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teadyoung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2010. 8. 20. 12:00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초등학교 때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로 본격 가요계 (빠순) 입문을 마친 뒤로 늘 무대와 가수를 동경해왔다.

초등학교 5,6, 중1 때 까지는 내 모든 열정을 춤에 바쳤다....고 하면 물론 뻥이고 중2때부터 노래부르는 취미가 생겼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집에서 했던 일은 아주 가끔 공부와 독서, 대체로 tv시청과 수면,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여자 가수들 테이프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불렀던 시간들이 메꾸고 있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꿔봤다면 거짓말인데, 나한테는 당장에 들이닥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더 중요했고 ㅡ_ㅡ;;
중학교 때 성적이 떨어지고 학교를 빼먹는 다는 건 세상이 두쪽나도 하면 안되는 일로 여겼다.
고등학교 때 가서 그렇지도 않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소심하게 반항도 해봤지만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이름있는 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아이돌 그룹을 보면서 내가 가수와 무대를 동경했던 그 시절, 한 번이라도 어디 기획사 오디션이네 이런 걸 봤었더라면,
붙었더라면, 계속 떨어져서 오기로라도 가수가 되야겠다고 생각했더라면, 
그래서 결국 실패했다고 해도 원하는 걸 위해 바로 행동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내 인생이 크게 달라졌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깟 수능 못보면 좀 어때.
그깟 대학 안들어가면 좀 어때.

하고 우겨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 인생과 잘 몰라도 이해하려고, 이해가 안되면 외워서라도 머리에 집어넣으려고
애썼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건 그거대로, 나는 괜찮은 학생이었다. 

여튼 요새는 그래도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턱없이 부족하다.
더더더 행동으로 옮기고 더더더 실수하고 처음 먹었던 맘을 코딱지만한 결과물이라 해도 그렇게 만들기 위해 더욱 끈기있게 굴어야 한다.
 
아, 이야기가 너무 샜다.

어쨌든, 노래 부르는 것도 습관처럼 돼버렸기 때문에 지금도 땡기면 노트북으로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부르는데
부르면 부를수록 노래는 '온 힘과 마음을 다해' 부르지 않으면 그 어떤 기교를 부려봐도 하찮게 들린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런 거 생각안하고 그냥 따라부르기만 했는데 부를 때 마다 느껴지는 내 시원찮은 노래에 영 심기가 불편하다.
나는 성량이 딸리고 기교를 부릴만큼의 가창력도 없지만, 불러왔던 시간들이 쌓이니 어설프게 흉내를 낼 수는 있다.
근데 그런 거는 (난 가끔 내가 노래 부르고 녹음해서 들어본다 ㅡ_ㅡ;;)
(일본어나 영어도 소리내서 읽은 뒤 녹음한 걸 들어본다;;-> 이거 의외로 좋은 공부 방법! 자신의 형편없는 외국어 발음과 억양에
좌절하지만 ㅠ.ㅜ 뭘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단번에 파악이 가능하다)
아무리 운좋게 잘 불러졌다고 해도 '난 얄팍하게 대충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라는 느낌이 강하다.

호흡이 끊어지거나 엉성한 고음처리는 기교가 딸리는게 아니라 성의가 부족한거다. 
지금 이 노래 부르고 숨이 끊어져도 어쩔 수 없다는 각오로 부르지 않으면 안된다.
다소 삑사리가 나도 온 맘과 힘을 다해 부른 노래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내가 내 노래에서 그런 걸 느낀 적은 물론 없고; 느껴도 웃기고; 그렇게 빈번히 모든 노래를 녹음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감동하는 건 단순히 노래를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돈을 받고 노래를 부른는다는 프로 정신과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진부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자세에서 오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제와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은 꾸지 않지만
노래를 뭐 땜에 부르던 온 힘과 마음을 다해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