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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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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21. 07:52 흥미만만/생각 해봐요

얼마전에 씨네21의 진중권씨 칼럼에서 본 말.
예전에 씨네21에서 칼럼쓰기를 그만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세월이 흐르고 다시 쓰나보다.

아, 정체성을 패키지로 가질수없다니, 서글프고도 절묘한 말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내가 분명한 근거를 들어 반대를 표명했을 때, 똑같이 반대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고
그럼 그 사람과 나는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할 것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 않나.
그니까 모두 정체성을 패키지로 갖고 있지 않으니까 생기는 현상이다. 물론, 패키지로 가질수도 없고.


술집에서 여종업원 폭행 혐의로 방송에서 하차한 이혁재씨 인터뷰가 인터넷 기사에 실렸다. 힘들었단다.
음, 가족들이 참 고생이었겠구나, 그건 참 안됐다. 하지만 그 폭행 혐의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면 모를까,
사실이라면 무척이나 난감하지 않나. 난 사실 폭행 혐의보다 그런 술집에 드나들었다는 것 자체가 쇼크였다.
물론 여종업원이 있는 술집에 간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갈수도 있지. 근데

1. 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 가장 효도하는 것이라며 효부를 자처해왔던 점,

2. 열성적인 기독교 신자였다는 점,

3. 인천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점,

등등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여종업원이 있는 술집에 드나들었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건 아무래도 혼란스럽다.
아무리 정체성을 패키지로 가질 수 없다고 해도, 바른 사나이임을 자처했던 만큼, 깨끗한 이미지로 덕을 본 만큼
그 정도의 정체성의 일치는 해줬으면 좋았는데 싶어 안타깝다.


그와 별개로, 혹은 같은 맥락에서

남자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됨됨이와 여자문제는 별 상관 없다고 느끼는 인간들이 '주변에도' 많다는게 씁쓸하다.
여자끼고 술마시려면 돈이 많이 든다느니 하는 농담 아닌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보면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데
그건 아무래도 '속좁고 사소한 것 까지 꼬치꼬치 따지려고 드는 피곤한' 여자들의 생각에 불과한가 보다.


진중권씨를 진보쪽 인물이면서 자유주의자네 뭐네 하며 비꼬는거 등등은 사실 아무래도 좋다. 도대체 자유주의자가 뭐지? 
그 놈의 주의주의,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ㅠ.ㅜ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자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정체성이 일치했으면 좋겠다.
간통도 불륜도 개인적인 사정이 얽혀있는거라 제3자가 쉽게 단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매춘, 성매매, 강간범에 대한 경미한 형 구형, 그리고 가깝게는 단란주점 유흥업소 접대가 만연하는 사회에서
깨끗한 이미지를 자처에서 덕 보고 있는 사람들 만큼은,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줬으면 한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