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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3. 01:01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1. 지금 계속 듣고 있는 영어 수업을 1,2월 동시수강하면 할인해준다기에 한꺼번에 등록했다. 돈은 항상 쓰고 나면 별 생각없는데 쓰기 바로 전에 너무 두근두근하다. 어쨌든 꾸준히 듣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라는 자기세뇌로 거침없이 결제했다.
나는 내가 그 발음수업을 할 수 있게 될 때 까지 들어야겠다는 다짐과 살짝 과장된 쌤 추천 글을 올려서 어학원으로부터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쌤으로부터 증정이 없다. 흥. 이로서 내 논노 2월호는 물건너갔다. 젠장, 아라시가 표지모델인데. 문화상품권 받으면 살라그랬는데....

원래는 영어회화반도 등록하고 싶었다. 근데 과외 하나를 그만두는바람에 사교육에 그리 많은 투자를 할 수가 없어졌고, 게다가 방학이라 사람도 많을 거 같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너무 다니고 싶은거다 ㅠ.ㅜ 다니고 싶은 맘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레벨테스트를 받았다. 짧게 5분 정도 이야기를 한 거 같다. 나는 리스닝과(토익 파트 원투 같은 질문) 발음은 good을 받았고 그 외에는 다 good에 못미쳐서 중급에서도 중에 해당하는 레벨을 부여받았다. 존심 상하고 답답했다(너무 당연한 결과이지만ㅋㅋㅋㅋ). 내 기필코 쏼라 쏼라 말하는 미래를 내 것으로 만들고 말테다+_+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영작해서 달달 외우기로 했다. 푸하하하하~
근데 이번달에는 그냥 일본어 프리토킹을 다니고 영어회화는 3월까지 참기로 했다. 3월에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보아요, 강사님.


2. 마지막날에는 친구네 집에 가서 파닭을 먹고 몬스터를 보다가 잠들었다. 1월 1일도 당직을 나가는 친구는 결국 담날 일찍 못일어나서 나와 아침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그리고 회사에 갔다. 설마 구정에는 당직 안세우겠지. 새로 들어온 신참한테 시켜주세요!!
너무너무 추워서 서울까지 가기가 싫었는데 귀찮다고 집에만 있으면 토,일요일도 하고 있을 '노트북을 연인 삼아 뚫어져라 바라보기'를 삼일 연속 하게 되니까... 그건 좀 싫었다. 친구네 집에는 책이 참 많았다. 나한테 제인에어도 안읽은 무식한 년이라고 뭐라 뭐라 했지만 이 몸은 대꾸를 안하기로 하셨다. 그래 너 좀 책 많이 읽었고 읽고 있다, 너 잘났다, 옛다 임마, 하고 거들먹거림을 반사하지 않았다. 김혜리의 진심의 탐구와 인생 기출문제집 2에서 최규석씨 인터뷰를 보고 관심이 가던 찰나, 친구네 집에 습지생태보고서가 있길래 빌려달라고 했더니 친구가 새해 선물이라고 가져가란다. 돌아오는 전철길에 다 읽었다.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 근데 그림을 보니 이건 가난뱅이의 역습에 나오는 표지그림과 너무도 비슷한 그림이 아닌가. 그 때 책 표지 그림 별로라고 뭐라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가난뱅이의 역습이라는 책과 잘 어울리는 작가를 섭외한게 아닌가. 난 그런 기특한 발상도 몰라보고...쏘리~


3. 목욜. 오래 근무한 옆 교실의 강사님의 부름을 받고 갔더니 모 시험 모의테스트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해서 이래저래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근데 어차피 시험 삼아 볼 거라면 시중에 나와있는 문제를 적당히 바꾸면 안되겠냐고 하더니 그 때 부터 내가 몰랐던 나 쪽팔렸던 이야기가 시작됐다. 아, 선생님 그 때 4월에 만든 문제가 좀 문제가 됐었잖아요.
아 쪽팔려! 그렇다 문제가 있었다. 내가 낸 문제 수가 답안지의 답 수보다 하나 더 많았다. 나의 부주의였다. 고이 잘못을 인정했더니 뭔가 내가 모르는 상황을 들춰낸다. 즉, 문제는 답안 수, 그런게 아니었다.

때는 바야흐로 4월(인가?) 나는 부장님의 명령(?)으로 모의테스트를 하나 만들었다. 부장님은 절대 만들지 말고(실수가 생기니) 기존의 문제를 바꿔서 내라고 해서 나는 고이 바꿔서 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 학원 수강생들만 보고 마는건데 뭐가 문제람! 게다가 시간도 촉박하고 돈도 얼마 안되고... 영어학원에서도 일할 때라 잠잘 시간도 없었을때라 기한 맞추려고 전철에서 노트북을 두들겨대던 기억과 시급 5000원도 안된다고 투덜대던 생각이 나는구나. 급수가 다른 모의테스트를 만들어야했을 다른 선생님은 결국 마감을 못넘기고 다른 테스트를 복사해서 넘긴걸로 알고 있다.
그럴만하다. 나보다 타이핑 해야할 게 배는 많았을텐데.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며칠 뒤 부장님이 달려와서 이거 시중으로 넘어가면 안되는거죠? 다른 부서에서 이걸 시중에 돈을 받고 판매하겠다고 하더라. 안되는거 아니냐, 하시길래 당연히 안되죠~ 이거 대충 바꿔서 냈지만 누가 봐도 다 알거예요~ 그러자 부장님이 그 사람들이 와서 물어보거든 절대 안된다고 하세요. 네. 그래서 그걸로 끝난 줄 알았다.

근데 그게 결국 시중으로 풀린거다. 자체 제작한 교재 부록으로 주려고. 근데 그 책을 만든 그 선생님들이 나의 문제지를 보고 이거 너무 비슷해서 대형서점 물류센터까지 들어간 그 모의테스트를 회수하려는 등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근데 나는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에 대해 전-혀 들은바가 없었다. 모르겠다. 부장님도 그 얘길 못들은건지 듣고도 나한테 일부러 얘기를 안한건지. 그저 잊어버린거지. 그 선생님들은 내가 모르고 있다는걸 몰랐던 것 같다. 모르셨다니 잘못이 없죠. 이쪽이 원래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서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를 꺼낸 선생님의 뭐라뭐라 말을 해주긴 하는데  멍-했던 것 같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사람들은 지난 반년간 나를 돈 받아먹고 책임감없이 그 근저에 있는 교재 대~충 베껴서 시중에 내놓은 완전 뻔뻔한 인간으로 생각했을거 아닌가! 아우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다. 뭐 부서가 이렇게 중구난방이야. 언뜻 생각해봐도 이중구조인데 그럼 나는 어디 장단에 맞춰야하지...하는 복잡한 생각도 했다. 담부터는 이렇게 돈 안되고 내 손아귀를 벗어나는 일은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은 이제부터 골라가며 해야지. 저렴해도 완전히 내가 컨트롤할 수 있거나, 시중에 내놓고 싶다면, 아님 사용 목적을 사전에 밝히는,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보수와 시간을 보장해주는 그런 일. 2010년을 더러분 기분으로 마무리했다.

4. 하나 더. 위에 그 선생님들하고 이야기했을 때, 파트 원 사진 모으는 게 얼마나 힘든대요 하길래 나도 그냥 농담으로 그러게요 일본 보내주면 찍어올 수 있을텐데, 했다. 근데 나의 농담이 너무 진심으로 들렸는지(분명 히죽히죽 웃으면서 얘기한건데! 하긴 그 때 얘기한게 학원 근무하고 첨 길게 얘기한거니 내가 말하는 스똬~일을 모를 수도 있다 흑) 한 분이 일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꼭 그런 얘기하는데 그게 쉬운게 아니예요. 어쩌구 저쩌구... 일본 가서 사진을 몇백장 찍었는대도 건질게 없어 어쩌구 저쩌구...

잘 모르겠다. 그게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나는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고 책 잡히는 게 죽을만큼 싫은데 것도 일본어에 관련된 일로 쪽을 먹고, 뭣도 모르는게 말만 쉽게 하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더러운 것도, 이해가 가나요? 게다가 나는 자부심이 있다. 그건, 내가 일본에 오래 있던 건 아니어도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왔고, 통대를 나온 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일을 할 순 없어도 나름대로 통역이나 번역으로 부끄럽지 않게(물론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으나...ㅡ_ㅡ;;;) 돈을 받아왔던 경험이 있다는거다. 그래서 단언도 하련다. 내가 그 선생님들보다 일본어를 더 잘할것이라는 자신이 있다고. 물론 확인된 바는 없으나...
근데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이 드니 따따블로 충격을 먹지 않겠느뇨. 어질어질한 상태로 내 강의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 있었던 일과 말을 재생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그 선생님들은 이 업계(?)에서 일한지 이제 곧 10년이 되어가(는 듯 하)고, 자기 이름으로 출판한 책이 있다. 학위 10년은 저기로 갖다 치워버릴 수 있어도 뭐를 하든 경력 10년은 무시할 게 못된다. 그런 선생님들에게 이제 일한지 1년도 안되고 오전에만 쓱 근무하고 사라지며 도무지 자기들과는 친해질 맘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수상하고 책임감 없는 철딱서니에 불과한게 아닐까. 엄밀히 말해서 이쪽 일은 강사가 일본어를 일정 수준으로만 구사하면 그 이상은 필요가 없다. 요는 수강생들이 공부를 하게 만드는 요령이 중요한거지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혼자 떠들어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 거다. 
뭘 하든 오래 하는 건 중요하다. 나는 졸업 전부터 일을 해왔지만 뭘 하든 오래 한 적이 없다. 졸업 후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서 그나마 길게 한 일들이 다 강사인데, 나는 과연 강사에 적합한건가.   

올해는 나도 이제 그만 방황하고 일에 대한 방향을 좀 정해야겠다. 나는 올해 호주로 떠날 생각이라 그거랑 어떻게 상충시키면 좋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고민 중이다. 여지껏 그랬듯이.
나도 결국 통역대학원에 가야하나. 근데 올해 겨우 등록금을 다 갚는데 또 등록금으로 빚을 지라고? 그건 너무 잔인하다.
그럼 다시 사장님한테 받아달라고 졸라볼까. 근데 너, 그만 안두고 잘 다닐 수 있겠어? 하루종일 회사에 있어야하는데...
그럼 일반대학원으로 진학해서 문부성 장학금을 노려볼까? 그럼 나, 일본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공부하고 가야한다. 박사과정을 밟고 다시 한국으로 오는 건... 그건 너무 암울하다...뭐할라고....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빙빙 돌지만, 그래서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볼멘 소리 안하고 열심히 학원으로 출근할꺼다.
쪽팔린 만큼 열심히 하겠어. 어차피 팔린 쪽, 다 팔릴 때 까지 더 맘껏 들고 다녀야지.
오늘 '프리터 집을 사다'에 나온 대사. 무리라는 말은 계속 할꺼야. 하지만 그만두진 않겠어.  아니다, 호주 가기 전까진 계속 하겠어, 군.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