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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3.26 최악 - 오쿠다 히데오
2009. 3. 26. 16:12 흥미만만/마음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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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 후 두 번 째 작품인 '최악'에는 자신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주변 상황에 떠밀려 악화의 일로를 걷는, 나아가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버블경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작은 철공소를 경영해왔던 카와타니 신지로는 버블이 끝남과 동시에 계속되는 경기침체 때문에 밤낮없이 일해도 현상유지가 그만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장이 자리잡은 곳이 전부 같은 직종의 동료들로 가득찼던 시절도 옛말, 바로 옆에 커다란 맨션이 세워지면서 밤낮없이 가동되는 기계소음에 불평을 늘어놓는 '이웃'들과의 마찰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뿐이다.

 알콜 중독에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는 어딘지 모르는 병원에 입원돼있고, 다른 남자를 만나 새 살림을 차린 어머니는 몇 달 집을 비운 사이에 행방이 묘연해졌다.
고향도 아닌 곳에서 파칭코와 소위 '삥 뜯기'로 그 어느 누구와 말을 주고 받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무라 카즈야는 거물 야쿠자를 꿈꾸는 나카다와 함께 공장에서 토루엔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은행에 취직한 미도리는 철도 건너 편의 철공소를 바라보며 자신이 저런 노동자들과 달리 도내 커다란 은행에 취업해 일을 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매일 똑같이 남의 돈을 세는 획일적인 업무에 지루함과 권태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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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만들어진 '최악'의 한 장면)


 이 세명의 등장 인물이 저 마다의 사건을 발전시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얼핏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 세명은 노무라 카즈야가 메구미와 은행을 털기 위해, 카와타니가 맡긴 돈을 돌려받기 위해, 미도리의 직장인 은행에서 마주치고, 셋은 도주 중의 대립과 갈등 끝에 기묘한 유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결말이야말로 소설 전반을 지켜본 독자들에게 그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타개할 가장 효율적인, 그리고 유일한 방법임을 알리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책은 오쿠다 히데오가 여태껏 그려왔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다.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싼 현대사회의 모순에 불안해하고 갈등을 느끼는 구조는 공중그네나 인더풀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야쿠자가 등장해 범죄와 얽히는 소설로는 한밤중의 행진을 들 수 있다. 나리미야 히로키를 주연으로 내세워 최근 영화화된 라라피포 역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을 때의 대처방식을 다양한 인물의 얽히는 과정속에 그려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속도감이 느껴지는 빠른 전개와 짧고 시원시원한 문체로 써내려간 소설 '최악'이 여태까지의 소설과 다른 점을 꼽자면 '현대사회의 모순'을 좀 더 뚜렷하게 부곽시켰다는 것이다.

 철공소의 카와타니 신지로를 통해 도요타 자동차가 전 세계에 그 이름을 드높인 도요타 생산 방식, 이름하여 간판방식의 효율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수많은 이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지 , 그들의 막막한 현재와 미래를 보장해주는 그 무엇도 없는 상태에서 그들이 마주치는 절망의 벽이 어떠한 모양새를 갖는지를 꼼꼼하게 그려낸다.
 갈수록 증가하는 청소년 범죄의 배경으로 불우한 가정환경과 사회의 냉담함을 꼽은 오쿠다 히데오는 노무라 카즈야를 통해 젊음 이외에 달리 내세울 것이 없는 고독한 젊은이들의 방황과 고충을 나타냈다.
 
 이 모든 인물들과 사건의 주요 배경이 되는 장소가 일본의 '은행'이다. 사원들에게 일체감과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는 은행이란 커다란 집단의 남성중심적이고 폐쇄적인 일면을 미도리의 성폭행 미수 사건을 빌어 고발한다.
 큰 은행이 중소기업에게 행하는 이기적인 횡포와 성숙하지 못한 남성들의 집단 내 파벌 문제 등을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 신랄하게 써내려간 이번 소설은, 독자들의 계속적인 흥미를 유발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작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오락적 기능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사회적 고발성이 강한 작품이라고 하긴 어렵고, 이 모든 일의 책임을 사회로 돌리기 보다는 결단력이 약하고 옳지 못한 행동과 잘못을 시정하려는 태도에 무감각한 주인공들의 일면에 부과하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박력있는 범죄소설, 판타지, 사회소설, 나오키 상을 수상한 코믹한 닥터 이라부 시리즈 등 폭넓은 소설세계로 널리 알려진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문예춘추 작가 소개에서 발췌) 인 그가 대중성과 사회적 의의를 동시에 거머쥐는 가장 훌륭한 타협점을 찾아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그의 소설을 사랑해 마지 않는 독자들과 재밌는 소설을 찾는 대중들에게 오히려 무척 고마운 선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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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혀 다른 '최악'이란 책인데 표지가 너무 잘 어울려서 붙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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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 하면서 써봤다.
다시 읽어보면 고쳐야할 점이 수두룩하겠지...

어쨌든 오쿠다 히데오의 최악을 찾아 들어오신 분들, 참고해주세요~
저는 정말 재밌게 읽었답니다.
아무리 문고본이래도 너무 두꺼워서 지하철에서 읽는데는 손목이 꽤 아팠지만...훌렁 읽어버렸어요.

술술 읽히지만 한 번 쓰윽 읽고 끝날 뿐, 다시 되새기면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미 면에서는 뭘 사든 실패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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