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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27. 09:56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너 피곤해"

이건 내가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들은 말인데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내가 여태껏 사귀었던,
혹은 잠시 만났던 모든 남자들에게
들은 말중에 가장 충격적인 한마디이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피곤한 여자친구이고 싶지 않다!!!!!!!!!!!!!!!! 그건 그 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튼 그 후에 엄마에게 넌지시 "엄마 난 피곤한 사람인가?" 그랬더니 엄마가 웃으면서 받아넘기길
"맞아, 니가 좀 피곤한 구석이 있지" 하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하는게 아닌가!!
마치 내가 어렸을 때 부터 그랬다는 듯, 그걸 이제 알았냐는듯!!! 아니 엄마가 어떻게 자기 딸이 피곤한 인간이란 걸
태연하게 인정할 수 있지??? 나는 더욱 충격을 먹었지만, 뭐, 예전부터 그랬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원리 원칙을 고수하는 인간이다. 문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발언과 행동을 서슴없이 해댄다는 데에 있다.
나 중2 때 까지 그날 든 교과서 다 책가방에 넣고 다닌 사람이야! (응??)
나 대학교 2학년 때 까지 영어사전+일본어 사전 영한 한영 일한 한일 네 권 다 들고 한시간 넘게 통학했던 사람이야!
(왜 좀 더 일찍 사물함을 이용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일찍 전자사전을 사지 않았을까! ㅡ_ㅡ;;)

내 의도된 명람함과 의도되지 않은 긍정적인 성격이 마치 내가 초!자유스럽게 행동하자는! 주의의 인간. 혹은 정말로
'꾸밈없이' 밝은 인간으로 보이게 만드는데 나는 열심히 '꾸며낸' 밝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피곤한 인간이다.
그래서 어두운 부분도 많고 걸핏하면 우울해지고 의욕도 바닥나고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꼭 굳이 꼬치꼬치 따져야
직성이 풀리며 감정 기복도 심한 편이라 동생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불같이 화를 냈다가 30분도 안되서
깔깔 웃는 등, 가깝게 지내면 지낼수록 내가 존중받아야할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될 때가 많다.
(물론 장점도 많다- ... 있다- ... 있으니까 친구들이 여전히 붙어있어 주는거겠지?? ...
여전히 동생이 날 좋아하는거겠지?? ㅡ_ㅡ;;)

그래서 나는 내 그런 점이 싫어서 낯선 사람과 한 번 만나고 끝나는 관계를 선호했고 길게 이어질수록 내 꼬장꼬장한
성격이 뽀록날까 두려웠는데 이제는 슬슬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 난 피곤한 여자다~!!

인간보다 여자라는 말를 붙일 때 더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다. '피곤한'이란 형용사는.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겠다. 난 그런 사람인거다. 그런 여자인거다. 
기왕 인정할 거 더욱더 철저하게 행동해야겠다고 맘 먹었다. 내 꼬장꼬장함이 드러나는 사례를 열거하면 그게 뭐~ 
하고 별거 아닌 일들의 총집합인데,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일상 생활의 장애물이 되어 스스로를 괴롭히는 원인이었다.
근데 이제는 난 원래 그런 녀자~니까 더욱 더 철저하게 꼬장꼬장하게 굴어야겠다.
블로그를 쓰다가 말이 막힌다고 한참 쓰다가 창을 닫거나 하지 않겠다!. (리얼하게는 횟수를 줄이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벌인 일은 끝을 맺고 본다! (난 소설을 쓰고 싶다! 다이어트로 할꺼고 영어도 할꺼다!)
토론을 하다가 말이 막힌다고 포기하지 않겠다! 그 토론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생각할꺼다! 등등.

어느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한없이 유들유들하고 넉넉한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인 것 같다.
그냥 내 원래 성격을 철저히 지키는게 좋겠다.
그러다가 유턴을 하던 모로 가던 도로 가던 그쪽이 더 맘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편하고 싶어서 피곤한 여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발악했는데 결국은 그런 척 하는게 더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므로 난 앞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피곤한 여자가 될꺼고 덕분에
'남친이 있는 여자'와의 거리는 백 걸음 더 멀어진 셈이다.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