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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20. 11:13 흥미만만/생각 해봐요

오늘 회화시간에 쌤이 물어봤다. 왜 가고 싶은거니?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딱히 대답할 게 없어서 곤란하다.
가고 싶다는 마음을 남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어 설명하려고 시도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 막히고 만다.
그런거 나도 몰라!!!!! 내 맘을 나도 몰라!!!!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남이 외국에 간다면 나도 할 질문이니까 참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생각해보는 중이예요"하는 말로 둘러대기도 하는데(사실이기도 함)
그럼 다들 벙쩌하길래(여긴 하하하 웃어야 할 부분인데!)

"영어를 잘 하고 싶어서요"

라는 무난한 대답을 고른다. 사실 이게 큰 이유기는 하다.
누구는 한국에서도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한국에서 어떻게 '열심히'하면 어떤 식으로 '잘하게' 되는건지 잘 모르겠다. 가령 토익 점수 900을 넘기고 싶어요, 라는 목표가 있다면 굳이 외국에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충분히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
좋은 교재가 넘쳐나고 학원, 대학교, 과외 등등 뭘 고르면 좋을지 모를 정도로 많은 강사와 다양한 수업이 있다.
하지만 외국어를 잘 한다는 건 너무도 포괄적인 개념이고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적성에 따라 다른데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된다는 말(예전에 우리 엄마가 나한테 했던 말!)은 곧이 듣기에는 너무 허무맹랑하다.

그리고 경험상, 나라는 사람은 1년 정도의 체재 기간을 갖고 현지에서 생활도 하고 공부도 하며 기반을 단단히 닦은 뒤,
돌아와서 꾸준히 공부하고 사용하는 방법으로 일본어를 공부했으니 영어도 그 순서를 따르는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영어 목표? 
내 목표는 '복잡하지 않은 내용의 순차 통역, 간단한 번역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즉,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책 보고 영화 보고 알아듣는, 내 취미를 위한 영어는 너무 당연한 거고 그걸로 남의 돈을 받기 부끄럽지 않을 수준이 되는게 목표다.
근데 사실 영어를 이렇게까지 하려면 내년에 호주를 간다고 치고, 서른쯤 어느 나라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른 하나, 둘 쯤
영어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빨리 목표를 달성한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돈도 모으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돈을 모으는 건 이젠 한국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건 나 자신에게도
안먹히는 이유가 되었다. 돈을 모으려면 맘 잡고 한국에서 일을 늘리는게 더 많이 벌 수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요즘은 이 이유를 그럴듯한 이유로 밀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어를 오랫동안 접하고 공부하면서 요즘 느끼는 건, 한국과 일본이 무척이나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큰 그림으로
보면 비슷하다는 거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고방식이. (중국은 겪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지역도 사람도 다르니까 서로 다른 건 당연하지만(서울과 부산이 다르듯) 애시당초 중국에서 건너온 여러가지 사상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니 비슷해도 이렇게 비슷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이라는 굳건한 디딤돌과 크기도 무게도 제각각인 일본'식'디딤돌을 요리조리 건너면서 '사고'를 하는(것 같은)데
요즘따라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이 원래는 당연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깊어져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고등학생 때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때는 내가 너무 어리고 뭘 모르니까- 라는 생각이 더 커서 누를 수가 있었는데,
요즘은 정치적인 견해를 비롯해 사회에 대한 의견은 크고 어리고, 배우고 못배우고를 떠나서 개인의 성향과 취향이 더 많이 반영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그 디딤돌이 절대적이 아니라면,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디딤돌을 다시 까는 건 불가능해도
내가 활보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디딤돌들을 더 깔 수 있지 않을까. 다수를 점하고 있던 한국과 일본식 디딤돌을 빼버리고
새로운 디딤돌을 깔았을 때 나는 어떤식으로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그러니까 호주는 어디까지나 시작이다.
호주를 시작으로 음, 미국은 기회가 되면 가고, 실은 유럽에 가고 싶다.
그러니까 호주에서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당분간 일을 하지 않고도 체재할 수 있는 돈 정도(적어도 삼개월) 마련해서 떠나는거다!

나는 그 생각만으로 요즘따라 따분한 일상을 견디고 있다.

호주를 가고 싶다는 생각도 조울처럼 가고 싶어 안달이 날 때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치만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거의 3년이 돼가는데, 언젠가는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친구들이 너 진짜 가는 거
맞냐고 가고 싶은거 맞냐고 갈 생각 없는 것 아니냐고 추궁(!)할 때 마다 행동하지 않는 자신을 열심히 변호한다.

내년에는 정말로 블로그에, 호주에서의 생활상을 올리고 싶군요.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