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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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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8. 00:03 호주*워킹*홀리데이!


그냥 계속 옛날 일을 생각한다. 벌써 옛날 일, 비교적 최근이지만 옛날이 되어가는 일 뭐 그런거.

방금 텔레비전에서 CSI 라스베가스를 해줬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새라도, 워릭도 없어지고, 모르는 사람도 들어왔고, 진지한 그렉은 여전히 적응이 안되고, 자막이 없으니 뭐라고 그러는지도 잘 모르겠고 ㅋㅋㅋㅋ 그래도 끝까지 재밌게 봤는데 에피소드가 끝나고 크레딧과 함께 엔딩 노래가 흐르는 순간, 한국에서 지새웠던 수많은 새벽들이 떠올랐다.

그땐 언제였더라... 보습학원에서 영어 가르치는 알바 했을 때, 일 끝나고 와서 CSI 틀어놓고 새벽녘까지 보다 잠들고, 그보다 더 이전에, 2008년, 2007년, 그리고 2006년 학교 앞에서 혼자 자취했을 때... 혼자 지새웠던 쌀쌀하고 외로웠던 새벽들이 되살아났다. 어디나 쓸쓸하긴 똑같은데 한국이 더 해. 더 강렬한 외로움이다. 여기가 느끼는 향수 섞인 외로움이 훨씬 참기 수월하다. 사실 여기서 내가 느끼는 향수래봤자 치맥 먹으면서 무한도전 보고 싶다 뭐 그런거 ㅡ_ㅡ;; 온지 약 3개월, 아직 전-혀 한국에 가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기가 좋다거나 한국이 싫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정말, 어디든 똑같다. 장단점이 다를 뿐이지. 

그리고 불 끄고 누웠는데 옛날 일이 되살아나서, 잠깐 울었다. 왜, 왜, 나한테 그랬을까. 날 좋아는 했던걸까. 좋아했던, 좋아하지 않았던, 우리가 보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나한테 그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뭐 그런걸 생각하니까 또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난다. 웃긴 건 그게 또 한 명도 아니다. 하지만 날 가장 슬프게 하는 건 이렇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는, 다름아닌 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고 지겨워하고 환멸을 느끼면서도, 한없이 서러워지는 걸 또 어찌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다가 이렇게 주절주절 하고 싶어서 컴터를 켰다.

지난 일의 7~8할은 대체 나한테 왜! 하는 한탄, 내가 왜! 하는 후회, 너는 왜! 하는 미움, 이런 것들이고 아주 가끔 2~3할,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더 표현하지 못해서 안타깝고, 좋게 끝내지 못해서,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더럽기 짝이 없고 비참하기 짝이 없는 끝을 맺은게 아쉬워서, 솔직하게 말하면 쪽팔려서.

기분이 좋을 때야, 그래도 젊었을 때 그런 쪽팔리고 비참한 짓도 해봤다고 언젠가 웃어넘길 날이 올꺼고, 지금에야 인형에 바늘꼽고 저주하고 싶을 때도 있는 사람이지만 반드시 다시 한 번 웃으면서 볼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냥 오늘처럼, 요 며칠 전 처럼, 때때로, 도무지 나한테 일어난 일이 이해가 안될 때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변하고 싶다. 지난 모든 시커먼 기억들을 거름 삼아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