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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11. 10:10 호주*워킹*홀리데이!

자나깨나 이 생각뿐...하면 좀 오바지만 요즘 이 생각을 꽤 많이 하고 있다.

지난 주 일요일, 싱가폴 애를 만났을 때 얘가 나한테 넌 왜 여기 왔니? 니 한국에서의 직업과 삶은 꽤 멋져보이는데 뭐가 널 여기에 오게 만들었어? 뭐 이런 걸 물어보더라. 내가 일본어를 사용해서 한 일 중에는 박봉에 완죤 힘들었는데 남들이 보기엔 재밌어 보이는 일이 몇 개 있다. 그런 걸 들으면 내가 한국에서 꽤 잘나가는(?) 삶을 살았는데 모든 걸 뒤로 하고 여기 온 것 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저-언-혀 사실과 다른데 ㅋㅋㅋ

사실 난 그냥 닥치는대로 살았을 뿐인데... 대학생 때 이것저것 알바를 하다가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뒤에는 일본어를 사용하는 알바도 좀 하고 졸업했을 때 막상 취업이 안됐는데 또 어케어케 일이 들어와서 하고 이거 하다보니 저거랑도 연이 닿고 저거 하다보니 이것도 하게 되고... 그렇게 그냥 정신없이 2년 하고 반이 넘는 세월이 흘렀을 뿐이다. 호주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건 2008년 초 부터인 거 같은데... 그 때 만났던 남자친구가(이 사람도 호주 워킹 갔었음) 호주에서의 생활을 너무 좋았던 것 처럼 얘기하니깐!!ㅋㅋㅋ 졸업할 때 쯤엔 취업도 안되고(실은 하기도 싫었다ㅋㅋㅋ) 알바를 몇개나 뛰면서 난 호주 갈꺼니까! 하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저, 호주 가겠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불안한 생활을 참아냈던 것 뿐이다. 그래 난 호주갈꺼니까... 등록금 갚고 자금 모으면 바로 갈꺼야... 뭐 그러다보니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고 결국 난 여기에 왔다.

그리고 여기 와서 생각한 건 난, 불감증인가!!! 하는 거 ㅋㅋㅋㅋㅋ 내가 지금 제일 부러운 사람들은 "여기 오니까 너무 여유롭고 너무너무 좋아서 여기 계속계속 있고 싶어" 하고 말하는 사람들... 어떻게 그렇게 느낄 수 있지??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론 여유란게 개인의 마음 먹기와 사회 분위기가 맞물려야 하는거고, 한국과 비교했을 때 여기가 여러가지 면에서 여유로운 건 맞는 거 같은데... 그렇다고 한국으로 당장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어디 있으나 똑같애 똑같애 똑같애... 하고 느끼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물론 다르다!! 기본적으로 여기는 모든게 커! ㅋㅋㅋ 책도 크고 쥬스도 크고 과자도 크고 샌드위치도 크고ㅋㅋㅋㅋ 물론 한국에 있으면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고 그건 좋지만 동시에 주위에 들려오는 이야기랑 날 저울질 하며 내가 선 곳을 가늠하는 그런 짓거리들이 너무 피곤하고... 그런거 꽤 많이 버렸는데도 한국에 있으면 습관적으로 비교질 저울질 하게 되니까... 여기서는 아무-도 아-무도 없지만 그런 것과 단절되서 심플한 삶을 살게 된게 쓸쓸한 한편 좋다.  

여기서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게 대충 한 열개? ㅋㅋㅋㅋ 학생 빼고 농장, 공장, 하우스키퍼, 청소, 세차장, 웨이트리스, 키친핸드(주방 보조), 판매 등등..?? ㅋㅋㅋ 뭐 하는 가게 뭐 따는 농장 뭐 만드는 공장인지가 좀 다를 뿐이지. 심플, 그 자체다. 나만해도 그저께랑 어제 9시부터 5시까지 일했는데 어제 저녁 8시쯤 되니까 정말 너무너무 피곤한거다 ㅋㅋㅋ 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12시간 잤어...ㅋㅋㅋ 호주 와서 이렇게 오래 잔 건 거의 처음일 듯. 물론 내가 하는 일이란게 요령과 눈치와 머리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몸 쓰는 일이니까 일 끝나고 집에 오면 멍-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ㅋㅋ 하기가 싫어 ㅋㅋㅋ 분명 이런 생활패턴이 반복될텐데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다가 근데 그럼 도대체 뭘 더 하겠다는 거지 싶다. 한국에서는 좀 더 위로 가기 위해 좀 더 많이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하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서(난 잘 휩쓸리는 인간이다) 뭔가 자기 계발틱한 짓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근데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난 그게 싫었는데. 

그래도 일하고 그냥 시간을 보내긴 심심하니까 ㅋㅋ 난 뭘 해야 즐겁나 생각해봤다. 근데 펍이나 클럽에 가서 노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우르르 몰려서 술 먹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쇼핑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게 있을 때 적당한 걸 살 뿐. 맛있는 음식이나 커피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끼 배부르게 먹으면 되는거. 근데 요즘엔 그래도 뭐랄까... 음식해서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먹기 보다는(설거지 하는게 귀찮아서 그냥 먹는다ㅋㅋ) 그릇에 담아서 예쁘게 하고 먹으려고 노력중이다 ㅋㅋㅋ 우아한 뇨자가 되야겠어 ㅋ
 
그니까 동영상 보거나 책 보는 거 정도? 그런데 그런 건 한국에서도 많이 했고 할 수 있고... 여기서만 할 수 있는 뭐 그런거 없나.. 하는데 그런거, 없다 ㅋㅋㅋㅋ 일본어 동영상과 책을 좀 참고 그냥 영어로 된 걸 보는 정도? 그저께는 고민하다 1Q84 영문판을 거금(?) 주고 샀다 ㅋㅋ 다 읽을 수 있으려나... 오늘 쉬니까 좀 읽겠지만. 즉 난 딱히 뭐 하는게 없다. 일을 더 할까? 난 일 하는 걸 좋아하나봐 ㅠ.ㅜ 근데 그러지 말자고 다짐 중. 적어도 돈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투잡을 뛰진 말자고. 돈은 고만 벌어도 돼! (물론 지금 벌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ㅋ) 뭔가 새로운 거 안해본거 보람을 느낄 수 있는거 그런거 하고 싶어. 일이든 취미든 시간 낭비 처럼 느껴지는 거든 뭐든. 견딜 수 없을만큼 흥분을 느낄 수 있거나 더 나아가면 일생을 걸어도 되는 그런 거. 그런 건, 왕자님이 나타나길 바라는 소녀의 꿈 만큼 이나 부질없는 바람일까? 

일과 취미를 분리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재밌는 '일'을 해야하는데, 그게 아직도 뭔지 모르겠다. 물론 여기 온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런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나의 목표였는데... 발견될 기미가, 아직 없음. 간혹 아 무슨 영어야 그냥 일본어 한 우물을 파야겠어...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_-; 그러지 말아야지. 한 우물을 파도, 각오를 한 뒤 파는 우물이랑 그냥 쉽게 단념해서 파는 우물은 물 맛이 다를꺼야. 대충 파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진 말자. 

한 걸음 한 걸음. 난 뭘 하면 좋을지 재밌을지 잘 생각해봐야겠어.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