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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6. 17:39 카테고리 없음

1. 여러분 저 아직 한국에 있답니다. 23주 코스 비자 신청해놓고 이렇게 깜깜 무소식인 경우는 또 없는지라- 첨에야 그냥 운이 나쁘겠거니 하고 마냥 기다렸는데, 한 번 비행기 날짜 변경해놓고(35만원 들었어요 엉엉) 출발인 담주 금욜까지도 비자 문제가 해결 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드디어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초조해지기 시작했어요.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 비자 신청 건이 호주 이민성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랍니다 ㅠ.ㅜ 아니, 너의 호주 체류를 우린 거부하겠다! 라는 심산이라면 거부 메일이라도 주거나 ㅠ.ㅜ 이렇게 철저하게 무시받은 건 또 들어본 적 없어서 정말 하루하루 짜증납니다. 오늘은 다른 유학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거 참, 신기하네요-라는 말을 들었다능 ㅠ.ㅜ 시드니에서 골드 코스트로 가는 호주 국내선 비행기도 그냥 날려먹었고, 호주에 있는 내 방 렌트비는 렌트비대로 들고, 아니, 사기 당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깔끔하게 돈을 날려먹을 수 있다니. 억울해요. 흑흑.

 

다들 유학원에 가서 지랄하라고 하는데, 음, 뭐 딱히 유학원이 잘못한 건 아니니까 그럴 맘은 없었거등요. 근데 지난 주에 급기야 비자 안나와서 어학원 시작 날짜 변경하고 이틀 뒤에 서류 보내주겠다고 한 뒤 깜깜 무소식이라 연락했더니 계속 절 담당했던 담당자분이 안계시다고...허걱. 담주엔 계시냐고 물으니 확답드릴 수 없다고 해서, 그래도 참자, 하고 메일을 보냈죠. 뭐가 어케 되던 난 자고 말겠다는 천하의 잠보(=나)가 오늘은 9시도 되기 전에 절로 기상. 호주는 우리보다 한시간 빠르니까 적어도 내가 금욜에 보낸 메일을 확인했겠지 했는데 매정한 "읽지 않음" OTL

 

그래도 오전까지 기다리고 오후에 전화 했는데 매우 공손하게 개인적 사정으로 내 담당자는 한국에 갔고+_+ (미리 말을 해! 버럭!) 다른 담당자가 내 문제를 봐줄꺼다(미리 말을 해! 버럭!) 지금 그 담당자가 매우 바쁘니 이따 연락 드리겠다, 그러고 두시간 반, 유학원 6시(한국시간 5시)에 닫는거 알아서 한시간 전에 전화했더니 아까 들은 소리를 똑같이 하려고 하길래, 내 담당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지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 얼렁 새 담당자를 바꿔달라!!!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말했더니 이따가 전화 준다 그러고 영업마감 10분 전에 전화와서 죄송하다 다시 한 번 문제를 알려달라 사근사근 말하는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메일 주소, 비밀번호를 알려준 뒤 전화 기다리는 중.

 

아. 화나요. 그냥, 내 비자를 어케 해줘! 내 돈 물어내!! 라고 절규 하고 싶지만 인간의 껍데기를 쓰고 있으니 야만인처럼 안굴려고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연락이 잘 안되니 가서 깽판을 한바탕 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어요.

 

2. 내 더럽고 치사해서 호주 땅 안밟아!!! 하고, 생각하고도 남을 성격이예요 제가 ㅋㅋㅋ 하지만 슬프게도, 우습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호주에 가고 싶고, 되도록 한국에 안오고 싶어요. 곰곰히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한국은 너무 살기 팍팍해요. 주어진 것에 만족하기도 어렵고 내게 없는 걸 욕망하긴 쉬워요. 다들 열심히 살자고들 외치는데 그 결과가 어처구니 없어서 열심히 사는 것에 회의가 들고, 자기 만족으로 열심히 살꺼면 설렁설렁 놀면서 살고 싶은데 제가 또 그렇게 뚝심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누군가의 기준인 '사람 구실'을, 못하며 사는데에 대한 죄책감이 제 로망인 허송세월을 방해할 거 같아요.

 

3. 호주가 뭐가 그렇게 좋냐면, 제가 사는 곳은 일단 날씨가 좋구요. 그래서 저소득층이 이번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는 뉴스를 접할 필요도 없고, 전철에 자기 일하는 곳 유니폼을 입고 타도, 모두 그러려니 해요. 턱까지 문신한 사람도 니 맘대로, 상반신 누드로 운전하는 사람도 니 맘대로, 맨발 벗고 시내를 활보하는 멀쩡한 사람들도 니 맘대로. 나이가, 직업이, 결혼이, 학벌이 어쩌구 하는 사람도 없고.

그래도 전 열심히 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가게 시프트 빵꾸난 거 메꿔달라는 매니저 전화에 오히려 더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며 다 받아들였고, 근데 또 쉬고 싶으면 쉬면 되는 거고, 그렇게 일하면 호주 사람들 기준으로 적합한 시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이 살았어요. 돈 다 쓰지도 않았어요. 동생 호주 구경 시켜주고 이번에 학생 비자 신청하고 한국 오는것만 아니면 꽤 쏠쏠히 모으기도 했구요.

요즘 호주 인종차별 문제가 간혹 보이고, 얼마전에는 제가 있던 곳, 브리즈번에서도 폭행사건이 일어났더라구요. 그래도,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이예요. 따뜻한 남쪽 나라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곳. 시드니처럼 멜버른처럼 세련된 대도시는 아니지만, 아담한 도시. 내가 있을 곳,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맘이 복잡해서 이래저래 쓰지도 못했지만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더 가고 싶어요. 일본 워킹도 다녀왔고, 전 일본어를 취미로, 전공으로, 일로, 업으로 삼고 살았고, 지금도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일본어가 어떤 형태든 얽혀있다고 생각하구요. 근데도 일본 가고 싶다는 맘 보다 호주에 있고 싶은 맘이 훨씬 커요. 누구는 브리즈번에 작고 놀거 없다고 지루하다고 하는데 전 그 지루함을 사랑해요. 내가 한 번도 진정으로 느꼈봤던 적 없는 여유를 처음 안 곳이예요.

 

부디 비자 문제없이 승인됐다는 포스팅을 올리고 싶네요 ㅠ.ㅜ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