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teadyoung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2009. 12. 1. 03:50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강간 살인 성추행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 마다 내가 피해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굉장히 본능적이고 당연한 두려움일테다.

하지만 밑에도 적었듯이
동생이 일하는 곳에서 '몇 대 맞은' 일을 폭력 사건이라고 칭하고 싶은 내 마음이 '이래서 여자들은 별 것 아닌 것 갖고
오바한다니까' 하고 남성 집단에게 손가락질 당하진 않을까 하는 피해망상적 두려움과 
몇 대 맞은 건 폭력이라고 볼 수 도 없는 무시무시한 일상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몸서리 쳐지는 두려움이 
마음 깊은 곳에서 쑤-욱 솟구쳐올랐을 땐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동생이 그런 폭력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걸 원치 않은데,
군대와 회사로 대변되는 조직과 집단의 일상적 폭력 속에 익숙해진 자들로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나도 동생도 되도록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취해야할 입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사실은 조낸 패주고 싶다고 밝힌 내 속심정이 증명하듯,
폭력엔 폭력으로 혹은 권력으로 맞서고 싶은 인간 본래의 어두컴컴한 심보를 스스로 잘 알고 있을 때는 더욱,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나는 간디보다 함무라비 법전이 떙기는지라...)

동생이 만약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비정규직 노동자인 '누나'는 아무것도 해줄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자괴감만이 증폭되어,
정작 고민을 털어놓은 동생은 샤워하고 발 뻗고 자고 있는데 혼자 공포에 떨고 있다.
나는 가족이나 친구의 일로 자신의 무력함을 맛보는 상황만은 피하면서 살고 싶은데
이렇게 어이없이 이토록 간단히 무력함의 거대한 그늘을 흘낏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 올줄이야.

두렵다. 정신 바짝차리고 살아야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겠다.
정면돌파보다는 돌아가는 게 일을 매끄럽게 만들 때도 있다는 걸 깨달을 만큼의 나이는 먹었지만,
부당한 대우와 강요된 인내의 끝은 귀찮다고 해서 피해간 그 길에 있지 않다고 믿을만큼 새파랗다.
일상만큼이나 자연스럽고 확고한 대처가 필요하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