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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19. 17:56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월드비전에서 한 아동을 후원한지 5년이 됐다.
오늘 5주년 감사선물이라고 세계지도가 왔다.
5년이라... 길다.

하긴, 지난 주에 온 후원아동의 사진에서 이제 언뜻 여자아이 같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이 좀 이상한데... 후원을 시작할 때 사진을 보고 당연히 남자아이라고 생각했고, 작년에 온 사진도 여전히 그랬다;; 그런데 이제 딱 보면 여자애같으니 참, 시간이 빨리도 흘렀다.

2006년이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 전이란게 놀랍고, 그냥 신청하고 자동 이체 신청해놓고 냅뒀을 뿐인데 어쨌든 학교도 다니고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뭐랄까... 내가 후원을 해주고 있으니 고맙게 여겨! 라는 맘은 일절 없다. 평소에도 잊고 지내다가;;; 성장 보고서가 올 때 마다 아 이렇게 또 일년이 지났구나, 하고 놀랄 뿐. 내가 누군지 몰라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내 신상에 대한 뭔가를 알리거나 편지 같은 걸 쓴 적이 없다. (쓰는게 좋은걸까?) 그냥 지구상에 어느 나라에서 약간의 돈으로 자기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야겠다고 맘 먹은 사람이 한 명 있으니 잘 자라서 자립했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똑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건 일단 바라는게 있다는 건가? ㅎㅎ

근데 사람 맘이 요상한게, 일년 마다 성장 보고서가 사진과 함께 올 때 무슨 말도 안되는, 거 참 성의없는ㅋㅋ;; 그림이 딸려온다. 지난 주에 온 건 그림이라기 보다 펜을 위 아래로 두 번 그은 거 같은ㅋㅋ 그런 거 보면 솔직히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기왕 보낼꺼면 좀 더 그리지... 뭐 이런거? ㅎㅎ 에구. 내 맘 속에 고맙게 여겨 달라는 심보가 조금은 있는건가...;;; 다 버리고 싶다.

딱히 좋은 일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술자리에 내는 돈으로 누군가가 깨끗한 물을 마시고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뭐, 좋은 거 같아서 신청한거고. 사회인이 되면 한 명 더 늘려야겠다는 다짐도 실천 못하고 있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게 쑥스러워서 그냥 있을 때도 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별로인 거 같아서 그냥 언급하는게 자연스러울 땐 말도 한다.

구조적 근본적으로 뭔가가 당장 바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내가 그걸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해봤자 바위산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방울만도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그저, 아주 조금은 살면서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