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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2. 03:38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나는 어렸을 적 책을 좋아했다.
왜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전-혀 안나는데,
내 기억을 뒤져서 읽었던 책 중 가장 오래된 책을 찾아보면 한국전래동화가 있다.
(바리공주, 이런거 있었던 기억난다. 테이프도 딸려있어서 가끔 들었었다)
그런 옛날 옛적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이모네 집에 놀러가서도 비슷한 전집의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부분은 읽고 또 읽고 그랬더랬다.
(겨우 얻은 여동생이 실은 여우여서 동물의 간을 빼먹고 부모님 잡아먹고 그런 이야기-_-;;)
옛날 옛적에 배추도사 무도사를 보고 또 보고 비디오 빌려서 보고 또 봤던 것도,
은비까비를 보고 또 봤던 것도 머털도사와 왕지락 얘기를 명절마다 보고 또 본 것도 그런 맥락.

부모님이 큰 맘 먹고 사줬을 웅진위인전기(한국은 연두색, 외국은 보라색)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인물들 전기는 굉장히 재밌었는데, 쑨원이나 신채호 막 이런 비교적 근대 위인전은 잘 안읽혀졌던 '감'이 생생하다.
그랬던 순간들이 차곡차곡,  중학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사회과목을 좋아하게 되는 흐름으로 바뀌는데,
중2때 국사나 세계사를 공부할 때는 너무 신나서, 그럴 필요 없을 정도로 싸그리 외우곤 했다.
'헬레니즘' 문화 같은 말이,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져서 몇 번이고 되내여보기도 했다.

고등학교 가서 수능 선택과목으로 세계사를 선택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
그리고 고등학교 때 내가 세계사를 선택하면서 읽었던 유시민씨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그리고 홍세화씨 책 뭐 등등등, 그리고 조금 특이했던 세계사 선생님의 영향으로
나는 드디어 근대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학교 때 그렇게 좋아했던 세계사가 산업혁명을 맞이할 쯤 되면 고통으로 느껴지고,
(마젤란은 왜 항해를 했더냐! 짜증도 나고...)
한국이 강화도 조약을 맺을 무렵이 되면 머리가 아파지면서 몸서리치고 싶어졌는데
고등학교에 가니 산업혁명 부터가 드라마틱하더라- 이거다.
즉, 지금의 부조리의 원인을 굳이 역사적 맥락을 끊어 한군데 지정해서 뒤짚어씌우자니
산업혁명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근데 나도 참 설렁설렁한게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책을 좀 더 읽거나 진로를 그쪽으로 했다면 참 훈훈한데
중학교 3학년 때 부터 어렴풋이 진로를 일본어과로 정해놓고 있어서 관심 조금 갖고 아는 척 조금 하는 걸로 끝.

그리고 이야기는 대학교로 이어져-
2007년 2학기, 일본경제와 한일관계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이 수업 선생님이 너무너무너무 박식하고
수업도 재밌고 해서, 나는 드디어 독도 문제의 실마리를 알게 되고,  전범재판의 존재를 알게 되고,
조선인 B급 전범도 알게 되고 1965년 한일협정의 문제점도 알게 되고....... 그랬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한일관계가 어그러지기 시작한 원인을 굳이 역사적 맥락을 끊어 한군데 지정해서
뒤짚어씌우자니 메이지 유신(명치유신)이 아니더냐- 하고.
 

그건 올해 신센구미(신선조)를 보면서도 강렬하게 느꼈는데,
사실 메이지유신이라는게 굉장히 특수하고 놀라운 사건이라는 것. 무려 왕정복고와 서양문물의 융합.
그리고 '시대가 움직인다'는, (미야베 미유키가 가모우 저택사건에서 주장하는) 
인물들이 자기들의 역할을 하나 수행하고 죽어가는 느낌이 드는 것도- 메이지유신의 매력.
물론 한국인 입장으로는 불공평 조약을 당하게 되는 시발점이라 매우 안타깝지만,
역사적으로는 참 재밌는 부분이라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료마가 간다 읽는다면서 도통 책을 펼치지 않는...)

아까 쿠보즈카의 부타이를 포스팅하면서 안보투쟁을 배경으로(정확히 말하면 60년 안보투쟁)한다고 해서
안보투쟁을 좀 조사해보니 2007년에 수업 들으면서 귀에 익었던 단어가 차례차례 등장했다.
키시 노부스케도 그렇고 여대생이 한 명 죽었다는 것도 그렇고 뭐 이것저것.
키시 노부스케는 미국과의 안전보장조약을 통과시키려는데 저지당해서 등등등 사건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다시 번역해보기로 하고
사실 안전보장조약에 대한 관심보다 키시 노부스케가 도죠 히데키 내각의 각료이자 A급 전범이었다는 사실과
그의 정치과정 수행방식에 불만이 있어서 그렇게 커다란 투쟁이 일어났다는 평가가 있었다.
결국 일본 국민들이 자기 손으로 내각을 퇴진시켰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둔 일이지 미국과의 조약 어쩌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 이래서 아직도 주일미군 문제로 오키나와가 시끌시끌....

요즘 쿠보즈카는 료마가 간다를 읽고 있는 듯, 안보투쟁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에 참여하니까
이래저래 핫!한 정신상태인 것 같은데
나도 그와 똑같은 걸 알고 싶고 관심을 갖고 싶으니 더 알아봐야겠다.

쿠보즈카는,
安保闘争・明治維新、同じような熱を感じる。(안보투쟁과 메이지유신, 같은 종류의 열기를 느낀다)
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일본인으로서 느낄 자부심과는 달리, 나는 좀더 다른 입장과 관점으로 일련의 흐름을 보게될 꺼라는게
두근두근, 기대되고 흥미롭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