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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14. 11:23 흥미만만/그나 그녀들
나는 여지껏 "하나를 죽도록 파라" ,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라" 란 종류의 말을 지뢰나 똥 보듯이 피해왔다.

나는 뭐든지 간에(설사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생각했어도)
하나만 쭉 하기에는 엉덩이가 너무 가볍고 (집중력+의지 박약)

미친듯이 열심히 살 마음을 먹기 전에 그에 합당한 이유가 먼저 있어야 하고,
그 이유가 정말 이유가 맞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하고,
그렇게 열심히 살면 대체 뭐가 좋은지 물질적 정신적 견적을 내야하고,
미친듯이 열심히 살만한 건지 확인을 마친 뒤에는 그럼 이제 뭘 미친듯이 해야하는지 찾아야하고....등등등
넘어야할 산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나는 내가 유유자적 사는 인간형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사는 꼴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얼마전에 친구를 만났을 때 "그렇게 회사 싫다더니 지금 결국 회사 나가는 셈이잖아~" 하길래
매일 새벽 집을 나가는 거니까 그건 그런데...그래도 회사만큼 하루종일 있지 않아도 되고, (한시 두시에 끝)
강의 마치면 비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도 있고,(주로 프린트물을 만들고 블로그를 깨작거리고, 자고ㅡ_ㅡ;)
그리고 무엇보다 가르치는 일이 좋다. (요즘은 좀 목이 많이 아프지만요...)

작년 8,9월에 꼬박 출근했을 때는 친구 만나면 맨날 투덜투덜대고 언제 그만둘까 하면서 징징댔는데
지금은 영어학원이 짜증날 때는 빼고 징징대는 게 거의 없다.
그 영어학원도, 원래는 담주 토요일까지 하고 그만둘 거 였는데-_- 사람이 안구해진다길래 (미리 말했건만!!!!!버럭!!)
애들 기말고사 끝나고 여름방학 전까지 나가기로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하기 싫은거 맞아? 진짜 싫으면 관두면 되잖아" 하는데, 그런가?????
근데 사람도 안구해진다던데, 여태까지 애들하고 지내온, '정'은 아니고... 뭐랄까-
그냥 '책임감'과 '정' 사이의 어떤 애매한 감정 때문에라도 나몰라라 할 수는 없고,
친구 말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싫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돈! 이 들어온다는 것도 있고...

"좋아하는 일이면 야근이건 뭐건 괜찮지 않아?" 했던 철의 여인 내 친구처럼,
지금 상황에서 드디어 성미에 맞는 일을 만나고 보니 의외로 나도 잠못자도 버틸 수 있는 타입인 듯 싶다.

그러니까  "하나를 죽도록 파라" ,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라" 를 애써 외면했던 내 심정의 근거란
그렇게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었던 '열등감'에 있던게 아닐까.
뒤집으면 그렇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및 선망 및 시기 및 질투'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 다름없었다는, 셈이 되는걸까?
내 감정이 젤루 확언하기 어려운 분야인 것 같다 흑흑.

어쨌든 그 징조가 여러차례 눈에 띄는데
자기계발서나 성공담 종류의 책을 돈 주고 샀던 인간들을 젤로 이해못했던 내가
 
몇 달 전에 만원어치 쿠폰으로 샀던 유수연씨 책이나,
최근에 서점에서 봤던 '26세의 도전'이란 책이나,
예전에 경향일보(약 2년 전;;) 인터뷰에서 봤던 김영희씨 자서전(최근 출판된 듯)을
자꾸 흘낏흘낏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이 세 여성분들은 아주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 업계(?)의 특성과 그에 따른 대처방법도 다르고,
성장배경도 (당연히) 매우 달라서 같은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이 책들이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면 성공 or 결과를 얻는다' 는 점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읽어보면 (특히 26세의 도전, 의 경우) 읽고 있는 내 몸까지 아파오는 느낌이 들어서 숨이 턱턱 막힌다.
근데 친구한테 책 내용들을 막 흉봐놓고 26세의 도전은 일본판으로 구매하려고 교보문고 장바구니에
넣어놨다. (26세의 도전=裸でも生きる)

나의 이 모순적인 행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말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및 선망 및 시기 및 질투' 인가?
나는 떼돈벌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환장한걸까?
근데 이 머뭇거림과 망설임과 마음속 깊은 곳에 있다는 그 동경 옆구석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거부감의 정체는 뭐지?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