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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에 해당되는 글 2

  1. 2010.10.13 성균관 스캔들을 보며
  2. 2009.10.04 두 사람
2010. 10. 13. 00:01 흥청망청/가벼운 수다
1. 성균관 스캔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 '잘금 4인방'의 애정전선+하지원씨 동생이라는 '나쁜 놈' 역활이 부르르 분노하는 장면+허허허하고 웃는 정조와 깔쌈한 정약용 선생+ 등등.
근데 정조로 나오시는 분이 허허허 하고 웃을 때 마다 내 가슴이 다 아려온다. 예전에 '조선왕 독살사건'(누가 왕을 죽였는가?로 바뀌었던가? 아니면 바뀌기 전 제목인가; 가물;;) 읽었을 때 제일 첫빠로 나온게 정조 독살'설'이었던 거 같은데,
아아. 정조가 조금이라도 개혁에 성공을 했더라면, 적어도 좀 더 살았더라면 마치 지금의 역사가 전부 뒤집어졌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거다. 지금 허허허허 하고 웃을 때가 아녜요, 곧 있음 죽으면서 흑흑흑 하며 연민을 잘금잘금 씹으며 정조에 대한 생각을 곱씹는다.

2. 내 그릇된 역사관은 그런거다. '정,순헌철고순~' 고랑 순은 일제 강점기니깐 넘기고, '순헌철'에서 배운거라곤 세도정치 뭐 그런거 밖에 기억안난다. 한국의 역사 교과서가 사실을 은폐한건지, 아님 그나마 순화해서, 덜 한심하게 기술한건지 알 도리가 없으나, 정조가 바통을 잘 넘겼으면 순헌철 시대가 좀 더 세련되고 '근대적'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그럼 흥선대원군이 문을 닫기 보다 오히려 그 전에 문을 열어제낀 인물이 나올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약용이 기나긴 유배생활을 하는대신 조선의 문을 화알짝 열었다면? 일본의 메이지유신보다, 료마가 사츠마랑 쵸슈를 화해시키고 말그대로 가버리기 전에 이미 활짝 열어버렸다면???

3. 뭐 역사에 만약이란 없는거니까 참 부질없는 짓인건 안다. 근데 만약에 그랬더라면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의 위치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게 내 망상이다. 문 미리 열고, 불평등 조약을 당하는게 아니라 일본으로 맺으러 가고, 뭐 그래서 우리가 일본을 식민지로 삼았다면, 뭐 그런 공상. 당시 식민지는 전 세계에 불어닥친 유행과도 같아서 세계의 흐름을 거스르는 공상은 어렵지만, 입장을 바꿔보는 정도는 가능하다. 물론 우리가 이런 굴곡진 현대사를 가지게 된 배경에는 때마침 냉전이란 것도 아주 크게 한몫했지만, 전쟁 한 번 못해봐서 배상금 지불에도 뭐라 할 수 없었던 우리네 처지에, 6.25 전쟁에, 제대로 전후처리랄까, 식민지 청산도 못한채 경제 성장을 향해 달려왔던 지금의 상황보다 훨 덜 복잡한 현대를, 나는 살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4. 순헌철 때 거짓말처럼 오르막길을 굴러온 느낌이라 정조가 조선의 왕이었을 그 시대가 참 안타깝다. 사실 내가 성균관 스캔들을 보면서 정조 생각을 하는 건 전체 60분 중 3분도 안되지만, 일본이 메이지 유신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문열었으면, 하는 공상과 긴밀히 연결된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음, 내 역사관은 역시 편협하달까, 평화적이지 않달까, 뭐 그렇다.
겸사겸사 정약용 책을 주문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사람이다. 영민한 사람. 목숨 부지를 자연스럽고 귀하게 한 사람. 읽어보고 더 좋아하게 될지 흐~응 하고 말지 아직은 모르겠다만, 어떤 의미로 '신기'에 가까운 감각을 가졌던 사람이 아닐까. 서학을 그렇게 알뜰살뜰 받아들이는거 하며.


6. 하고 떠들었는데 사실 내가 성균관 스캔들 보면서 내지르는 소리는 팔할이 이런거다.
"걸오!!!당장 고백해!! 쓰러뜨려! 그냥 가는거야!!!! " "유천아, 니가 그럼 안된다!" "박민영, 빨리 여자라고 말하지 못할까!!!!" 
그런 단말마에 가까운 외침 ㅡ_ㅡ;;

헬스장에서 달리면서 슬쩍 봤을 때도 잘생겼는데 드라마 보는 내내 잘생겨서 참 뉘집 자식인지 잘낳았네 그려~ 하며 감탄하는게 믹키유천이다. 주말에 집에서 그동안 안본 티비 허리 아프도록 뒹굴면서 보는 동안 성균관 스캔들 11,12화를 세번인가 봤다-_- 믹키유천이 넘 잘생겼고, 생각보다 송중기가 귀여웠으며, 걸오의 목소리가 멋있었기 때문이다. 흐하하하하. 어제 오늘 해서 다운받아서 앞에것도 다 봤다(제 돈 다 주고 받았음).

예전에 어느 남친이 자기 믹키유천 닮았다는 소리 들었다고 해서 내가 님 뭥미? 하고 코웃음쳤던 생각이 나는데 보면 볼수록 그 남친 생각도 절절하게 든다. 뭐...좀 닮은 거 같기도 하다, 헤어지지 말걸 그랬나...ㅋㅋㅋ 좀 더 얼굴 보고 살아볼껄ㅋㅋ 뭐 그런거 ㅋㅋ
이런 생각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거보면 나도 참 웃기지만- 여튼 믹키유천 탓이다. 너무 잘생겼다.

기자님친구가 성균관 스캔들을 훗 하고 비웃어서 내가 열심히 변호했는데 사실 좀 무안한 탓도 든다. 난 재밌게 보고 있지만 드라마적으로 탁월하다던가 새롭다던가... 오히려 그저 그렇다는 비난도 되받아치기 어려운 비슷한 설정의 반복이다. 이케멘 파라다이스, 얼마전에 했던 미남이시네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 '금지옥엽' 하하하하. 내가 장국영에게 포옥 빠져든 바로 그 영화!
근데 어쩌냐. 너무 재밌다. 중학생 때 이케멘 파라다이스(아름다운 그대에게)를 가슴 설레며 봤고, 고등학교 때 금지옥엽 보고 나서 장국영한테 환장했었다. 근데 10년이 다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재밌다. 걸오가, 날 죽여 ㅠ.ㅜ

유아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올 땐 가슴 설레다가 단정하게 묶으면 으음; 하는 것도 있는데 그래도 뭐 목소리가 참 좋다. 앤티크를 어떻게 봐야하나 고민중이다. 아! 역시 그때 바로 봤어야 하는데! 영화는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 잔뜩이고 뭘 보러가질 않아. 이 몸은 게다가 서양골동양과자점 만화책 소장하고 드라마 다 봤고 일년에 세네번은 꼭 복습하고 있는 몸인데! 
이미 넷북 배경은 '걸오'로 바꿔놨다. 유아인에게 설레기 보다는 진짜 '걸오' 역할에 설렌다. It's the 수컷! 하는 분위기.
예전이라면 송중기 역할을 더 좋아했을 거 같은데 걸오 쪽으로 빠지다니 역시 내가 나이를 든건가? 흑흑. 그래도 송중기는, 운동했다가 공부로 전향한 뒤 공부도 잘했다길래 곱상한 얼굴에 독할 거 같아서 괜시리 무서웠는데, 역할 참 잘 받았단 칭찬이 절로 나온다.

믹키유천도 잘하고 있다. 동방신기 끝물에는 좀 ハート弱そうでパッとしない찌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허그 때의 감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근데 주인공이긴 한데 역할 자체가 별 매력이 없다. 답답하다. 근데 믹키유천이 연기를 막 그렇게 못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선전하고 있어서 득보는 건 없지만 손해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드라마로 송중기랑 유아인이 나(를 포함한 수많은 여인네들)의 눈에 도장 콱 찍은걸로 봤을 때, 주인공으로 나와서 다른 역할보다 존재감이 덜한 거, 그런 걸 손해봤다고 하는거다, 하는 기자님친구의 말이 순간 절묘해서 할 말을 잃었지만,

믹키유천! 난 널 응원해! 끝까지 잘해라!!!!! 
posted by steadyoung
2009. 10. 4. 00:38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정약용의 보리타작을 살펴봅시다.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응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

그리고 이상의 권태.

(중략)
그들의 일생이 또한 이 벌판처럼 단조한 권태 일색으로 도포된 것이리라.
일할 때는 초록 벌판처럼 더워서 숨이 칵칵 막히게 싱거울 것이요,
일하지 않을 때에는 겨울 황원처럼 거칠고 구주레하고 싱거울 것이다.
그들에게는 흥분이 없다. (중략)
그들에게 희망이 있던가? 가을에 곡식이 익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희망이 아니다. 본능이다.
내일, 내일도 오늘 하던 계속의 일을 해야지.
이 끝없는 권태의 내일은 왜 이렇게 끝없이 있나?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을 생각할 줄 모른다.
간혹 그런 의혹이 전광과 같이 그들의 흉리를 스치는 일이 있어도
다음 순간 하루의 노역으로 말미암아 잠이 오고 만다. 그러니 농민은 참 불행하도다.
그럼-이 흉악한 권태를 자각할 줄 아는 나는 얼마나 행복된가.


정약용과 이상의 공통점을 굳이! 굳이! 뽑아보자면 
'시대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온 엘리트' 정도가 되겠다.
건축과 관계된 일을 해봤다는 점도 추가하자면 굳이 추가할 수 있겠다.

자기가 살던 시대에서 쉬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곱게 늙어갈 수 있었는데
카톨릭을 믿어서 탄핵을 당하고, 유배와 사직을 밥먹듯이 당해도 정조의 아낌없는
사랑속에 다양한(?) 직책을 경험했으며, 
기나긴 유배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참 많은 일을 하다 죽은 정약용과,

건축이라는 실용적인 일을 하다가 결핵이라는 당시의 불치병에 걸려 요양을 하며
본격적으로 문학의 세계에 뛰어들어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요절하고만 이상은

굳이 꼽아보자면 비슷한 점 몇 개 찾을 수 있으나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될만큼 다른 인생을 걸어온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근데 어느 날 언어영역을 다시 보며 재밌다고 느낀게, 바로 저 두 지문.

맛있게 밥 먹고 흥겹게 노래부르며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을 보며
저들이 참 즐겁게 생을 살고 있구나, 낙원이 멀리 있는게 아니구나,
내가 왜 그깟 벼슬자리에 맘을 흔들려했을까 반성하는 정약용의 모습은
'농민의 토지균점과 노동력에 의거한 수확의 공평한 분배, 노비제의 폐기' 등
그가 주장한 많은 실학사상과 농민을 위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참으로 마음이 훈훈해지는 아름다운 글이었다.

반면 이름도 작품도 포스 작렬하는 이상.
'날개'를 보면 이 사람 제 정신 아니구나, 
'오감도'를 보면 이 사람 역시 제 정신 아니구나.
거기에 나오는 아해들 얼굴이 마치 몽달귀신 같이 생겼을 것 같아서
야밤에 곱씹어보니 쫘악 닭살이 돋을 것만 같다.
그러다가 '거울' 이런거 보면 측은한 생각도 들고, 공감도 하는데
'권태'를 자세히 읽어보니 흔한 말로 '깼다' '대략 난감'했다.

그야 이상이 농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바랬다면 당근 거짓말일만큼
이상에 대해 깊게 생각해온 적도 없고-_-;
예전에 권태를 느끼는 행위야말로 풍파없는 노말한 삶이란 증거니
어떤 의미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터라 마지막 줄에 공감도 한다.
근데 글의 전체 분위기가 농민들의 고된 하루를 매우 깔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나의 과장된 해석이자 커다란 오해일까나.

남의 처지에 비추어 자신의 행복을 곱씹는 행위도 비겁하고,
당시에는 보다 일반적이었을 농민들의 삶과
보다 일반적이지 않았을 자신의 삶을 전면적으로 배치해서 느끼는게 고작 그거라니.
농민의 딸도 아닌데 기분이 씁쓸-허네.

물론 서민들, 농민들의 애환과 비극을 그린 많은 소설들과는 달리,
'개인'이라는 주제와 파괴적인 이야기,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던 실험정신은
장르의 다양성을 실천했다는 점과 함께 독보적이며 매우 훌륭하게 평가할 수 있지만,
아직도 다양성을 생활화하지 못하는 편협한 나는
그래도 좀 더 농민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줬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바람이 있나보다.

농민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전혀 다른 걸 생각했던 두 사람.
나는 그게 너무 흥미로웠다.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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