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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15. 12:55 카테고리 없음

1. 암 환자의 고민에 전문의가 진심으로 대답하는 책,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브리즈번 씨티 도서관에 있는 일본 서적들은 별별 주제가 다 있다. 한국 서적들은 대부분 이름도 못들어본 소설가들의 소설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쨌든 암 발병율이 높다니깐 나도 암에 걸려서 치료 받아야할 때, 암으로 인한 죽음을 피할 수 없을 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막상 암에 걸려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두렵다.

 

생리 시작하기 전에 초등학생 일 때 서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만화를 몇 권이나 읽은 적이 있다. 덕분에 생리가 시작됐을 때 성교육 만화의 여자 아이 주인공들이 호들갑 떠는 것처럼 호들갑 떨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음,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거군, 하며 올게 왔다는 생각에 침착했지만 역시나 내가 직접 생리대를 사러 가는 건 너무 부끄러웠다. 앎과 실천은 이토록 다른 것이니(?) 막상 내가 암에 걸리면 머리가 냉정하게 굴려고 하는 것과 매우 다른 반응을 몸과 마음이 보일테지.

 

 

2. 가게에 좀 더 남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크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별 거 아니라고 넘길 건 아니라서, 그런 제안을 해준 매니저와 사장님께 감사.

내가 여기 일년을 더 있는다고 생각했을 때 우선 남자친구와 함께 지낼 수 있고,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돈을 더 원하면 일을 늘리면 그만이다. 영어 공부도 더 할 수 있고 여유롭게 여행도 다니면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계속 여기 눌러앉을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고, 아이엘츠를 준비해서 눌러앉을 방법을 스스로 모색할수도 있겠지. 눌러앉는다면 그 이상 바랄 건 없다. 살기 좋은 동네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고 걸리는 게 있단 것도 부정할 순 없겠다. 친구와 가족이 있는 한국이 그립냐는 질문에는, 일년에 한 번 가도 족하다고 대답하리라. 사실 가족에 대해서는, 떨어져서 각자 잘 사는게 원만한 가족으로 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단지 내가 원하는 건, '일'이다. 난 아직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지만, 계속 가게에서 롤스시를 만드는 것 보다는 더, 복잡한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여지껏 해왔던 일본어를, 지금 하고 있는 영어를 사용해서 뭔가 좀 더 의미있고 흥미로운 일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스시를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매니저와 사장님한테 인정받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it's time to move on  to the next stage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에어아시아 프로모션 티켓을 두고 이틀을 고민하다가 결국 가격이 올랐다. 젠장 ㅠㅠ 이제 제트스타 세일을 노려서 일본을 경유하거나 에어아시아에서 다른 프로모션을 준비하길 기다리는 수 밖에.

 

친구는 좋은 기회네, 생각해볼 여지가 있네, 하고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좀 주방일에 소질이 있음 우헤헤헤. 사장 스타일은 아니지만 지금 읽어야할 기사 첫 제목인 sacking the boss and buying your own business is a dream for many 라는 말처럼 사람일은 모르니 언젠가 내 가게를 열고 싶거나 열어야할 때가 올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엄마 왈, '그놈들'이 널 이용해먹을라고 그러는 거야, 하며 한국 가서 취직하라는 말을 들으면 또 마음속에서 뭔가 꿈틀꿈틀대면서 반박하고 싶어진다. 당연히 사장님과 매니저는 날 이용하고 있고 그 대가로 비자 연장에 필요한 비용의 반을 대주겠다고 제안하니 나로서도 나쁠 건 없다. 난 단지 엄마가 늘 주장하는 힘들어도 참고 인내하라는 말이 너무너무 싫고, 그렇게 사는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서의 삶도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돌아가서 일하려는 내 마음 가짐을 고양시라는 나라에서의 짦은 삶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전에 잠깐 있던 회사에서 돌아오라는 말을 했기 때문인데, 만약 그게 불발되면 어찌하면 될까. 그야 뭐 언제든 다시 떠나면 되니까 크게 걱정할 건 없지만...그렇다면 그냥 호주에 있는게 좋은거 아닐까, 하는, 모든 고민이 늘 그렇듯 뱅뱅뱅 돌려 하고 있다.

 

여튼, 프로모션 티켓이 40불 올라서 당분간 고민을 보류할 생각이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려는게 더 크지만, 여기 더 있게 된다면, 그러면 정말 아주 오랫동안 한국에 안가고 여기 있을 각오로 결정을 내릴것이다.

 

 

 

 

  

posted by steadyoung