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teadyoung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낸시랭'에 해당되는 글 1

  1. 2009.12.31 '섹스'를 둘러싼 싸움 (2) -낸시랭과 아오이소라
2009. 12. 31. 15:42 흥청망청/가벼운 수다

얼마 전에 지식e 시즌5를 샀다.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출간된 걸 보고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오프라인 서점에서 흘낏흘낏 보다가 결국 사서 다 읽었다.
이번 지식e 시즌 5는 여타 4권까지의 책들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바로 '인터뷰'가 실려있다는 건데,
지식e가 선호하는 인물들은 그 자체만으로 큰 의의가 있고 인터뷰를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때문에 전체적인 구성-시즌4까지 이어졌던-이 흐트러진 건 조금 불만이다.
도입부에서 관심을 끌만한 멘트를 던지고, 다음 장으로 넘기면 그에 대한 구체적이며 간결한 설명이 나와있는게
딱 좋아서 맘에 들었던 건데, 시즌5는 두큰두큰 읽고나서 다음 장으로 넘기니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커녕
마무리도 안짓고 다음 화제로 넘어가서 김샌게 벌써 몇 번째.
인터뷰를 하고 싶었으면 번외편 정도로 만들어서 하면 좋았을텐데...시즌6은 원래대로 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인터뷰에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혹은 싸우는, 혹은 활약하는 이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교육에 의존해서 먹고 사는 입장 때문인지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대안이 될 거라는 신해철씨의
의견은 매우 구미가 당겼고, 용산 참사 유족의 인터뷰는 나의 무관심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지식e를 읽는게 맞는건가 의심스러웠던 인물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낸시랭.


강심장에서 솔비가 대체 누구냐고 물어서 화제가 되었다는데, 이건 참 심오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낸시랭'이란 이름을 몰라서 던질 수도 있는 질문임과 동시에 이름은 아는데 넌 그래서 도대체 뭐냐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니, 그녀가 '혜성'처럼 등장해 네티즌들을 소위 '낚이게 만든' 이래로
그녀의 정체 및 정체성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그래서 지식e는 솔직하게 인터뷰 초반에 묻는다. 넌 뭐냐, 하고.
그랬더니 팝아티스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서 나 자체가 작품이오! 라는 선언.


낸시랭이 화제가 되었을 당시의 나는 아트적인 분야에 별 관심이 없어서(지금도 없구나~) 그녀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잘 몰랐다. 단지 재능도 돈도 명예도 없는 사람이 대중에게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예술이란 허울을 뒤집어쓰고
자신을 상품화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처럼 보여서, 참 애처롭고 하찮은 인간이구나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싫다고 생각했던건데, 아트적인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친구는 낸시랭 얘기를 꺼내면서 
거대한 똥을 있는 힘껏 밟아서 온 몸에 튄 것 같은 표정으로 너무 싫다고 말했다. 그게 몇년전 이야기.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읽고 김제동씨 어머니는 가식도 십년이면 예의로 봐준다고 하셨다던데,
그렇게 소위 '깝치는 것도' 이정도면,'아트'까지는 아니어도 하나의 퍼포먼스로 보고 존재를 인정해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상한 척 하는 일부 평론가나 비평가들 보다는 자본과 대중(의 관심)의 중요성을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그녀의 발언은 속이 시원하기까지 하니, 대놓고 솔직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예술이라고 어려운 척 안하고
이런 저런 행위를 하는 건 귀엽게 봐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든 뭐든 구설수에 오르는 말들을 자주 뱉어내는 걸 보면 영악한 계집애 근성보다는
정말 그저 솔직하고 귀여운 사람일 거라는 생각마저 드니, 내 마음이 한층 더 커진걸까 이건???)

자기한테 쏟아지는 악평과 네티즌들의 악플, 사람들의 너 뭥미? 하는 무시까지 
자신에 대한 관심이라 너무 고맙다고 말하는 것도 허세 같이 보이지만,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고 주변 어느 곳에도 낸시랭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어보이는데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일파만파 매스컴의 먹이가 되는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악의)넘치는 관심이야 말로 
그녀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란 걸 자기 자신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결국 인터뷰를 다 읽고, 이래저래 곱씹어도 낸시랭을 비호감->호감으로 랭크 업 시킬 수 없었던 이유,
그건 그녀의 섹스어필할 뿐이지 섹스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인터뷰 중의 문장 때문이었다.

난 일본 그라비아돌보다 AV여배우 쪽에 더 호감이 가는데,
그녀들은 '섹스어필할 뿐이지 섹스를 표현하는 건 아닌' 그라비아돌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호시노 아키처럼 직업정신으로 무장된 그라비아 걸은 예외+_+)
왜지? 섹스어필과 섹스는 비키니를 벗냐 안벗냐, 남자와 얽히냐 안얽히냐의 차이일뿐 
의미하는 바와 지향점은 결국 같은데, 뭇 남성들의 눈요기를 자처하면서 나름대로 대접받는 그라비아돌과 달리
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서 적극적으로 섹스를 표현했는데 바로 그 사회에게 대놓고 무시받는 AV 여배우들을 보면
불공평한 처우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들도 다 할꺼면서 짐승보듯 AV를 껄끄러워하는 여자들도 밥맛없고
자기들도 다 봤으면서 사회적으로 여성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남자들도 재수없다.

물론 rape당하는 식의 연출이 성범죄를 조장한다는 사회학적 비판에 논리적으로 따박따박 대답할 능력은 못되지만,
성범죄에 대한 혹독한 처벌도 만들어두지 않고 돈받고 직업적으로 연출하는 여성분들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쫌, 쫌 그렇지 않나??  성범죄를 조장하는 건 무른 처벌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한없이 당당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프로정신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며
AV 여배우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아오이 소라에 비교하면 
그라비아 사진 찍어놓고 섹스어필할 뿐 섹스를 표현하고 있진 않다-는 말은, 본인이 작품임을 선언한
전장의 기개에 비하면 참 못난 주장이다. 예술가답게 온몸을 던져 섹스를 표현할 마음은 없는건가??
왜 섹스어필할 뿐 섹스를 표현하진 않는걸까???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게 일이지만, 상한선은 지키겠다는 건가?
그건 연예인들이 화보에서 열심히 포즈를 취하는 것과 과연 뭐가 다른걸까.

그래놓고 전 성에 대해 보수적이예요, 하는 문장은 또 뭐람.
기왕 섹스어필 할꺼 성에 대해 완전 개방적이고 초 문란해요 하고 화끈하게 선언 한 번 해주면 호감도 급상승인데.
이 뭐야 김새게.

결국 섹스어필해서 주목받고 이름은 널리 떨치고 싶으나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건 사절이라는,
영악한 심보가 매우 거슬린다.


나의 괜한 관심이, 낸시랭에게 새로운 자양분이 되어 이번에는 제발 공감도 하고 호감도 가질 수 있는 걸,
해달라고요오오오오오오


 


 

 



posted by steadyoung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