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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14. 18:45 흥미만만/お笑い

폭소문제(콤비 이름)에 빠져서, 오오타 총리~ 방송에 푹 빠져서 줄창 본지 일주일이 넘어가는 것 같다. 아, 너무 재밌다.
폭소문제의 오오타 히카루를 총리로 하는 방송 상의 작은 내각. 매주 한 사람이 마니페스트(정치 공약)을 발표하고
각계각층에서 모인 평균 스물 다섯 명의 패널들이 찬성 반대로 나뉘어 토론을 벌인다. 여당, 제일 야당, 약소당의 정치가들은
물론, 연예인,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인물들, 각 분야의 전문가, 일반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패널로 참여한다.
여태까지 해왔던 공약 중에는, 파견사원에게는 세금을 면제한다, 영재 교육을 폐지한다, 결혼제도를 폐지한다, 의무교육을 폐지한다,
미군을 일본 밖으로 내보낸다 등, 우리나라에서 방송했다가는 욕을 천년분 먹고도 남을 공약에 대해 모두가 진지하게 의견을 나눈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투표해서 가결 여부에 대해 결정한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해왔으니 아직까지는 봐도봐도 끝이 없는 느낌이다. 대신 약 5년간의 방송분을 이래저래 보다보니
정치공약이 다소 겹치는게 눈에 보인다. 정치공약이 겹친다는 건 오오타 총리가 그 공약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펼친다는 말인데,
전혀 질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입담꾼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너무도 말을 잘하는 개그맨이 정치를
소재로 개그를 칠 때 얼마나 흥미로운 웃음을 줄 수 있는지 폭소문제를 보면서, 이 방송을 보면서 실감한다.

폭소문제는 오오타 히카루와 다나카 유지로 이루어진 개그 콤비로(개그라고 말하는데는 사실 무리가 있지만 한국에서 이런 존재를
표현하는데 딱 일치하는 말이 없기 때문에), 요시모토가 진을 치고 있는 일본 오와라이계에서, 대형 기획사를 벗어나고도 생존(?)해
있는 드문 존재다. 소속 사무소는 타이탄으로 자기네가 스스로 설립했다. 현재 사장은 오오타 히카루의 부인. 예전에 솔로몬의 선택
이 고대로 베껴온 일본 방송에서 변호사로 활약하며 인기를 얻었던 하시모토가 텔레비전 활동을 병행할 때 소속되었던 사무소다.
지금은 오사카부 지사를 맡고 있기에 탤런트와 변호사 활동은 휴업이지만, 실제로 선거 활동을 할 때 물심양면 도왔다는 썰이.

MC를 하거나 고정 패널로 출연중인 방송이 일주일에 열개를 웃도는 '거물'이건만, 아직도 만자이(만담)하는 걸 멈추지 않고 계속
만들어오고 있다. 이쯤되면 게닝 장인정신이다. 다운타운도 대단하지만, 다운타운과는 전혀 다른 맛과 멋이 있다.

오오타 총리는 미국은 나가라~ 돈 문제에 얽힌 정치가는 다 그만둬라~ 의무교육 폐지해라~ 라는 초 진보적인 의견을
정치가한테 퐁퐁 쏴대면서 일본의 문제에 대해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열변을 토한다.
정치가한테 '당신' 하면서 반말을 하는 걸 보는 건 드물지 않다. 하지만 결코 무례하진 않다는게 감상이다.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
에서 갑자기 농담을 치거나 시시껄렁한 행동을 하는 타이밍도 절묘하다. 과연 실력있는 개그맨은 다르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일본은 이대로는 안된다고 구구절절 말하는 오오타 총리나 그 밖에 다른 패널들을 보면, 나는 그저 한없이 부럽다.
공중파 방송에서 정치가와 개그맨, 배우등의 연예인들,일반인들이 사이좋게(?) 토론을 벌이고, 한낱 개그맨이 그 나라 수상이나
여당 간사장에게 소위 '막말'을 해도 방송이 5년이나 계속 될 수있는 환경.
패널들 말마따나 일본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나라인 건 틀림없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방송이 계속적인 방영을 보장받는 한
그렇게까지 나라의 장래에 대해 염려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예전에 김구라씨를 필두(?)로 '명랑 히어로'라는 방송이 코메디와 정치 풍자를 섞는 경향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몇 번 방송하지도 않았건만 갑자기 방송 컨셉이 이상하게 바뀌었다. 공중파 방송에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연예인들이 하는게,
그것도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하는게 맘에 안든 사람이 많았다고들 하지. 근데 정치도 어차피 사람 사는 얘긴데,
연예인 시시껄렁한 잡담하듯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게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에 부합하지 않나.
우리나라에서도 오오타 총리 같은 방송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했는데 김구라씨와 김제동씨를 콤비로 삼아, 작은 국회를 만들고 패널로 진중권씨, 부활의 김태원 아저씨, 김나영씨
등을 포함해서 토론을 벌이는거다. 공약에 따라서 빨갱이 소탕을 외치시는 분들을 초청해도 너그럽게 용서하겠다.
다음날 인터넷에서 두들겨 맞아도 나같은 지지자들이 작은 힘을 모아 방송을 지켜나가는거다!!!

흐음.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