해서) 2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 일본의 사회 구조가 부러웠다.

그래서 일본이 '워킹푸어'라고 말하며 '호들갑'을 떨 때 마다
"그래도 아직 너넨 사정이 한국보다 좋잖아! 버럭! 이것들이 또 오바하고 있네!!" 하며 심통이 났다.
2008년에 일본 다큐멘터리 '조난 프리터'를 볼 때까지만 해도
(주인공이 생각보다 비참해서 놀라긴 했지만) 아직 젊으니까 좀 더 열심히 하면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너가 잘 못하고 있는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일본인데, 에이, 하는 생각.

조난 프리터 감상문  http://alivehiro.tistory.com/entry/조난-프리터
다시 읽어보니까 식겁하다. 뭔가 사회가 잘못된 것 같긴 하데 니탓이 더 큰거 아냐?  딱 그 취지의 포스팅-_-;;;)
 
데 이번에 산 '워킹푸어'를 읽어보니 일본의 워킹푸어 현실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비참하고 훨씬 심각했다.
근근히라도 먹고 살 만한 건 대도시 뿐(그래도 도쿄에서 하는 무료급식 이용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단다),
가령 토호쿠(동북) 지방의 아키타 현에서는 폭설이 내렸을 때 형제 두 명이 집안에 갇혀서 '굶어죽고'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했던, 평생 열심히 일해온 중소기업의 사장은 자살을 했다.
시골에서는 하루에 잠을 세네 시간 밖에 못자고 일해도 20만엔에 훨씬 못미치는 돈을 벌게 되고,
부양해야할 가족이라도 있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빈곤의 악순환은 계속 된다.

게으르고, 부지런하지 못해서 이런 '결과'를 얻은게 아니다.

회사가 망하고, 돈을 벌어오던 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지고, 인과관계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빈곤과 노동이
어느날 갑자기 그들 삶을 담보로 횡포를 부리기 시작한다.

섬유 관련 영세& 중소 제조업체들이 촘촘히 얽혀서 수익을 창출했던 한 지역은
살아남기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업체들의 증가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나마 한 시간에 500엔을 주고 아침부터 밤까지 부리는 중국인 노동자 덕택에 아직도 필사적으로 일하는 업체들은
'불법'이긴 해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다.
중국에 모든 생산공정을 두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질좋은 의류를 만들고,
인건비를 대폭 삭감시킨 덕분에 저렴하기까지 한 유니크로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장 야나이씨는 이번에 일본 부호 1위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내가 지금도(바로 지금! 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순간에도) 입고 있는 유니크로의, 세일해서 19000원이었던 원피스는,
그런 영세 업체들이 중국에 일감을 빼앗긴 덕택에(?) 나올 수 있던 결과물인거다. 

(일본판 워킹푸어)


한국처럼 모든걸 사회탓으로 돌리려는 심보가 매우 강하고
남에게 싫은 행동을 좀 하는게 거리낌없는 나라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고 극도로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습성상,
지금처럼 워킹푸어가 일상용어로 널리 쓰이게 된 상황이 지속되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결말이란
'자살' 밖에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마저 들었다.(무서운 얘기다)

한국사람들이 소위 타인에게 '무례'하거나, 자기 감정을 있는 대로 표출해서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경향을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단점이 아니라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게 된 건 최근 일이년 전의 일인데,
일본 사람들이 '워킹푸어'에 관해서만은 한국 사람들처럼 '모든 걸 사회탓으로 돌리고' 밥 못먹어서 죽을 것
같으면 밥 좀 달라고 '남에게 싫은 행동을 좀 하는게' 어떨까 싶었다. 자기 힘이 딸릴 때도 있는데 너무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한다. 워킹푸어는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문제가 아닌데, 묵묵히 꾹 참고 있는 모양이
참 마음 아팠다. 답답했다.

(일본판 워킹푸어-해결을 위한 길-이라는 책도 나왔네)


개개인의 인생이란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지금의 처지란 너 자신이 살아온 여태까지의 인생의 결과라는 사고방식이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일본에서,
최근이라고는 해도 사회를 향해 빈곤과 노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정부에게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건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워낙에 미리 대비해야 성에 차는 족속들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난 프리터에서는 2007년, 하라주쿠에서 프리터와 워킹푸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약 2000명 모여
행진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다큐멘터리니까 물론 실제로 있었던거다).

얌전한 사람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동조차 안하는 것 처럼 보이는 묵직한 사회를 어떻게 들썩이게 만들지 너무 궁금하다.
부디, 잘 해결되면 좋겠다.
모든이들이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죽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일 만큼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공포스러웠던 이유 가장 큰 이유.
한국은 일본 시스템을 홀딱 베껴와서 사회를 굴렸으니 일어나는 문제도 비슷하다.
덕분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본이 겪고 내다버린 문제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물론 역사적인 맥락이나 문화적 특성이 다르다보니 똑같은 양상으로 발전하진 않지만,
뒷골이 서늘할 정도로 같은 길을 걷는다.
그러다보니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다보니 안좋은 일은 시간차를 두지 않고 동시에 겪는다.
일본보다 서민층의 저력과 수가 떨어지는 한국의 워킹푸어,  

부모님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내 미래의 얘기일 수 있다.

그래서 같이 주문하고 말았다.
4천원 인생.

아직 읽는 중이라, 다 읽는대로 정리.


+글이 너무 심심한 것 같아서 이미지를 찾다가, 88만원 세대가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존에 가니까 어떤 사람이 리뷰를 올렸는데

表紙は柔らかいが、中身は…原著の意図の曖昧さは翻訳作業でより分からなくなっている印象…。
韓国人にはありがちな書き方なのだが、門外漢の日本の若者…読んで欲しい対象にメッセージは届くのだろうか。
出版したことには評価…もっと翻訳しやすい本はなかったのかな…残念!

표지는 책 내용이 딱딱할 것 같지 않게 생겼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애매한 저자의 의도가 번역을 거쳐서 한층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인들이 대체로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건 알겠으나 이 사실을 모르는 일본의 젊은이들,
즉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메시지는 전해질것인가.
출판 사실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나 좀 더 번역하기 쉬운 책은 없었을까. 안타깝다.

뭐지?? 뭐야!! 韓国人にはありがちな書き方,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글의 방식!! 
아, 읽어보고 싶다. 읽고 뭐가 다른지 느끼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글의 방식'을 알고 있는거지? 
궁금하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9. 20. 11:52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딱 작년 이맘 때 쯤 스폰지에서 일본 인디 다큐 페스티벌을 했다.
나는 '조난 프리터'와 한 포크 가수의 콘서트(이름 생각 안남;;)를 보았고,
'아마추어의 반란'도 보고 싶다고 체크를 해놓았는데 결국 못보았음.
아마추어의 반란은 고엔지에 재활용 가게를 꾸려가며 선거를 치뤄낸다는
어쩌고 내용이었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가난뱅이의 역습'이란
책을 뒤적거리다 보니 바로 그 영화가 나오는게 아닌가...
보고 싶다고 체크한 영화는 바로바로 봅시다...OTL

8월 초 어느 다큐멘터리 방송에 손모델 비슷하게 협력(?)하러 가서
놓여있는 잡지를 뒤적거리던 중,
마츠모토 하지메씨의 인터뷰가 실려있어 읽다보니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구입을 했으니 늦어도 참 너무 늦네용.

책의 내용을 따지기 전에 한마디 불평을 해보자면
그림이 너무...사람 손 안가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최규석씨 죄송하지만...
책이 책이다 보니 귀엽고 깜찍한 그림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그림이 표지가 되느니 그냥 책 제목과 간략한 디자인으로 밀고나간게
책의 내용과 주제에 더욱 부합하는 건 아닌지.
11000원 주고 사기 너무 아까운 그림이었다. 다 읽은 지금도 거듭 생각함.
요즘 내용은 그대로인데 알록달록 표지만 바꿔서 두세번 출판,
책을 하나의 팬시 소품화 하는 경향도 문제지만
이건 좀 성의 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사고 두고두고 읽을 소비자의 마음에 먹구름을 뭉게뭉게...

어쨌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가난해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단순히 절약 운운하는게 아닌, 가난한 삶에 대한 정의와 접근법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몇년 전 부터 하류사회, 격차사회, 워킹푸어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빈부 격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 몇 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평민인 우리가 뼈빠지게 열심히 일해 손 안에 쥘 수 있는 건
결국 물질적 정신적 빈곤일 뿐.

그러므로 다들 그런 삶은 때려치우고! 돈 없어도 (나처럼) 잘 살 수 있으니
발상의 전환과 용기있는 행동으로 '없는 삶'에 임해보는 건 어떠셈?

이게 바로 화자가 우리에게 목청 높여 외치는 한 말씀 되겠다.

무식하게 용감한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실천해온 마츠모토씨의 수많은 일화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고,
이 책이 단순히 에세이(?) 자기계발서(?) 지침서(?)를 뛰어넘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근거로
'공동체적 삶'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조한혜정의 '다시, 마을이다'와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듯이
돈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부자들과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영세업자, 중소상인, 조직 말단의 일원인 개인들의 침몰하는 삶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공동체'에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면 너무 진부하지만 어쩌면 정말 그 방법 밖에는 없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끔 한다.   

대형 브랜드점 커피보다 소자본 창업 커피점을 애용하고,
대형 마트보다 동네 슈퍼에 장보기를 실천화해야한다는 구체적이고 소소한 주장은,
서로 돕고 사는 '넝쿨'과 같은 삶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거대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인간성을 지켜나가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절실한 외침이지 않을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돈 쓰는게 정말 낙이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서 나와 내 주변을 물건으로 휘감으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데,
한 번씩 대청소를 할 때 쓸어버리는 많은 물건들을 보면 참 허무해진다.
돈이 중요한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같은데,
돈 이외에도 중요한 게 있다는 건 더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 한 번 읽어보면 
내 삶 속 내 마음 속 보이지 않았던 것들, 가려졌던 것들이
현실이라는 장애물을 제치고 조금씩 제 주장을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마츠모토 하지메는 회사를 그만두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으니 우리에게 오라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왈, 기분 나쁘면 한 대 때릴 수 있다. 우린 엔터테이너가 아니다.

요는, 당신이 지금 삶에 회의를 느낀다면,
그거 말고도 살아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당신이 무언가 하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스스로 살아가돼 서로 의지하는 동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가난'을 추구할 배짱은 없지만
어려운 이념과 운동 얘기 재미없다고 날려버리며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그와 그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나도 무언가 진정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 자신과 자격이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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