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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30. 14:46 흥청망청/가벼운 수다

그저께 오랜만에 택시타고 역으로 갔다. 버스타고 가면 기다리는 시간 포함해서 한 12~3분인데 택시타면 3분만에 슝-!이다.
아침 출근길, 아니, 새벽 출근길, 6시 되려면 아직 10분이나 남은 그 시간의 5분은 얼마나 황금같은지!
택시는 크게 맘 먹고 해야하는 간단한 사치다.

그래도 택시타고 역으로 가'버릇'하면 안되니깐 잘 참고 사는데 그저께는 오랜만이니까 쫌 봐주기로 했다. 근데 돈이 없어! 그래서 냉장고 값 300,000원 부담한 걸 빌미로 아무 거리낌없이 엄마한테 이천원만! 했더니 엄마가 오천원을 줬다. 헤헤헤헤. 땡잡았따.

택시 기사님은 라디오를 듣고 계셨다. 새벽 라디오란 참 스산하다. 마침 듣고 있던 방송에는 소설가 '인 거 같은' 한 여자와 DJ가 얘길 나누고 있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책을 안읽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DJ가 묻자 소설가가 말했다.

참 불행한 세대인거 같아요.

그리고 뭐라뭐라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고독을 참지 못해 사색할 시간을 갖지 않으며...
그러자 DJ가 책은 읽는 내내 머리를 써야하니까요 하고 맞장구를 친다.

난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가슴 속 한 구석에 고이 잠들어 있던 '비위 담당 벌레'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걸 느낀다. 거북해진다.
근데 그 전에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젊은 세대'에 들어가는가?;;;;; 아닌가?...ㅡ_ㅡ; 

책을 읽는 건 좋은 습관이다. 외국어 공부할 때도 원서 읽는 거 처럼 확실하고 효과있는 외국어 방법이...물론 많이 있겠지만, 여튼 노가다긴 해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느뇨. 여튼 그래서 요즘 내 똘똘한 과외녀에게 책을 좀 읽어보는게 어때? 하고 열심히 꼬시고 있다. 학교 권장 도서는 자꾸 재미없는 거 읽으라고 하니깐 쌤이 재밌는 책 빌려줄께. 그거 읽어봐, 하고.
얼마전에 정성일씨 트위터에서 초등학교 때 취미란에 독서라고 적으니까 아버지가 넌 밥을 취미로 먹냐? 라고 하셨다는 걸 읽었는데, 음, 진부하긴 해도 마음의 양식이란 말이 틀리지는 않아? 암, 그렇고 말고.

그렇다고 해서 또 그 DJ와 게스트처럼 책 안 읽는 세대가 불행하다느니, 하는 말은 참 듣기 거슬린다. 너나 잘하세요, 하고 말하고 싶어지는 나는 버릇없느뇨? 그치만 남의 행복과 불행을 독서라는 잣대로 그리 간단히 재단하다니, 어찌보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책을 안읽어서 불행하다면, 책을 읽으면 행복해지는가? 물론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주제넘는 참견이다.

근데 대학교 때 한 선배가 자기는 책을 읽었을 때의 효용과 삼국지 게임을 했을 때의 효용이 크게 다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음, 그럼 나를 포함한 '우리'는 젊은 세대가 맞는거 같군)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고, 지금도 동의하진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말에 대해 따박따박 반박을 할 만한 근거를 여전히 못찾겠다. 기껏해야 그렇게 말하면 없어보이니깐 그런 말 안하는게 낫겠어, 하며 빈정거릴 뿐.

그러니까 독서라는 걸 너무 당연하게 대단한 걸로 여기고 안하는 인간들을 싸그리 수준 낮게 보는게 참 거슬리는데, 그렇다고 해서 여타 다른 오락거리들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똑같이 취급하는 건 또 거슬리는 내 심보는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걸까.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터뷰에서 소설이 경쟁해야하는 건 TV 프로그램이나 음악과 같은 거라 하길래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책이 여타 다른 매체들보다 우월하다고 은근슬쩍 생각하는 건, 어설프게나마 대학 나온 먹물인 척 하려는 허영심이 원인인걸까.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