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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2. 9. 13:49 카테고리 없음

1. 브리즈번은 맑고 화창하고 선선하다. 폭우와 강풍으로 집이 정전된게 엊그제 같건만 그런 일이랑 없었던 거 처럼 평화롭다. 재작년 홍수 때는 더 심했다고 하니 이 정도로 그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브리즈번은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하면 제3의 도시라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매우'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알찬 도시다. 일년 넘게 있었지만 살수록 좋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각국 식재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장점부터, 그 어느 도시도 흉내낼 수 없는 화창한 날씨,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지금은 평생 여기서 살라고 해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늦잠 자고 일어나서 주방에서 아침 먹고 커피 마시려고 달그락 달그락 거리고 있으면, 새삼 내가 가진 행복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공장 지대에서 한인 여성을 납치하려다 미수로 그치고 체포당한 백인 남성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공장지대나 아시아 타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니뱅크 등의 지역에서는 가끔 폭행 사건이 일어난다. 한국인을 겨냥했다기 보다는 아시아인에 대한 폭넓은(?) 혐오가 배경인 거 같다. 가게에서 같이 일하는 일본인도 호주 남자와 결혼했는데, 그 남자의 어머니가 아시아 인들은 '무조건' 싫어한다고 해서 참, 답이 없겠구나 싶었다. 싫은데 이유 없는거 나도 알지만.... 흠.

 

이번주 어학교에서 다룬 기사 중에 오바마 가족이 휴가 중에 찾은 어느 섬의 브라질 출신 불법 노동자들에 관한 글이 있었다. 미국은 각국에서 온 엄청난 수의 불법 노동자들 문제로 그 어느 나라보다 골머리를 썩고 있겠지만, 그 글은 타겟을 브라질 사람들도 한정해서 어떻게든 나라가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글에 관련해서 racial tension에 대한 wriitng을 해가야 하는데 좀 쓰다가 막혔다. 흠, 한국어로 풀어내려고 해도 어려운 걸 영어로 어떻게 해보려 하니까 가랭이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글을 쓰면서 부천에서 성공회대 교수로 왔던 어느 인도사람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아저씨 사건이 생각났다. 기사 검색해보니 참....싫다. 차별당한다고 길길이 날뛰면서 차별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이 머리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건 뭐랄까, 한 사람이 아니라 '어느' 한국인들의 이미지 수백만장을 겹쳐놓아 완성된 인간의 모습을 한 생물체, 같은 느낌이다.

 

수많은 말도 안되는 차별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미안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단지 피부색이 하얗거나 우리와 같지 않다고 해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하고 차별하는 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값싼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막고 보수를 올려서 그 일들을 한국인들에게 돌려야한다는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그런식으로 단가를 낮춰서 수출을 증가시켜서 과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다 집어넣은 한편의 글을 쓰고 싶으니, 대책이 없는거다 ㅋㅋㅋ 그래도 노력해봐야지. 요즘은 선생님이 이런 이슈를 들고 와서 참 좋다. 지루하다고 싫어하는 학생들도 좀 있는 거 같은데, 나는 너무너무 좋다. 선생님이 재미없는 사람인 것도 알겠지만 난 좋다.ㅋ

 

요즘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매일매일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드디어 튜터도 구해서 다음주 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내게 남은 시간은 5개월도 채 되지 않지만, 그 동안 열심히 해서 후회가 없는 '학생비자'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ㅎ

 

2. 어제 광해를 봤는데, 재미 없었다 ㅠㅠ 대사도 별로고 역사적 사실을 너무 무시한 것도 그렇고 광해군의 실리 외교를 그런 식으로 설명한 것도 너무 안일하다. 뭔가 다 말도 안된다. 수준 이하의 모든 것들이 그나마 배우들의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간신히 무마된 거 처럼 보였는데 왜 이걸 천만명이나 보고 그랬던 거지....  

 

하나 건진건, 내가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는 거다. 아무리 벼락치기 했어도 세계사와 국사는 꼼꼼하게 공부했었는데 ㅋ 한국 가면 책 읽어야지.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