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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7.15 균형
2008. 7. 15. 01:37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지난 주 월요일 오랜만에 B를 만나 술을 마셨다. 정치오타쿠 B는 언론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때 우리는 어른을 흉내낸 유치한 허영심과 무엇하나 진미를 내지 않는 설익은 고민을
   품고 있었고 형체도 없던 꿈을 빌미로 어설픈 방황을 했다.
   발밑을 적셔오던 현실의 차가움을 서서히 느끼고 있었던 무렵이었다.
   여고생치고 참 귀엽지 않게 살았다. 좀 더 움직였더라면 미래는 달라졌을까? 좋던 나쁘던. 궁금.
   
   우리는 오랜만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는데 동의했다. B와 달리 나는 아직도 진로가 명확치 않다.
   하지만 변명하는 것도 그만두고, 이번에야 말로 솔직하게 가보자고 얘기했다.
   물론 후반부에서는 취해서 꺄-꺄- 했을 뿐이라 그리 진지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 때랑은 달라야 하지 않겠냐고 자신을, 혹 서로를, 타일렀다.

   B니까 물어볼 수 있는 일들, B답게 훤히 꿰고 있는 그쪽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조중동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신문이 객관적이란 말, 믿지 않는다.
   현장에 있는 건 다름아닌 '진실'이겠지만 나는 내 눈으로 그걸 보고 너는 니눈으로 그걸 본다.
   즉, 하나의 진실을 두고 무수한 해석들이 존재하는 거다. 그 진실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존재란
   적어도 두발달린 생각하는 동물에겐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결국 자기가 할 말을 조리있게
   정리해서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하는 수준이 기껏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인거다.
   그러니까 자기의 의견은 힘있게 밀어부치는게 상책이다.
   조중동이 하는거나 한겨례,경향이 하는거나 하는 행동의 성질자체는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한 사안에 대한 하나의 의견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세개의 신문이
   동시에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공간에서 "아니예요!"를 외치는 목소리,
   모두에게 들리기는 하는걸까?
 
   즉 나는 문제의 핵심은 '균형'에 있는 거라고 보는거다. 반대로 한겨레,경향,또뭐, 이렇게 삼사의
   목소리가 조중동 비율로 커지면 그것도 문제가 되는거다. (물론 이런 일,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건 조중동에서 둘 정도 없어지고 하나는 여지껏 해온대로 신나게 하면 된다는 건데
  (물론 이런 일도, 없을테지;;;) 그러자 친구가 지인이 왜 한국인들은 이리도 '균형'에 집착하는건지
   궁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야 당연히 균형이 가장 올바른 상태니까!!!!하고 다소 수학적 개념으로 균형은 미다 어쩌구 해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겠지...단순히 나의 계급성이 조중동이 대표해주는 계급이 아니니까
   균형을 빙자해서 기득권 좀 나눠달라는 요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시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현실은 가혹하기 그지 없는 것이라 모두가 평등하게 권력을 누리는
   일 따위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인류 역사를 기원 전부터 살펴봐도 계급이란 없어도 만들어지는 일종의 '본성의 발견'에
   해당된다는 굉장히 비약적인 의견을 늘어놓는 것도 내 자유지만
   아무리 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주장을 한다 해도 모두를 설득하려면 공익이 걸려있다는
   아름다운 뻥을 쳐야한다고 친구가 말했기에 나름대로 답을 찾아봤다.

   그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당신이 디카를 사려고 하는데 갖고 있는 팜플렛에는 삼성 것만 실려있다.
   게다가 선전문구가 가득 써있고 단순한 사양만 기본명시 해놓았을 뿐,
   단점에 대해서는 적혀있지 않다. 다른 팜플렛도 마찬가지. 어라? 분명 디카를 만드는 회사는
   더 있었는데 이것 밖에 없어? 라고 생각하겠지. 근데 그건 만드는 회사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때야 가능한 이야기, 애초에 인터넷이 안되는 집 밖 반경 5km이내에 삼성 팜플렛 밖에
   없을 경우 어쩌면 당신은 디카에 대한 지식을 지닌 인간을 만나지 않는 한 디카는 오로지 삼성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거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 않겠나? (물론 억지스런 비유-알고 있음;)
  
   삼성 팜플렛이 있는 자리에 올림푸스나 니콘, 캐논, 소니, 산요, 펜탁스 등등의 팜플렛도 놓여있고
   옆에는 여러가지를 사용한 후기와 각각의 장단점을 논한 소책자들도 같이 놓여있으면
   당신은 그것들을 몇몇 집어들어 집에와서 비교해 보면서 드디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정이 삼성이라면, 그건 일단 타인이 뭐라고 할 수 없는 존중받을 선택이다.
   삼성 밖에 없어서 산 거랑 결국 삼성을 고른 거랑은, 한 보 백만 킬로의 오십보백보 차이쟝-  
 
   물론 나처럼 선배에게 부탁해서 대충 아무거나 샀던 ㅡㅡ^ 인간이 들 비유는 아니지만 요는
   되도록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과정에서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정보를 멋대로 잘라버리는
   횡포 때문에 잘못된 거다. 아무도 나의 결정권에 허튼 영향을 끼치게 하지 않겠어!!! 라는 대단한
   각오가 없는 이상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 중 아무거나 보게 되고 그걸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니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야. 근데 (내가 그랬듯이) 신문 읽는 것도 귀찮은데 그걸 일일히 다른 거랑
   비교하고 거기에 또 이런 저런 사람들이 내던지는 칼럼들도 줏어먹어야 하니까.
   그냥 다 필요없고 나는 띵까띵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요즘처럼 [난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일본인들이 부러운 적도 처음이다.
   너네는 꿍시렁대도 관료들이 착착 일 해주잖아! 정경유착에도 레벨이 있다!!! ㅡㅡ^
  싫어도 지켜봐야하는 요즘같은 세태가 좋은지 나쁜지 ㅡㅡ^ 그래도 아직은 어린 나는 잘 모르겠다.
 
  자기의 색을 주장하는 건 좋지만, 덩치 큰 사람들이 손잡고 똑같은 소리 말하는 건 아무리 봐도
  페어플래이가 아니잖아. 갖고 있는 딱 반을 옆 사람에게 주라는 건 아니니까 조금은 다른 신문사랑
  방향이 다른 이야기, 해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균형이란, 이룰 수 없기에 동경하는 덕목이란 말이지. 흐음.
  
posted by 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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