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teadyoung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2010. 1. 26. 02:26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어떤가요?

한심해 보이나요?

 

 

바로 나예요.

 

 

 

작년의 나는 졸업 전부터 몰두했던 '꿈 찾기'에 계속 열중했었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둥,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하지만 결국 11월 쯤 결론을 내렸다. 깨닫고 말았다.

 

꿈을 갖고 노력하는 인간을 무한 동경 하지만

정작 그런 나는 꿈을 가질 수도,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할수도,

그러므로 나중에 '성공기'와 같은 후일담을 늘어놓을수도 없는

그런 인간이라는 걸.

 

인생을 큰 그림으로 보는 멋진 습관도,

내 인생은 내가 바라는대로 된다는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매우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인간이지만

사람의 삶이란게 때때로 본인이 차마 견딜 수 없는 시련이 닥쳐

풍지박산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살기 때문일까.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닥쳐도 내가 맘 먹은 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떡갈나무 정신이 애초부터 내게는 없다.

주변 상황에 무작정 휘둘릴 뿐이다. 갈대처럼.

 

 

꿈가진 인간에 대한 동경은 예전부터 심했기 때문에

이걸 인정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인생'을 걸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아직 못찾아서

지금 내 삶의 모든 것이 꿈 모색 행위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건

아마 앞으로 적어도 5년은 계속 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서른 살 쯤 되었을 땐 스타트라인에 서있고 싶다;;)

 

일단은 결론을 내렸다. 내게는 꿈이 없다, 지금 그리고 당분간.

 

 

꿈을 못찾아서 헤매고 다닐 땐 내가 덜떨어진 인간 같아서

절망적이고 비참한 기분이었는데

(꼴에 또 회사를 다니긴 싫어서요...회사 안다니려면 뭔가 멋진

꿈이 있어야될 것 같잖아요...)

막상 인정하고 보니 속이 시원하다.

그건 절망적인 일도, 비참한 일도 아니라

그냥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인거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내가 A형인 것 처럼, 머리가 반곱슬인 것 처럼.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걸까. 생각했고, 생각한다.

아마 앞으로 죽을 때 까지 생각하겠지.

하지만 지금, 이미 회사라는 선택지는 내다버린지 오래니까

흥미를 느끼는 일- 참고 할 수 있는 일, 싫지 않은 일의 끈을

단단히 잡고 꿋꿋하게 해나가기로 했다.

싫은 일은 매일 매일 산더미지만,

그래도 어쩐지 참을 수 있는 일이란게 있다.

내게 소중한 건, 와주지도 찾아지지도 않는 꿈의 파편이 아니라

참을 수 있는- 싫지 않은 자그마한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 끈을 놓지 말아야지.

그 끈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원대한 꿈과 거창한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니까,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덤덤하게 실을 잡고 가는 그 길의 끝에는,

운명이 장난을 치지 않는 이상 내가 바라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건 지금 내가 막연하게 꿀 수조차 없는 꿈도 뭣도 아니라

어떤 깨달음이나 해탈과 같은 형태로 문득, 아주 잠시

내 머리를, 내 몸을 스쳐지나가지 않을까.

그 순간이 언젠가 온다면 내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인생일텐데.

 

세계의 정세, 나란 인간이 타고난 운명, 내 역사, 나의 성격,

그 때의 내 노력과 감정들,

그게 내 끈과 공명할 때 얻어진 산물이 내게는 꿈이다.

나는 결과론을 믿기로 했다.

 

준비 땅하고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꿈을 꾸면서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꾸고 나서 꿈이었다고 알게 되는 것처럼, 깨닫는 것 처럼

나는 그런 사람이길 희망해본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이 있는 자가 행복하다, 성공한다.

그런 말에 현혹되지 맙시다.

과거와 현재에는 꿈이 없을지 몰라도

미래 시제로 옮겨서 되짚어보면 꿈이란게 있을 수도 있어요.

 

없으면 없는대로, 내 인생 자체가 꿈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긍정해보는 게 또 덧없는 시도는 아니잖아요.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