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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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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16. 23:18 카테고리 없음

1. 브리즈번은 부쩍 추워졌다. 이불을 두겹으로 하는 것도 모자라서 목티까지 입었다. 물론 밖은, 대낮에는 반팔 입고도 아무 문제 없을만큼 따뜻하고 밤에는 쌀쌀한 정도인데 집에 가만히 있으니 추위가 스물스물 온 몸으로 스며든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끄적끄적

 

2. 서태지-이은성이라고 뜨길래 내 눈이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 쨌든 사실이라니 뭐. 놀라긴 했는데 예전처럼 허어어어어어억! 하는 건 없다. 근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비슷한듯. 이미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서태지씨도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고 인륜지사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놀라움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일테다. None of my bussiness 라는 건 아는데 그냥 난 좀 이지아씨를 생각하면 여자로써 맘이 아프더라. 나같은 범인은 일단 그런 은거-비밀 결혼 생활도 당연히 못하지만, 왜 나 때는 그렇게 모든 걸 철저하게 숨겼으면서 새로운 여자는 당당히 결혼을 밝히고 모두의 축하를 받을 수 있는지(물론 축하만 받는 건 아니다만) 답 없는 허무한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질 거 같다. 물론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날 깊이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정작 본인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일일지 몰라도(근데 아무래도 좋을 거 같진 않다 사람 마음이란게) 활짝 웃고 찍은 커플 사진이 그냥 난 좀 보기 그랬다. 물론 거기는 거기대로 행복해야겠지만.

 

과거의 평범하지 않았던 결혼 생활이 끝나고, 모두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모든 일이 드러나면서 배우로서의 일도 결국 못하게 됐다, 현재 시점까지는. 지금도 만나고 있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당시 열애를 인정했던 사람과도 계속 만나기 어렵게 됐다. 너무, 잃은게 많아 보이지 않나? 인생을 길고 길며 돌고 도는 것이니 과거의 일이 어떤 형태로 미래로 이어질지는 몰라도, 잃은게 실은 잃은게 아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될 날이 온다 하더라도 그냥, 너무 아픈 시간들이 긴 거 같다. 한 사람이 짊어지기에는 어마어마한 고통이 아닐까 싶다.

 

그때는 전설로 남은 사람과의 결혼이라면 희생할만한 것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나이차와 초혼 여부를 떠나서 결혼을 결심한 마음도 너무 이해가 됨)  그냥, 그런건 없는 거 같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상관할바도 아니고 주제 넘지만 새로운 커플만큼, 보다 더, 난 그냥 이지아씨가 아주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3. 과거에서 자유롭기란 쉽지가 않다. 난 이제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착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한국이라는 땅에서 지리적으로도 너무 멀리 있어서 내 모든 과거와도 물리적으로 멀어진 거 같았는데 다시금 그 땅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내가 놓고 왔던 수많은 안좋은 기억들이 다시 스탠바이하고 날 사로잡을 준비를 하는 거 같은 예감에 조금 두렵다. 난 그 때 일을 두고 웃거나 좋은 추억이었다고 말할 순 없을 거 같다 영영. 아프지 않을 순 있어도. 그래도 더 오래 전 일들은 자학자폭개그 소재로 삼기도 한다. 근데 그 뒤 일들은 아직 그 단계까지는 못왔음. 아마 더 시간이 흐르면 가능할지 몰라도 글쎄.

그떈 원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좋은 선택이라고는 생각한다. 항상 뒷마무리가 놀라울정도로 지저분해서 그렇지 그들과 헤어진 모든 순간들은 전부 올바른 시간들이었다. 그들도 분명 퍼즐이 딱 들어맞듯 함께 해서 행복할 사람들이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게 내가 아니었다는 게, 어쩔 수 없고, 슬프기도 하며, 더할나위없이 다행이기도 하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