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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에 해당되는 글 3

  1. 2009.10.04 신촌 북오프 방문, 책 지름신 강림
  2. 2009.03.26 최악 - 오쿠다 히데오
  3. 2008.12.12 남쪽으로 튀어-오쿠다히데오
2009. 10. 4. 14:57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어제는 추석.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큰집가서 아점을 먹고,
추석연휴에도 영업을 한다는 신촌 북오프에 가보기로 결심.
요즘 원서는 요만큼도 안 읽고 있으니
책 좀 사서 공부겸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다.

서울역 북오프는 두 번 정도 가봤는데
신촌 북오프는 매장도 훨씬 널찍하고 물량도 더 많다는 얘길 들어서
기대 반 걱정 반 두근두근하며 갔다.
서울역 매장보다야 2배 정도 큰 것 같고, 무엇보다 신촌에 있다는 게 ㅠ.ㅜ
이리 좋을 수가 없다. 거리상으로도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울 뿐 아니라
책을 휙 보고 번화가에 있는 다른 가게도 구경하고
(이제 더 이상 서울 처자도, 대학생도 아니기에 신촌 홍대 이런데 한 번 나가면 환장)
제법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커피를 취향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좋다.

그래서 어제 평소같다면 휙 둘러보고 나갈 것을 
요리보고 저리봐서 심사숙고한 책들을 블로그에서 자랑해야겠어용.

1. 료마가 간다 1, 2 -시바 료타로


원래 8권이 완결인 장편소설, '료마가 간다'
일본의 대문호, 국민작가 등, 온갖 거창한 칭호를 마구 사용해줘도
아까울게 없을 정도로 사랑받는 작가 '시바 료타로'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이(라고 생각함) 바로 '료마가 간다'

사실 소설이 재밌다는 점도 있겠지만 '사카모토 료마'가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다는 점도 무시못할듯.
나는 식민지 시대의 원점이 바로 메이지 유신이라고 생각하는데 ㅠ.ㅜ
그 메이지 유신의 서막을 열어제낀 인물이 바로 사카모토 료마.
2004년 NHK 대하드라마 '신센구미'(신선조)에도 사카모토 료마(에구치 요스케)가
등장하는데, 드라마 속의 허구적인 모습-특히 어색한 사투리 ㅠ.ㅜ-을 쫙 빼고도
'세치 혀'(물론 더 많은 걸 이용했겠지만)로 두 번(사츠마&쵸슈)을 화해시키고,
 번과 막부가 동맹을(대정봉환)을 맺도록 주선(?)한 점은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으레 그 시대가 그랬던 것 처럼 젊은 나이에 암살로 죽음을 맞이한 점도
'난세의 영웅'답다면 답다. (그 시대에는 전부 자기가 맡은 소임이 끝난 후 고이
암살당하는 느낌이 든다-_-;)
여튼 남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해냈을 일을 휘리리릭 해내고 역사에서 사라진 것도
사카모토 료마를 우러러 보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오래오래 살아있었다면
뭘 더 해줬을까 싶은 기대가 있겠지, 일본인들은.
사카모토 료마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때 살짝 경로를 바꿔서 조선땅에 떨어졌다면,
그래서 일본의 메이지유신이 늦어지고 한국이 먼저 현명하게 개국을 했더라면,
식민지 시대 피해자의 아픔이 어쩌면 가해자의 반성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공상을.... 한 때 맨날 했다. 
(제국주의 나빠욤! 하기에는 너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즘이기에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 그리고 세계의 주역에 서고 싶다는 로망을 반영한다면
식민지 지배를 두고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게 비교적 현실적인 상상의 나래 아닌가 함) 

내년 NHK 대하 드라마에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사카모토 료마로 변신한다는 썰이
있던데 사실이얌? 코피 예약이야 이건!!     

여튼, 잡썰이 길어졌지만 그래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소설.
8권까지 다 사기에는 읽기도 전에 분량에 숨막힐까봐 2권까지만 구입했다.
한권에 무려 2000원. 북오프 사랑해용.


2. 오쿠다 히데오 방해자 상, 하


'쟈마'라고 써있는데 한국어 역으로는 '방해자'란다.
오쿠다 히데오는 늘 재밌게 읽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나에게 있어서
미야베 미유키에 이어 절대로 실패&실망하지 않는 작가이다.
이사카 코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이 뭥미? 싶은 작품도 가끔 있어서 늘 재밌다고 하기 좀 그런데
책장 넘어가는 속도와 내용을 견주어도 어느 하나 뒤떨어지지 않는 오쿠다 히데오.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공중그네'와 '인더풀'도 물론 좋지만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최악'에 더 하악하악 갈채를 보낸 사람이라면
'방해자'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3. 비트 다케시  '다케시의 20세기 일본사'&'모두 자기를 모른다'


영화에 관심이 있고, 그 중에서 일본영화, 특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트 다케시와 기타노 다케시가 동일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을 듯.
기타노 다케시 영화 좋아하는데 비트 다케시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은,
그럼 기타노 다케시가 원래 코메디언이라는 건 알고 계셨는지?
독설 만담 콤비로 아사쿠사- 나아가 텔레비전-그리고 일본을 주름잡았던 
기타노 다케시의 코메디언 시절(? 지금도 코메디언으로 활동하긴 하니까...)의 예명이
바로 비트 다케시이다. 콤비명 '투비트'.

현재 일본에서 와카테들이 한 수 접어주는 존재는 다운타운이지만, 다운타운이
뜨기 이전에 시마다 신스케 콤비(신스케류스케)가 있었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투비트. 투비트와 신스케류스케는 언뜻 시기가
겹치는데, 1980년 대 초중반이 바로 일본에서 '만담 붐'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그럼 여기서 혹시나 일본의 오와라이에 관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보다가
이것저것 주워들은게 많으신 착하신 어른분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 있겠다.
그럼 '더 드리프터즈'는요?
시무라 켄, 춤추는 대수사선의 와쿠상으로 유명한 이카리야 쵸스케,
요즘 한냐의 가와시마가 부지런히 흉내내는 나카모토 코지 등으로 구성된
드리프터즈는, 만담이 아니라 꽁트 그룹이기 때문에 누구 위에 누가 있고, 하는 계보에 끼워넣을 수 없다는 결론이예욤*^_^*

현재 타모리, 산마와 함께 일본 빅3로 불리는 비트 다케시는 
어쩌면 위험하고 또 보수적이라 꽤나 진부하게 느껴지는 시선으로
일본과 세계의 정세에 대해 독설 만담가 출신 답게 이 말씀 저 말씀 쓴소리를
부지런히 하고 계신데, 그런 책 시리즈 중 매우 흥미를 끄는 제목을 하고 있어서
고른게 바로 저 위의 책들.
한국에서도 위험한 일본학, 혹은 생각노트 등의 책이 번역출판되었는데
정말 딱! 기대치만큼 충족시켜줘서 흡족했다.  
사실 거기 있는 책 다 사고 싶었는데 꾹 참고 두 권만 골랐음...
어차피 비슷한 말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 이사카 코타로 모던타임즈!
 

엉엉. 내가 이 책 얼마나 읽고 싶었는데. 흑흑흑.
무려 원서가 27000원이 넘는 가격이라 차마 구입할 수 없었다 ㅠ.ㅜ
7월에 일본갔을 때 북오프에서도 못찾았음 ㅠ.ㅜ
문고본 나올 때가 언제인지 기약도 없음 ㅠ.ㅜ
했는데 두둥! 발견했다. 만원 정도 했다. 이건 두말할 것 없이 사줘야지!!! 
이 날 산 모든 책 들 중 '나를 위한 선물' 이라는 낯간지러운 멘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책 되겠다. 


5. 일본문화연구소 메즈메즈 교토


그림이란 참 신기하다. 요 그림체, 이 턱수염 외국인 아저씨는
분명 작년에 학교 도서관을 배회하다가 발견한 그림책(?)에서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하던, 그 아저씨 아닌가! 게다가 그 아저씨가 내 달링이라고 자랑하는
그림 그리는 아줌마...
킥킥 몇 분 정도 읽었던 책인데 그림이라 그런지 들춰보는 순간 뭔지 알았다는...
게다가 타이틀도 거창하다. 그때는 분명 내 달링은 외국인 이런거였는데
이번에는 '일본문화연구소'래...
쳇, 이유없는 질투를 뿡뿡 하면서도 교토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달래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 골랐다. 여태까지 고른 책들이 글만 빡빡하게 있는 책이라
그림도 있어야 책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6. 마츠오 스즈키  영원한 10분 지각


나는 이런 걸 월척이라고 부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3000원 코너에서 빛나고 있던
이 책을 단숨에 낚아챈 내 눈에 브라보~

특히 인상적인 '출연'작을 고르자면 맨하탄 러브스토리에서 도이가키,
인더풀에서 이라부(뚱땡이 의사-이 아저씬 하나도 안뚱뚱하지만) 등이 있겠다.
즉, 이 아저씬 연기를 하고, 실은 극본을 쓰며, 원래는 연출도 하는 그런 아저씨이다.
어떤 의미로 미타니 코키와 견줄 수 있음. '웃음'을 베이스로 삼고 또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어제 쓴 정약용&이상에 비하면 훨씬 풍부한 내용의 포스팅이 되겠군...ㅡ_ㅡ;)
더욱 잔가지가 풍부한 게 바로 마츠오 스즈키의 극단 '오또나케이카쿠(大人計画)'와
거기에 소속되어있는 '쿠도칸쿠로' 등인데, 주류 속의 비주류로 당당하게 사랑받는
이 집단과 인간들, 그들의 작품들을 한 줄 한 줄 언급하려면 포스팅을 시리즈로... 

여튼 그 아저씨가 이래저래 써댄 걸 긁어모아서 만든 책이란다.
날 어떻게 낄낄거리게 해줄지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흑흑


7.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떻게보면 이게 가장 생뚱맞은 구매인지 모르겠다. 가격도 젤 비쌌다. OTL
근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니, 귀 얇은 본인에게 가장 훌륭한 떡밥이지 않나.
그리고 료마가 간다에 비하면 너무너무 최근 책이다. 2008년 12월@_@
다양한 그림과 도표, 사진들이 나와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참고할 수 있는 부분,
공부가 되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았다. 현대문명의 헤택을 넙죽넙죽 받아먹고 사는
주제에 뭐 하나 아는게 없고, 홍보 관련된 수업 어느 하나도 듣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반(半)현대문명인으로서 앞으로의 프리랜서 서바이벌 시대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정보를 우적우적 씹어먹겠다는 일념으로 질렀다. 


8. 고미타로 어른 문제 


이틀 전에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고미타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어쩐 일로 알고 있었을까?
작년에 영화제 자원활동 통역하다 알게 되서 지금도 난데없이 전화하고 메일하는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일본의 한 무명ㅋㅋ감독(학생이 정확한 표기? ㅋㅋ)애가
나한테 추천해준 작가가 바로 '고미 타로' 이다.
실은 이 아저씨, 그림책 작가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을 그리는데 한국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아저씨라 많은 책들이 번역출판되었다.
나는 '바다 건너 저쪽'이라는 그림책을 읽어봤는데
그림의 구성, 색채, 그리고 내용이 사람을 참 두근두근하게 해서 친구가 추천해줄만
하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내가 산 책은 그림책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한 책도 아니다.   
어제 사자마자 커피점에서 그새를 못참고 읽어봤는데 아- 몇 번을 낄낄대고
감탄했는지 ㅠ.ㅜ 정말 나는 책을 너무 잘 사는 것 같아.
....ㅡ_ㅡ; 특히나 감동적인 멘트는 바로
'인생, 하고 싶은게 있다면 나름 무르기도 하지' 라는,
어설픈 번역으로 죄송한데 ㅠ.ㅜ 여튼 감동을 백배 먹었다.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9. 미타니 코키 평범한 생활


7월달 북오프에서 100엔 주고 산 미타니 코키의 엣세이가 너무도 감명 깊어서
또 그런 엣세이를 사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 내 눈은
브라보를 넘어서 완전 마법의 눈깔! 
구성도 표지도 너무 비슷해, 근데 다른 책이야 ㅠ.ㅜ 눈물이 날만큼 기뻤다.
나는 또 낄낄 웃을 수 있겠지. 지난 번 엣세이를 읽고 신센구미를 봤는데
(신센구미 대본쓸 때 썼던 엣세이라...)
이번엔 또 어떤 드라마, 영화가 땡길까? 두근두근.


이상, 책을 잔뜩 사고 커피를 홀짝 마신 뒤 옷을 최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데 온 몸 구석구구석 스며드는
행복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반백수(좋게 말해 프리랜서)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건 아직도 난제지만
그래도 내키는대로 사는 생활이란 정말 멋지다.

posted by steadyoung
2009. 3. 26. 16:12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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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 후 두 번 째 작품인 '최악'에는 자신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주변 상황에 떠밀려 악화의 일로를 걷는, 나아가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버블경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작은 철공소를 경영해왔던 카와타니 신지로는 버블이 끝남과 동시에 계속되는 경기침체 때문에 밤낮없이 일해도 현상유지가 그만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장이 자리잡은 곳이 전부 같은 직종의 동료들로 가득찼던 시절도 옛말, 바로 옆에 커다란 맨션이 세워지면서 밤낮없이 가동되는 기계소음에 불평을 늘어놓는 '이웃'들과의 마찰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뿐이다.

 알콜 중독에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는 어딘지 모르는 병원에 입원돼있고, 다른 남자를 만나 새 살림을 차린 어머니는 몇 달 집을 비운 사이에 행방이 묘연해졌다.
고향도 아닌 곳에서 파칭코와 소위 '삥 뜯기'로 그 어느 누구와 말을 주고 받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무라 카즈야는 거물 야쿠자를 꿈꾸는 나카다와 함께 공장에서 토루엔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은행에 취직한 미도리는 철도 건너 편의 철공소를 바라보며 자신이 저런 노동자들과 달리 도내 커다란 은행에 취업해 일을 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매일 똑같이 남의 돈을 세는 획일적인 업무에 지루함과 권태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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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만들어진 '최악'의 한 장면)


 이 세명의 등장 인물이 저 마다의 사건을 발전시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얼핏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 세명은 노무라 카즈야가 메구미와 은행을 털기 위해, 카와타니가 맡긴 돈을 돌려받기 위해, 미도리의 직장인 은행에서 마주치고, 셋은 도주 중의 대립과 갈등 끝에 기묘한 유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결말이야말로 소설 전반을 지켜본 독자들에게 그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타개할 가장 효율적인, 그리고 유일한 방법임을 알리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책은 오쿠다 히데오가 여태껏 그려왔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다.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싼 현대사회의 모순에 불안해하고 갈등을 느끼는 구조는 공중그네나 인더풀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야쿠자가 등장해 범죄와 얽히는 소설로는 한밤중의 행진을 들 수 있다. 나리미야 히로키를 주연으로 내세워 최근 영화화된 라라피포 역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을 때의 대처방식을 다양한 인물의 얽히는 과정속에 그려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속도감이 느껴지는 빠른 전개와 짧고 시원시원한 문체로 써내려간 소설 '최악'이 여태까지의 소설과 다른 점을 꼽자면 '현대사회의 모순'을 좀 더 뚜렷하게 부곽시켰다는 것이다.

 철공소의 카와타니 신지로를 통해 도요타 자동차가 전 세계에 그 이름을 드높인 도요타 생산 방식, 이름하여 간판방식의 효율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수많은 이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지 , 그들의 막막한 현재와 미래를 보장해주는 그 무엇도 없는 상태에서 그들이 마주치는 절망의 벽이 어떠한 모양새를 갖는지를 꼼꼼하게 그려낸다.
 갈수록 증가하는 청소년 범죄의 배경으로 불우한 가정환경과 사회의 냉담함을 꼽은 오쿠다 히데오는 노무라 카즈야를 통해 젊음 이외에 달리 내세울 것이 없는 고독한 젊은이들의 방황과 고충을 나타냈다.
 
 이 모든 인물들과 사건의 주요 배경이 되는 장소가 일본의 '은행'이다. 사원들에게 일체감과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는 은행이란 커다란 집단의 남성중심적이고 폐쇄적인 일면을 미도리의 성폭행 미수 사건을 빌어 고발한다.
 큰 은행이 중소기업에게 행하는 이기적인 횡포와 성숙하지 못한 남성들의 집단 내 파벌 문제 등을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 신랄하게 써내려간 이번 소설은, 독자들의 계속적인 흥미를 유발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작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오락적 기능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사회적 고발성이 강한 작품이라고 하긴 어렵고, 이 모든 일의 책임을 사회로 돌리기 보다는 결단력이 약하고 옳지 못한 행동과 잘못을 시정하려는 태도에 무감각한 주인공들의 일면에 부과하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박력있는 범죄소설, 판타지, 사회소설, 나오키 상을 수상한 코믹한 닥터 이라부 시리즈 등 폭넓은 소설세계로 널리 알려진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문예춘추 작가 소개에서 발췌) 인 그가 대중성과 사회적 의의를 동시에 거머쥐는 가장 훌륭한 타협점을 찾아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그의 소설을 사랑해 마지 않는 독자들과 재밌는 소설을 찾는 대중들에게 오히려 무척 고마운 선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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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혀 다른 '최악'이란 책인데 표지가 너무 잘 어울려서 붙여봤다)


++++++++++++++++++++++++++++++++++++++++++++++++++++++++++++++++++++++++++++++++++++++++++++++++

잘난 척 하면서 써봤다.
다시 읽어보면 고쳐야할 점이 수두룩하겠지...

어쨌든 오쿠다 히데오의 최악을 찾아 들어오신 분들, 참고해주세요~
저는 정말 재밌게 읽었답니다.
아무리 문고본이래도 너무 두꺼워서 지하철에서 읽는데는 손목이 꽤 아팠지만...훌렁 읽어버렸어요.

술술 읽히지만 한 번 쓰윽 읽고 끝날 뿐, 다시 되새기면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미 면에서는 뭘 사든 실패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posted by steadyoung
2008. 12. 12. 03:30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오랜만에 미야베 미유키가 아닌 작가의 책을 읽었음.ㅡㅡ^

공중그네, 인더풀, 한밤중의 행진을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작가, 오쿠다 히데오.
짧고 간결한 문체와 독특한 인물들이 인상적인 소설을 쓴다.
그러고보니 세 권을 연달아 읽어서 잠시 쉬어야겠다고 놓은 작가인데
오랜만에 다시 읽었네~



일단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위의 세권도 빨리 읽었지만 남쪽으로 튀어는
두 권을 한자리에서 다 봤다;;
뒤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나중에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다고 자신을 설득한 후
두세줄 씩 마구 건너뛰고 읽었음.
도무지 책을 놓을 타이밍이란게 없다!!!!
개인적으로 오키나와에 흥미가 있어서 더욱 끌렸던 듯.

꽤 오래전이지만 일본도 학생운동이 한창일 때가 있었다.
상실의 시대를 읽으신 분들은 책에 묘사된 학교 분위기를 떠올리면 좋을 듯.
사회와 무관하게 보이는 젊은이들의 청춘애로물에 불과하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시대는 학생운동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지닌 소설이라 본인은 생각함.
여튼, 그 시대를 지나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학생운동에 몸을 담궜던 걸로 보이는 아빠와 엄마 밑에서 평화롭게(?) 자란 지로는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알 수 없는 상황전개와 가쓰의 괴롭힘에 방황한다.
주인공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으로 설정하고 거기에 책의 흐름을 맡겼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용.
사실 그런 게 뭐든 독자들은 상관없는데 괜히 어려운 이야기를 잔뜩 써서
머리 아프게 할 필요 없다는 철저한 계산이 돋보였던 장치라 생각된다.
아빠가 뭐라뭐라 말하면 "난 초등학생이이니까 그런거 몰라! 몰라도 돼!!"로
배째라는 태도를 보여주는 지로. 독자들도 실은 "난 그런거 몰라!!"를 외치고 있을테다.

그리고 결국 도쿄를 떠나는 지로 가족들은 오키나와의 어느 섬에 정착하는데(2권)
이게 또 너무 재밌단 말이지ㅠ.ㅜ

오키나와는 일본의 하와이로 불리며 '꿈의 섬'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의 바다, 무공해 자연
어쩌구저쩌구하는 문구들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실은 한반도 저리가라 싶은 서글픈 역사를 자랑(?)하는 섬이다.
류큐왕국은 결국 메이지유신 이후 본토에 오키나와를 넘겨주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본토에는 요만큼의 피해도 입지 않았던 일본을 대신해
(히로시마랑 나가사키 원폭은 예외적 성격이라 일단 패스)
미국의 공격과 본토의 나몰라라 정책 및 차별에 무고한 민간인들이 대량 살상당하는
'한'이 어린 땅이란 말이다~
지금도 미군기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철수 및
미군들이 저지르는 범죄(우리나라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를 놓고 끊임없는 운동을
벌이고 있음.

오키나와 주변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산재해있는데
지로 가족은 그 중 하나를 택해 들어가게 되고
자연과 친절한 주민들을 벗삼아 조용히 살아가려던 지로네 아버지를
또다시 건드리고 마는 리조트 건설업자+이들과 결탁한 의원, 등장!
다시금 전투(?)가 펼쳐진다.

내가 참 가슴이 아려왔던 건,
류큐왕국도 결국 누군가의 지배를 받게 되는 입장이었지만
그런 류큐왕국도 그 주변 섬들을 지배하려 했다는 사실.
오키나와 사람들이 흔히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라 류큐인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물론 요즘 젊은이들은 오키나와는 일본에 속해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 주변 섬들 사람도 독립적인 입장에 있고 싶어 했다는 것에-
지배와 피지배의 순환과 맞물림을 보며 아~ 귀찮아~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섬 주민들의 인간미와 살아 숨쉬는 자연도 커다란 매력이었지만
역시 이런 지배-피지배의 맞물림속의 인간의 분투가 주는 허망함-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는 세력다툼,
자연과 리조트의 싸움(이건 실제로 많이 있는 일이고, 오키나와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
등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시선으로 편성된다는 것 자체가 주제의식과 직결됨.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이 생각났다.
미국과 헌법9조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는(?) 소설- 다 읽긴 했지만 별로 재미없었다..
무거운 이야기를 소설로 풀려는 시도는 유혹적인 만큼 위험해서-
재미가 사라질 각오를 해야하는데- 거기에 가장 부합했던 책이지 않았나 ㅠ.ㅜ
(이사카 코타로는 무척 좋아하는 작가임!!)
그러나 오쿠다히데오의 이번 책은, 역시 구멍이 송송 뚫린 부분도(무리한 부분)도 꽤
있었지만 소설의 즐거움을 유지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했다는 점에
저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갈채를 주고 싶어용~



일본판 제목은 <사우스바운드> 파란 하늘 아래 시사가 인상적인 표지이군요.



오키나와 갔을 때 길가에 전시된 시사- 공예품들.
강렬한 색채와 귀여운 표정이 인상적이죠~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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