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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8. 02:45 카테고리 없음

난 사실 하우스푸어나 자영업자의 고충, 몰락 보다는 그걸 이제와서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는 분위기가 더 새롭고 놀랍다. 아니, 여태까지 안힘들었어???? 난 태어나서 한 번도 자영업자가 돈을 잘 번다는 걸 체감해본 적 없고, 정말 말마따나 영세 자영업은 죽거나 나쁘거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엄만 나 어렸을 땐 안힘들었다고 하는데 그 시기가 우리 집에 빚이 있어서 참아야 할게 많다는 걸 알게 된 시기랑 별로 다르지 않아서 엄마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ㅋ 수익 안난지 오래 된 아빠 가게를 정리하면서 그래도 아엠에프 터졌으면 어차피 아빠 회사 나왔어야한다고 하는 엄마의 자기 위로+나름 그럴 듯한 구석도 없진 않은 말을 들으며 자영업의 몰락은 빚으로 귀결된다는 걸 겪어보니, 장사 안해본 사람도 알려나? 별로 좋은게 아니다. 뭐, 직접적으로 고생한 건 부모님이고 난 그냥 학자금이 대부분 대출로 돌려지고 용돈을 벌어야하는 정도라 유세하긴 우습고, 그저 내가 대출에 대 자만 들어도 변태 본 거처럼 놀라는 건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우스 푸어도, 울 집은 손뗀지 좀 됐고 그 때 그렇게 결단한게 너무나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우리가 이사간 그 집은 우리와 안맞았다. 넓은 집으로 간다고 무턱대고 좋지도 않았던 거 같다. 내 인생의 모토로 강력하게 밀고 있는 '분수에 맞는 소비' 와 반대되는 행보 덕에 집만 넓고 가구는 없어 모든게 횡~했고 난방비 아까워서 겨울에 파카 입고 살면서 난 아파트에 정이 하나 하나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아도 정도껏 따뜻한 집에 상응하는 가구 놓고 살고 싶었다 ㅠ.ㅜ

결국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서 엄마 혼자 벌며 감당하기엔 힘에 부쳤는지 집을 내놨고 다행히도! 팔렸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다. 그 때 팔아치운건 나름 선견지명이랄까....  살 사람이 나타난 건 운이 좋았달까.... 애초에 안샀으면 그 고생 안했을텐데 싶어서 난 싫지만 오히려 우리 세대보다 부모님 세대가 아파트에 대한 집착이 더 크단건 그 이후 굳이 비싼 전세 내고 계속 아파트에 있으려는 부모님을 보면서 느꼈기에 그냥....부모님 소원 풀었다 생각하는게 좋을 거 같다. 

 

결국 이리저리 정리하면서 지금 집으로 이사오니 좀 더 넓은 집에 가고 싶단 생각은 든다 ㅋㅋㅋ 음... 뭐랄까 식구 수에 비례하는 평수가 있음 좋겠다. 하지만 나야 호주 갔다 한국 오면 집 나올거고, 아빠도 지방에서 일하고 있어서 당장 큰 집이 필요하게 아니라는 판단은 옳다. 다만 엄만 언젠가 소형 아파트라도 사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아빠도 언젠간 돌아갈거(?)라는 생각에 수납력 떨어지고 부피만 큰, 아파트에 놓을 법한 텔레비전 받침대+서랍들을 다 끌어안고 온 거 같은데(난....버리고 싶다 ㅠ.ㅜ 공간 활용에 방해돼...)그냥 좀 더 넓은 곳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지, 아파트를 사기도 전세하기도 난 너무 싫다. 

 

여튼 한국 서민들이 겪는 온갖 고충은 다 겪으면서도, 그래도 우리 엄만 끈질기게 살아있다. 뭣도 몰랐을 시기를 거쳐, 싫었던 시기,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시기를 거치고 나니 엄마처럼 대단한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엄청난 빚(정말 엄청나더라. 정리가 좀 된 뒤 엄마가 알려줬을 때 허걱 했다) 을 차곡차곡 갚으면서 나와 동생을 먹여살리고, 몇년 간 직업이 없던 아빠를 크게 싫은 소리 안하고 받아들이고 취직시키고, 가게를 꾸려나가면서 손님들과 정 쌓고.... 딸은 번듯하게 대학을 졸업해서 딱히 취직도 안하고 ㅋㅋㅋㅋ 그런데도 뭐라 하지 않을 수 있는 게 보통 내공으로 안되는 건 내가 더 잘안다. 울 집이 이사온 이 조그만 동네에도 발에 채이는게 미용실인데, 나름 경쟁력을 갖고 어떻게 해서든 버티는 엄마를 보면 가슴이 찡하다.

 

그래서 내가 연예인 얘기 하듯 교회 얘기 하는 게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종교가 없으면 정말 버티지 못했을 거 같다. 엄마 아빠가 괜히 힘든게 산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 부터가 문제인건데, 그런거 다 없던 일 치고 자식 키우면서 살신성인 살아가는 거, 난 못할 거 같다. 엄만 내가 외국가서 외로울게 젤 걱정이라는데, 엄만 가족 곁에서 외로웠을테고 그 시절 오로지 종교가 그 자릴 메꿔줬으니, 은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사실 아빠도 원망 안하는게, 그야 엄마가 그렇게 힘들었을 때 나가서 조금이라도 벌어왔으면 했지만... 도박이랑 여자문제는 그렇다 치고 친구 만나서 술 마시는 취미도 아-예 없는 아빨 보면 것도 가슴이 찡하다. 정말 집에서 소일거리 하면서 자식들 예뻐하고, 같이 티비 보면서 맥주 마시고 치킨 먹는게 좋은 아빠가 한국 사회에서 평탄하게 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빠가 게으른 것도 아니다. 성실한데 뭐랄까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같은 타입은 아니었다는게, 잘못이라고 할 순 없잖아.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